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t Druid RAW novel - Chapter (58)
“주벨로 마법사님, 주문한 물건을 보내 주십시오.”
=드디어 때가 왔군요. 내가 직접 가지고 가겠습니다.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마법사님이 오시면 저야 좋죠. 문제가 있으면 바로 교정해 주실 거 아닙니까? 로이칸을 보내겠습니다. 선도 물량과 함께 타고 오시지요.”
=상당히 급한 모양이군요.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주벨로와 통신을 끝내고 율리시즈 백작에게 연락했다.
=그래, 너를 싫어하는 관료들은 없느냐?
“없긴요. 저 같은 뜨내기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때가 제대로 된 사람을 찾을 때다. 옆에서 무슨 일이 터져도 자기 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직원들이 있기 마련이니, 그런 이들을 네 사람으로 만들거라.
“명심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버지.”
=말해라.
“포션이 필요합니다.”
=보내 주마, 뭐가 필요하냐?
“신제품들이요. 제가 연구소에 말해 놓을 테니, 최대한 빨리 부탁드립니다.”
=알았다. 네 큰형에게 말해 놓으마.
“감사합니다.”
=고맙긴, 네 활약으로 우리 율리시즈 상단이 얼마나 커졌는데. 아,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모건 상단의 피해가 엄청나다더군.
“자기네들이 밀었던 왕정이 무너졌으니까요.”
=뒷돈을 어마어마하게 댔다더군. 어쨌든 그들이 눈에 불을 켜고 너를 주시하고 있을 거다. 그들의 일을 망치게 한 주범이니까. 마커스!
“예, 말씀하십시오.”
=모건 상단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앞길을 막는 자들은 가차 없이 짓밟아 버린다고 하셨죠.”
=조심해라.
“명심하겠습니다.”
전 국왕의 돈줄이었던 모건 상단의 잔당들이 곳곳에 뻗어 있는 상태다. 축산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놈들을 축출해 내지 않으면 앞으로 사사건건 나를 물고 넘어질 것이다.
그렇게 놔둘 수야 없지.
축산국으로 복귀하여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전국에 있는 목장의 전수조사를 명한다.”
직원이 눈을 끔뻑였다.
“전수조사란 무엇을 말씀하시는지요?”
“각 지방에 파견된 관료들에게 농가들의 피해 상황을 조사해 올리라고 하라. 폐사한 소는 몇 마리이며, 병난 소들은 얼마나 되는지 샅샅이 보고하라. 증상도 함께.”
그리고 말을 덧붙였다. 물론 표정을 싸늘하게 굳힌 채.
“절대로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야.”
현재 농가의 피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크리턴슨 왕에게 강력하게 말했었다.
이대로 놔뒀다가는 축산 농가는 물론이고 나라도 망할 거니, 피해 농가에 생계비 명목으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왕은 내 주장에 손을 들어줬고.
그런 이유로 농가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왜 인상을 쓰며 명령을 내렸나?
이유는 간단했다.
전수조사에 관해 설명할 때, 직원들 표정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몇몇 관료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분명 보고서에 손을 댈 거 같았다.
일루전 마법으로 나를 현혹했던 마법사. 그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속임수를 간파하는 능력을 얻었다. 그때는 단지, 일루전 마법을 눈치채는 능력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들의 속마음도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다니.
두고 보면 알겠지.
* * *
마커스의 명령을 받은 관료들이 제각각 일을 하러 흩어졌지만, 그중 몇몇 관료가 모여 투덜거렸다.
“어휴, 이 바쁜 시국에 전수조사라니, 도대체 고문관님은 무슨 생각이신 겁니까?”
“도망칠 구멍을 만들 생각인 거지요. 열심히 노력했으나, 피해가 너무 심해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말할 게 틀림없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을 뽑아 관리 소홀을 핑계로 관리들을 경질할 생각일 겁니다. 자신의 무능함을 피해갈 속셈인 게 틀림없습니다.”
그날 저녁, 업무를 파한 축산국 관료 몇 명이 월트셔 남작을 만나, 마커스가 지시한 내용을 털어놨다.
“죽고 병든 가축들이 몇 마리인지, 세세하게 기록하라니, 분명 업무 태만의 빌미로 삼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초기 방역을 지시했을 때, 반발하고 나선 걸 복수하기 위함이 틀림없습니다.”
지금 상황은 극명하게 갈린 상태.
크리턴슨 왕이 국장 시절 때 지시한 방역을 지금까지 수행한 지역의 피해는 그렇지 않은 지역과 큰 차이가 있었다.
그걸 들먹일 생각인 게 틀림없다.
“흠, 나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고 그런 쓸데없는 명령을 내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렇게 하시지요. 방역을 따른 목장의 결과와 엇비슷하게 보고 하시죠.”
월트셔의 지시를 받던 한 사람이 물었다. 마커스의 심상치 않은 눈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걸리기라도 하면 어떡합니까?”
“그러니까 적당히 작성해야죠.”
월트셔는 테이블에 펼쳐진 지도에 몇 군데를 표시했다.
“어차피 모든 관리를 경질하지는 않을 테니, 여기 이 목장들 위주로 적당히 작성하면 될 겁니다.”
그가 표시한 목장들은 모건 상단의 영향력이 제일 적은 곳들이었다. 월트셔는 이참에 눈엣가시였던 목장들을 쳐 낼 생각이다.
‘그 자리를 우리 상단이 차지한다.’
월트셔는 오히려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전수조사 명령을 내린 후, 따로 조사할 게 있어 레가시를 불렀다. 윈드 정보길드의 입김은 여기서도 셌다. 이틀 만에 상황을 파악해 내게 전달했다.
“대륙의 모든 정보가 제 손안에 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군.”
레가시에게 지시한 것은 바로 모건 상단 소유 목장들 목록. 그리고 그 목장의 현 상황.
직원이 내민 서류는 레가시의 보고서와 달랐다.
역시 짐작대로군.
나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직원에게 확인했다.
“확실한가?”
“예.”
눈빛을 보니, 알 만하군.
내가 책임을 지우기 위해 조사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겠지만, 그건 오산이지.
“피해가 심한 곳부터 복구 작업에 들어간다. 당연히 사양관리까지 포함해서.”
“……예?”
“그리고 이 보고서는 바로 재무부로 넘길 것이다.”
“재무부라니요? 아, 피해복구비를 청구하라는 말씀이시군요.”
대답하는 직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상금이다. 피해 농가에는 일정 금액, 보상금이 나갈 것이다.”
“……보, 보상금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그래. 조만간 복구 작업에 들어갈 테니까, 준비하도록. 아, 그리고.”
“……예, 말씀하십시오.”
얼이 빠진 직원을 보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러니까 장난질을 정도껏 쳤어야지.
이럴 것을 예상해서 일부러 보상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자기들과 관계있는 농가들 피해 상황을 부풀려 보고했을 거니까.
허위 보고서의 배후는 분명 모건 상단일 것이다.
제대로 된 보고를 했다면 모건 상단은 세 배나 더 많은 보상금을 탈 수 있었을 것을. 쯧 자승자박이다.
“내일 아침에 사택으로 짐차 10대를 보내도록! 방역물품을 실을 거다.”
“아, 알겠습니다.”
지금 한창 사택에서 호크와 벨라가 생석회를 만들고 있을 거다.
그리고 예상대로라면 오늘 중으로 율리시즈 영지에서 이글나이트 배송 팀이, 마밸리에서 주벨로를 태운 로이칸이 도착할 것이다.
그러면 준비 완료다.
그리고 계획이 착착 이루어졌다.
먼저, 큰형, 프레드가 세피린을 비롯한 약들을 싣고 도착했다.
“나머지는 마차로 오고 있다.”
“고마워 형.”
“고맙긴, 네 덕에 우리 이글나이트 명성이 얼마나 치솟았는지 아느냐? 그 덕에 이것도 받았다.”
프레드를 비롯해 함께 온 기사들 가슴에 훈장이 번쩍거렸다. 황실을 나타내는 드래곤 문장이 박혀 있는 훈장이.
“기사들 모두 전답도 하사받았다.”
그래서 요즘 검 좀 쓴다는 기사들이 죄다 이글나이트 입단 시험 보러 온다며 프레드가 자랑한 후, 날아갔다.
[아이고, 조금만 더 있다가 가지.]여태 그리핀들 사이로 날아다니던 팅거가 하늘 위로 날아가는 이글나이트들을 보며 아쉬워했다.
-그냥 따라가지 그러냐?
[흥!]팅거가 날 한번 째려본 후, 건물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런 팅거에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공자님, 이거 안으로 갖다 놔야죠?”
“그래. 여기 있다가 먼지 쌓이면 안 되니까.”
“그러면 클린 마법을 걸어 줄까요?”
옆에서 샤렌이 물었다.
“그건 뭡니까?”
“새것처럼 깨끗함을 유지하는 거죠. 이렇게 먼지도 쌓이지 않고, 파리 같은 것도 꼬이지 못하게요.”
그러지 않아도 농가에서 약들을 어떻게 보관을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그런 좋은 마법이 있다니.
“아주 좋군요. 부탁합니다.”
“알겠어요.”
샤렌이 세이건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가렛과 함께 하던 일을 이어서 했다.
바로 산처럼 쌓여 있는 생석회를 자루에 담는 일.
내일, 현장에 가지고 갈 것들이다.
밤이 되어 드디어 로이칸이 도착했다.
“주벨로 마법사님!”
“하하하,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물건부터 보고 싶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주벨로가 상자를 하나 내밀었다. 그 속에는 ‘수액세트’가 들어 있었다.
“아주 잘 만드셨군요.”
“공자께서 설명을 잘해 준 덕분입니다.”
예전 같으면 동물병원에 차고 넘치던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분명 이곳 세상의 포션은 위대한 약물이다.
그러나 효과가 좋은 만큼 가격 또한 엄청나서 죽어 가는 동물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하여 나는 싸고 효과 좋은 수액을 사용할 거다.
그리고 이참에 주사요법까지 선보일 생각이다.
“공자님, 이건 어디다 쓰는 물건인가요?”
세이건이 내 손에 들린 수액세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됐다. 너 좀 앉아라.”
“뭘 하시게요?”
“이걸 팔에 꽂아서 포션을 직접 주입을 할 건데…….”
세이건이 번쩍이는 바늘을 보더니 괴성을 내질렀다.
“으헤헤헥! 고, 공자님!”
세이건이 후다닥 거실 구석으로 도망갔다.
“안 아파. 이거 맞으면 벌떡 일어난다니까.”
“으으, 싫어요.”
자식이. 칼이 목전에 와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 놈이 주삿바늘 보고 떨긴.
그럼 누구에게 시험해 볼까? 나는 거실을 둘러봤다. 주벨로와 샤렌, 그리고 가렛까지 세 사람이 동시에 시선을 외면했다.
할 수 없지. 나는 여섯 마리를 쳐다봤다.
스피카, 호크, 케이홀, 팅거, 벨라, 그리고 샤렌 품에 인겨 있는 일라일라까지.
이 녀석들에게 한번 시도를 해 봐야겠는데, 누가 참을성이 있을까?
성질 더러운 팅거놈은 일단 제외. 벨라도 너무 작으니까…….
-스피카, 너 내 부탁 좀 들어줄래?
[뭔데요?]-끝나면 고기 줄게. 이게 잘 되는지 확인 좀 해 보자.
[흐흐흐, 고기…… 할게요.]-그런데 좀 따끔할지도 몰라.
[괜찮아요. 칼빵 맞는다고 생각하면 돼요.]역시 코호드. 스피카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꾸웨엑? 고기? 호크 한다!]-너도 하게?
[쿠웨! 가시, 안 아프다!]그래, 그래 보인다. 문제는 네가 아니라 이 바늘 같은데? 네 그 두꺼운 거죽을 주삿바늘이 뚫을 수나 있겠냐? 아니 그 전에 쟤 혈관을 내가 찾을 수나 있을까?
슬쩍 걱정되는 상황에. 주벨로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율리시즈 공자. 공자가 말한 초소형 마벨렌을 만들어봤는데 말입니다.”
주벨로가 내 손에 쥐여 준 건 바로 손바닥만 한 투시 마도구.
“공자 말대로 이걸로 보니, 혈관이라는 것이 잘 보이더군요.”
“역시 주벨로 마법사님이십니다.”
“하하하, 다 율리시즈 공자가 잘 이끌어 준 덕분이죠.”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자신이 가진 실력을 진심으로 높이 평가해 주는 사람의 칭찬은 더욱 빛을 발한다.
저렇게 위대한 발명가는 앞으로도 내 옆에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끝없는 칭찬으로 주벨로를 계속 조련해 나갈 것이다.
“세이건 거기 그것 좀 가지고 와라.”
“저, 저 말씀입니까?”
“네게 안 할 거다. 그러니 거기 수액포션이라고 쓰여 있는 거 좀 가지고 와.”
나는 율리시즈 영지에서 보내온 수액과 주벨로가 만들어 온 수액세트로 스피카와 호크에게 주입했다.
“오! 아주 잘 들어가네.”
거기에 더 좋은 것은 여기가 마법이 통하는 곳이라는 거다.
주벨로가 ‘고정’이라고 외치자, 수액줄이 저절로 공중에 고정되어 수액 걸이도 필요가 없었다.
이런 거 필드에서는 진짜 꿀이지.
크리턴슨 왕에게 직속 통신구로 연락했다.
=율리시즈 공자, 내일부터 바쁘겠군요.“
“예, 전하. 청이 있습니다.”
=말하십시오.
“내일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홍보부를 붙여 주십시오.”
=일간지 기자들도 부를까요?
“그러면 더 좋습니다. 축산국에는 제가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곧바로 한덴 남작에게 연락했다.
한덴 남작은 모건 상회 소속으로 콜모트 백작의 끄나풀이다.
=율리시즈 고문님, 이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내일 홍보팀을 좀 붙였으면 해서,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할 생각이다.”
=치. 치료법 말씀입니까?
“그래. 아주 효과가 끝내줄 것이다.”
=준비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일간지 기자들을 솎아 낼 타임이다.
이번 일로 분명 모건 상회 소속 기자들은 나와 크리턴슨 왕을 깎아내릴 거다.
아니면 아예 사건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과연 모건 상회는 무슨 사건을 만들어 내서 나와 크리턴슨 왕을 깎아 내릴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