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92)
스탠더드오일.
임원회의실.
“동아시아총괄.”
“….예.”
“나와.”
록펠러 명예회장.
스탠더드오일의 실질적인 최고경영자이자 미국에너지산업의 거인은 날카로운 안광을 흘리며 동아시아총괄을 노려보았다.
무거운 침묵.
부회장인 록펠러 2세마저 슬쩍 눈을 돌렸다.
다른 임원들은 그 소름끼치는 광경에 덜덜 떨며 침을 삼키고 끝이었지만, 막상 록펠러 앞으로 불려나간 동아시아총괄은 죽을 맛이었다.
아니, 선 채 죽었다.
“산서석탄공사, 중국종단철도, 다칭유전, 셋다 날아가버렸군. 어디 그뿐인가. 세브란스재단과 협력하던 투자활동까지 올스톱이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으면 이미 죽었겠지.”
“……”
스륵-
록펠러는 덤덤하게 서류철을 넘겼다.
사시나무처럼 떠는 동아시아총괄은 말라비틀어진 목으로 침을 꿀꺽꿀꺽 밀어넣을 뿐, 시선은 사방을 휘저었다.
이미 죽었다.
이건 핑커톤 전미탐정사무소, 아니 이젠 PMC가 된 준군사기관을 소유한 록펠러에게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록펠러의 눈동자에 떨림은 없었다.
탁.
서류철을 내려놓았다.
“자네가 두발로 똑바로 서서 이자리에 올수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일세. 이건 나도 예측하지 못했던 사태이기 때문이지.”
“…..예.”
“하지만 이번 사태, 아니 전쟁으로 산서석탄공사를 비롯한 사업들이 공중분해되어버렸네. 에너지산업은 중국공산당에게도 아주 귀중한 자원이지. 제일 먼저 점거당해버렸어.”
“……”
“스탠더드오일의 피해액을 추정할수조차 없네. 우리가 중국석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이제 호주 디트로이트철강의 대중수출액에서 창출될 배당금 뿐일세.”
산서석탄공사.
다칭유전.
중국종단철도.
이외에 다른 사업체들.
정말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잿가루로 흩어져버렸다. 스탠더드오일은 동아시아 사업기반 절반 정도를 앉은자리에서 날려버렸다.
“대중수출로 먹고살던 일본, 호주, 필리핀경제 등은 흔들리고, 세브란스재단의 본단인 대한제국은 적화되었군. 그 과정에서 우리 동아시아총괄은 무엇을 했는가?”
록펠러는 시선을 들었다.
색이없는 탁한 눈동자. 빛이 서리지 않은 시선은 동아시아총괄의 심장을 후벼팠다.
그는 가슴깨가 두근거리며 숨이 가빠와 버티기도 힘들었다.
“…..죄송합니다.”
“대규모 석탄노조가 생겼을때도,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을때도, 자네는 무지성으로 핑커톤이라는 총을 사방에 난사했겠지. 자네는 참 어리석어. 무턱대고 총만 쏜다고 그들이 죽어주던가?”
“아닙니다.”
“그렇겠지. 자네는 모건이 아니니까.”
모건?
갑작스럽게 록펠러의 입으로 언급된 이름에 임원들의 귀가 열렸다. 모건이라는 이름은 익숙했다.
디트로이트 도 모건.
미국재무장관 역사상 최장임기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의 대부 아니던가. 연준도, 재무부도, 백악관도, 산업계도, 금융계도, 전세계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한다.
그런 거물이 록펠러의 입에 거론되었다.
임원회의 내내 시선을 회피하던 록펠러 2세도 어느새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아시아총괄.”
“예, 예.”
“작년부터 임원회의에서 내가 슬슬 다가올 긴축재정을 대비해서 스탠더드오일 본사 사내유보금을 쌓아야한다고 말했었지.”
“예, 중국결제은행과 일본결제은행에 넣어둔 자금들을 인출하고 보유자산들을 유동화해 미국시티은행으로….아.”
설마.
이 사태를 읽고있었나?
‘아니 그건 문제가 아니다.’
모건이 언급되었다는게 문제지.
록펠러회장의 의견이 아니었던건가?
뒤에 모건이 있었나?
그럴수 있었다. 록펠러는 JP모건도 해보지 못한 디트로이트모건의 유일한 후원자였으니까.
“설마.”
“디트로이트 도 모건이 귀뜸해준건 아니네.”
“예?”
아니라고?
뒤통수를 맞은 모두의 시선이 록펠러에게 쏠렸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모건의 흐름을 내가 읽었고, 혹시 몰라 보험을 들어놨을 뿐일세. 내가 확신했으면 사업을 전면철수 시켰겠지.”
“아.”
“최근들어 중국결제은행과 일본결제은행을 포함해 모건계열 은행들의 동아시아사업 대출기준이 확 높아졌었네. 담보물이 없으면 대출도 안받아주더군. 안그런가? 힐.”
제임스 힐.
JP모건의 철도이사 중 으뜸이자, 중국종단철도와 스탠더드오일의 사외이사인 힐은 침음성을 삼켰다. 그도 그럴게 JP모건 또한 이번 파도를 거세게 맞은 세력 중 하나였으니까.
“그쪽 노인네도 아들원망이 꽤나 크겠어.”
“아닙니다. 오히려 이번기회에 공산주의에 대한 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아드님을 칭찬하셨습니다.”
“자네는 그말을 믿나?”
“……”
“그래, 위기감을 피부로 느껴서 골프채로 13층 창문을 깨부순 모양이군.”
록펠러는 비아냥댔다.
하지만 한가지는 공감했는데, 이번기회로 공산주의에 대한 위기감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복수심만큼은 화르륵 불태울 수 있었다.
다 태워죽이고 싶었으니까.
그들이 태워버린 지폐액수만큼 태워버리고 싶었다.
“전원 경청하게.”
록펠러의 낮은 음성.
임원회의실의 전원이 허리를 꽂꽂히 폈다.
부회장인 록펠러 2세는 식은땀마저 흘리고 있었으며, 동아시아총괄은 찌그러져있었다.
하지만 집중했다.
석유왕.
록펠러 명예회장의 한마디 한마디를 주워담기위해 귀를 세웠다.
“로비스트들을 총동원해 상원, 하원의회 입법부는 물론이고 행정부, 사법부, 싱크탱크, 공공기관, 국제기관 등에도 전방위적인 로비를 퍼붓게.”
스탠더드오일의 황제.
록펠러의 명령은 스탠더드오일 전체를 흔들수 있었다. 이자리에 위치한 임원들은 한명한명이 적어도 연방주나 도시하나는 뒤흔들 수 있는 실력자들 뿐이었고. 사외이사중에는 입법, 행정, 사법계 전관들도 대거 참석해있었다.
미국을 흔들어라.
록펠러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중국공산당을 치우는게 절대적인 1순위이되, 우리돈으로 소비해야할 일은 로비뿐이다. 전쟁수행은 국가가 해야할 일이지.”
동아시아 매출은 물론이고, 태운 투자금도 만만찮은 상황에서 중국공산당이 위치한 이상, 리스크는 극적으로 높아진다.
일단 중국공산당을 지워야한다.
아직 북청제국만 잡아삼킨 지금이 적기였다.
그도그럴게, 아시아는 세계최대 인구를 보유한 대륙이었으니까.
“하지만….아버지, 국민들이 지구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에 전쟁을 일으키는걸 납득하겠습니까?”
끼익-
록펠러는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법안의 수정만 이뤄진다면, 납득은 필요없지.”
“……!!!”
“슬슬 의회에서 주일미군 철수를 대안으로 자위대창설을 논의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랬다.
공화당에서도 슬슬 국방비에 지출되는 내역을 문제삼기 시작했고, 일본은 슬금슬금 편법으로 PMC 등을 동원해 유사군부대를 육성하고 있었다.
“국무부와 국방부가 핑커톤 전미탐정사무소 일본계 인력들로 실시하는 장교군사훈련은 물론이고, PMC의 일본인 고용을 눈감아주고 있잖은가.”
“그….렇습니다.”
“중국공산당에 겁먹은 일본정계는 미국허가만 떨어지면 동원령이라도 내릴 기세고.”
말이 필요없다.
하루만에 반절이 적화당한 대한제국의 모습에 일본인들이 얼마나 충격을 먹었던가.
심지어 황제를 위시한 정계거물들이 공산당에게 참수당했다. 머릿속에 천황이란 존재가 아른거리는 그들에게 얼마나 충격이 컸겠는가.
“그들에겐 전쟁이야.”
이미 대신 전쟁해줄 방패가 있었다.
임원들은 록펠러의 계산에 소름이 돋았다.
발상에 소름이 돋은건 아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발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발상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결정하고 집행하는 냉혈한은 마주하는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오는 법이다.
록펠러 2세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우리들의 이정표는 모건이 들고있다. 당분간은 그의 행보에 발맞춰 따라가도록 하지.”
드르륵-
록펠러 명예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원들을 향해 앞으로 스탠더드오일이 취해야할 액션에 대해 설파했다.
“아마도 그가….정답을 알고있을테니까.”
록펠러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설령 중국공산당이 멸망하더라도, 이제 공산주의라는 이념이 가져올 미래는 기업가들에게 어두울 것임을 깨달았다.
이념을 없앨수는 없을테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인력을 갈아내던 과거의 방식은 점점 입지가 좁아질것이다.
‘디트로이트도 느끼고 있겠지.’
하…
록펠러는 새로운 시대를 느꼈다.
숨이 턱하고 막히는게, 딱 테디 루스벨트가 반독점주의자였던 시절을 보는것만 같았다.
‘하지만 백악관은 어떨까.’
FDR.
프랭클린 루스벨트.
록펠러는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백악관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
“유엔안보리에 상정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것 같습니다. 일단 유엔안보리가 열려야 가능할 테니까요.”
백악관.
매일같이, 아니 매분매초 회의실이 열리는 세계의 중심에서 루스벨트는 몇번째일지 모를 국가안전보장회의 인원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이어나갔다. 국방부장관, 국무부장관은 안될땐 차관급들을 앉혀놓아서라도 회의를 이어나갔다.
비장한 표정들이 보인다.
그만큼 대한제국이 적화되었단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당장 급한대로 주일미군이 파견되었습니다. 입법부에서 긴급하게 임시전쟁법을 통과시켰고, 주일미군은 급하게 한국으로 파견되었습니다.”
주일미군.
일본열도를 감시하기위해 GHQ를 설치해 대규모 군대를 주둔시킨 대군이었다. 이정도만 되도 왠만한 군대는 찍소리도 못한다.
하지만 상대는 중국이었다.
대한제국 공산당도 시민들 속에 숨어 게릴라전술을 꺼내들어와 골치아픈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베트남처럼 땅굴이 난무하는 밀림지대가 아니란 사실 뿐이었다.
드르륵-
국방부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일미군 기갑전력은 신식기갑장비들로 무장해 수송준비를 마쳤고, 공군전력은 2세대 항공모함에 탑재해 부산항으로 급파되었습니다. 상황을 관찰하고 추후 항공모함 배치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구축전대는 충분합니까?”
“충분하다못해 넘쳐납니다. 태평양함대는 현존하는 미해군전력중에서 가장 강력한 함대로 5개함대까지 유지중입니다.”
이미 항공모함의 시대는 열렸다지만, 전쟁에서 활약할 일이 없었다. 사실상 세계대전이 종료된 이후이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이었고, 그탓에 아직은 미국밖에 항공모함이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 항공모함이 제대로된 활약을 할 무대는 아니지.’
뭐, 애초에 해군전력보단 육상전력이 급했다.
일단 대량의 수송함대들이 기갑전력을 수송하고 있으니, 육군전력으로 밀어붙일동안 태평양함대는 사태를 파악해야했다.
나는 손을 들었다.
“현재 대한제국에 적화되지 않고 남아있는 곳이 있습니까?”
“존재합니다.”
국무부장관이었다.
옆에는 CIA국장까지 앉아있어서 꽤 믿음직스러운 조합이었다.
“부산항 부근과 낙동강 유역까지는 아직 한국군이 최후의 방어선을 펼치고 막아내고 있습니다. CIA요원들과 미국대사관 잔존인력들, 그리고 깔아놓은 첩보망을 통해 정보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확실히 다르긴하다.’
미국이 공을 들인 대한제국에는 미국첩보망이 살아있었다. 하긴 지금 막 쳐들어온 공산당이 첩보망을 부술만큼 섬세하지 못하다는건 당연한 일이다. 당장 밀어붙이는게 중요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대한제국 정규군이 마냥 약하지도 않았다. 일단 미국물 먹은 군대가 정규군으로 존재했으니까.
“부산항이 안전한건 다행이군요.”
루스벨트는 세계지도를 치우고 한국지도를 꺼내들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그려진 지도에서 부산항을 표시하였다.
하지만 뭔가 다르다.
이 세계의 부산항은 위상부터가 다르다.
그럴수밖에 없지.
세계물동량의 적어도 5% 이상이 부산항을 통해 이뤄지거든.
“유라시아횡단철도가 시작하는 항구입니다. 전세계 물동량의 5%가 이곳 물류망으로 유통됩니다. 부산항에 쌓인 전세계 재고들이 어마무시한 상황이죠.”
“이런….문제가 심각하군요.”
회의실 전원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유라시아대륙으로 뻗어나갈 뿌리의 시작점이자, 전세계 5%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대형항구의 존재가 적화된다면 얼마나 비상사태인가.
공산당 군사들 전부가 우리자원들로 배부르게 배를 채우고 물자들을 십분활용해 전세계 숨통을 쥘 것이 뻔하다.
‘공산당의 앞으로 행보에있어 부산항은 중요하다.’
이 자원들을 공산당이 집어삼킨다?
아시아대륙을 적화시키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다못해 광폭화될 우려가 있었다. 중국과 인도만 적화시켜도 인구가 몇이란 말인가.
러시아제국까지 적화시키면 막말로 전세계인구 절반정도가 빨갛게 적화되는 것이다.
“일단 주호주미군, 주필리핀미군과 인도양함대가 파견된 상태입니다.”
주호주미군을 제외한 두 군대.
주필리핀미군과 인도양함대는 태평양함대나 주일미군보단 못하지만, 다른 미주둔부대들보단 훨씬 거대한 덩치를 자랑한다.
그중 인도양함대.
이곳은 주둔부대들 중에서도 세계대전에서 대활약한 베테랑들이 즐비한 정예부대였다.
특히, 공군사령부에는 세계대전의 전설들이 살아숨쉬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