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61)
모건회장이 나를 호출했다는 소식에 바로 편지봉투의 주소로 기차를 타고 내려갔다.
지킬 섬.
모건회장의 소유로 미국을 쥐락펴락하는 거대가문들이 별장으로 써먹는 일종의 귀족들의 휴양지.
가끔 연방준비제도(FED)처럼 미국역사에 획을 그을 기관들을 조직하는 암중모략의 본산이기도 하다.
록펠러, 모건가를 위시한 거대한 가문들이 저마다의 별장을 가지고 있었다.
쏴아아-
“회장님께선 안에 계십니다.”
코르세어 호.
내가 지킬섬을 내려가자 내 눈앞에 떡 하고 나타난건 한척의 거대한 요트였다. 말이 요트지 생긴건 거의 작은 군함이었지만.
모건회장이 거대한 철도회사들의 고래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연방철도협회를 조직한 것도 이 요트에서였을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요트다.
코르세어 호엔 세 가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성조기.
유니온잭.
해적기.
‘해적기?’
“……저건 뭐죠?”
“예? 아, 졸리로저 말씀이군요.”
웬 해적기가 달려있는 요트가 있어 왜 저게 걸려있냐고 모건회장의 비서에게 물어봤다.
비서는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영제국의 유명한 해적, 헨리 모건이 자신의 선조라고 넌지시 자랑하는 회장님의 소소한 유희이십니다.”
‘……우리가 해적가문이었어? 모건가는 영국의 유서깊은 WASP 가문 아니었냐고.’
비서의 설명을 들어보면 해적이라기엔 도적에 가까웠지만, 나름 대영제국의 기사작위를 받고 자메이카 부총독에 오를만큼 출중한 인물이었던 것 같다.
워낙 해적에 로망이 있는 시대였으니 모건회장의 자부심도 나름 이해가 갔고.
그런데 진짜 그런지는 모른다고 하니.
어질어질하네.
“……회장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덜컹-
나는 비서를 따라 코르세어호에 올라탔다.
코르세어호는 몸집이 거대한만큼 내부도 복잡할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사방이 뻥 뚫린 구조라 찾기 쉬웠다.
내가 내부로 들어가자 흰 모자를 쓴 선상셰프들이 나랑 엇갈리며 밖으로 나왔다.
“실례하겠습니다.”
방 내부를 가득 채운 넓은 식탁.
스테이크, 캐비어, 트러플, 랍스타, 고급스프 등의 호화로운 식단이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져있었고 이제 막 요리를 마쳤는지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일단 모건회장도 영국쪽이라 괴상한 식습관이 있는 것 아닌가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어, 왔느냐.”
모건회장은 난간 쪽 쇼파에 앉아 시가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나는 모건회장의 모습에 표정을 굳혔다.
“예.”
“앉거라.”
모건회장은 의외로 태연한 표정으로 쇼파 옆자리를 툭툭 두들겼다.
사실 내가 잭 트레이시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옆자리에 앉자마자 피우고 있던 시가로 지져져도 할 말은 없었지만, 일단 순순히 쇼파 옆자리에 앉았다.
“전쟁부의 군법재판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수였어. 그곳이라면 확실히 대중의 시선을 받지 않고도 잭 트레이시를 죽일 수 있지.”
“……”
“뭐, 탓하려고 부른 건 아니니 편히 앉아도 된다. 잭이 네게 한 짓들을 생각해보면 네 수는 너무 신사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니까. 오히려 이번엔 네 수에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지.”
“….!!!”
모건회장의 뜻밖의 발언에 나는 홱 고개를 틀었다. 그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시가를 뻑뻑 태우며 뻥 꿇린 창밖으로 펼쳐진 대서양의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슬쩍 곁눈질로 나를 바라보았다.
“기억상실이라지?”
“…..예?”
“작년 11월.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병으로 쓰러진 건 말이다. 의사말로는 네가 그때 기억상실에 걸렸다고 보고를 올리더군.”
“….!!!”
“나도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네가 잭 트레이시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확신했지. 네가 기억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은 많이 기억이 돌아온 모양이지만.”
기억상실.
어떻게 보면 모건회장의 말대로였다. 나는 21세기의 유성신이었고, 내가 빙의한 건 19세기의 디트로이트 모건이었으니 나는 디트로이트 모건이 가진 기억을 아주 희미하게 가지고 있었다.
“잭 트레이시가 저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던 광경만이 희미하게 떠오릅니다.”
“뭐, 이 경우엔 기억상실이 걸려서 다행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군. 네가 그동안 잭 트레이시에게 시달려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말이야.”
잭 트레이시에게 사생아지만 모건가의 차남이었던 나는 눈엣가시였고, 그래서 내가 황인이라는 점을 물어뜯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정도면 나도 이해는 하지만…..’
그 뒤로 모건회장의 입에서 나온 발언들은 아무리 나라도 충격적이었다.
“백인으로 개조시키겠다면서 표백제를 피부에 떡칠하는가 하면, 내 외모탓에 백인인줄 알았던 내 학교친구들에겐 내가 황인이라는 사실을 퍼뜨려 학교폭력을 당하게 만들었고. 독살시도는 물론 암살시도도 밥 먹듯이 했다는 말씀입니까? 덤으로 고인인 제 어머니까지 인종차별적으로 들먹이며 능욕을 해왔고.”
“네 주위에 뉴욕경찰청의 가드들을 붙여놓느라고 얼마나 혼이 났던지. 결국엔 제임스가 고생해줬지. 나는 형제들 간의 금융적으로 피터지는 경쟁은 바랐지만 목숨을 앗아가는 살인만큼은 엄금했다. 하지만 기상천외한 일들을 벌이기 시작하더군.”
“…..여기서 더 기상천외한 일입니까.”
잭 트레이시의 만행은 가히 악랄했으며, 지저분하고 더러웠다. 그는 겉으론 신사적이었고, 훌륭한 인맥을 구축한 인간이었지만.
그 속은 음험했다.
“황인의 핏줄을 절단내겠다고 너를 거세시키려고까지 했었다. 일단 내가 막았지만.”
“……”
“내 기본적으로 철저한 방임주의였지만, 이건 좀 선을 넘었다고 느꼈다. 그 뒤로 내가 모건은행 전체에 엄포를 놓았지. 황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돈이나 벌어오라고. 짤리기 싫으면.”
“하하.”
뿌득-
나는 내 이마에 힘줄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진짜 죽여버릴까. 그 미친새끼.’
고인능욕은 기본에 음담패설, 거세, 명예훼손, 암살시도, 학교폭력에 패드립까지?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지킬섬까지 펜실베니아철도를 타고 작은 여객선으로 오는동안 잭 트레이시에게 내가 좀 너무했나라는 연민마저 품으면서 왔지만.
방금 모건회장의 말에 한줌의 동정심마저 싹 휘발되었다.
“잭이 너를 죽여버리려고 했을 때도 내가 막았다. 이번에도 내가 전쟁부에 로비를 걸어서 항소를 냈고, 결과적으로 잭의 사형을 막았지. 그러니 서운해 말거라.”
“예.”
“눈에 살기도 좀 풀고.”
“…….예.”
“요즘은 잭보다 디트로이트 네가 나를 훨씬 더 닮아가는 것 같아.”
하지만 이내 모건회장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잭을 살리려고 해도 먹은 약이 저모양이래서야 쯧쯧. 처음엔 너를 의심했지만 군병원의 감기환자들이 죄다 그 모양이라더군.”
그렇겠지.
이 시대의 약품엔 마약류가 심심찮게 섞여들어갔던 미친 시대였으니까. 헤로인처럼 극악한 마약류가 연방정부에 의해 금지된 것도 1910년대까지 올라가야한다.
모건회장의 한탄은 끝나지 않았다.
“그 뿐인가? 진해제 효과가 뛰어나 일반약국에서도 팔리고 있다고 하더군.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
“일단 이 약품은 연방법원에 제소할 생각이다. 헤로인을 개발한 독일제국의 바이엘사에게 잭 트레이시에 대한 종신적인 치료비와 책임을 물어놓을 생각이고.”
“그렇군요.”
헤로인.
부작용으로 호흡곤란이 오고, 금단증상으론 온몸의 구멍에서 물이란 물을 다 쏟는 아주 극악한 마약이었으니.
치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된다고 해도 일상으로 복귀하기는 힘들 것이다.
“뭐, 잔소리는 이 정도에서 끝마치도록 하지. 길게 한다고 듣는 것도 아니고.”
“하하.”
그것도 맞는 말이지.
“대신 잭 때와 마찬가지로 살려주는 대가로 네게 딜을 걸 생각이다. 원하는게 있으면 말해봐라. 웬만한건 다 들어주마. 사람 목숨값이니 후하게 쳐줘야지.”
“…!!!”
거래인가.
모건 회장은 나를 16살의 아들이 아닌 한 명의 금융가이자 사업가로 대하고 있었다.
사실, 이 시점에 내가 원하는 것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페더럴철강의 나머지 지분을 제게 주셨으면 합니다.”
“아, 그러고보니 네가 페더럴철강의 지분을 싹 쓸어갔다고 보고가 들어왔었지. 좋아. 네게 페더럴철강의 나머지 지분을 양도하마.”
“!!! 감사합니다.”
나는 내 살의가 살살 녹는 것을 느꼈다.
뭔가 앗사리 한방에 끝마쳤지만, 이로서 페더럴 철강이 내 수중으로 들어왔으니. 페더럴철강은 이제 지분 100% 내 소유의 회사로 전환된다.
뉴포트 뉴스 조선소도 마음놓고 합병할 수 있게 되었다.
“아, 디트로이트 한 가지 용건이 더 있으니 일어나지 말고 앉거라.”
“한가지 더 용건입니까?”
무슨 용건이지?
하지만 뒤이은 모건의 말에 나는 등 뒤로 소름이 쫙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네가 구상한 채권펀드. 아니, 부채 담보부 증권(CDO)라 하던가? 꽤 재미있는 걸 구상해냈더구나.”
“….!!!”
“부실채권이 우량채권으로 둔갑되고, 그렇게 부실회사에 자금을 끌어올 수 있게 된다라. 아주 기발해. 놀라워.”
나는 피가 싸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모건회장이 단순히 트러스트를 만들거나 대출을 유동화시키려고 CDO에 관심을 가졌다면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실상 부실한 회사에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데다 그 부실한 회사들을 한데 모으면 독점트러스트가 되어 우량하게 되니까 말이다.
모건회장의 트러스트는 성공률도 높았고.
‘하지만…..’
하지만 지금 저 만족스러운 얼굴을 짓고 있는 모건회장의 머릿속을 나는 읽을 수 있었다.
IMM.
국제상선회사이자 거대 해운트러스트.
그건 모건회장의 꿈이었고. 그리고 모건회장의 희대의 삽질이었다.
‘…..만약 CDO로 IMM의 부실채권들을 혼합해서 팔기 시작하면 농담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IMM의 운명은 타이타닉의 침몰과 함께 종언을 고했으니 말이다.
파산했다는 소리다.
‘그 거대한 해운트러스트가 파산했는데, 그게 CDO와 연결되어 있다? 농담이 아니다.’
모건 회장 덕분에 깨달았다.
아무리 내가 건전하게 CDO를 사용한다고 해서, 19세기의 월스트리트의 야수들이 내가 시작한 이 CDO라는 개념을 건전하게 쓸 리가 없다는 사실을.
파생상품이라는 폭탄.
떄마침 보험업계의 붐이 온 19세기말이다. CDO와 연계된 보험인 CDS까지 유통될게 뻔했고, CDO와 CDS가 2차 3차로 유동화되서 시장에 레버리지되어 풀리게 되면 2007년의 반복밖에 더 되지 않는다.
즉, 공황의 방아쇠다.
나는 인중에 맺힌 땀방울을 손가락으로 닦아냈다.
“…..아버지. 전언철회하겠습니다.”
“전언철회?”
“잭 모건의 목숨값에 대한 거래 말입니다.”
“어, 그래. 상관없다. 그럼 대가로 무엇을 원하느냐.”
식은땀이 흐른다.
나는 머리가 깨질 듯이 찡 울리고 귓가에 이명마저 느끼며, 모건 회장을 무거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 대가만큼은 목숨을 걸어서라도 얻는다.
나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자본과 산업시장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마냥 배를 가를 생각은 죽어도 없었으니까.
“앞으로 CDO에 신용등급을 메기고 감독할 법률안을 의회에 통과시켜주셨으면 합니다. 간단하게 신용법이라고 부르도록 하죠.”
‘절대 미국에서 그 시대의 광기를 재현할 생각은 없다. 그러려면 법안으로 통과시켜 못 박는 방법밖엔 없지.’
모건회장은 즉각 반박했다.
“디트로이트.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미는 미국에서 퍼지는 CDO를 건전화시키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만. 아니면 네가 발행하는 CDO에 우량등급을 메긴다던지.”
“저는 미국시장의 붕괴를 원하지 않습니다.”
“미국시장이 붕괴할 정도까지 갈까? 고작 증권을 유동화시켰을 뿐 아닌가.”
CDO의 정확한 개념은 이렇다.
시중은행이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면 은행의 금고에서 고객에게로 현금이 빠져나간다. 그렇게 되면 은행이 운용할 현금이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은행은 생각해낸 것이다.
대출을 채권화 시켜서 그 채권을 담보로 은행금고로 현금을 끌어오자고.
그럼 은행은 끌어온 그 현금으로 다시 대출을 해줄 수 있게 되고. 그 대출을 다시 채권화 시켜서 그걸 담보로 돈을 끌어온다.
돈을 끌어오면?
또다시 대출을 해주는 사이클이 완성된다.
그래서 부채 담보부 증권(CDO)이다.
부채를 채권화시켜 그걸 담보로 현금을 끌어오는 시스템이었으니.
그런데 이 채권화시킨 담보가 문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같은 부실채권은 채권의 신용등급이 낮으니 담보로 잡아도 현금을 조금밖에 끌어올 수 없는 것이다.
그때 월가는 기발한 생각을 해낸다.
– 아 그럼 부실채권의 신용등급을 올리면 더 많은 현금을 끌어올 수 있겠네!
그래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신용도를 뻠삥시키기 위해 채권을 담보로 CDO를 발행할 때, 우량채권과 비우량채권을 섞여서 담보를 잡은 것.
신용도는 높아졌고. 더 많은 현금을 끌어올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월가엔 CDO 붐이 일어났다.
그런데 신용평가사에서 비우량채권을 더 섞어도 AAA, AA등급을 메겨주네?
– 자네 왜 이 CDO에 B 등급을 메겼나?
– 예? 그야 부실채권들이라…..
– 지금 고객이 옆건물의 신용평가사로 들어가는거 안보여?! 그냥 AA 찍어주라고!!!
이 당시 신용평가사들도 경쟁사에게 자신들의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마구잡이로 AAA등급을 찍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월가의 광기가 이때부터 폭발하기 시작한다.
비우량들을 대량으로 섞어서 AAA등급을 받아내고 그걸 담보로 CDO를 발행해 현금을 마구잡이로 쓸어모은다.
그리고 그걸 다시 비우량채권으로 만들고 그걸 담보로 CDO를 발행한다.
그렇게 비우량채권들이 서로 연동되기 시작했다.
결국 100억짜리 대출이 마구잡이로 CDO를 찍어내는 순간 100번만 반복해도 1조짜리 부실부채로 뻠삥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100억짜리가 무너지면?
1조가 증발한다.
그럼 대형은행은 어떻게 된다?
펑 파산.
그런데 이때 대형은행은 어떻게 살아났는가 하면 양적완화로 무한하게 찍어내는 달러로 대출을 상환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랏돈으로 메꾼 셈.
이 광기가 19세기에 도래하는 순간.
미국은 영원히 열강의 반열에서 탈락하게 될 것이다. 내 손모가지를 걸고 장담한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아닌 현 시점에선 국가가 파산할테니까.
“…!!!”
내 설명을 들은 모건회장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벙찐 표정을 짓더니, 이내 표정이 무섭게 가라앉았다.
“…..이 CDO라는 것. 나도 순간 네가 말한 것처럼 부실채권의 비율을 늘리는 방식에 귀가 혹했다.”
“……”
“미국의 금융가에서 절제력이 좋은 축에 속하는 내가 이정도인데 월가의 하이에나들은 오죽할까. 네가 원하는 신용법이라는 놈. 구체적으로 말해봐라.”
끄덕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건 회장이라서 다행이다.
“국가공인신용평가기관(NRSRO)의 선정법이 워싱턴 국회에 신용법으로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죠. 그게 제가 원하는 대가입니다.”
국가공인신용평가기관(NRSRO)
소위 21세기의 빅3 신용평가기관이라 불릴 스탠더드앤푸어스, 무디스, 피치 3사의 확고부동한 트러스트를 구축해준 제도.
나는 지금 그것을 원한다.
“물론, 국가공인신용평가기관(NRSRO)의 선정은 이전에 창설했던 연방통화위원회에 위임하는 조건입니다.”
연방통화위원회.
연방준비제도(FED)의 전신.
나는 이 미친 불소 투우의 붉은 천조각을 내 수중에 넣고 흔들 생각이다.
마치 21세기에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것처럼. 아직 이 시대엔 증권거래법이 없었으니, 신용법으로 통과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미국 국회에서만 통과시키면 해외의 시장에서 CDO가 퍼질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
그에 대한 내 답변은 명확하다.
‘미국만 아니면 돼.’
내 알 바 아니라고 말이다.
달그락
모건 회장은 식기도구를 손에 들었다. 앉아서 보니 가뜩이나 큰 책상이 태평양만큼 넓어보였다. 그리고 위에 차려진 고급식단까지.
꿀꺽. 입에 침이 고였다.
“종종 이렇게 식사하지.”
“….네.”
나도 스푼을 들었다.
호화로운 식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