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75
75화
이곳에 도착한지 벌써 11일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은 이곳에 와서 두 번째 보급 활동에 나왔다.
“1조 진입. 2조 대기.”
분대장 원진이의 지시에 2조 인원들은 소형 버스 주변에서 사주 경계를 실시하고, 나를 비롯한 1조 인원들은 조용히 가게 내부로 진입했다.
우리 분대는 내가 들어가면서 10명이 되었다. 군인 신분의 인원이 4명, 민간인이 6명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다보니 내가 가장 나이 많은 분대원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좀비들을 상대로 주로 이용하던 석궁이 아닌 다른 분대원들과 마찬가지로 소총을 들고 있었다.
물론, 권총이나 정글칼은 허리에 차고 있었다. 석궁을 사용할까 했지만, 다른 분대원들이 모두 소총을 사용하면, 내가 석궁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가게 안은 온통 붉은 피가 흩뿌려져 있는 듯 했다. 이런 경우는 경험상 건물 안에 좀비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조장인 박원운 상병도 나와 비슷하게 느꼈는지, 조심하라는 수신호를 보내왔다.
박 상병이 먼저 가게 내부로 진입했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 인원들도 차례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은 피가 여기저기 뿌려져 있었지만, 당장 좀비가 눈에 띄지는 않았다. 하지만,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 다들 조용히 가게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운이 좋게도, 좀비가 없는 듯 했다.
지난번 나왔을 때는 가게 안에 원형 좀비가 있어서 고생을 했었다. 아무런 피해 없이 놈을 처리 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 가능했다.
비좁은 건물 안에서 원형 좀비를 만난다면, 놈의 빠른 반응속도 때문에 상대하기 아주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운이 좋은것인지 나쁜 것인지, 내 앞에 나타난 원형 좀비에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긴 것이 그대로 놈의 머리를 박살 내버릴 수 있었다. 그 덕에 분대원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어찌 되었든, 이번에는 가게 안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상무.”
나는 좀비가 없음을 알렸고, 다른 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조원들의 보고가 이어지고 나는 건물 출입구로 달려갔다. 나와 조장인 박 상병, 조원인 이효동은 출입문 밖으로 나가 2조에게 안전하다는 수신호를 하고 경계를 했다. 나머지 두 명은 가게 안에서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2조 인원 재빨리 가게 안으로 이동을 해서, 가게 안의 물건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이상 없이 일을 마치고, 모든 분대원 들이 함께 대기하고 있던 버스로 이동했다. 그리고, 분대장 박원운 상병이 출발 준비를 마치고 있던 버스는 모든 인원이 탑승 하자마자 출발했다.
이런 작업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몇 군대의 가게에서 이루어 졌다. 그리고, 이동 중간에 길가에 세워진 차에서 연료를 빼오는 작업도 진행이 되었다. 그 중간에 좀비 몇을 사살하긴 했지만, 큰 탈은 없었다.
“후~ 오늘도 별일 없이 무사히 마쳤네요. 지난번에 동철 형님이 그… 형님이 원형 좀비라고 부르는 그 이상한 놈 처리한 게 액땜이었나 봐요. 하하”
돌아오는 소형 버스 안에서 다들 긴장을 풀고 있는 와중에 분대장이 웃으며 내게 말을 건냈다.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별로 동의 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무사하다는 것은 사실이었고, 정말이지 다행한 일이었다.
“에이~ 분대장. 너무 가져다 붙이는 거잖아. 운이 좋았지.”
나는 달리는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원진이의 말에 웃으며 대꾸를 해주었다. 그렇게, 다들 웃고 떠들면서 달리자, 차는 어느덧 공장에 도착을 했다. 우리는 다들 좀비에게 물리지 않았는지 검사를 받고서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오빠! 수고했어요.”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지선이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와락 달려와 안겼다.
“아이고, 지선씨 수고는 다 같이 했어요. 짝 없는 사람 서러워서 어디 밖에 나가겠어요? 하하.”
나보다 딱 한 살 적은 곽장현 이란 조원이 능청스럽게 농담을 했다.
“알았어요. 알았어. 장현 오빠도 수고 하셨고,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지선씨 한마디에 피로가 싹 가시네요. 하하.”
“맞아요. 맞아. 하하.”
분대원들이 저마다 한마디 씩 농담을 하면서,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별일 없이 끝나긴 했지만, 그 피로감이 다른 것은 아니었다. 한번 나갔다 오면 진이 쫙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내게 찰싹 붙어 있는 지선이를 보자, 피로가 조금은 가시는 듯 했다.
“오늘은 어쩐 일로 이렇게 행차를 하셨데…”
“뭐. 어쩌다 보니까… 왜 싫어?”
???
“싫을 리가 있나. 너무 좋아서 그러지. 하하.”
지선이와 이야기를 하다보니, 숙소에 도착을 했다.
“방에 들어갔다가 가지?”
“아냐. 오늘은 밖에 갔다 와서 많이 피곤할 것 아냐. 오늘은 좀 푹 쉬어.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그리고, 좀 쉬고 나서, 교수님께 한번 가봐. 찾으시더라고.”
지선이는 밝은 표정으로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내 입술에 살짝 뽀뽀를 했다.
쪽.
“살짝 아쉬운데… 영감님이 나 찾으셔서 기다렸던거 아냐? 음…”
“어머! 이제 알아차린거야? 호호. 쉬어. 나갔다 오면 피곤한거 나도 다 아니까. 오늘은 휴식! 알았지?”
“그래. 알았어. 들어갈게.”
이곳에 오고 나서부터, 지선이가 한결 밝아 진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고, 덩달아 나까지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지선이도 보내고,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갔다. 몸이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씻을 수는 없었다.
그것이 여기 와서 가장 안 좋은 점이었다. 공장에는 펌프가 있어서, 발전기를 돌리면 마음대로는 아니더라도 씻을 수는 있었는데, 여기는 물이 너무 귀했다.
이 곳은 지하수 시설이 안되어 있어서, 물을 아껴야만 했다.
난 아쉬운 대로 수건에 물을 적셔서, 대충이라도 몸을 좀 닦았다. 그랬더니, 좀 살 것 같았다.
끼익!
대충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리자 침대가 죽는 소리를 냈다. 혼자 삐걱거리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올려보고 있자니, 온몸이 노곤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는지, 눈을 뜨자 온몸이 찌뿌둥 했다. 바짝 긴장을 했던 탓인지, 아니면 잠이 조금 부족했던 것인지, 자고 일어나자 몸이 더 안 좋은 기분도 들었다.
“자고 일어났는데, 왜 몸이 더 안 좋은 것 같지. 아우… 죽겠네, 죽겠어.”
몽롱하게 있다가, 영감님이 날 찾았다는 지선이의 말이 생각이 났다.
“무슨 일 때문에 찾으셨나…”
조용히 혼잣말을 하면서, 방을 나설 준비를 했다. 자려고 편하게 입었던 옷도 갈아 입었다. 방을 나서자 복도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오늘 수고 하셨어요.”
얼마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영감님 방으로 가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오늘 수고 했다는 인사를 해 왔다. 문득 이런 사단이 벌어지기 이전 보다 더 사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 감사합니다.”
마주친 사람들과 인사를 하자, 곧 영감님 방문 앞이었다.
“영감님. 접니다.”
“그래. 들어오시게.”
방 안으로 드러서서, 영감님이 내어주는 의자에 앉았다. 영감님은 평소보다는 조금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셨다.
“자네가 밖에 나가고 나서, 창혁군이 나를 찾아 왔었네.”
“예. 그런데 무슨 특별한 말이 있었던 건가요?”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아무래도 창혁군은 이곳에 아주 머물 생각인 것 같았네. 민수 때문에 그러겠다고 하니, 이해 못할 것도 아니긴 했네. 아무래도, 꼬맹이 아들을 데리고, 이런 곳을 떠나, 밖을 나다니는 게 엄두가 안 났을 게야. 그렇다고, 민수 녀석만 여기 놔두자고 하지도 못 할 노릇 아닌가. 자네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자네를 불렀다네.”
생각지도 못했던 영감님의 이야기에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죠.”
함께 지내던 형님이 우리와 다른 길을 걸으려 한다는 이야기에 조금은 실망감도 느껴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영감님 말씀처럼 어린 민수를 데리고 언젠가 이곳을 떠나서 어딘가로 또 가기는 힘들었을 것 같긴 했다. 설득을 한다거나 하는 것 때문은 아니더라도, 창혁 형님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일단은 한번 만나보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도 뭐… 얼마 있다가 바로 떠난다던지 할 것은 아니니까 천천히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있을 때 무언가 정보를 얻어야 할 텐데 말이예요.”
영감님과의 자리를 끝내고, 나는 다시 창혁 형님의 방으로 향했다.
똑. 똑.
“형님. 동철입니다.”
“어. 어. 들어와.”
방에 들어 왔는데, 민수가 보이지 않았다.
“형님. 민수는 어디 갔어요?”
“어. 민수 이 놈도 오랜만에 사람들은 많이 만나서 그런지, 어디 놀러를 많이 다니네.”
민수 이야기를 하는 형님의 표정이 더 없이 밝아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낮에 내가 교수님께 말씀 드린 것 때문에 온 거지?”
역시 창혁 형님도 내가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굳이 형님을 설득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편하게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예, 형님. 이곳에 계속 머물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우선 형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형님의 얼굴을 보는데, 미안한 감정이 너무 드러나 있어서 더 민망할 정도였다.
“이 말씀만 드릴게요. 지금 저희도 바로 어딘가로 간다던지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나중에라도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면 그때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쨌든 너무 일찍 결정을 내리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잠시 시간을 가진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나 여기 남으시는 것으로 결정을 하시더라도, 충분히 이해해요. 저라도 민수 같은 아들이 있다면, 형님 같은 결정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민수를 생각한다면, 결정이 번복될 것 같지는 않지만,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