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9)
“기관총 재고가 얼마나 남아있었지?”
“아일랜드에 넘길 물량을 제외해도 꽤 넉넉하게 쌓여있습니다. 하지만 20만 규모의 군대를 무장시킬 물량은 모르겠군요.”
“뭐, 스페인제국과 협상을 해봐야 알겠지.”
로버트와의 전화를 마무리하고, DWM 뉴욕공장과 코네티컷공장,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기관총, 소총, 탄약에 대한 수출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그동안 계속 확충해왔던 DWM 총기공장들이 풀가동되어 기관총과 소총, 탄약들을 말 그대로 공장에서 토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생산된 기관총, 소총, 탄약들은 뉴욕항구의 창구에 차곡차곡 쌓여, 밀반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에 판매할 분의 기관총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베이론의 말이 맞군. 미국에 판매할 분도 미리미리 찍어내게. 기관총은 생산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말일세.”
“예!”
DWM을 담당하던 베이론은 대규모 납품 건수가 생기자,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베이론은 독일계 미국인이었다. 첫인상에서 느껴졌던 융커스러운 면모도 독일계라는 그의 출신에 영향을 받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독일계인 그에게 DWM을 전담시킨 것이다. 일단 독일어가 되니까 총기공장의 장인들과 소통이 되거든.
“이사님, 이 컨베이어벨트라는 놈이 진짜 진국이군요.”
그리고 그 베이론은 열혈한 컨베이어벨트의 신봉자가 되어 있었다. 그는 금융 말고도 공급망관리에도 소질이 있었다.
그동안 내게 불량재고나 노동자 파업 같은 소리가 안 나오는 걸 보면 말 다한 셈.
노동자 파업…..음. 알아서 잘 처리했겠지.
베이론은 그 잘생긴 얼굴에 웃음기를 띄우며 장갑으로 입매를 주물렀다.
그의 입매는 웃고 싶어 안달이 났는지 거의 경련하고 있었다.
‘아니 그냥 웃으라고. 얼굴 무서우니까.’
“분업화 덕분에 생산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인력도 적게 들어 인건비가 적게 들어갑니다. 심지어 공장직원들의 숙련도가 빠르게 늘어 점점 비용이 감축되니, 이건 뭐……”
“하하, 살맛 나는가보군. DWM 독일본사의 장인들은 어떻게 반응하던가?”
“놀라움 반 공포 반입니다. 장인들 없이도 기관총의 복잡한 부품들이 착착 조립되어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니까요.”
컨베이어벨트는 장인들을 죽이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장인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구조이기도 하다.
일반 노동자들이 손 델 수 없는 복잡한 공정은 장인들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었으니까. 공정 하나만 빼고 물건을 만들 수는 없지 않나?
그들의 공포는 적당한 채찍이 되어줄 것이다. 그럼 이젠 당근을 제시할 차례겠지.
“그 장인들을 좀 살살 꼬셔보게. 북미지사에 눌러앉을 생각 없냐고. 페이도 좀 세게 부르고, 가족들도 챙겨준다 하고.”
“안 그래도 몇몇 장인들의 눈이 돌아갔던데, 손 쉬울 것 같습니다.”
“그건 다행이군.”
그렇게 DWM의 공장들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탄약, 소총, 기관총이 대량생산으로 찍혀나와 뉴욕항에 쌓여가는 동안.
로이드 보험 북미지사에 있던 로버트는 대영제국으로 복귀했다.
따르르릉-
– 저희 신디케이트의 바클레이스 임원분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며칠 뒤, 로버트는 바클레이스 은행의 임원들을 이끌고 미국으로 입국했다.
***
“허…..16살이라고 듣기는 했지만 믿기지 않는군요.”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
객실의 응접실에는 바클레이스의 임원들과 로버트, 나와 제임스 두 진영이 서로를 마주보고 앉았다.
로버트는 원래 미국에 익숙한 인물인데다 제임스의 언급도 있어 내가 16살이라는데 별로 놀라지 않았지만, 오늘 처음만난 바클레이스의 임원들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디트로이트 도 ‘모건’입니다.”
“……!!!”
모건이라니.
그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로버트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옆에 앉아있던 로버트도 제법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작위적이었지만.
‘모건가문의 혈족이라는 충격으로 16살이란 디메리트를 지워버린건가? 제법 치는군.’
내가 남몰래 로버트에게 감사인사를 날리자, 로버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들었다. 그렇게 한동안의 신변잡기를 마치자, 바클레이스의 임원들은 본론으로 돌입했다.
“대략적인 설계는 로버트를 통해 들었습니다. 대영제국의 입맛에 맞는 미끼로 지브롤터 해협을 들었을 땐 무릎을 탁 쳤고요. 이익관계와 힘의논리가 딱딱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계획이라고 저희는 판단했습니다.”
“다행이군요.”
“우선, 스페인제국에 대출해줄 역으로 저희 바클레이스를 선정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하하. 아닙니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애석하게도 나는 바클레이스를 선택한 게 아니다. 영국에 부탁할 은행이 바클레이스 은행 밖에 없던거지.
물론 로버트가 추천해준 것도 있지만, 바클레이스 은행을 제외하면 대영제국에 이만한 거래를 소화할 은행이 없었다.
‘그렇다고 로스차일드를 끌어들이기엔 너무 크단 말이지.’
베어링은행은 1890년 아르헨티나에서 공황을 당해 파산하기 직전까지 끌려 들어갔으니 당연히 제외다. 홍콩, 상하이에 있는 HSBC은행도 거리가 너무 멀어서 패스.
‘가뜩이나 대영제국의 정부라는 거대한 파트너가 있는데, 로스차일드까지 끌어들이면 주도권이 완전 내 손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클레이스 은행이다.
“그래서 저희 바클레이스는 저금리 대출을 스페인제국에 수혈해주면 되는 겁니까?”
“아마 여러분 바클레이스 은행이 대영제국의 정부와 가장 밀접하게 움직여야 될 겁니다. 스페인제국의 직접적인 채권자가 될테니까요.”
“그건 다행이군요. 저희는 이번기회에 조국의 정부와 친해질 수만 있다면 최상입니다.”
하긴 대형은행은 대영제국의 정부와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돈을 벌 기회가 많아진다.
대영제국의 내각이 수에즈운하를 인수하기 위해 로스차일드에게 버선발로 달려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엔 세실로즈랑 쿵짝이 맞아 드비어스 다이아몬드 광산 트러스트에 작업을 치고 있다지?
“예, 하지만 스페인제국을 침몰시키려면 단순한 저금리 대출만으론 어림도 없습니다.”
“그럼?”
“특약에 의거한 변동금리 계약을 맺도록 하죠.”
특약.
만약 계약서에 독소조항이 들어간다면 십중팔구 특약에 그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금융가에서의 거래에 있어, 특약은 변호사들이 법무법인 단위로 달려들어 꼼꼼하게 체크해야한다.
안그러면 당한다.
“……변동금리.”
“예, 스페인제국 입장에선 계륵이나 다름 없을 겁니다. 자신들이 이기면 특약이 발동되지 않아 이자가 저금리가 되고, 자신들이 지면 이자가 폭등하게 됩니다. 그런데 기관총이 아른거리면서 전쟁에서 이길 것 같은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면……”
“계륵임에도 변동금리로 계약을 맺겠군요.”
전쟁에서 지면 경제가 조져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심지어 파산의 대명사라고 불릴 정도로 재정건전성이 쓰레기인 스페인제국이라면 더더욱. 아마 베르사유 조약 이후의 독일처럼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그야 금리인상밖에 답이 없다. 시중에 돈이 쓰레기가 되었으니 은행으로 빨아들여 화폐가치를 높여야지.
그리고 금리인상을 하면?
음, 아마 저금리로 계약한 대출이자가 지붕뚫고 우주까지 뻗어나가는 진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특약이라….”
여기서 문제.
스페인 제국의 금융가들이 금융의 인외마굴인 시티오브런던의 금융가들을 이길 수 있을까? 런던의 금융가들이 작정하고 특약을 집어넣으면 알아채지도 못할 확률이 높다.
이래서 따서 갚는다란 생각이 엄청 위험한 발상이라는 거다.
패배하면 파산이니까.
“가히 악ㅁ….아니 기발한 아이디어군요.”
“뭔가 앞에 이상한 말이 붙은 기분이…..”
“기분 탓입니다.”
바클레이스의 임원들은 내 제안에 대해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신들이 준비놓은 서류들을 주섬주섬 꺼내면서 종이에 만년필로 휘리릭 휘갈기기 시작했다.
나는 기다렸다.
이내 그들은 결론을 내렸는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장치 하나를 더 추가하도록 하죠.”
“장치를 하나 더 말입니까?”
누가 혐성놈들 아니랄까봐.
지금 막 지옥문을 열어줄 특약을 계약서에 개재한 참인데, 여기에 지옥불을 붙이겠다고?
눈물도 자비도 없는 악마적인 놈들이 따로 없었다.
“조건은 간단합니다. 어차피 스페인제국이 모라토리엄까지 몰리면 금본위제도 흔들릴 것 아닙니까?”
그리고 바클레이스의 임원들은 헬게이트를 열었다.
“그럼 파운드 스털링으로 계약을 맺읍시다.”
“…..!!!”
나는 이마를 탁 쳤다.
파운드 스털링은 대영제국의 통화이자 현 시점에선 기축통화에 가장 가까운 통화.
여기서 환율 카드를 꺼내겠다고? 역시 대영제국은 혐성들의 나라가 맞았다.
스페인제국의 금본위제가 흔들리고 환율이 미쳐돌아가기 시작하는데, 인플레이션까지 겹친다?
‘이런 독한 자식들.’
스페인제국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
워싱턴 D.C.
주미 영국대사관.
“모로코?”
바클레이스 은행과 로이드보험에서 바쁘게 물밑작업을 하는데 대영제국의 정부가 이를 모를리 없었다.
로이드보험은 보험의 세계중심지, 바클레이스는 영국의 대형은행. 그 임원들이 대거 미국으로 입국하면 대사관에서도 알 수밖에 없었다. 이걸 노린 것도 있었고.
주미 영국대사는 턱을 쓸었다.
“예, 로이드보험과 바클레이스은행, 그리고 최근 월가의 영웅이라 불리는 헤지펀드가 참여한 작전이라고 합니다.”
“설계는 이번에도 헤지펀드의 그놈인가?”
“예, 철도업계를 재설계한 그가 이번에도 설계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괴물 같은 놈이군.”
대사는 눈을 가늘게 떴다.
“만약 그렇다면, 이렇게 자세한 설계도가 우리 손에 들어온 것도 다 그놈들의 의도대로 일지도 모르겠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브롤터 해협이라.’
러시아제국과 그레이트게임을 벌이고 있는 지금, 지브롤터 해협이 가지는 파급력에 대해선 그 자신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최근 러시아제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들었네만.”
“예, 극동에서 대한제국의 군주가 러시아제국의 공사관으로 피신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일본제국이 대한제국의 왕비를 살해한 여파인 것 같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이 좀 안정되고 있다 싶더니만, 극동의 소국이 말썽을 일으키는군. 이대로면 대한제국이란 그 콩알만한 나라가 러시아제국에게 넘어갈 판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한 나라의 왕비를 시해하다니, 일본제국 미개한 원숭이놈들은 아직 야만인의 습성을 아직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그 탓에 러시아 제국이 극동으로 남하할 판이었는데, 뜻밖의 곳에서 구원의 손길이 내려왔다.
“모로코의 탕헤르와 세우타만 얻을 수 있다면, 지브롤터 해협은 대영제국의 영역이 됩니다.”
“중요한건 지중해와 연결된 흑해일세.”
흑해.
발칸반도와 러시아제국을 맞대고 있는 화약고의 중심지. 그중에서도 러시아제국의 흑해함대가 주둔한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 군항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루스키놈들, 크림전쟁에서 졌으면 좀 가만히 있을 것이지. 보불전쟁으로 프랑스가 무너지자마자 해산시켰던 흑해함대를 부활시키고 앉아있군.”
“극동도 문제인데, 흑해함대까지 겹치는 군요.”
“거기에 시베리아 횡단철도까지 부설하고 있지 않나. 하지만 만약 대영제국이 지브롤터 해협을 얻게 된다면 극동을 바라보는 루스키들의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네.”
촥-
대사는 책상위로 지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흑해함대뿐이 아니야, 발칸반도도 문제지. 그리고 이 지브롤터 해협은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고.”
현재 지중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는 단 두 곳이다.
지브롤터 해협과 수에즈운하.
수에즈운하는 대영제국이 꽉 잡고 있다지만, 지브롤터 해협은 상황이 다르다.
모로코의 일부를 프랑스가 가지고 있었으니까.
“만약 이번에 지브롤터 해협을 얻을 수 있다면,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는군요.”
“그래, 발칸반도와 흑해함대를 우리 대영제국이 통제할 수 있게 되겠지. 더불어 프랑스령 서아프리카도.”
카사블랑카.
프랑스령 모로코의 거대항구도시. 프랑스의 횡단정책의 핵심이 되는 도시이자, 종단정책을 추구하는 대영제국의 최대 장애물이었다.
지브롤터 해협을 얻는다면, 이곳도 대영제국의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게 된다.
“프랑스령 서아프리카, 발칸반도, 러시아제국의 흑해함대가 한번에 해결된다라.”
덤으로 오스만제국의 해군도 대영제국의 손아귀에 떨어진다.
당장 떠올린 이익도 이정도나 되는데, 본국의 외무부라면 일개 대사인 자신보다 더 큰 이익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하.”
주미 영국대사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악마가 영혼을 걸고 계약을 맺자고 해도 이건 거부할 수 없지 않을 정도로.
가히 악마스러운 미끼였다.
“만약 이게 대영제국의 정부를 이끌어낼 미끼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미끼로군.”
아주 눈 돌아가겠어.
이걸 놓쳤다간 본국의 제국주의자들과 해군성의 제독들에게 돌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여왕폐하를 뵐 면목도 없어지지 않을까.
‘그럴 순 없지.’
“보좌관.”
“예.”
“이 서신을 본국에 송신하기 전에 우선 헤지펀드로 전화 연결하게.”
“지금요?”
보좌관의 물음에 주미영국대사의 눈이 사자처럼 번뜩였다.
“그래, 지금 당장.”
그들이 던진 지브롤터란 미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