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182)
“푸근해보이는 아저씨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열차속에서 베이론은 내게 오늘 만날 도이체방크 임원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프로이센 철도를 통해 베를린행 열차에 올라탔다.
프로이센 공공사업부에서 관여하는 열차는 아직 완전한 국영은 아니었지만 19세기말동안 프로이센의 재정지원으로 국가의 통제를 받고 있었다.
자본으로 인한 통제.
독일이란 국가도 그렇게까진 막장이 아니겠거니. 라고 생각했다.
“프로이센은 항상 조심해야해. 그런 푸근한 아저씨의 내면이 어떤 불곰이 살고 있을지 몰라.”
“…..그건 엄살 아닙니까?”
“쓰읍. 독일제국 내에서 도이체방크는 절대 만만한 금융집단이 아니다.”
도이체방크와의 협상.
우리는 재정상태가 좀 안좋게 돌아가고 있는 도이체방크에 지분투자를 협상하기 위해 베를린행 열차에 탑승한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도이체방크만 통제에 넣을 수 있다면 독일경제의 전반에 내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게된다.
일단 침바르는 수준이지만.
“하지만 이사님. 조금 걱정인 점이, 도이체방크는 황실의 총애를 받는 은행입니다. 다른 베를린은행권과는 조금 궤가 다릅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들만 봐도…”
“그래서 완전히 푹 찌르진 않고 간만 보는거야.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고. 애초에 막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러 가는게 아니라 우리는 딱 침만 슥슥 바르고 오면 돼.”
“그건 그렇죠.”
오늘은 선전포고를 하러 가는게 아니다.
도이체방크에 제안을 하러 가는거지.
싫으면 거절하면 된다.
다만 베르타의 채권문제는 나뿐만 아니라 도이체방크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인출되는 순간 뱅크런이라니, 은행으로선 최악의 리스크지.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프로이센 경찰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베이론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싹 훑었다.
슬럼가에서 나고자라며 그가 배운 것은 눈치밖에 없었다. 분위기를 감지하는 능력. 위기를 감지하는 센서들이 벌레들의 더듬이처럼 부르르 흔들리고 있었다.
“과민반응 아닌가? 프로이센 경찰은 어디에나 있잖아.”
“…..이사님은 가끔보면 어딘가 평화로운 곳에서 살다오신 사람처럼 행동하십니다. 시민들이 총을 소지하지 않고 밤길도 홀로 돌아다닐 수 있는… 대충 그런 평화로운 곳 말입니다.”
“그런가?”
“예.”
베이론은 항상 생각했었다. 디트로이트 이사님이란 사람은 뭔가 결여되어있다고.
물론 디트로이트 이사님은 달러의 화신이라, 돈을 고래처럼 빨아들이기 위해 뭐든지 벌일 수 있었고, 또라이같은 성격은 제대로 삐뚤어져있다.
하지만 ‘결여’된 부분은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위기감.
디트로이트 이사님은 가끔 너무 무방비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전 검은 수요일의 비밀회동이 끝난 뒤 암살미수사건 때도 그렇고, 일본국에서 한쪽 귀 썰리셨을 때도 그렇고.’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총에는 익숙하다.
디트로이트 이사님이 총기를 다루는 것은 몇번 지나치며 본적이 있었다. 의외로 엄청 능숙했다.
하지만 간혹.
아주 간혹.
옛날 습관이 튀어나오듯.
몸에 벤 평화들이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느낌이었다.
“……프로이센 경찰은 어디에나 있긴 하죠.”
하지만 베이론은 말을 삼켰다.
설령 그런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문제없다.
검은 수요일의 암살시도를 막아냈던 것처럼 자신이 그를 보호하면 된다.
‘그에게 닥칠 위험은 없다.’
암살에 대한 방비는 단단하다.
이 열차칸 전체가 이미 핑커톤 전미 탐정사무소의 경호들로 꽉꽉 들어차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메킨리 대통령이 암살당한 이후, 미국의회의 요청으로 창설된 비밀경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명령으로 이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이 디트로이트 이사님을 호위하고 있었다.
일단 암살당할 위험은 거의 없었다.
“이사님.”
“음? 왜 그러나.”
“….아닙니다.”
SS가 이사님을 경호하는건 이상하지 않다.
비밀경호국은 본래 재무부의 하위부서였고, 디트로이트 이사님은 연방준비제도의 의장이다.
충분히 재무부의 일원이라 해석할 수 있었다.
그러니 미국정부 입장에서도 디트로이트에게 비밀경호국을 붙일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짹짹.
열차 밖 풍경은 평화로웠다.
시골길을 달리는 열차 밖에는 숲들이 빠르게 지나쳐갔다.
베이론은 자연을 잠시 바라보았다.
“이대로 무탈하게 도이체방크와 협상이 마무리되면 좋겠군요.”
쩔그럭.
베이론은 허릿춤에 찬 총과 품속에 넣어둔 단검들을 조심스럽게 손으로 쓸었다.
‘정신차리자.’
여차할 때는 자신이 보호해야한다.
‘기분탓이 아니다.’
베를린역.
증기기관차가 멈춰서고 수많은 승객들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휩쓸리듯 쏟아져나오는 승객들에 베를린역사는 비명을 지른다.
발걸음과 대화의 소음들이 고막을 때린다.
하지만 승객들의 소음만은 아니었다.
뚜벅뚜벅.
살벌한 아우라.
경찰제복의 프로이센 경찰들도 대거 현장배치되어 승차장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확실히 평시보다 프로이센 경찰들이 많이 깔려있다.’
촉이 안 좋다.
베이론은 계속해서 사주를 경계했다. 제복경찰 뿐 아니라 사복경찰들도 유의해야한다.
사복경찰.
프로이센 비밀경찰들은 악명높은 이들이었으니.
그들에게 잘못걸리면 어느 으슥한 방으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할수도 있었다.
혹은 ‘평범하게’ 심문실로 끌려가 ‘평범하게’ ‘취조’를 당할수도 있었다.
“…..쯧.”
꽈악.
자신만 느낀게 아니다.
비밀경호국 요원들과 핑커톤의 경호원들도 긴장감에 표정을 굳혔다. 그들의 시선은 위험을 사전차단하기 위해 빠르게 각자가 전담한 구획을 꼼꼼히 훑었다.
‘다들 불안해하는군.’
이곳에 오래있으면 위험하다.
경호들은 빠르게 베를린 역사 밖으로 향했다.
예약해놓은 호텔에 체크인하기 위해 짐들은 보좌관들이 들고 따라왔다.
“베를린 역사에 프로이센 경찰들이 왜 이리 많은 걸까요.”
“베를린 역사니까 많지. 베를린이면 프로이센의 심장부인데 뭔가 일이라도 터지면 안되잖아?”
“하지만….평소보다 많고 살벌합니다.”
“그건 나도 느끼긴 했는데, 프로이센에서 뭔가 공공안전 관련 사건이라도 터졌나보지. 우리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다. 베를린의 치안따위 저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디트로이트 이사님은 손을 휘휘 저었다.
그의 눈은 이미 초점이 없었다. 계획을 짜느라 머리를 굴릴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우린 호텔에서 도이체방크를 낚을 준비나 하면 된다.”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베이론의 걱정은 알겠는데, 비밀경호국에 핑커톤까지 있는데 걱정하는건 정신력 낭비야. 이 인원을 뚫으려면 베를린 역사의 프로이센 경찰들도 애먹을거다.”
“믿고 있다고.”
디트로이트 이사님이 웃으며 말하자.
비밀경호국과 핑커톤 경호원들의 어깨가 떡 벌어졌다. 클라이언트의 기대감에 부흥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클라이언트가 무한한 신뢰를 보낼때만큼 보람찬 순간도 없었으니까.
게다가 디트로이트 이사님의 말씀도 일리는 있었다.
‘하긴 프로이센 경찰들도 이 인원을 강행돌파해 디트로이트 이사님을 확보하는건 무리수가 있다.’
무엇보다 프로이센 비밀경찰은 베를린역사에서 총격전을 벌일 정도로 미친놈들은 아니다.
그런데…
베이론은 잠시 베를린 역사를 훑어보고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왜 아까부터…우리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지?’
***
호텔의 체크인을 마치고. 다음날.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도이체방크 본사를 찾아갔다. 나는 그동안 준비한 계획들과 킬리안의 조언. 베이론이 조사해온 자료들을 머리속에 꽉꽉 밀어넣었다.
‘사실 도이체방크의 위기는 해결하기 쉽지.’
도이체방크의 위기는 하나다.
국가급 규모의 프로젝트 3곳에 투입된 막대한 대출금.
바그다드반, 독일대형해운사, 크루프(Krupp)에 투입된 막대한 대출금들이 폭탄처럼 매설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3곳에서 대출금을 상환한다면 끝나는 얘기다.
‘아니, 굳이 3곳에서 다 상환할 필요는 없다.’
캐쉬플로우.
현금흐름과 유동성의 공급이 정상화되려면 이 중 하나만 해결돼도 도이체방크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나하나가 크다보니.
하나만 해결되어도 현금흐름이 쓰나미처럼 밀려들테니 말이다.
“도이체방크의 위기는 시간문제야. 지금만 버티면 도이체방크는 언제든 회생할 수 있어.”
“반대로 지금을 버티지 못하면 나락이군요.”
나락이라.
“세 곳 중 하나만 파산해도 나락이지.”
“독일정부의 업보군요. 셋 다 독일정부의 욕심탓에 발생한 대출금들 아닙니까.”
맞다.
독일정부가 욕심내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겠지. 아니, 독일대형해운사는 독일정부가 아닌 크루프의 수작이었지만.
크루프는 국영기업이잖아.
독일정부 탓 맞네.
“바그다드반은 제국주의가 현 세계의 흐름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치자고.”
바그다드반.
사실 유럽열강들이 하는 짓거리랑 똑같다.
영국의 3C정책. 프랑스의 아프리가 횡단철도. 등 제국주의 시대의 흐름이었으니 납득은 된다.
“하지만 독일대형해운사와 크루프는 명백히 독일정부의 욕심이지.”
크루프(Krupp)라는 군산복합체를 집어삼키는 바람에 모든 문제가 터졌다.
이건 독일정부의 욕심 그 자체였다.
“하지만 크루프는 곳 정상화될거고. 독일대형해운사는 이미 저가철강에 호황을 준비하고 있어. 대출 갚는건 진짜 이제 시간문제야.”
배를린은행권이 당장은 흔들려도.
펀다멘탈 자체는 독일정부의 푸쉬도 있으니 훨씬 기반이 단단하다. 국가공적자금이 투입될 여지가 있었으니까.
단지 지금은 크루프의 정상화에 모든 자금들이 투입되고 있었고, 도이체방크에 간섭하려면 지금 뿐이었다.
“우린 오늘 그들에게 그 버틸 ‘시간’을 거래하러 온 것이야. ‘시간’만 있다면 버틸 수 있는 기업이니 원하는걸 제공해야겠지 ”
회의실.
도이체방크의 대형회의실엔 우리들만 앉아있었다. 협상장에 경호원을 넣기도 좀 뭐해서 몇명만 제외하고 밖에 배치시켰다.
경호원들은 혹시 모를 아나키스트들의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도이체방크 입구까지 철통같이 방어했다.
이 시절의 테러는 아나키스트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랜만이군요.”
끼익.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도이체방크 측 협상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푸근한 아저씨 인상의 아저씨가 아니라 대신 날카롭게 벼려진 칼같은 사내가 들어왔다.
프로이센 비밀경찰의 제복.
딱봐도 휘황찬란한 계급장의 경찰도 합석하기 위해 들어왔다.
“…..!”
우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요하고 싶지 않아도 동요할 수 밖에 없었다.
햡상장으로 들어온 것은 도이체방크의 협상단 ‘따위’가 아니었다.
그런 귀여운 것들과는 100만광년 떨어진 존재들.
프로이센 비밀경찰들.
그리고.
막스 재무장관이 문을 열고 등장했다.
“재무부의 막스장관입니다. 만나는건 두번째군요.”
막스 재무장관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협상장의 분위기는 단숨에 얼어붙었다.
“일단 앉으시죠. 하루는 깁니다.”
“….예.”
그런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협상단은 자리에 착석했다.
***
프로이센 비밀경찰.
제국주의 시대 가장 살벌한 국내의 치안조직이자 비밀첩보부.
흔히 말하는 ‘공안’의 존재들이자.
대한민국의 중앙정보부 소위 남산의 ‘중정’이라 불리는 정보조직에 비춰봐도 크게 다를건 없다.
그중 가장 유명한건 아무래도 그거겠지.
‘게슈타포.’
나치독일의 악명높은 비밀경찰기관.
놀라운 점이 있다면.
나치독일 시절, 1930년대.
이 프로이센 비밀경찰에 군대를 추가하고 이름을 바꾸는데 그것이 바로 ‘게슈타포’란 사실이다.
‘한마디로 게슈타포에서 나치독일색만 뺀 놈들이 이놈들이다.’
그 무자비함이 어디가지 않는다.
나치독일의 스킨을 씌우지 않아도 충분히 잔인하고 시민들을 공포에 빠뜨리는 존재들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들의 추격은 또한 끈질겼는데, 사회주의자 베른슈타인이 학을 떼고 스위스를 경유해 영국으로 도주할 정도였다.
“…..프로이센 경찰들이 왜 여기 있습니까.”
“음.”
막스 재무장관은 타다닥. 타다닥.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디트로이트님.”
“예.”
“저희 좋았잖아요. 크루프제철 사업부 매각해드리고, 티센크루프 설립하게 해드리고. 제철을 양보해드렸으면 저희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잖아요.”
“……”
“저희는 디트로이트님과 잘 지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
“선을 넘으려하세요.”
막스 재무장관의 눈에서 빛이 사그라들었다.
프로이센 비밀경찰들은 무미건조한 꼭두각시들 같았다. 압박감보다는 섬뜩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선을 넘으려하다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포츠담과 베를린은 프로이센의 성지입니다. 베를린은행권은 프로이센 재무부의 성역이고요. 프로이센 왕실이자 독일제국의 황실의 성역입니다.”
“…..”
“진짜로….저희가 모르고 있을거라 생각했습니까? 그렇다면 순진하시군요.”
막스 재무장관은 타다닥. 손가락으로 탁상을 두드렸다.
“저흰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신경써서 존중해드릴 때, 디트로이트님도 선을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제가 선을 넘었습니까?”
쿵.
그런 소리가 난 것 같았다.
대형회의실은 당장이라도 살인이 날것처럼 칼날이 날아다녔다.
비밀경호국 경호원들은 섵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프로이센 비밀경찰들은 테러단체와는 달리 독일제국이란 국가의 공인안보기관.
잘못건드리면 바로 외교문제로 비화된다.
탁.
막스 재무장관은 손가락을 멈췄다.
“선을 넘었냐고요?”
“…..예.”
막스 재무장관의 눈은 시커멓게 죽어있었다.
아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
“넘었으면 쐈겠죠.”
“….!!!!”
심장이 콱 조여왔다.
숨막히는 압박감이 화의실 전체로 내려앉았다.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심장은 터질것처럼 펌핑질을 계속했다.
1초가 길고.
1분은 너무 길었다.
“다행히도 아직 안넘으셨습니다.”
“……예.”
“제 옆에 앉아계신 분. 보이시죠? 이분은 프로이센 비밀경찰을 이끌어주고 계신 분입니다. 원래 내무장관은 당신을 쏴죽이려고 했어요. 제가 말렸죠.”
“!”
“말리는데 힘들었습니다.”
나는 체감했다.
죽음을 느꼈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나는 오늘 체감했다.
죽음이란.
이런 것이었다.
나는 손에 땀이 나는 걸 느꼈다.
“디트로이트님.”
“예.”
막스 재무장관은 미소를 지었다.
“베르타양은 저희가 다시 데려가겠습니다.”
프로이센의 비밀경찰들.
프랑크푸르트부타 베를린의 역사까지.
유독 많았던 경관들은 모두 나를 감시하기 위해 배치된 인원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오기전부터 이미 전부 알고 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이 시대의 ‘진짜’ 광기를.
***
“음….”
나는 떨리는 손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위로 들었다. 막스 재무장관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하….이 상황에서 말하긴 좀 뭐하긴 합니다만. 혹시 제 제안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예?”
막스 재무장관은 살짝 또라이를 보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도 안다.
내가 또라이인거.
하지만 이것도 또한 안다.
“나쁜 얘기는 아닐 겁니다. 어쩌면 장기적으로 크루프의 빚을 해결하고 도이체방크가 살아날 수 있는 방도입니다. 혹시나 이런 일이 있을까봐 플랜 B도 준비해왔거든요.”
이대로 ‘예’ 죄송합니다’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 당장 미국행 상선에 강제로 태워져 미국으로 송환되어버릴거란 사실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또박또박 발음했다.
떨리는 목소리는 상대방이 나를 얕보게 만든다. 지금 상황에선 자살행위다.
“이 상황에서요?”
막스 재무장관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죄송합니다만, 혹시 미치셨습니까?”
“아니요. 지극히 제정신입니다. 그리고 아실텐데요. 특히 프로이센 비밀경찰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저는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는걸요. 그쪽도 인물도감같은 리스트 만들어놓을 것 아닙니까.”
“……”
부정하진 않는군.
“진짜로 살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믿어보시죠. 게다가….”
나는 억지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영국 깍쟁이들을 엿먹일 수 있는 계획입니다.”
위기는 곧 위험과 기회.
위험이 있으면. 그 반면에는 기회도 또한 있는 법이다.
“영국…?”
막스 재무장관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이건 좀 구미가 당겼는지, 그는 천천히 의자를 빼고 좌석에 엉덩이를 붙였다. 등은 의자에 편히 기댔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흥미있으십니까?”
“뭐…..”
막스 재무장관은 타다닥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한번 들어나봅시다.”
< 프로이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