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88
웰컴 투 NBA 88화
#088. Breakout Moment (1)
TNT의 인기 프로그램인 Inside the NBA.
인사이드 더 NBA의 출연자 넷은 오늘 밤 TNT에서 생중계될 LA 레이커스 vs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맞대결을 놓고 대화를 이어 가고 있었다.
진행자인 어니 존슨이 화면에 떠오른 그래픽을 손으로 가리켰다.
“먼저 레이커스의 상황부터 살펴보죠. 지난 오프 시즌 레이커스는 론조 볼과 포지션이 겹치는 디안젤로 러셀을 브루클린으로 보내고 올스타급 센터, 브룩 로페즈를 영입했습니다. 최근의 성적은 3승 4패. 6명의 선수가 고르게 평균 10+점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3승 4패로 나쁘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레이커스.
문제는 젊은 재능들은 많지만, 아직 확실한 에이스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샤킬 오닐은 어니 존슨의 호평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 투덜거렸다.
“재능이 다 어중간해요. 확실한 에이스 감이 하나도 없다고.”
“Come on, 샥. 그건 친정팀에 너무 가혹한 평가 아닌가요?”
“친정팀은 무슨. 게다가 거긴 더 이상 코비가 없잖습니까? 그럼 내 알 바 아니요.”
오닐은 코웃음을 치며 그렇게 대꾸했다.
샤킬 오닐의 친정팀은 엄밀히 말하면 올랜도 매직.
매직과는 좋지 않게 결별했고, 저니맨으로 6개의 팀에서 커리어를 보낸 샤킬 오닐에게 친정팀이란 개념은 굉장히 희박했다.
“지금의 레이커스엔 확실한 미래가 없어. 재능 있는 선수는 많지만 루키 시절의 조던, 코비, 이 몸 같은 도미넌트한 에이스 감이 보이질 않는다고.”
“아이고. 저 인간 또 시작이네.”
탄식을 터트리는 바클리.
그러거나 말거나 오닐은 계속해서 자기 할 말을 이어 갔다.
“스탯을 보라고. 2년 차가 된 잉그램은 이번 시즌 20+점 경기가 1번밖에 없고, 론조는 10점 이상을 기록한 게 딱 2번이지.”
“피닉스 선즈전에서는 29점을 넣었는데?”
“그건 피닉스잖아. 피닉스 같은 약팀을 상대로는 누구나 스탯 패딩(몰아넣기)을 할 수 있다고.”
오우우!
과감한 발언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케니와 바클리.
피닉스시의 160만 명을 몽땅 적으로 돌리는 발언을 하고도 태연한 오닐의 모습에, 어니 존슨은 경험 많은 진행자답게 재빨리 오닐을 손절했다.
“피닉스 팬분들, 이건 저희의 공식 입장이 아닌, 샤크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허스키한 목소리로 할 말을 이어 가는 오닐.
“피닉스전을 제외한 이번 시즌 평균 득점과 야투율을 보라고. 7.3득점에 야투율 28.3퍼센트. 이딴게 2순위로 지명된 슈퍼 루키의 성적이라고? 로테이션에도 못 끼는 벤치 멤버가 아니고?”
“피닉스전을 포함하면 평균 10득점으로 오르는데요?”
“7점이나 10점이나. 그게 그거지.”
샤킬 오닐의 말에 찰스 바클리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엔 서로의 말이라면 우유로 치즈를 만든다고 해도 믿지 않는 두 사람이지만, 이번만큼은 서로 의견이 같은 모양이었다.
“나도 동의해요. 아직 어린애니까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확실히 이 꼬맹이는 적극성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안전하게만 플레이하려고 한단 말이죠.”
“미디어의 날 선 반응 때문에 더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느낌이 있긴 하더군요.”
“흥. 인터뷰도 아빠(Papa)에게 부탁하는 녀석인데 뭘 기대하겠어.”
콧방귀를 뀌는 오닐.
볼 일가는 지난 시즌부터 시작된 망언으로 NBA팬과 관계자들 사이에선 완전히 공공의 적이 된 상태였다.
“한편 트레일블레이저스는 8승 1패를 달리며 시즌 초만 해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Dame Time’ 데미안 릴라드가 서 있지만, 놀랍게도 그다음으로 공로가 큰 선수는 아직 신인에 불과한 시온 킴입니다.”
곧이어 화면에 떠오르는 김시온의 스탯 라인에 감탄사를 터트리는 출연자들.
“휘유!”
“Damn! 포틀랜드가 신인 한번 잘 뽑긴 했네요.”
“처음에 10픽으로 킴을 지명했을 땐 다들 미친 짓이라고 했는데 말이지.”
“그럼 여기서 질문. 이젠 시온 킴이 론조, 잉그램보다 명백히 나은 선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니 존슨이 던진 새로운 화두.
세 사람의 답변은 조금씩 달랐다.
“당연하지. 스탯을 보면 모르나?”
“쓰읍…… maybe?”
“에이. 꼭 그렇게 단언할 수는 없죠.”
적극적인 긍정은 오닐. 보류는 바클리. 강한 부정은 케니 스미스였다.
케니 스미스의 말에 흥미롭다는 듯 눈빛을 빛내는 어니 존슨.
“단언할 수 없다고요? 하지만 평균 득점이 두 배 가량 차이가 나고 있지 않나요?”
“처한 상황이 완전히 다르잖습니까.”
“상황이 다르다고요?”
“예. 킴은 릴라드, 맥컬럼 듀오의 낙수효과를 누리며 뛰고 있고, 레이커스의 젊은 선수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서 탱킹 팀을 3승 4패로 이끌고 있으니까요.”
케니 스미스의 말에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는 오닐과 바클리.
“Uh, oh. 그건 아니지.”
“애초에 성적이 3승 4패인데 팀을 이끌고 있다는 표현이 맞나?”
“3승 4패면 나쁘지 않죠.”
“아니지. 피닉스전을 제외하면 2승 4패잖아? 팀과 함께 추락하고 있다는 표현이 훨씬 어울릴 것 같은데.”
“자꾸 피닉스를 제외하지 말라니까요? 피닉스도 팀이에요 팀!”
킬킬대는 출연진들.
2승 6패. 서부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피닉스를 향한 짓궂은 농담이었다.
“흠흠! 아무튼, 시즌 초만 해도 시온 킴에게 따라붙던 하이 플로어, 로우 실링이란 평가는 이젠 찾아보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냥 하이 플로어, 하이 실링이었던 거죠. 지금껏 실링을 이상할 정도로 낮게 평가하던 건 그만큼 강한 편견이 깔려 있기 때문이었고.”
“편견이요?”
“피부색, 국적, 대학교. Come on, 다들 알면서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던 거잖아요?”
바클리가 시니컬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오닐.
“동양인 선수가 NBA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은 이 업계에선 절대적인 진리처럼 여겨졌지. 그레이트 야오(Great Yao)가 그게 사실이 아님을 증명했지만, 그래 봐야 사람들의 인식은 ‘동양인은 빅맨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로 한걸음 후퇴했을 뿐이었어. 킴은 그 편견을 한 번 더 깼을 뿐이야.”
“다음 프레임은 뭘까? 동양인 가드는 성공할 수 없다?”
“이미 제레미 린이 있잖아?”
“린은 미국에서 농구를 배운 경우니까. 사실 그동안 는 인종 따지기 좋아하는 녀석들에겐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였어. 가드나 빅맨이라면 모를까, NBA 레벨의 동양인 포워드는 절대 나올 수 없다고 믿었지.”
바클리는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을 이어 갔다.
“하지만 지금은 킴을 필두로 NCAA에서 뛰는 동양인 포워드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지. 그 곤자가에서 뛰는 친구 이름이 뭐였지? 나크…… 나카…… 나카무라?”
“루이 하치무라입니다, 척. 저희가 방송에서 아시안 선수 특집을 다룬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벌써 까먹었나요?”
“Whatever. 아무튼 NBA 선수가 된 이상, 이제부터 중요한 건 지금 당장 리그에서 보여 주고 있는 성적. 오직 그것뿐입니다. 국적이나 출신, 드래프트 지명 순위 따윈 이제부턴 정말 쥐꼬리만큼도 의미가 없으니까요.”
바클리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소신이 강한 인물.
때문에 김시온이 결과로 증명하자, 빠르게 자신의 의견이 틀렸음을 인정한 상태였다.
“다만…… 제가 킴에게 아쉽다고 느끼는 건 임팩트입니다.”
“임팩트요?”
“킴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어요. 마치 루키가 아니라 리그에서 10년 넘게 뛴 베테랑 같아요. 하지만 그래서인지 킴 하면 이 경기다, 싶은 경기가 아직 없었습니다.”
바클리의 말에 어니 존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하긴, 보통 신인이 평균 20득점을 기록하고 있으면 10점 경기와 30점 경기를 한 번씩 기록하는 식이죠. 킴은 매 경기 꾸준히 15~20득점을 올리는 유형이고요.”
“그렇습니다. 벤 시몬스의 트리플 더블 경기. 도노반 미첼의 28득점 경기처럼 알껍데기를 깨는 순간(Breakout moment)이 아직 없었죠.”
“그건 일리 있는 지적이야. 보통은 꾸준히 15득점을 넣는 신인보단 가끔 30득점을 기록하는 신인의 잠재력이 훨씬 높기 마련이라고.”
이 점은 오닐 역시 동의했다.
NBA에서 후자는 언젠가는 매 경기 30득점을 넣는 슈퍼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전자는 계속 15점을 넣는 준수한 선수로 남을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었다.
“그렇군요. 두 젊고 재능 넘치는 팀의 맞대결이 과연 어떤 결과로 끝날지. 바로 내일 TNT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
November 2, 2017
Moda Center, Portland, Oregon
경기 시작 전.
나는 코트에서 몸을 푸는 론조와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헤이, 론조. 오랜만이야.”
“……그래.”
“레이커스 생활은 어때?”
“그냥, 지낼 만하지.”
론조와 난 PAC-12 시절부터 계속 상대로 만난 사이.
라우리 마카넨이나 도노반 미첼처럼 사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나면 가벼운 인사 정도는 나누는 편이었다.
최소한 조쉬 잭슨처럼 서로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니까.
하도 여러 번 코트 위에서 마주했더니 이젠 살짝 정이 들 지경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LA는 네 홈타운이었지? 적응하기 어렵진 않았겠네.”
“그건 너도 똑같지 않나? 홈타운에 지명된 입장인 건 서로 마찬가지일 텐데.”
“오리건? 오리건은 따로 적응할 것도 없어. 너무 심심해서 농구밖에 할 게 없다니까?”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뭐?”
더는 말을 잇지 않는 론조.
하긴. 최근 론조는 안으로는 아버지의 참견에, 밖에서는 언론의 등쌀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중엔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지고, 의외로 론조 본인은 조용한 성격이라는 게 알려지며 비호감 이미지는 많이 줄어들지만…….’
지금은 라바 볼이 쌓은 업보가 그대로 론조 볼에게로 향하고 있는 시기.
론조의 입장에서는 굉장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을 거다.
“네 동생 리안젤로 말이야. 다음 주에 상하이에서 경기가 있다고 했지?”
“그래. 그렇다고 하더라.”
볼 삼 형제의 둘째, 리안젤로 볼은 형을 따라서 UCLA에 입학한 상태.
UCLA는 조만간 중국 상하이에서 조지아공대 분교와 시범경기를 가질 예정이었다.
“중국에 가면 괜히 밖을 돌아다니지 말고 호텔에만 머물러 있으라고 해.”
“어째서?”
“이건 내가 한국에서 들은 소문인데, 요즘 중국에서 반미 감정이 심상찮다고 하더라고. 자칫 잘못하면 사건에 휘말리게 될지도 몰라.”
“……그래? 상하이의 치안이 나쁘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정확히는 네 동생이 사고를 칠 예정이다, 이놈아.
11월 8일. 그러니까 다음 주에 리안젤로 볼은 UCLA 동료 선수들과 상하이에서 절도 혐의로 중국 공안에게 체포당하게 된다.
숙소 인근의 루이비통 매장에서 선글라스를 훔치려다 현장에서 적발당한 것.
자칫하면 구금,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는 사안이었던 만큼, 당시 세간에서 굉장한 화제가 된 사건이었다.
그래서 나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거고.
론조는 아리송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말은 해 두지. 고맙다.”
“오냐.”
외국, 그것도 중국에서 절도 행위를 저지를 정도로 분별없는 녀석이 내 충고 정도로 얌전히 호텔에만 머무를 리는 없겠지만…….
미래를 아는 입장에서 일단 경고는 해 뒀다.
이 정도면 내 할 도리는 다한 거지.
“자기야! 파이팅!!”
“킴! 우리도 응원하러 왔어!”
“Go, Ducks, Go! Go, Ducks, Go!”
신시아와 핑키 더 덕스의 멤버들이 한국산 형광봉을 들고 환호를 보낸다.
당연히 티켓은 내가 구단 관계자에게 부탁해서 수배했다.
일반적인 신인은 가족들을 위한 티켓을 여러 장 구하기 어렵지만, 나 같은 경우엔 베테랑처럼 처음부터 일정 수의 티켓이 할당되어 있었다.
이게 홈타운 보이의 특권이지.
구단에서 이런 식으로 알게 모르게 배려를 해 주거든.
아, 물론 티켓값은 내 연봉에서 깎인다.
“하하. 이거 옛날 생각나네요.”
“대학 시절?”
“네. UCLA전이 딱 이런 느낌이었죠.”
내가 처음으로 이름을 알린 계기도 UCLA전이었으니까.
아, 한 가지 차이점이 있긴 하네.
당시의 론조 볼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서로 대등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것.
‘아니, 오히려 도전을 받는 건 내 쪽인가?’
이건 또 색다른 기분이네.
그동안 난 언제나 언더독인 입장이었지, 누군가에게 쫓긴 경험은 없었으니까.
“선수들, 각자 위치로!”
브룩 로페즈가 점프볼을 따내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로페즈는 암흑기인 브루클린 네츠를 끝까지 지키다가 트레이드된 올스타급 센터.
‘레이커스의 젊은 선수들도 물론 위협적이지만…….’
오늘 경기에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바로 브룩 로페즈였다.
론조 볼, 브랜든 잉그램, 래리 낸스 주니어, 조던 클락슨, 줄리어스 랜들까지.
훗날 NBA의 주역으로 활약하게 될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인 로페즈의 조합은 분명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설익었어.’
탁!
나는 론조가 잉그램에게 보낸 다소 모험적인 A패스를 손쉽게 커트했다.
[킴! 경기 시작부터 스틸! 곧바로 역습입니다!]“Go! Go!”
경기가 시작되고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스틸에 성공한 상황.
나는 그대로 공을 몰고 사이드라인을 따라 드리블했다.
‘속공 대처가 좋네.’
공격 진형을 채 갖추기도 전에 공을 빼앗겨서 그렇다.
이미 파워포워드인 래리 낸스 주니어가 골밑을 지키고 있는 상황.
시작부터 1턴오버를 적립한 론조 볼은 3점 라인 안에 서서 내 돌파를 경계하고 있었다.
“흐음…… 거기서 막아도 괜찮겠어?”
“……?”
나는 3점 라인 앞까지 가볍게 공을 몰고 가다가.
론조의 눈앞에서 기습적인 트랜지션 3점 슛을 올라갔다.
“What!?”
세트 슛 외에는 3점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론조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직도 내 대학 시절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는 모양인데.
네가 발전하고 있는 만큼 나도 하루하루 실력이 늘고 있단다.
철썩!
[Bang!! 경기 시작부터 3점과 1스틸을 기록하고 시작하는 시온 킴! 블레이저스에겐 이보다 산뜻할 수 없는 출발입니다!]오. 깔끔하게 들어갔네.
나는 주먹을 쥐었다 펴길 반복하며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짜릿짜릿한 감각.
‘백투백 경기라 체력은 평소의 80퍼센트 정도지만…….’
이틀 연속으로 경기를 치러서 그런지.
실전 감각은 오히려 평소보다 훨씬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흐음…… 론조, 오늘은 조심 좀 해야 할 거야.”
“……뭐?”
아무래도 오늘.
컨디션이 바짝 선 날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