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49)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49화
의 시사회 번외 특별편!
슈테른 공국에서 열리는 시사회는 궁전 별관에 위치한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여기가 조피가 영화 보는 곳이에요.」
영화관의 소규모 상영관 같은 규모.
내 옆에 앉아 있는 공주님이 설명을 해 주었다.
「저번에 집사 할아버지랑 조피가 여기서 영화를 봤어요.」
「무슨 영화 보셨어요, 공주님?」
“The New Black : Making Waves.”
덕질 관련이라 그런지 갑자기 유창해지는 아기 영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가 뒷자리에서 고개를 쏙 내밀었다.
「우와. 여기서 저희 다큐멘터리 영화 보신 거예요?」
「네!」
그 말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르던 공주님이 입가에 손을 올리고 고자질했다.
「근데 집사 할아버지는 보다가 잤어요. 조피랑 같이 끝까지 영화 봐 주기로 약속해 놓고.」
「크흠흠.」
외알 안경에 콧수염을 한 집사님이 헛기침을 하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 동안 공주님이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모두 공주님을 보며 삼촌 미소를 지었다.
‘귀여워….’
‘아, 너무 귀엽다.’
짧뚱한 팔다리 때문일까.
좌석에 앉아 있긴 한데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아서 발을 동동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이래서 사람들이 조카 바보가 되는 건가 싶다.
「준비됐습니다.」
시종 하나가 다가와 대공에게 속삭였다.
대공왕이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우리도 주변을 돌아보았다.
우리를 제외하면 10명.
슈테른 왕실 가족과 그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이들이 오손도손 모여 있었다.
중현이가 속삭였다.
“다른 시사회랑은 분위기가 확 다르네요.”
“그치. 이것도 좋은 거 같아.”
굉장히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아마 상상의 영역이긴 하지만, 친척이나 온 가족이 모여서 명절 영화를 보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내가 웃으며 대공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영화를 시작해도 될까요. 전하?」
「부탁하네.」
영화관 조명이 꺼지면서 실버 스크린 배급사의 로고가 뜨기 시작했다.
슈테른 공국의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하는 사람들이기에 영어 부분은 특별히 자막이 없었지만, 한국 장면에서는 독일어 자막이 깔려 나왔다.
그 동안 시사회를 하면서 수도 없이 보았던 장면들이 흘러간다.
나도 처음에 서너 번은 집중해서 봤지만 하도 많이 봐서 그런 걸까.
이제는 영화를 보기보다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지를 더 유심히 살피게 되는 느낌이었다.
과연 이 영화가 유럽 사람들에게는 어떤 감성으로 와닿을지. 프랑스 시사회에서는 바빠서 눈여겨보지 못했던 반응을 보고 싶었다.
「흠…….」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은 대공왕과 집사님을 비롯해 연세가 있는 분들이 한국 씬을 집중해서 본다는 거였다.
미국 관객들의 경우에는 이 부분에서 흥미가 없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분들은 무언가 공감이 간다는 듯 1960-1970년대의 한국 풍경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곤 했다.
대공님이 내게 속삭였다.
「우리도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 저랬지. 모든 게 폐허였어.」
「그렇군요….」
하지만 한국은 저게 나름 발전한 거였습니다만….
세계 대전 이전의 유럽이 얼마나 번영을 누리고 살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한국을 벗어나 일본, 미국으로 배경이 바뀌면서 유럽의 관객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저런….」
일본에서 하시모토 겐지 일파에게 견제를 당하는 장면에서는 탄식하고.
「호오.」
아빠가 미국에서 점점 성공을 거두는 모습에서는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언젠가 김보라 감독님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우주 씨. 정말 좋은 영화의 특징이 뭔지 알아요?
-뭔데요?
-그건 바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통한다는 거예요. 주인공이 무슨 언어를 사용하든, 얼마나 그 나라 고유의 배경이 담겨 있든 정말 좋은 영화는 통하게 되어 있어요.
의 기획 초기에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했던 감독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저는 이 영화를 그렇게 만들 거예요. 남아공의 관객이 보든, 인도의 관객이 보든, 체코의 관객이 보든 간에 모두가 이 영화의 감성에 녹아들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말은 정말이었다.
아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일본의 관객들, 영화의 주요 배경인 미국의 관객들과 달리 정말이지 이 영화에 아무런 연관 관계도 없는 유럽의 관객들.
짝짝짝-
미국과 일본에서 그랬듯이 박수칠 타이밍에 누가 시킨 것처럼 똑같이 박수를 치는 유럽 관객들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영화가 정말 잘 만들어졌다는 걸.
그리고 충분히 세계 어디에서든 먹히겠다는 걸.
“Wunderbar.”
모두가 다 같이 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대공왕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고 있었다.
그렇게 유럽의 관객들 역시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며 미소를 짓고 있을 때.
톡톡-
내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고개를 돌려 보니 비주가 웃고 있었다.
“?”
손가락을 입가에 올려 쉿- 하던 비주가 다른 곳을 가리켰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새애애액-
쿠션을 끌어안은 조피 공주님이 졸고 있었다.
산발이 된 땋은 머리카락.
통통한 볼.
입가에 흥건한 침.
하루 종일 뛰어다녀서 그런 건지, 영화 내용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상 피곤한 얼굴로 잠이 든 공주님이었다.
곁에서 집사님이 ‘공주님… 이건 예법이…’ 하는 눈빛을 보내는 동안 대공의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THE SOUND OF SUN]영화의 타이틀이 나오면서 엔딩이 흘러나오는 동안 모두가 졸고 있는 공주님을 의식해 소리 없는 박수를 쳤다.
「브라보오오오…….」
「최고였습니다…….」
집사님을 비롯해 속닥속닥 감상평을 이야기해 주면서 다들 키득거리고, 공주님은 뒤척거리며 잠을 잤다.
잔잔한 박수 소리와 소곤거림.
작고 귀여운 공주님의 숨소리와 함께 마침내 마지막 시사회가 막을 내리고 있었다.
* * *
시사회를 마친 후.
조피 공주님은 우기기를 시작했다.
「조피 안 졸았어요.」
「에엥, 거짓말.」
지호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공주님 졸고 있는 거 다 봤어요. 제가.」
「조피 안 잤는데….」
시무룩해하는 공주님의 모습에 리혁이가 지호를 쿡 찔렀다.
뭐라고 속닥거리자 지호가 금세 창백한 얼굴이 되어서 공주님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해 보니 제가 잘못 알고 있었어요. 공주님은 안 졸았는데 제가 잘못 알았던 거였어요.」
다시금 밝아지는 공주님을 바라보며 내가 리혁이에게 몸을 기울였다.
“쟤한테 뭐라고 말했길래 저렇게 바로 태도를 바꾼 거야?”
“그런 식으로 하다가 공주님을 울리기라도 하면 공주 모독죄로 잡혀갈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그런 게 있어?”
“없지만 쟤는 모르죠.”
“!”
호오- 하며 감탄하는 동안 리혁이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대에게 정말 잘 배웠죠. 이렇게 기만책으로 상대를 조종하는….”
“…….”
“후후후후.”
리혁이의 웃음에 모른 척하며 먼 산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졸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또랑또랑한 눈망울-누가 봐도 푹 잔 사람의 눈-의 공주님과 함께 우리는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알프스에서 직접 공수해 온 치즈로 만든 애피타이저입니다.」
왕실 요리를 먹어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정말 영화 속에서나 보던 기다란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만찬.
주방장이 직접 나와서 요리를 하나하나 설명해 줄 때마다 우리 모두 입을 크게 벌렸다.
“우와아아…….”
공주님도 매번 이런 식사를 하는 건 아닌지 신이 난 얼굴이다.
“아, 어떡해. 너무 맛있어요.”
“진짜 맛있다.”
알고 보니 주방장님이 한국인인 우리의 입맛을 고려해서 간을 한국식으로 했다는 모양이었다.
즐겁게 식사를 마무리하고는 온실 정원에서 열리는 음악회를 감상했다.
「우리 대공국 최고의 연주자들이라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해 주는 슈테른 공국의 연주자들.
바이올린과 피아노, 첼로의 하모니를 들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밤이 되고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정원은 금세 파티장으로 변했다.
쨍-
여기저기서 잔이 부딪치는 소리.
어느 성에 살고 있는 무슨 귀족이라고 하는 사람들과의 인사와 대화 등등.
영화 시사회를 기념해서 사교 행사가 열린 듯했다.
고전적인 무도회라기보다는 마치 007 영화 같은 데서 볼 법한 상류층의 파티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당신의 아버님과 만난 적이 있죠. 써니. 그때가 아마 1994년도였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아버지의 기록에서 뵌 것 같아요. 성함이?」
「랜돌프요.」
「그렇군요~」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주고받았다.
서로 눈웃음을 주고받았다.
‘그때 당시 아빠를 무시하는 눈으로 바라봤다는 그분이군요.’
‘그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지.’
우리 역시도 그 속에 껴서 사람들과 친목을 도모했다.
그렇게 수다를 떨기를 반복하는 동안, 뼛속까지 내향인인 우리의 메인보컬이 내게 다가왔다.
“으.”
와인잔을 빙글 돌리며 들이켜는 리혁이.
술기운이라도 빌리려고 하는 동생에게 내가 물었다.
“할 만해?”
“아뇨. 오히려 나는 이런 행사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만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죠.”
“그런 것치곤 말 잘하던데.”
“뭐, 적응이 됐으니까요.”
그런 말을 하던 리혁이가 와인잔을 리필하면서 말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우리가 큰 성공을 거두긴 했나 봐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 사람들 반응이요.”
와인잔을 든 하얀 손가락이 주변을 가리킨다.
저마다 거창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다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
“우리가 지금 정도로 성공을 거두지 않았다면 이런 자리에서 절대 끼워 주지 않았을걸요.”
“그건 그렇지.”
유명한 은행가 가문의 후손이라든가, 대대로 귀족 집안인데 현재는 사업을 하고 있는 집안이라든가.
그런 사람들이 우리를 동격으로 끼워 주고 있었으니까.
마치 여러 나라의 왕족들이 겉으로는 고고한 태도를 고수하지만, 할리우드 톱스타들과 식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친분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리혁이가 말했다.
“뭐, 딱히 이 사람들의 인정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요. 그냥 우리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 역시도 공감했다.
그러다가 문득 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빠가 성공하고 나서야 음악계의 콧대 높은 사람들이 태도를 바꿔서 극진해 대우해 주던 장면.
그게 아마 영화의 후반부인가 그랬는데.
“뜬금없이 든 생각인데 우리 뉴블랙의 활동이 영화라면 지금은 아마 어디쯤일까?”
“글쎄요. 아마 100분짜리 영화라면 95분 정도까지 온 거 아닐까요.”
“그래?”
“어떤 것 같은데요? 형이 보기엔.”
내가 진저에일이 담긴 잔을 흔들었다.
“60퍼센트 정도?”
“…여기서 더 올라갈 게 있다고요?”
“느낌이야. 그냥. 근거는 없지.”
찬란하게 반짝였던 아빠처럼.
아니.
어쩌면 아빠가 이루었던 것 이상으로 더욱더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싶다는 욕망이 드는 요즘이었다.
“……가끔 보면 대단한 거 같아요. 그런 향상심이.”
“너도 똑같으면서.”
이미 기성 가수급으로 노래를 잘하는데도 거기서 더 노래 실력을 늘리겠다고 아득바득 연습하는 녀석에게 들은 말은 아니었다.
그런 말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친절하고 따스하지만 왠지 모르게 ‘우리의 리그에 끼워 줄게’ 하는 선심성 표정을 짓는 사람들.
그리고, 과거의 아빠한테 이쪽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우리가 대성공을 거두지 않았다면 ‘음…’ 하며 눈으로 내리깔아 보았을 사람들.
“더 올라가 보자.”
모두가 빛나는 태양 앞에 작아지도록.
세계적인 스타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스타까지.
리혁이와 그런 말을 하며 잔을 부딪치고는 말했다.
“그렇지만….”
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일단은 영화를 좀 영업하러 가자.”
“좋아요.”
“유럽에도 입소문 좀 내야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며 사람들 틈바귀로 걸어갔다.
* * *
슈테른 공국의 은혜에 힘입어 하루 숙박을 마치고, 우리는 왕실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조촐하게 정장 차림으로 돌아온 대공 전하에게 예법에 맞는 인사를 한 후.
눈에서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공주님과 인사했다.
「이제 가요?」
「네.」
「이제 가면 언제 와요?」
어린이들이 그러하듯 몇 밤 자면 와요, 하는 건가 할 때.
「2019년? 2020년? 2021년?」
「그… 그때 가 봐야 알아요. 공주님.」
공주님이 2000이 넘는 숫자까지 잘 세신다는 사실을 깨닫는 동안 내가 집사님을 바라보았다.
쪼그려 앉아서 눈높이를 맞춰도 되냐는 눈빛에 집사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또 올지는 몰라요. 공주님. 공주님처럼 저희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거든요.」
「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다 만나러 다니려면 또 못 올 수도 있어요.」
「수플레들.」
「네, 수플레들이요.」
그런 말을 하며 공주님을 바라보았다.
나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공주님의 부모님께서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시고, 두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는 사실 때문인지 마음이 쓰인다.
「그래도 언젠가 또 올 수도 있겠죠.」
「진짜요?」
「네. 대신에 공주님이 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집사님이 빠르게 뒤에서 ‘예법! 예법!’ 하고 입모양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아바타처럼 읊었다.
「예법 공부도 하시고.」
‘식사 예절! 식사 예저어어얼!!!’
「시… 식사 예절도 잘 익히시고.」
‘양치!’
「양치도 잘… 하시고요.」
그러자 남녀 시종들까지 가세하기 시작했다.
‘잠! 일찍 잠!!!!’
‘야채 먹기! 야채!!’
「야채 잘 드시고, 일찍 주무시고요… 예…….」
「네. 조피 말 잘 들을게요.」
시종들과 집사님이 왈칵- 하며 감동하는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평소에 무어라고 잔소리를 해도 절대 공주님이 알았다고 말을 하시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공주님이 아주 멋진 공주님이 되셨을 때, 그때 다시 돌아올게요.」
입을 내민 채 고개를 끄덕이는 공주님에게 인사를 마무리하고는 일어났다.
그렇게 동생들도 조피 공주님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차량에 올라타려고 할 때였다.
「만약에….」
「?」
공주님이 결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만약에요.」
「네.」
「수플레들 보러 여기저기 다녀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렇죠?」
「그럼 수플레들이 다 같이 살면 어디 갈 필요 없지 않아요?」
우리가 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
「그러면 정말 소원이 없겠네요.」
「너무 좋죠. 수플레들이 모여 있는 수플레 킹덤… 흐하하!」
하지만 마냥 웃고 있는 나와 달리 대공왕과 집사님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공주님이 눈을 반짝이며 주먹을 쥐었다.
「조피 결심했어요.」
「네?」
「조피가 커서 여왕이 된 다음에 슈테른을 수플레 왕국으로 바꿀 거예요.」
「흐하하하하하!」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지만 공주님은 진지, 엄격, 근엄 그 자체였다.
지호가 소심한 얼굴로 물었다.
「농담이시죠?」
「후후후후.」
「공주님…?」
「우후후후후.」
몸을 획 돌리는 공주님.
짧은 다리로 위풍당당하게 걷는 그 모습은 국왕의 품격 그 자체였다.
「집사 할부지!」
「예.」
「공부하러 가자. 조피는 여왕이 되어야겠어.」
이럴 시간이 없다며 당장 공부를 하러 가자며 채근하는 공주님의 모습에 집사님이 어어어 하며 끌려갔다.
그렇게 공주님이 갑자기 집으로 들어가 버린 후.
대공왕과 함께 남겨진 우리가 눈치를 슥 살폈다.
“…….”
「…….」
관자놀이를 주무르고 있는 대공왕 리하르트 3세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조피 공주님이… 후계자이신 거죠?」
「저 아이가 계승 1순위일세.」
「…….」
「이거 일 났군….」
「죄송합니다.」
「아닐세. 그 덕분에 최대한 오래 살아서 왕위를 안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으니까….」
나라의 미래를 근심하는 국왕의 모습.
아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한 나라의 국왕이 아니라 골치 아픈 손녀를 마주한 할아버지의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