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65)
“이곳에 계셨습니까.”
네덜란드 교외의 한 허름한 성.
슐리펜 참모총장은 독일제국 육군참모 일부만을 이끌고 네덜란드로 넘어와있었다.
카이저를 찾기 위해서였다.
“어, 어떻게 자네가 이곳에…”
“네덜란드 왕실에게서 들었습니다. 카이저 폐하를 모시러 왔다고 하니 네덜란드 빌헬미나 여왕께서 친히 알려주시던군요.”
“그년이 나를 팔아먹은건가!!!”
빌헬름 2세는 발작했다.
독일제국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대전쟁이고 총력전이고 다 잊어버리고 싶었다. 자신이 항복하지 않으면 연합군도 곤란해질테지.
독일제국에 대한 처분도 미뤄질게 분명했으니, 이를 노린 카이저는 황제직위를 죽어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자만 슐리펜은 혀를 찼다.
“이미 늦었습니다.”
“아니, 늦지 않았다!!! 독일제국이 이대로 무너질리가 없어!!! 다 거짓말이다!!! 무정부주의자들의 헛소리에 현혹되지 말라!!!”
“카이저.”
슐리펜의 목소리가 점점 서늘해졌다.
카이저는 귀를 틀어막은 어린아이처럼 현실을 외면하고 발길질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슐리펜은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게 독일제국의 황제였던 사람인가.’
슐리펜 참모총장은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무너져내리는 독일제국 황실의 권위에 자괴감이 들었다. 자신들이 떠받들어모시던 군주가 이런 사람이었나.
수백만명의 독일인은 이런 군주를 위해 목숨을 내던졌던 것인가.
손에 힘이 탁 풀렸다.
“그만 추해지십시요.”
슐리펜은 더이상 황제를 보고있지 않았다.
그의 눈에 비친것은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빽빽거리는 추한 중년인 뿐이었다.
독일황실의 카이저라면 이래선 안된다.
그 어느때라도 품위를 지키고 독일제국을 무너뜨린 책임감을 무겁게 어깨에 지고 국민들에게 사과할 수 있어야한다.
그 과오가 아무리 무겁더라도 말이다.
“당신은 최후의 최후까지 몰리자 결국 독일제국을 배신하고 도망친 배신자에 불과합니다.”
“아니야!!! 나는 배신자가 아니다!!! 독일제국을 지키지 못한 네놈들이 게르만의 배신자들이겠지!!! 무능한 군인놈들!!!”
이걸로 확신했다.
독일제국에 미래는 없다.
슐리펜은 가슴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군인정신으로 똘똘뭉친 슐리펜 참모총장은 속으로 삭힐뿐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아니, 드러내지 못했다.
꽉 틀어쥔 주먹은 떨렸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표정은 평온했다.
조금 일그러져있을 뿐.
“네놈들이 독일을 지키지 못했어!!! 나를 지켜야할 빌어먹을 육군놈들이 무능해서 내가 네덜란드까지 내쫒겨와야한 것이다!!! 네놈들 탓이 아닌가!!!”
카이저는 핏발선 눈으로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멱살을 쥐고 입으로 침튀기며 슐리펜 참모총장을 악착같이 물어뜯었다.
당장이라도 묻어버릴 기세였지만, 육군참모들은 화내지 않았다.
그들은 충격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참모총장님.”
“왜그러나.”
슐리펜은 카이저에게 멱살이 붙들린채, 무덤덤하게 되물었다. 주변에서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보던 육군참모들은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저게….그….”
“독일제국의 카이저다. 우리들의 군주셨지.”
“아…아아….”
무너져내렸다.
육군참모들은 독일제국에 대한 무언가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느꼈다. 무너진것은 애국심인가. 충정심인가. 아니면 솟구치는 배신감인가.
온갖 감정이 뒤섞이고 뒤틀리며 어깨를 덜덜덜 떨었다.
“카이저.”
“네놈이!!! 나를 지켜야할 네놈들이!!! 감히 나와 독일제국을 배신하고 패배를 해!!!”
“카이저.”
“가만두지 않겠다….내 독일제국의 법정에 앉혀 황명으로 사지를 찢어버리겠다!!!”
“카이저, 우리 이제 그만합시다.”
달칵-
슐리펜은 담담하게 홀스터를 열었다.
리볼버가 담겨있는 가죽주머니를 쓰다듬더니, 리볼버를 꺼내들었다. 카이저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채 발악했다.
철컥.
철컥.
철컥.
리볼버에 하나씩 총알을 끼워넣었다.
여섯발을 다 집어넣자 리볼버를 닫고 장전했다.
“이게 제 가슴속에 조금이나마 남은 독일제국을 향한 마지막 애국심입니다. 명예롭게 죽고 오늘 있었던 일은 관속에 묻어둡시다.”
“뭐?”
철컥-
확률 100%짜리 러시안룰렛.
한발만 쏴도 골로갈 리볼버가 슐리펜 참모총장의 손에 들렸다. 차가운 리볼버의 총구가 머리로 겨눠지자, 카이저의 핏발선 눈동자가 세차게 떨리기 시작했다.
“자, 잠깐.”
“오늘일은 가슴속에 묻어두겠습니다. 독일제국에 대한 제 마지막 책임감입니다. 죽음으로 독일시민들에게 사죄합시다.”
“안돼!!!!!”
탕-
리볼버가 불을 뿜었다.
눈앞으로 터진 핏물이 흩날리자, 슐리펜 참모총장은 눈을 부릅떴다.
흩날린건 카이저의 피가 아니었다.
“……크하악!!!”
털썩-
슐리펜 참모총장은 손을 틀어쥐었다.
총탄에 맞아 피가 철철 쏟아지는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슐리펜은 휙휙 고개를 휘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카이저는 전신을 벌벌 떨고 발작하며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슐리펜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대체 누가 총을 발포했나!!!”
퍽-
털썩-
뒷목을 가격당한 슐리펜 참모총장은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 뒤에는 리볼버 손잡이로 슐리펜 참모총장의 뒷목을 쳐버린 육군참모가 서있었다.
다음 서열의 참모차장이었다.
“…..죄송합니다.”
참모차장은 눈물을 흘렸다.
죽일듯이 카이저를 한차례 노려본 참모차장은 그대로 카이저의 다리를 도망치지 못하게 리볼버로 쏴버렸다.
주변에 서있던 육군참모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못차렸다.
탕-
“끄아아아악-!!!”
“총력전 연설로 수백만명의 독일인을 사지에 몰아놓은 주제에 본인은 게르만을 배신해?”
철컥-
참모차장은 리볼버를 장전했다.
다리 한쪽에 총맞은 카이저는 눈물콧물을 쏟으며 바닥에서 추하게 발악했다. 하지만 한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도망칠 수가 없었다.
이번엔 그 반대쪽 다리를 향해 리볼버를 겨눴다.
탕-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당신은 도망칠 자격도 없어. 두다리로 설 자격도 없고.”
철컥-
수갑으로 두 다리를 묶고 찢은 천을 묶어 지혈했다. 카이저는 쇼크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총을 발포한 참모차장은 슐리펜 참모총장 다음으로 서열이 높았고, 나머지는 쥐죽은듯 침묵을 유지했다.
참모차장이 입을 열자, 무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장 슐리펜 참모총장밖에 차기 독일을 이끌어갈 분이 떠오르지 않았다. 게르만의 배신자 카이저는 죗값을 치뤄야했고. 그뿐인 이야기다.”
참모차장은 리볼버를 창밖으로 휙 던졌다.
그는 스스로 천천히 무장해제하고 제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손을 들어 뒤에 깍지까지 끼었다.
더이상 저항할 의지가 없음을 어필했다.
그제서야 나머지 육군참모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나는 이대로 무조건 항복에 응하고 투항할 생각인데, 자네들은 어쩔 생각이지?”
참모차장의 질문.
나머지 육군참모들은 눈치를 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투항하겠습니다.”
***
그시각, 워싱턴 D.C.
프랑스대사관.
“흥미롭군요.”
나는 프랑스대사와 독대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프랑스와의 관계를 위해서 그리고 현 상황에서 어떻게 발맞추어 나갈지. 전후협상을 포함한 대략적인 윤곽을 잡아야했다.
베르사유 조약같은 극단적인 조약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과연 프랑스육군입니다.”
프랑스육군의 상황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비공식적으로 대전쟁이 종결된 직후.
순식간에 이탈리아왕국 북부도시들을 싹 쓸어먹은 프랑스육군은 파죽지세로 이탈리아를 점령해나갔다.
이미 이탈리아왕국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상태였다.
“예, 북부도시들을 점령할때마다 저항은 있었지만, 저희 프랑스집단군이 빗자루로 쓸어버렸습니다.”
말그대로였다.
프랑스육군은 대전쟁을 거치며 강해졌고.
고작 알프스 국경수비대에 막혀 전전긍긍하던 이탈리아왕국군은 본격적인 빗자루질에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하긴 프랑스육군엔 집단군이 2개나 존재하니, 베르됭방면의 집단군만 남하시켜도 이탈리아왕국은 쪽을 못쓰겠군요.”
그것도 3년간 전쟁기계로 개조된 집단군이다. 이탈리아왕국군 따위는 제대로된 저항조차 못해보고 군홧발에 짓밟힐게 뻔했다.
심지어 이 당시 프랑스는 인구도 엄청 많았다.
“이래봬도 저희 프랑스는 인구대국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북부도시들에서 재미 좀 보셨겠습니다.”
북부도시들.
프랑스입장에선 먹음직스럽지.
이탈리아왕국의 부(富)는 대부분 북부도시들에 집중되어있었고, 조선업, 중화학공업, 섬유업, 은행업이 대성한 북부공업단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었다.
다 돈다발처럼 보이는게 정상이었다.
“뭐, 이탈리아왕국을 점령한 저희 프랑스육군이 이탈리아 북부도시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더군요. 본인들의 상상과는 다른 풍경에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마음 이해하지.
내가 현대에서 초년생일때 이탈리아에 투자하러 갔을때 느꼈을 심정을 그대로 느꼈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북부도시들은 아예 다른 국가라고 생각해도 무방할정도로 달랐으니까.’
관광업과 섬유업이 발달한 것까진 알았지.
자동차산업까지도 잘 알고있었다.
하지만 내가 처음 투자하러갔을땐 조선업, 중화학공업, 제약, 정유업이 이정도로 발달해있을 줄 몰랐다.
물론 지금 내가 살아가는 20세기는 미국이 정유업을 독점했지만 말이다.
ENI.
현대에선 정유업계의 칠공주 중 하나가 이탈리아의 소속이었다. 뭐, 지금은 현대랑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겠지만, 그럼에도 이탈리아왕국은 유럽대륙에서 만만찮은 존재력을 과시한다.
역사와 전통의 은행업도 존재했을테고 말이다.
“촌구석에서 방적기로 실이나 짜내는 가내수공업을 생각하던 프랑스인들은 이탈리아왕국에 유럽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도시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못한 모양입니다.”
“그말씀대로입니다.”
그런 북부도시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탈리아왕국은 프랑스, 영국, 러시아, 독일같은 1티어 유럽국가들과 비교하면 작은 나라였지만, 2티어 국가들중에선 제일 거대하다.
“그런데 프랑스육군이 이탈리아왕국을 다 점령하는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군요?”
“예, 이탈리아왕국 북부도시들에 대한 보고를 받았을땐 제가 다 놀랐습니다. 그정도로 공업이 발달한 국가의 육군이 프랑스육군에게 쪽을 못썼으니까요.”
이탈리아왕국.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이탈리아왕국은 관광과 섬유산업으로만 먹고사는 국가는 아니었다.
19세기후반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을 딛고 일어선 이탈리아왕국은 북부도시들을 중심으로 조선업, 중화학공업, 등 공업이 급속도로 발달한 국가였다.
‘은행업은 원래부터 이탈리아의 장기였고.’
현대에 이탈리아는 2021년 기준 전세계 GDP 8위로 강대국 반열에 올라선 국가다. 물론 성장률이 멈추고, 유럽위기로 넘어가기 일보직전처럼 휘청거리지만, 그럼에도 단단하다.
그 기틀은 19세기후반에서 20세기초를 거치면서 단단하게 토대를 굳힌 결과물이었다.
근데 이탈리아군대는 왜그럴까.
프랑스대사가 제기한 의문점은 나도 궁금하긴 했다. 프랑스국경수비대에게 막히다가 싹 쓸려버렸으니까.
“뭐, 잘된 일이죠.”
밀라노, 트리노, 제노바, 등.
이탈리아왕국이 부유하다면 그만큼 뜯어먹을게 믾다는 의미였으니까.
다만, 말했듯이 북부도시들 한정이었다.
이탈리아왕국의 남부도시들은 북부와는 비교도안될정도로 낙후되어있었다.
“뭐, 남부도시들은 차치하고도 북부도시들만 해도 프랑스가 뜯어갈 자산들이 꽤 많습니다.”
아직 비공식적이지만 전쟁은 끝났다.
그렇다면 이제 승전국은 압도적인 갑의 입장에서 주먹을 들고 패전국들을 두드려패며 정산할 시간이었다.
‘이탈리아왕국과 오헝제국은 연합군의 요구에 맞춰 무조건 항복했다. 프랑스입장에선 이탈리아왕국만해도 뜯어먹을게 많겠지.’
이탈리아왕국.
꽤 큰 콩고물이다.
감히 우리가 침바른 독일제국에 군침을 흘릴 욕심쟁이가 없기를 바래야지. 프랑스입장에서도 미국에게 언성 좀 높였다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싶진 않을 것 아닌가.
‘우리가 독일제국을 다 쳐먹을 것도 아니고.’
프랑스, 영국, 러시아제국.
이번 세계대전에 참전한 연합국 국민들이 증오심으로 불타오르는걸 내가 뻔히 아는데, 적당한 때가 되면 공공의 적 독일제국을 찢어 콩고물을 또 나눠줄 것이었다.
전쟁사상자가 몇명인데.
우리가 꾸역꾸역 다쳐먹으면 배탈난다.
‘조르주 클레망소같은 망아지가 날뛰면 나도 피곤해진다.’
내가 이탈리아왕국을 이정도까지 금칠해준 의미를 모를 작자들은 아니었고, 적당히 챙기고 끝내길 바래야겠지.
어차피 지분을 가지고 싸울 의미도 없다.
결국엔 돌고돌아 채권국인 우리 미국에게 다 넘어올 자산이었으니,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마지막엔 우리거다.
‘이제 슬슬 죄어볼까.’
“그래서 프랑스정부는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흡….
프랑스 대사는 숨을 들이켰다.
하얗게 질린 얼굴.
그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숨김없이 털어놔보세요.”
채권자의 질문이다.
성실하게 답하지 않으면 곤란해질걸.
나는 마음속으로 펜뚜껑을 열고 평가지를 꺼내들었다. 상환능력 좀 따져봐야 재협상이고 추심이고 해볼수가 있었으니까.
‘돋보기로 먼지 한톨까지 뜯어봐야한다.’
빠져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말고.
이미 너희들의 목줄은 내가 꽉 틀어쥐고 있었다.
“그래야 대강 견적이 나옵니다.”
나는 싹 표정을 지웠다.
이제부턴 안면몰수하고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으로 상대할 시간이었다.
꿀꺽.
침을 삼킨 프랑스대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올게 왔구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