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
치이익.
“코카콜라입니다.”
뉴욕 시, 맨해튼.
내 개인저택으로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제임스로부터 탄산거품이 올라오는 유리병을 건네받았다.
“Thanks.”
하지만 나는 자동차에 정신이 팔려 콜라 유리병을 한 손에 들고, 자동차 차체를 꼼꼼히 둘러보았다.
19세기 말 답게, 차체에 지붕도 없고 마차 비스무리하게 생긴 모양새에 2인승이라 크기도 아담했지만, 제법 중후한 클래식 느낌이 들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벤츠잖아?
나 이 모델 알아.
“벤츠 빅토리아.”
세계 최초의 정적 내연기관을 장착한 벤츠 벨로시페드(velocipede)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저가형으로 계량한, 그야말로 벤츠의 살아 숨 쉬는 역사 그 자체.
나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콜라를 음미했다.
‘자동차는 역시 벤츠지.’
내가 빙의한 모건이란 인간, 코카콜라부터 해서 취향이 생각보다 나랑 잘 맞는다.
빙의도 나와 상성이 잘 맞는 상대를 선택이라도 한걸까? 만약 신이란 존재가 나를 이 몸에 안배했다면 나는 신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그런데 이 모델은 미국엔 별로 없었을 텐데?’
나는 운전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임스, 내가 알기론 벤츠는 아직 미국엔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 모델은 어디서 구해온 거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섭섭하군요. 도련님이 벤츠 노래를 부르셔서 제가 직접 독일까지 배타고 가서 실어왔습니다만.”
“아, 미안.”
‘하긴 독일에서 공수해오는 방법밖엔 없겠지. 모건 놈, 사람 거칠게 다루는군.’
머쓱해져 뒷목을 쓸었다.
아직 입대지 않은 코카콜라 유리병을 건네 봤지만 새침하게 거절이다. 내 피 같은 콜라도 양보해 주었거늘, 제임스는 보기보다 섬세한 아저씨로군.
‘아직 벤츠가 신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벤츠를 인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
메르세데스-벤츠를 보면, 제 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하지만 아직 벤츠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전성기는 멀었고, 쌀 때 미리 인수해서 내 품으로 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아직 메르세데스-벤츠의 본격적인 시발점을 알리는 다임러와 벤츠의 합병까진 20년도 더 남았으니까.
‘겸사겸사 독일의 선진화된 자동차 공업시설도 뜯어올 겸, 나쁘지 않겠군.’
도르트문트를 위시한 루르 공업지대는 1870년대부터 이미 유럽 내 최대의 공업지대로 발돋움하고 있었으니.
지금쯤의 독일제국은 이미 중공업의 비중이 36%로 공업 강국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철강들은 독일의 자동차산업을 책임질 슈투트가르트나 뮌헨으로 흘러들어간다.
참고로 현대에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자동차기업은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보쉬, 등 가슴이 웅장해지는 초특급 라인업이다.
BMW나 MAN은 뮌헨이지만.
‘미국도 나쁘진 않지만, 기술력으로 독일이랑 비비기엔 좀…..’
꿀꺽 꿀꺽.
커허.
코카콜라 맛있네.
투자처를 고르는 일 또한 달콤하고.
“제임스, 저택에 돌아가는대로 코카콜라 컴퍼니와 벤츠, 다임러사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보고서로 정리해서 내 책상위에 올려놔줄 수 있겠나?”
“예. 그정도 정보조사, 하루면 거스름돈이 들어옵니다.”
“든든하군.”
자신만만한 제임스의 장담에 나는 픽 웃음을 흘렸다.
“저택까진 얼마나 남았지?”
“곧 도착합니다. 월도프-아스토리아나 도련님의 저택이나 똑같은 뉴욕 미드타운에 자리 잡고 있으니까요. 옆집이나 다름없습니다.”
“아, 미드타운.”
그러고 보니 뉴욕 맨해튼의 미드타운은 부촌으로 유명했지.
그러나 맨해튼의 저택이라고 해도 소시민이던 내겐 먼 이야기였던지라, 체감이 덜했다.
“저기, 저택이 보이는군요.”
“……음?”
제임스가 턱짓으로 저택을 가리켰다.
제임스의 턱짓을 따라 거대한 저택으로 시선을 옮기자, 덤덤하던 내 얼굴은 서서히 경악으로 바뀌었다.
끼이이-
차는 천천히 열리는 정문으로 들어가 한동안 정원을 달렸다.
부르릉.
시동이 꺼지고, 제임스가 차에서 내려 구둣발 소리를 내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멍한 얼굴로 저택을 바라봤다.
“부동산 90만 달러. 그거 설마 저택에 몰빵한 금액이었나?”
“90만 달러는 아니고 60만 달러정도 됩니다.”
“……Shit.”
덜컹.
제임스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저택의 대문이 열리자, 가슴이 웅장해지기 시작했다.
“이게……내 저택?”
“예, 명실공히 도련님을 위한 저택입니다. 들어가시죠.”
제임스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독일풍의 성채. 맙소사.’
마음속으로 JP모건 본사를 향해 108배 절을 올리며, 경건한 마음으로 독일식 성채 같은 저택으로 입궁했다.
***
하……
“결국 죽어서야 맨해튼 센트럴파크의 조망을 보는구나.”
뉴욕의 센트럴파크.
전생에 이 광경을 보려고 치열하게 월스트리트에서 살아남았는데, 결국 맨해튼의 맨자도 못해보고 죽어버렸다.
‘기분이 묘하네.’
달그락.
나는 개인저택의 발코니에 앉아, 뉴욕 센트럴파크를 감상하며 갓 우린 찻잔을 들었다.
이 석조저택은 독일식 본토의 성채를 뜯어와 재조립한 결과물이라, 발코니도 당연히 석재로 건축되었다.
“독일식 성채에서 맞이하는 뉴욕의 센트럴파크라. 운치있어.”
“저…….도련님, 감상하시는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음?”
“이거.”
제임스가 두꺼운 서류뭉치를 들고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창가에서 벗어나 자세를 바로잡았다.
“말씀하신 기업들에 대한 조사보고서입니다. 맨 윗장에 요약본도 작성했으니 나머지는 참고만 하시면 됩니다.”
“고맙네.”
팔락.
요약본 맨 윗장엔 코카콜라 컴퍼니가 있었다.
어제 채권목록에서 가장 눈여겨봤던 10만 달러어치의 단기채권은 붉은색 잉크로 강조되어 있었다.
‘곧 만기네. 코카콜라 놈들, 본격적으로 자금부족에 시달리겠어.’
협상할 때 유리하겠군.
본래 정상적인 상류층이었다면 정크본드(쓰레기 채권)는 손도 안대겠지만, 내가 빙의한 양반이 워낙 콜라광이라 말이지.
내가 그 덕을 보는구나.
‘하루 소비량 19억잔의 초특급 굇수. 아직 신생회사일 때, 아예 인수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상업성?
내 세치 혀가 보증할 수 있다. 지금 당장도 찻잎쪼가리 대신 콜라를 부으라고 위장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니까.
펄럭-
뒷장을 넘기자, 벤츠사(Benz)와 다임러사(DMG)에 대한 요약본이 나왔다.
“벤츠는 아직 주식회사가 아니군?”
“다임러사도 함께 알아봤습니다만, 이사진과 창업자 관계가 거의 진흙탕 개싸움에 가깝습니다. 만약 인수하신다면 벤츠를 추천 드립니다.”
“…..마음 같아선 벤츠랑 다임러를 사서 이사회 물갈이한 뒤, 인수합병 시켜버리고 싶은데.”
“그러려면 유동자금이 좀 더 필요합니다.”
“그렇겠지.”
툭툭.
손가락으로 오크나무 탁자를 두들기며 생각에 잠겼다.
현대인인 내가 아는 메르세데스-벤츠는 1926년 다임러사, 벤츠사가 합병한 회사다. 벤츠만 인수해선 뒤가 찝찝하다.
인수합병할 거면 둘 다 인수해서 합병시켜야지.
‘아니면 1200억 몰빵해서 둘 다 인수해버려?’
현대의 10대 자동차그룹에 버금가는 초기업을 건설할 수 있다.
하청공업회사들까지 엮어서 합병해 자동차산업의 트러스트를 만들면,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발전시킬 수 있는 로드랩이 내 머릿속에 있으니까.
구조조정, 인수합병은 헤지펀드의 특기다.
‘그러고보니 19세기말 미국도 트러스트가 한창 유행인 시기로군.’
“제임스. 올해 인수합병으로 사라진 회사가 몇이나 되더라?”
“제 기억 상으로는 대략 69개 정도 되는군요. 하지만 예정된 인수합병 계획만 해도 200개가 넘어갑니다.”
“…..많이도 없어지는군.”
곧 미국 산업계를 뒤흔들 합병파동이 시작된다.
1899년이 되면 1200개의 회사가 인수합병으로 사라져 정점을 찍게 되고, 1900년부터는 US스틸, AT&T, IMM 등 같은 거대한 트러스트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긴 하다.
‘1904년까지 미국산업계는 1차 합병파동이 계속되며, 그야말로 수많은 독점 트러스트란 거인들이 포효하는 격동의 시기.’
트러스트(trust).
한국어로 기업합동.
19세기말부터 20세기중반까지 판을 치는 미국의 거대 독점기업체들을 말한다.
감이 안잡힐 수 있다.
그럴땐, 미국의 정유업계를 보면 된다.
그 대부분의 회사가 원래 하나였다.
스탠다드 오일.
가장 유명한 트러스트로 한때 석유시장의 90%를 장악했던 록펠러의 석유제국.
결국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반독점법 손에 해체되어버리지만, 해체된 결과 오히려 부자가 된 트러스트계의 전설.
문제는 자금이다.
‘트러스트를 형성하려면 무지막지한 자본금이 필요할 텐데, 1200억으로 감당할 수 없다.’
다임러와 벤츠의 인수합병은 좋다.
하지만, 1200억이면 인수합병까진 가능해도 운영할 잔여금이나 유동자금이 쪼들리게 된다.
‘잭 모건이 있는 이상, 절대 현금이 쪼달려선 안된다. 그건 절대 안 되지.’
달러(Dollar)는 내 목숨줄이다.
잭 모건와 후계다툼을 하는 동안, 현금은 항상 풍족하지 않으면 농담이 아니라 진짜 죽을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다만, 시간만 넉넉하다면 돈이 나올 구석은 앞으로 널리긴 했다.
‘1901년 노던 퍼시픽 주가매집 사건과 US스틸의 상장, 1903년 US스틸의 떡락 사건은 돈 벌기 좋은 기회인데…….’
시간만 넉넉하다면. 말이다.
***
달그락.
나는 마시던 찻잔을 내려놨다.
“아, 그러고 보니 한창 쿠바독립운동이 벌어지고 있을 시점이군.”
“재작년부터 쿠바 쪽이 시끄럽긴 했습니다. 최근 미국정부도 쿠바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어서 요즘 워싱턴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그야 뒤숭숭하겠지. 명분만 생기면 스페인이랑 전쟁이 터질 테니까.”
“스페인이랑 전쟁 말입니까?”
제임스는 눈을 크게 떴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25대 맥킨리 대통령이 아니라고 내빼며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말만 번지르르하지, 결국 제국주의자라는 건 워싱턴의 정계에서 이미 유명한 사실 아닌가. 그의 성향이 보수적이라 당장 전쟁을 못 일으킬 뿐, 안 일으키는게 아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작금의 미국은 불황과 공황의 그림자에서 이제 갓 벗어난 참이었다.
“그래도 설마 전쟁까지 하겠습니까?”
“그야 두고 보면 알겠지. 내기할까?”
“왠지 전쟁이 일어날 것 같아져서 내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재미없군.”
제임스를 올려다봤다.
내겐 저 멀리 쿠바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낌새 따위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이 양복쟁이 중년이 더 신경쓰였다.
‘내 보호자인 동시에 감시자인건 확실하다.’
아마 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어 JP모건의 귓가로 보고될 것이다. JP모건은 집착하면 둘이 서러운 인물이었으니까.
‘하지만 제임스가 나의 감시자라면, 역으로 이건 오히려 기회다.’
그것도 절호의 기회.
제임스가 JP모건과 나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한다면. JP모건의 핫라인이나 마찬가지다. 내 체급이 커지면 커질수록, JP모건의 눈에 띌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러면 잭 모건로부터 그나마 안전해질 수 있겠지. 잘하면 JP모건은행의 지분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살아남는다.’
JP모건은행.
전생, 내 직장이었던 JP모건체이스의 전신.
JP모건은행의 방식은 이미 내게 너무나 익숙했고, 미래지식이 있으니 결코 잭 모건에 뒤쳐질만큼 불리한 포지션도 아니다.
‘진짜 헤지 펀드부터 설립해야하나?’
하지만 어떻게?
물론, 부족한 자금을 불리려면 헤지펀드만한 것도 없지만, 20세기도 아닌 19세기에 사모펀드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헤지(리스크관리)?
이 시기 뉴욕 증권거래소(NYSE)는 투기꾼들과 사기꾼들, 주가조작 세력들이 판치는 자본주의 사탄들의 파티장이었다.
‘이 시기 뉴욕증권가는 무려 주가조작이 합법이다. 이만큼 야수들이 판치는 개판도 없지.’
나는 쫄보라, 철도회사같은 괴물들이 수천만 달러 단위로 뒤흔드는 주식시장엔 참여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당분간 뉴욕 주식시장은 기각.
“체급부터 키워야겠군.”
1200억.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다.
이걸 토대로 삼아 이 험난한 19세기와 20세기에서 생존하기 위해, 나만의 제국을 쌓아올려야한다.지금으로선 장외시장에서 저평가되거나 전도유망한 회사를 주워담는 투자회사가 최상인가.
다행히 매물은 많다.
삐걱-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럼 투자처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볼까.”
후보는 세군데.
메르세데스-벤츠, 미국-스페인 전쟁을 위한 군수산업, 그리고 코카콜라 컴퍼니.
하나만 골라야한다.
우선 다임러와 벤츠는 기각.
두 회사가 합병해 본격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1926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다.
미국-스페인 전쟁은 보류.
전쟁특수를 보려면 군수산업을 끼고 있어야하지만, 군수산업과 중공업계열 산업은 자본금 퍼먹는 하마들이다.
애초에 이미 거인들이 선점하고 있는 피 튀기는 각축장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답은 하나지.’
캐시카우(CashCow).
부스럭.
서류뭉치를 뒤진 끝에, 10만 달러어치의 단기 채권뭉치를 끄집어냈다.
“제임스, 급격히 확장하는 신생회사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뭔지 아나?”
“현금흐름이겠죠.”
“비슷해. 하지만 조금 다르군.”
+
Coca-Cola
10,000 $ bond
+
나는 채권뭉치를 흔들었다.
답은 코카콜라에 있었다.
“그들은 흑자도산을 두려워한다네.”
***
1897년 말, 조지아 주 애틀랜타.
코카콜라(Coca-Cola) 컴퍼니 본사.
“보틀링. 보틀링이라.”
코카콜라 컴퍼니의 창업자, 아서 캔들러는 탁자 위로 편지지 한 장을 집어들었다.
보틀링 사업을 제안하는 제안서.
이미 비덴한에게 미시시피 주의 보틀링 사업권을 넘기기 무섭게 가능성을 알아본 이들로부터 제안서가 쏟아져 들어왔다.
“발신인은 조셉 B. 화이트헤드와 벤자민 F. 토마스, 두 명 다 변호사인가.”
보틀링 사업.
본사로부터 제공받은 코카콜라 원액을 유리병에 병입하는 공장을 주마다 설립해, 각 주에 유통한다는 생각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관도 용이할뿐더러 보존에도 용이하고 무엇보다 유통이 더 손쉬우니까.
하지만 문제는 보틀링사업의 안정성이다.
과연 회사를 유지할 정도로 수익이 날 수 있는가.
“후, 빠른 확장에 자금은 말라가는데, 써야할 지출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니.”
캔들러는 미간을 주물렀다.
하지만 보틀링 사업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코카콜라 컴퍼니 본사에서 컨트롤하는 건 무리가 따랐다.
자칫 잘못하면 흑자도산이니까.
“항상 그놈의 달러. 달러가 문제군.”
똑똑
작은 메모종이를 든 비서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캔들러는 재빨리 서랍장에 편지지를 넣었다.
“무슨 일이지?”
“방금 사무실로 한 남성분께서 투자제안을 하신다고 연락이 들어왔는데, 거절할까요?”
비서가 조심스럽게 묻자, 캔들러는 냉소를 흘리며 손을 내저었다.
“거절해. 보나마나 코카콜라의 성공에 숟가락이나 얹어보려는 머저리-.”
멈칫.
순간 보틀링과 달러가 캔들러의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캔들러는 침음성을 흘리며 미간을 문질렀다.
곧 채권도 만기라 자금수혈이 필요하다.
‘……일단 투자자 이름이나 들어보자.’
“잠깐, 투자자 성함은 어떻게 되시지? 설마 은행이나 사기꾼들은 아닐 테고.”
“저 그게…..”
비서는 입을 우물쭈물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캔들러는 그제야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는 서서히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상체를 당겼다.
“왜, 투자자 이름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
캔들러의 추궁에 비서의 눈이 사정없이 떨렸다.
비서는 떨리는 손길로 작은 메모지를 캔들러의 책상 위에 올려놨다.
“…..J, JP모건은행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모건? 내가 아는 그 JP모건?”
에이 설마.
캔들러는 잘못 들었다는 듯 귀를 후비고 되물었지만, 비서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예.”
“……”
캔들러는 재빨리 탁자위에 놓인 메모지를 주어들어 읽어내렸다.
시선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손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하더니, 눈을 부릅뜬 체 캔들러는 들고 있던 펜을 떨어뜨렸다.
툭.
“……Oh Fuck.”
어디를 어떻게 읽어봐도, 투자제의가 온 곳은 정말로 J.P. 모건은행이었으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