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1)
사 드루이드 프롤로그>
“용녀, 집에 가서 말 잘 듣고, 밥도 잘 먹고!”
추르릅. 용녀가 긴 혀로 내 팔뚝을 핥았다.
“자식. 집에 간다니, 좋긴 좋구나.”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용녀…… 선생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아닙니다.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무도 받아 주지 않는 우리 용녀를 이렇게 끝까지 치료해 준 곳은 여기 동물병원뿐이었어요.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케인코르소 종인 용녀는 덩치가 크다.
50킬로에 육박한 시커먼 개가 주차장 근처에서 어슬렁거리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흔히 볼 수 없는 견종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용녀가 뿜어 대는 위압감에 가까이에 오는 사람은 없었다.
‘하긴, 마피아들이 경비견으로 데리고 다닌다 해서 일명 ‘마피아 개’로 알려진 종이니…….’
사람들이 저러는 게 이해는 갔다.
알고 보면 착한 녀석인데 말이지.
용녀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용녀야, 아직 다 나은 거 아니니까, 뛰지 말고 걸어 다녀.”
-컹컹.
녀석의 짖는 소리에 주차장이 울렸다.
“저렇게 짖는 거 보니, 힘이 생겼나 봐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보호자가 용녀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아직은 많이 아플 겁니다. 집에 가셔서 침대나 소파 위로 뛰어 올라가고 내리지 못하게 해 주십시오.”
“네, 주의할게요. 선생님, 그럼 가 보겠습니다.”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데,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이 그 수의사 맞지? 사나운 개 처리반이라는.”
“맞아. 조금 전에도 엄청 무서워 보이는 개를 아무렇지 않게 쓰다듬고 있었잖아.”
“그 개, 마피아 개 맞지?”
“응, 그런데 저 수의사는 무섭지도 않나 봐? 난 보기만 해도 소름이 쫙 돋는데.”
“야, 생긴 것 좀 봐라. 아무리 사나운 개들이라도 저 인상만 보면 바로 차렷하겠다.”
“하긴.”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사실이었으니까.
인상 더러운 것도 사실이었고, 그런 날 보며 개들이 조용해지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아무렴 어때? 진료만 편하게 할 수 있으면 됐지.
용녀를 배웅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동기이자 공동 원장인 성수호가 검사실에서 걸어 나오면서 직원들에게 말했다.
“그동안 용녀 눈치 본다고 다들 고생들 했다. 한 잔, 어때?”
“네.”
“좋죠.”
“좋지요.”
모처럼 입원한 동물이 없는 날이었다. 이런 날은 회식하기 딱 좋은 날이다.
* * *
이미 얼굴이 불콰해진 양 선생이 맥주잔에 소주를 콸콸 붓기 시작했다.
“아니 뭐야? 오늘은 그냥 치맥으로 편하게 달리려고 했는데. 초반부터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
“김 원장님 피곤하실 텐데, 빨리 달려야죠. 그래야 빨리 끝내고 들어가서 쉬시죠. 흐흐흐.”
“그래, 까짓것!”
오랜만에 한 회식이라 그런지 다들 속도를 내며 마시기 시작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들, 커진 목소리. 다들 들뜬 목소리로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파…….]“너 아파? 어디?”
“아프긴 누가 아파? 너 피곤하긴 한가 보다. 한 잔 마시고 벌써 취하는 걸 보니.”
“그런가?”
분명 아프다는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와! 이 간장 치킨은 언제 먹어도 너무 맛있어요. 원장님도 하나 드세요.”
“어, 그래.”
“지난주에 용녀가 왔을 때만 해도 동병(동물병원)을 때려칠까 고민 많았습니다.”
“그 말은 이 주 전 도사견 대박이가 왔을 때도 한 거 같은데?”
“왜, 왜, 우리 동병에는 평범하고 귀여운 개들이 오지 않는 겁니까? 저는요, 치와와도 보고 싶고, 포메라니언도 치료해 보고 싶단 말입니다.”
양 선생의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개들은 말이야, 다른 동물병원에 가도 치료를 받을 수 있잖아. 그러나 대형견들은 크다는 이유만으로 외면받기 일쑤잖아.”
아무리 직업적 소명을 내세워도 여기저기 물리면서까지 진료하고 싶은 수의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나와 형제처럼 자랐던 개, 캐논도 그랬다. 저먼 셰퍼드 종으로 대형견이다. 캐논을 데리고 예방 주사를 한 대 맞추러 동물병원을 가기라도 하면 꼭 듣는 말이 있었다.
“꼭 잡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내게 마스크를 쥐여 주며 신신당부했다.
“마스크를 단단히 채워 주세요.”
때로는 문전박대를 당할 때도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대형견 치료에 몰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양 선생, 네가 좀 이해해라. 김 원장, 얘는 학교 다닐 때부터 대형견을 좀 많이 챙겼어. 크고 무섭게 생겼다는 이유로 치료도 제대로 못 받는다면서.”
“그건 그렇지만요…… 큰 개들은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 무서워 진료에 집중을 못 하겠어요. 오늘 백구도 너무 무서웠습니다. 걘 왜 그렇게 사납대요?”
“진순이? 그거야 그 녀석 귀가 너무 부어 있어서 그랬을 거야. 외이염에 중이염까지. 얼마나 아팠겠어?”
내 말에 양 선생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귀 치료할 때 눈을 희번득 뜨고 절 노려보는데…… 으으으, 지금 생각해도 너무 무서워요.”
“귀에 염증을 닦아내면 빨리 낫잖아. 웬만하면 해 줘야지.”
[아파, 괴로워…….]뭐지? 진짜 환청인가?
이번에는 그냥 묻지 않고 직원들의 얼굴을 훑었다. 다들 얼굴이 벌겠지만,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양 선생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건 아는데, 콧김을 내뿜으며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면 손이 안 나간다고요. 진순이 걔, 차트를 보니까 전적도 화려하던데요. 이 근처 동물병원은 안 가 본 곳이 없어 보이던데…….”
‘그래서 더더욱 신경 쓰는 거야.’라는 말은 맥주와 함께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쓸데없는 책임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나운 개들은 어딜 가나 홀대받는다. 그걸 생각하면 치료를 안 해 줄 수도 없다.
우리 동물병원이 대형견을 치료한다는 소문이 나자 진료를 받으러 오는 동물 중에 대형견 비중이 상당하다.
‘직원들에게는 좀 미안하긴 해. 수호에게도.’
대형견을 유난히 무서워하는 성수호와 양 선생은 유독 큰 개들이 오면 힘을 못 썼다. 실력 발휘를 하기는커녕 얼어버리기 일쑤였다.
눈치 빠른 개들이 그걸 알고 더욱 두 사람을 무시하고.
하지만 저렇게 말은 해도 이직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나는 빙그레 웃으며 양 선생에게 말했다.
“지난번에 말한 거 말이야. 대형견 전용 입구와 전용 대기실, 한번 생각해 볼게. 그것만 해결되면 소형 동물들이 안심하고 올 수 있다며?”
[아파, 괴로워, 살려줘, 살고 싶어…….]또 다시 들려오는 환청.
이거 요즘 응급 케이스가 많아서 스트레스가 알게 모르게 많이 쌓였나?
“자자, 이제 동물병원 이야기는 그만하자. 꼭 야근하는 거 같으니까.”
성수호의 제안으로 더는 동물병원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 후로는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마음껏 먹고 마셨다. 술자리는 열두 시가 다 되어서 파했다.
“다들 조심해서들 가.”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며 손을 흔드는데.
[아파서 죽어 가는 ……물들이 당신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도움을 주시겠습니까?]목소리가 들렸다. 환청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반복해서 들리는 소리에 짜증이 났다. 술김이기도 했고.
“아 진짜. 그렇게 아프면 오라고. 오면 내가 다 고쳐준다니까!”
[%^$ 고^#%$^&*&*%당**^%다.]“뭐라는 거야?”
뭐 환청 따위를 알아들어 봐야 뭐 하겠어?
피식 웃으며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도로에 발을 내딛는데, 갑자기 고양이 한 마리가 도로 위로 뛰어들었다.
“아니 저 녀석이.”
신호를 무시한 채, 달려오는 차가 시야에 들어왔다. 천정이 열린 샛노란 스포츠카다.
“안 돼!”
무의식중으로 달려가 고양이를 안았다.
“착지…….”
잘했…….
콰아앙!
돌진하던 차가 내 몸을 들이받았다.
그렇게 내 인생은 끝났다.
아니 끝난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