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
빠아아아앙-
“으아아악-!”
귓가로 들리는 10톤 트럭의 경적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눈에 들어온 건, 웬 1900년대 럭셔리 호텔처럼 화려한 스위트룸이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고급스러운 잠옷과 부들부들한 호텔침구가 내 손에 잡혔다.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고급 잠옷이었다.
허억- 허억-
“죽…죽은 거 아니었나.‘
염라대왕이 보일 줄 알았는데.
험악한 흉신악살 대신 보이는 고풍스러운 초호화 호텔객실. 그리고 한평생 입어보지 못한 명품잠옷이 내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실내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혹시 꿈인가?
부스스한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쓰읍. 뭐가 뭔지……일단 세수 좀 해야겠다.”
펄럭.
화장실로 가기 위해 이불을 걷어냈다.
하지만 침대에서 일어나 호텔바닥에 발바닥을 맞대는 순간, 나는 오감을 통해 찌릿하게 올라오는 위화감을 감지했다.
섬찟.
‘이 몸, 뭔가 위화감이…….’
천천히 발가락을 쥐었다 폈다.
아까는 패닉상태여서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기존의 내 몸과 이질감이 상당하다.
잠옷을 들춰내자 신체나이 44세여야할 내 피부가 탱탱했고, 온몸에 힘이 끓어오르는 걸 보니 젊어졌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알았다.
불룩 나와있어야할 배는 탄탄한 근육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거. 결코 44세의 몸이 아니다.’
문득 호텔의 비치된 화장대의 거울을 보자, 웬 잘생긴 검은머리 미국인 하나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히보면 묘하게 한국적으로 생긴 미국인이.
‘타인의 몸에 빙의했구나……!’
그나마 혼란은 적었다.
미국 월가에 근무하면서도 틈틈이 한국 웹소설 플랫폼에서 재벌물이나 대역물을 즐겨읽었다. 그런 내 독서경험에 비춰보아, 이것은 소위 말하는 회빙환이었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거울을 노려봤다.
‘이게 대체…..’
혼란스러움에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우당탕 소리와 함께 옆방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방문이 거칠게 열리며, 중년남성과 의사가 뛰쳐 들어왔다.
나는 중년남성을 올려다 봤다.
“누구……?”
시커먼 올백머리에 세련된 검은색 수트.
헤지펀드에서 상류층 부호들을 오랜기간 상대해본 내 경험상 중년남성이 걸친 검은색 정장부터 악세서리 하나까지 전부 명품이었다.
순간 머릿속으로 기존의 내 투자자들, 월가의 인맥들과 빠르게 매치해봤지만, 기억 속에 없는 얼굴이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뿌득-
중년남성에 대해 떠올리려 하자. 갑자기 낯선 기억들이 쏟아지며, 머리로 깨질듯한 격통이 밀려와 손톱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끄아악!!!”
“도련님!!!”
내 개인비서. 집사. 보모. 엘리트.
쏟아져들어오는 또 다른 ‘나’의 기억 속, 중년남성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중년남성의 이름, 성격, 약력, 나와의 관계, 습관, 성향, 사상의 정보까지 전부.
고개를 들어, 중년남성과 시선을 맞췄다.
‘기억났다.’
“허억….허억…..제임스?”
“예, 모건 도련님. 저 제임스입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며칠전부터 고열에 시달리시더니 악몽이라도 꾸셨습니까?”
“악몽, 악몽이라. 지독한 악몽이었지.”
뉴욕 월가가 무너져내리는 악몽.
하지만 악몽보다도 ‘모건’이라는 성과 이곳 5성급호텔 그리고 제임스라는 올백 아저씨가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일단 제임스에 대한 기억을 복기해보자. ‘나’에 대한 기억은 백지마냥 깨끗하지만 제임스에 대해선 꽤 선명하게 떠오르네.’
나는 입술을 열었다.
“……제임스. 내게 붙여진 개인비서. 우수한 성적으로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런던금융가를 전전하다 JP모건은행에 취직해 10년간 IB부문에서 활약해 JP모건회장의 눈에 띔.”
“도련님?”
“제임스, 잠시만 조용히.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복기하고 있으니까.”
“……!”
“JP모건회장의 의뢰에 따라 JP모건은행 내 비밀부서인 비서실로 인사발령. 그 후 수석비서로 승진해 내 개인비서 및 집사를 맡게 되었다…….내 기억이 맞나?”
“정확합니다.”
제임스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파편화된 정보들을 시간순서대로 나열시켰으니까. 제임스 나름대로 개인정보를 숨기려 한 것 같다만 내게 걸린 이상 어림도 없지.’
제임스의 정보는 이걸로 대략 파악했다.
물론 그가 영국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JP모건은행에 취업할 때까지의 정보에 공백이 있었지만, 당장 제임스를 파악하기엔 ‘런던 금융계 엘리트 출신의 개인비서’ 정도면 충분하겠지.
‘문제는 빙의한 ’나‘에 대한 정보인데…….’
이쪽이 진짜 문제다.
또 다른 ‘나’에 대한 정보는 흐리멍텅의 수준을 넘어 완전한 백지였다. 단 한건의 정보도 건질 수 없었다.
이름조차도 모르겠다.
“제임스. 내 이름이 뭐지?”
“도련님?”
“알려주게. JP모건회장이나 제임스, 자네에 대한 기억은 남아있는데 ‘나’의 기억은 완전히 증발해버린 모양이니까.”
“예?!”
내 담담한 말투에 오히려 제임스가 패닉이 왔다.
나는 깊은 한숨을 쉬고 곁에 서있던 의사에게 내 상태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 제 상태는 괜찮은 겁니까?”
“디트로이트 씨, 제가 정신과 전공의가 아니라 확실하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의 고열이었습니다. 기억에 대한 일시적인 상실은 올 수 있겠지요. 하지만 곧 다 기억해 내실 겁니다.”
노년의 의사는 내 이마에 손을 댔다.
“하지만 고열은 완전히 내렸군요. 기억만 되찾으신다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십니다.”
의사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의사에게서 눈을 떼, 제임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들었지? 이제 내 이름 좀 알려주겠나?”
“…….후, 도련님의 이름은 디트로이트 도, 성은 모건. JP모건회장님의 아드님이십니다.”
“디트로이트 도 모건? 내 기억에 JP모건회장의 아들은 잭 모건밖에 없었는데.”
“그런 섭섭한 말씀은 마시지요. 대외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도련님은 명실상부 모건회장님의 아드님이십니다.”
나는 제임스의 말에 차가운 물을 뒤집어 쓴 듯, 정신이 맑아졌다.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아들이라.
사생아라는 의미다.
‘허, JP모건에게 사생아라니. 아니 그럼 나는 JP모건의 사생아에게 빙의한 건가?’
심한 열병에 시달렸다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중병을 앓다가 죽은 모건의 몸에 내가 빙의했다는 흐름인 것 같다.
‘JP모건, JP모건이라.’
월가의 황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의 미국경제를 휘어잡은 세기의 거인.
이 시대 미국경제사는 모건경제사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JP모건은 거물이었다.
그가 콧방귀만 뀌어도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만큼.
‘한때, 미국 자본의 40%를 손아귀에 쥐었던 금융의 괴물.’
엄청난 거인의 아들로 빙의해버렸다.
그러나 푹 한숨을 쉬었다. 그것도 적정자일 때나 의미 있지, 서자나 사생아는 의미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JP모건의 아들이란 타이틀도 사생아인 내겐 적용되지 않는 타이틀이겠지?”
“도련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모건 회장님께서 대외적으로 공개만 못하실 뿐이지, 항상 도련님에겐 애착과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다고 누누히 말씀드렸잖습니까.”
제임스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못박았다.
진짜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내버린 자식은 아닌가 보군.
“하긴 가문에서 버려진 사생아에게 이런 호텔은 과분한가.”
나는 스윽 호텔 내부를 훑었다.
호텔 내부 곳곳에 적혀있는 호텔 브랜드의 이름을 눈에 담았을 땐, 내 눈을 의심했다.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
1897년 월도프 호텔과 아스토리아가 합병해 세워진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1931년 세워질 ‘월도프-아스토리아 뉴욕’의 전신.
맨해튼 미드타운에 세워진 이 거대한 호텔에 머무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임스의 말은 증명되었다.
사생아긴 한데 보통 놈은 아니다.
“오늘이 며칠이지?”
“1897년 11월 10일입니다. 호텔 오픈기념식에 참석 하셨는데, 갑자기 열병이 나 쓰러져 열흘 째 머무르고 계십니다. 함부로 병원으로 옮길수도 없어 의사선생님도 모셔왔고요.”
“그런가.”
“그로튼 스쿨엔 병가처리를 해놓았습니다. 몸이 괜찮아지시면 그로튼 스쿨에 등교한다고 연락하겠습니다.”
“그로튼 스쿨, 알겠네. 몸이 좀 나아지면 돌아가는 걸로 하지.”
익숙한 보딩스쿨 이름에 귀가 솔깃했다.
전생에도 내가 거기 졸업생이었다.
제임스는 기차 편을 끊어놓겠다는 말과 함께 더 물어볼 건 없는지 물어봤다.
궁금한 건 많았다.
“잭 모건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그에 대한 기억은 조금씩 떠오르는 것 같군.”
거짓말이다.
하지만 내가 JP모건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난 이상, 잭 모건과는 직간접적으로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다. 후계다툼의 스케일은 한국의 재벌 못지 않게 미국재벌들도 살벌했으니까. 하물며 미국 자본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JP모건은행의 상속다툼.
목숨이 오가는 중요한 문제다.
내 물음에 제임스는 짐짓 놀랐다.
“죄송하지만 도련님, 입원하고 계신 중에 특별히 기별이 들어온 건 없습니다.”
“잭 모건이 나를 특별히 싫어했다는 기억이 어슴푸레 떠오르는군.”
이건 진실이다.
흐리멍텅한 기억 속, 잭 모건은 항상 인상을 찌푸리고 내가 혐오스럽다는 표정까지 짓고 있었으니까.
경계 섞인 듯한 내 물음에 제임스가 대답했다.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도련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장남이신 잭 모건 도련님께서 황인 혼혈인 디트로이트 도련님과 타개하신 사모님을 싫어하셨기에 서로 앙숙이 된 것이 크니까요.”
“황인 혼혈? 하, 잭 모건. 그치가 나를 싫어 할만 하네.”
그랬구나.
대강 정리가 된다.
잭 모건. 그 백인, 남성, 공화당, 친영파, 감독교 빠돌이가 감히 옐로 몽키 따위를 좋아할 리가 없지.
내가 경계해야할 1순위 인물은 아버지인 J.P. 모건이 아니라 형제인 잭 모건이었다.
20년 뒤 JP모건이 죽는다면, 명실공히 1순위 후계자였으니까.
그리고 내 미들네임에 들어간 익숙한 문자.
디트로이트 ‘도’ 모건.
‘내 어머니 성씨가 도씨였나본데. 도부터 읽으면 도모건이 되는 건가?’
도모건.
생각보다 구수한 이름이 되자 픽 웃었다.
***
“흠.”
푹-
침대에서 나와 푹신한 의자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왠만큼 현실을 받아들이자 심신이 조금 안정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리자, 자그마한 탁상 위로 금속재질의 지구본이 보였다.
깨알같은 활자들과 선들이 난립하는 고풍스러운 지구본. 하지만 그 국경은 내가 기존에 알던 국경과는 조금 달랐다.
‘1897년의 세계인가.’
골 때리는 시기로 떨어졌네.
대영제국과 제정러시아가 전세계를 체스판으로 그레이트 게임을 하고 있을 시점.
재작년인 1895년, 일본제국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해 요동반도를 빼앗았다가 제정러시아 불곰의 으름장에 도로 토해냈다.
이게 그 유명한 삼국간섭.
‘그리고……’
대한제국.
일본제국이 을미사변으로 조선의 국모를 시해해, 조선을 처먹기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을 시점이기도 했다.
미간을 찌푸렸다.
‘19세기말 20세기초. 그야말로 환난의 시기로군. 미래지식이 있으니 조선독립을 도울 수 있겠지만 잭 모건이라는 위험인물이 도사리는 이상, 우선 내 목숨줄부터 붙여놓고 봐야 한다.’
만약 잭 모건이 핑커톤 탐정사무소에 살인을 의뢰해 나를 쥐도 새도 모르게 슥삭해도 아무도 신경 안쓴다.
애초에 앵글로색슨이 옐로몽키 따위에 시선을 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스스로의 목숨은 스스로 지켜야한다.
‘죽지 않으려면 내 체급부터 키워야지. 그것이 명성이 되었든 돈이 되었든 인맥이 되었든 간에.’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앞으로 벌어질 러일전쟁 따위보다 내일당장 나를 죽이러 올지도 모를 핑커톤의 탐정들이 더 무섭다.
‘기왕 모건하우스에서 태어난 거 적당히 투자하면서 꿀이나 빨며 유유자적 살면 좋은데, 현실이 나를 가만히 냅두지 않는군.’
푹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잭 모건과 JP모건은행은 둘째치더라도,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 예정된 순간부터 이미 유유자적 라이프와는 작별이었다.
‘J.P. 모건의 사생아니 달러는 좀 있겠지? 평생 월가에 살아서 그런가 달러부터 생각나네.’
그래도 J.P. 모건의 사생아라면 수박은 아니더라도 줄그은 호박정도는 될 것 같은데, 씨드머니가 될만한 토대는 있지 않을까?
달러가 필요하다.
현대보다 악독한 19세기 월스트리트란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양손에 돈이라도 쥐고 있어야한다.
“제임스. 갑작스럽지만, 내 재산 포트폴리오를 좀 보여줄 수 있나? 요약본이랑 상세목록까지 둘다.”
“지금 말씀이십니까?”
제임스는 갑작스러운 내 요청에 당황했는지 눈을 껌뻑였다.
“당장.”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쾅.
제임스는 방문을 닫고 나갔다.
한 10분정도 지나자, 방문이 열리며 제임스가 들어왔다.
너무 빠른데?
“도련님의 재산목록은 항상 소지하고 있습니다. 월가 금융인의 덕목은 자고로 정보와 속도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지.”
쾅-
제임스는 두터운 서류뭉치를 내 침대 옆 탁자위에 올려두었다.
‘저게 다 재산목록인가?’
재산을 증명하는 서류들이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심상치 않은 분량이었다.
제임스는 펜을 꺼내 흰색 종이에 열심히 계산식을 적어 내려가더니, 딸깍 펜 뚜껑을 닫았다.
나는 제임스의 비장한 얼굴에 긴장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부동산 90만 달러, 채권 90만 달러, 주식 90만 달러, 현금 90만 달러. 만의 자리까지 내림해서 계산했을 때, 도련님 자산총액은 360만 달러입니다.
1200억.
이 시대 360만 달러를 현대 한화가치로 환산하면 대략 1200억이란 거금이 나온다.
나는 턱을 쩍 벌렸다.
회장님, 통이 대륙 스케일이시네.
‘1200억이라면, 그냥 내 자산만으로 헤지펀드를 돌려도 되겠지만…….’
하지만 그건 기각이다.
1200억은 내가 구상하고 있는 헤지펀드를 만들기엔 초기자본이 압도적으로 부족했으니까. 1200억이 뭐가 부족하다고 항의할 수 있겠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내 목적은 내가 빙의한 그 순간부터 이미 정해져 있었다.
‘후계다툼에서 잭 모건을 물리치고, JP모건은행을 차지하는 것.’
사실 내가 직접 JP모건은행에 취업해서 잭 모건을 내부암투로 몰아낼 생각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사내정치는 내 특기분야가 아니다.
오히려 사내정치는 방대한 인맥을 자랑하는 잭 모건의 특기.
‘내 특기분야는 헤지펀드지.’
크게 앞으로의 계획서를 짰다.
물론 계획서는 말 그대로 계획서인지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틀은 짜놓아야 수정도 간편하다.
하나, JP모건은행 밖에서 내 체급을 키운다.
들, JP모건은행과 접촉하며 사내영향력을 키운다.
셋, 인수합병을 통해 점차 일체화시킨다.
넷, JP모건은행을 장악한다.
더불어, 잭 모건에 대한 공격과 방어는 상시로 이루어져야한다.
‘금융가는 달러(Dollar)로 대화하는 냉정한 사회. 내가 보유한 달러가 잭 모건을 찍어누를 정도로 많아지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잭 모건이 패배하는 순간이다.’
나는 다시 요약본을 읽어내렸다.
“다행히 시드머니는 넉넉하다 못해 먹다 체해버릴 정도로 많고.”
1200억이 뉘집 개이름인가?
한순간 돈을 어떻게 모아야 되나 걱정했던 내 자신이 바보가 된 기분이었지만, 회장님의 금융치료 한방에 보톡스 마냥 주름진 미간이 펴졌다.
적어도 시드머니에 대한 걱정은 사라졌다.
팔랑-
그때, 창밖에 바람을 타고 서류 한 장이 날아와 내게로 다가왔다.
손을 뻗어 서류 종잇장을 낚아챘다.
“채권목록?”
“아, 도련님이 가지고 계신 채권목록입니다. 자잘한 건 다 빼고 큼직한 것만 있으니 보기 편하실 겁니다.”
채권목록이라.
괜히 흥미가 돌았다. 헤지펀드 매니저로 재직할 때, 채권놀음 해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주식보다 채권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철도회사에, 대형은행에 많이도 있네.’
항목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쭉 채권목록을 읽어 내려가던 중, 순간 멈칫했다.
‘응?’
채권목록의 마지막 하단에 익숙한 브랜드 이름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21세기 현대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글로벌 기업이자, 전 세계 순위 6위 안팎의 브랜드 파워.
내게는 식수보다 귀한 제2의 물.
“……코카콜라?”
형이 왜 여깄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