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105
웰컴 투 NBA 105화
#105. 트리플 더블 (2)
[블레이저스, 세븐티식서스를 원정에서 101-81로 대파…… 멈출 줄 모르는 연승 가도.] [Written by Wade Keller]얼음과 불의 노래.
이번 대결을 상징하는 슬로건이었다.
얼음처럼 냉정한 벤 시몬스와 불꽃처럼 열정적인 시온 킴.
색상만큼이나 반대되는 이미지를 지닌 두 신인왕 후보는 각자가 소속된 프랜차이즈의 팀컬러를 대표하기도 하는 선수들이었다.
빙하처럼 견고한 수비의 세븐티식서스. 폭발적인 공격력을 지닌 블레이저스.
당초 전문가들은 블레이저스의 공격력과 식서스의 수비력이 승부를 결정지으리라 예상했지만, 실상은 그 반대로 흘러갔다.
식서스의 기대 이하였던 공격력이 블레이저스의 기대 이상이었던 수비력에 완벽히 압도당하며 경기의 흐름을 내주고 말았던 것.
전반전까지만 해도 견고한 것만 같았던 식서스의 수비는 릴라드와 킴의 연이은 3점 슛 폭격을 견뎌 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오늘의 승부를 갈라놓은 주인공은 시온 킴이었다.
리그의 대표적인 공수겸장(Two way player) 카와이 레너드, 폴 조지의 계보를 이을 신진으로 주목받는 이 선수는 어제도 공수 양면에서 경이로운 활약을 펼쳤다.
공격에서는 3쿼터까지 극도의 부진을 겪은 맥컬럼 대신 릴라드와 합을 맞춰 식서스의 외곽을 폭격했고.
수비에서는 벤 시몬스를 완벽히 봉쇄하며 에이스인 조엘 엠비드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31득점을 기록한 릴라드나 선발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여 준 재럿 앨런의 활약도 칭찬받을 만한 것이었지만, 이날 킴의 활약은 ESPN의 전문가들이 만장일치로 오늘의 선수(player of the game)로 선정할 정도로 단연 눈에 띄는 것이었다.
이날 시온 킴은 24득점 10어시스트 10스틸을 기록하며 NBA 역사상 최연소 트리플 더블 기록을 새롭게 경신했다. (만 20세 11일)
이는 지난 11월 11일 론조 볼이 경신했던 역대 최연소 트리플 더블 기록을 (만 20세 15일) 불과 4일 차이로 새로 경신한 기록.
론조 볼 이전의 최연소 기록 보유자는 만 20세 20일의 르브론 제임스였다.
원정 5연전 중 첫 두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지은 블레이저스는 워싱턴 위저즈와의 경기를 위해 곧바로…… (후략).
* * *
“단언하죠. 올해 신인왕 경쟁은 이미 끝났습니다.”
스티븐 A. 스미스의 칼 같은 답변에 몰리 케림과 맥스 캘러맨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니, 며칠 전까지 식서스의 승리를 예상한 양반이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요?”
“너무 호들갑이에요, 스티븐.”
“아니오! This game is over. 최소한 벤 시몬스는 어제부로 신인왕 레이스에서 탈락입니다. 99.98% 확신해요.”
못 들은 척하며 한껏 목소리를 높이는 SAS.
“어제 경기는 단순한 정규 시즌 경기가 아니었어요. How to kill Ben Simmons: Basic 101. 블레이저스는 어제 경기로 벤 시몬스를 봉쇄하는 방법, 그 정답지를 다른 28개 팀에게 공짜로 돌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친절한 해석과 시연 영상까지 덧붙여서요.”
이 점에 대해서는 다른 두 출연자도 동의를 표했다.
“맞습니다. 한 경기만에 너무 많은 약점이 드러나고 말았어요.”
“완벽한 해답을 내놓았다는 느낌이었죠. 블레이저스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시몬스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시몬스를 상대로 새깅 디펜스를 펼치는 거야 누구나 시도해 볼 만한 전략이었죠.”
“네. 그냥 시몬스가 상상 이상으로 무력한 모습을 보여 줬을 뿐입니다.”
마치 미래라도 보고 온 것처럼 완벽한 시몬스 봉쇄법을 내놓은 블레이저스.
세 전문가는 스토츠 감독의 전술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시몬스를 향해서는 희망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물론, 어제 드러난 시몬스의 약점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예. 점퍼와 자유투는 연습하면 될 문제고, 큰 무대에서 긴장하는 거야 루키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진짜 별종은 사실 이 선수예요, 시온 킴.”
탁!
손가락을 튕기자 스튜디오 뒤편에 김시온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재생된다.
픽앤롤 상황에서 벤 시몬스의 공을 빼앗아 제럿 앨런의 엘리웁 덩크로 연결시킨 오늘의 명장면.
그 모습에 세 사람은 일제히 감탄을 터트렸다.
“캬. 스틸로 트리플 더블이라니.”
“원래 세로 수비보다 가로 수비에 더 능숙한 선수긴 했죠. 하지만 이건 탑클래스 앞선 수비수나 달성할 만한 기록입니다.”
“킴은 장신 핸들러의 천적이나 다름없습니다. 장신 핸들러의 가장 큰 장점이 뭡니까? 클러치 타임에서의 터프한 수비를 뿌리치고 득점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피지컬이죠. 하지만 킴은 피지컬에서 이런 선수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을뿐더러, 상대를 질식시킬 정도로 막강한 온-볼 수비력까지 겸비하고 있습니다.”
곧이어 화면에 떠오르는 김시온의 스탯.
마지막 줄에는 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전국 중계 2경기에서 킴의 활약을 보세요. LA 레이커스전에선 42득점에 최연소 10+개 3점 슛 성공 신기록을 썼고, 어제는 론조 볼이 갱신한 최연소 트리플 더블 기록을 또 한 번 갱신했죠.”
“유독 전국 중계 경기에 강한 모습이네요.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빅매치에서 더 강한 동기부여를 얻는 거야 당연한 일이죠. 사람들은 모름지기 프로 선수라면 정규 시즌 82경기 전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제가 장담하건대 그런 마음가짐으로 뛰는 선수는 현실에 없습니다. 그랬다간 분명 플레이오프에 가기도 전에 몸이 망가질 테니까요.”
맥스 캘러맨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사람들이 정규 시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한들, 결국 진짜 승부는 플레이오프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제 생각에 킴은 필요한 순간 필요한 활약을 해 주는 선수입니다.”
“필요한 순간이요?”
“팀이 구원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 말입니다. 경기의 흐름이 목구멍이 탁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이대로는 도저히 승리할 방도가 보이지 않는 순간. 그런 순간에 활약하는 선수가 진짜 승부처에 강한 선수입니다. 우린 그런 선수를 클러치 플레이어라고 하죠. 단순히 4쿼터 마지막 5분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요.”
클러치 플레이어.
캘러맨의 정의대로라면 블레이저스는 두 명의 확실한 클러치 플레이어를 보유한 셈이었다.
“그러면 킴의 인터뷰를 한번 보고 가시죠.”
Q. 커리어 첫 트리플 더블을 축하합니다. 와우!
A. 하하. 고마워요.
Q. (중략) ……역대 최연소 트리플 더블 기록 보유자가 되었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A. 뭐…… 어차피 금방 깨질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NBA에는 다재다능한 유형의 젊은 선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그때까지는 제가 잠시 이 기록을 맡아 두도록 하죠.
Q. 득점-어시스트-스틸이라는 굉장히 희귀한 유형의 트리플 더블 기록을 달성하셨는데, 사실 10스틸이 포함된 트리플 더블을 기록한 선수들의 목록에는 블레이저스의 전설, 클라이드 드렉슬러 선수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혹시 알고 계셨나요?
A. WOW. 그게 정말인가요? (웃음) 존경하는 선배님의 기록을 잇게 되었다니 영광입니다.
Q. 이번 동부 원정 5연전에서 블레이저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이 참 많았는데요. 그런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A. 흐음…….
화면 속 김시온이 턱을 괸 채로 무언가 생각에 잠긴다.
A. 의견을 내놓는 거야 개인의 자유니까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죠. 반대로 우릴 좋게 봐 주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맥스, 당신을 말하는 거예요. 항상 고마워요, 브라더.
입이 귓가에 걸린 채로 츄! 츄! 하며 기차 소리를 내는 맥스 캘러맨.
스티븐 A. 스미스는 그 모습을 필사적으로 못 본 척하며 화면에 정신을 집중했다.
A. 회의론자들은 언제나 존재하겠죠. 이번 동부 5연전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 그런 목소리가 조금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좋은 성과라고 하시면?
A. 뭐, 죄다 대가리를 깨 버리면 그게 좋은 성과 아닐까요.
Q. 두개골(skull)이요?
A. 아, 한국에선 상대를 박살 내는 걸 대가리를 깨 버린다고 표현하거든요. 만나는 팀마다 족족 대가리를 깨 버리면 그땐 좀 조용해지겠죠.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경기인 ‘뉴욕 닉스’전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종료되는 인터뷰 영상.
몰리 캐림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며 질문했다.
“그런데, 스티븐. 저거 아무리 봐도 당신을 저격한 발언 아닌가요?”
“…….”
“뉴욕 닉스라는 단어에 굉장히 힘을 실은 느낌이던데.”
“……자, 다음 주제로 넘어가죠.”
재빨리 화제를 돌리는 SAS.
아무래도 이번 시즌에도 뉴욕 닉스의 행보는 여러모로 다사다난할 모양이었다.
* * *
“그래서. 신기록의 주인공이 되신 소감은 어떠셔, 뚝배기 사냥꾼 씨?”
“어휴, 그만 좀 해요.”
휴대폰 너머에서 동호 형의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미쳤지.
인터뷰에서 괜히 이상한 소리를 해 가지고.
“에이스 킬러에 해골 분쇄자(skull crusher)…… 누가 보면 운동선수가 아니라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극악무도한 악당인 줄 알겠다, 야.”
“미국에선 비슷한 느낌 아니에요? 잘나가는 미국인 선수들을 하나씩 잡아먹고 있으니까.”
“하긴. 시몬스도 따지고 보면 반쯤은 미국인이니까. 특히 론조 볼은 이 정도면 없던 앙심도 생길 지경이겠는데? 르브론 제임스의 기록을 경신했다고 떠들썩했던 게 불과 열흘 전 일인데, 그 기록을 뺏어 가다니.”
최연소 트리플 더블 기록.
대단한 기록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난 이 기록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어차피 금방 깨질 기록이에요. 올해 또 한 번 경신되어도 이상하지 않을걸요?”
“에이, 설마!”
진짠데.
내가 알기로 이 기록은 이번 시즌 후반에 부상에서 복귀한 마켈 펄츠에 의해 깨지게 된다.
1년에 최연소 기록이 2번이나 깨지는 진기록이라 나름 화제가 됐었지.
‘그 후에는 2020년 라멜로 볼, 2021년 조쉬 기디가 경신하는 기록이고.’
이건 한국에 비해 조기 입학과 월반이 자유로운 미국의 특성상 당연한 흐름이긴 하다.
1년 일찍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시점에 만 18세인 경우도 비일비재하거든.
드래프트가 실시되는 년도 안에만 만 19세가 되면 참가 자격을 얻으니까.
호주 출신인 조쉬 기디는 아예 대학교를 거치지 않고 호주 리그에서 1년 활동한 뒤 NBA로 넘어온 경우고.
“뭐…… NBA 역사에 제 이름 석 자를 한 번 더 남긴 걸로 만족하려고요.”
“그래. 설령 네 말대로 조만간 다시 깨질 기록이라고 해도 뭐 어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최연소 Mr. 트리플 더블이 바로 너라는 사실인데.”
확실히 동호 형의 말대로다.
최연소라는 단어에는 언제나 농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으니까.
실제로 한국에서는 레이커스전 이상으로 난리가 나 있었다.
[조쉬 잭슨 컷! 론조 볼 컷! 벤 시몬스 컷! 다음은 누구냐?] [르브론의 최연소 기록 넘고, ‘2대 매직 존슨’ 론조 볼, ‘2대 르브론’ 벤 시몬스까지 넘었다…… 멈출 줄 모르는 김시온의 기세.] [신인왕은 이미 확정적!? 다음은 올스타다!] [ 우리는 김시온의 시대에 살고 있다.]“아주 행복 회로가 터질 지경이네요.”
“그렇지? 일각에선 벌써 야오밍을 넘었다는 소리도 나온다니까. 중국 네티즌들이랑 매일 같이 전쟁 중이더라.”
“에이, 그건 너무 멀리 갔네요.”
떠오르는 차세대 스포츠 영웅으로서 벌써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한 아시아나, 내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포틀랜드 오리건과는 달리.
미국의 나머지 49개 주에서 내 이미지는 위협(Threat)에 가까웠다.
‘좋게 말하면 신선한 바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전통의 파괴지.’
아무리 사무국이 아시안 머니를 끌어모을 동양인 스타가 나타나길 간절히 바란다고 해도.
리그를 대표하는 ‘얼굴’만큼은 미국 국적의 흑인이거나 백인이기를 바라는 것이 미국인들의 자연스러운 심리니까.
이건 인종차별이 아니라, 미국인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솔직히 우리도 K리그, KBO, KBL의 MVP를 매년 외국인 용병이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잖아?
‘이미 센터 포지션은 유럽 선수들에게 조만간 잡아먹힐 거라는 게 정설이지.’
미국 국적의 빅맨은 안드레 드러먼드, 디안드레 조던 등이 전부인 반면.
유럽 국적은 엠비드, 요키치, 야니스 등 최근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재능들로 가득한 상황.
나 역시도 부끄럽게나마 ‘NBA의 세계화’라는 새로운 물결의 말석이나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내 PR 매니저, 베키 해먼드는 그러한 분위기를 누구보다 빨리 포착했다.
– 앞으로 김시온 선수는 그런 포지션으로 스스로를 마케팅하는 게 최선이에요. 소속 팀에게는 사랑스러운 남자, 상대 팀에게는 나쁜 남자.
– 나쁜 남자요?
– 다른 29개 팀 입장에선 죽일 듯이 밉지만, 동시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팀으로 영입하고 싶은 선수. 넘어올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남자 말이죠.
– 으음…… 전 그 정도로 연기력이 좋진 못한데요?
내 말에 헤먼드 씨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하시면 될 거예요. 아마도.
– ……???
그 미묘한 답변은 대체 뭐였으려나.
아무튼, 동호 형이 보여 준 여론 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나쁜 남자 전략은 꽤 효과적으로 먹혀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게 일주일 전 필라델피아 팬사이트에 올라온 설문조사의 결과고, 이게 오늘 자 결과야.”
[적절한 1라운드 픽이 더해진다면, 시온 킴과 벤 시몬스를 트레이드할 의향이 있습니까?] [Hell Yeah – 0%] [Yes – 3%] [Maybe – 8%] [No – 35%] [Hell No – 54%] [적절한 1라운드 픽이 더해진다면, 시온 킴과 벤 시몬스를 트레이드할 의향이 있습니까?] [Hell Yeah – 8%] [Yes – 31%] [Maybe – 13%] [No – 15%] [Hell No – 33%]“하핫.”
역시 필리건들은 은근히 귀여운 면이 있다니까.
오늘 경기가 끝나면 필라델피아 사람들이 나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 버리고 싶거나, 영입하고 싶도록 만들겠다.
아무래도 내 호언장담은 현실이 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