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듀랄이 발티온으로 돌아가고 3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최강은 여느 평일처럼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란디아 대륙과 균열이 연결되었다고는 해도 아직 전체적인 마나의 균형이 맞지 않아 몬스터의 출몰이 완전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히 신고 수는 줄었나……?’
고작 몇 달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기분 탓일지 모르겠지만 신고의 건수가 최강의 담당 구역만 해도 줄었음이 체감상 느껴졌다. 자세한 집계가 되어 봐야 알겠지만 이건 약 1년 전쯤 한국에 대균열이 발생한 직후 전 세계적으로 몬스터의 출몰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던 때와 비교하면 기세가 꺾이고 많이 안정화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최강의 옆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열중하고 있던 주소희가 불쑥 최강의 앞으로 노트북 화면을 들이밀었다.
“저, 최강 씨! 이게 나은 거 같아요, 이게 나은 거 같아요?”
주소희가 번갈아 가며 보여 준 사진은 웨딩드레스였다. 최강이 주소희를 보며 말했다.
“너, 일하던 거 아니었냐? 그 오늘까지 협회로 보낼 서류는 다 마무리한 거지?”
“아, 물론이죠. 어떤 게 좋은데요?”
눈을 반짝이는 주소희의 물음에 화면을 보던 최강이 맥 빠지는 듯한 호흡과 함께 말했다.
“둘 다 괜찮네.”
최강의 답에 노트북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 주소희가 이번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최말숙에게 말했다.
“말숙이는 어느 게 더 나아?”
최말숙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머님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잘 어울리실 것이에요.”
주소희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는지 싱크대 앞의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던 류세란이 슬쩍 화면을 보고는 말했다.
“저는 B가 더 나을 거 같네요.”
“그럼 A로 하는 걸로.”
주소희의 말에 류세란이 버벅대며 말했다.
“자…… 잠깐만요. 어째서 제 말이랑은 반대인데요?”
“제 맘이잖아요. 정 저게 이쁘면 한 달 뒤에 본인이 입으시면 되는 일이고.”
큼!
최강의 헛기침 소리에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괜히 싸웠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기 때문이다.
“두 분 다 조심성이 없으시네요.”
최강의 반대편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미사가 그런 두 사람에게 말했다.
나미사는 뜨개질을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목도리 같았다. 최강이 나미사가 뜨개질하는 모습을 슬쩍 흘기고는 말했다.
“야.”
“네?”
나미사가 생긋 웃으며 답하자 최강이 말했다.
“그거 목도리라고 안 했냐?”
2주일 전에 뜨개질을 시작할 즈음 나미사는 분명히 최강에게 선물할 목도리라고 말했었다.
“네, 맞아요.”
나미사의 긍정에 최강이 말했다.
“근데 왜 그렇게 길어?”
일반적인 목도리의 1.5배 길이는 족히 되어 보였다.
“왜인지 궁금하시다면 알려 드려야죠. 얍.”
완성된 부분으로 최강의 목을 목도리로 두른 나미사가 남은 부분으로 자신의 목을 덮었다.
“하나로 합체해 버렸…….”
말하던 나미사가 깜짝 놀라 자신의 입을 틀어막더니 수위를 조절했다.
“이…… 아니라 커플 목도리랍니다. 어때요?”
“커플 목도리라…….”
최강이 아는 커플 목도리와는 괴리감이 컸지만 그는 목도리를 풀면서 말했다.
“뭐 고생해라…….”
“넵!”
***
발티온이 최강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두 국가 간의 외교를 뒷전으로 미루자 다섯 공국 간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페르간과 바리스 그리고 발티온의 분쟁이 다섯 국가의 분쟁으로 번져 버린 것이었다.
발티온이 바리스 다음으로 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필리아 공국과 알테라 공국을 아군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싸움의 균형이 맞춰지면서 전면전으로 벌어져 버린 것이었다.
하루에도 수십만 명의 사람이 죽어 나가고 하루에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어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조금 모순적이지만 고작 신기 하나가 지도자들에게는 일반 하층민들의 목숨 수백만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에 듀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전에는 강력한 몬스터와의 조우를 대비해서 체력을 안배하며 달렸다면 지금은 전력으로 달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덕에 2주일이 걸렸던 거리를 듀랄은 1주일이 조금 지난 시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책임자 안토니에게 최강과의 거래를 요청하고 한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일전의 카페에 앉아 있자니 잠시 후 최강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네 명의 여자들이 말이다.
“최강 씨, 그러고 보니 지우 씨가 안 보이는데요?”
“뭐야, 너 몰랐어?”
“네? 뭐를요?”
“됐다.”
최강이 주소희의 물음에 말하고는 듀랄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봐?”
듀랄의 시선을 눈치챈 까닭이었다.
“아, 그…… 아름다운 분들이시구나 싶어서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에 최강의 물음에 답한 듀랄이 주소희 일행을 바라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외모도 외모였지만 세 사람이 장비하고 있는 유니크 아이템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듀랄도 유니크 아이템이 있다. 그리고 그 위력이 상당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흔히 유니크 아이템에도 등급이 있는데 저것은 거의 최상품. 상황에 따라서는 3대 대장장이가 만든 병기와 필적할 수준이었다.
“뭐 여튼 거래를 하고 싶다고?”
“네, 그렇습니다.”
최강이 곧바로 물었다.
“뭘 줄 수 있는데?”
“아, 그…… 죄송하지만 가격은 제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건 뭔 또 개소리야?”
듀랄이 황급히 말했다.
“아시다시피 신기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에 실어 나르거나 제가 독단으로 가격을 판단할 수 없다는 말이죠.”
“그래서?”
“왕께서는 최강 님께서 본국으로 방문하셔서 담판을 지어 주시길 바라고 계십니다.”
최강이 듀랄의 해진 옷차림을 확인하고는 물었다.
“얼마나 걸리는데?”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엔 지난번에 돌아갈 땐 2주일, 지금 올 때는 1주일 정도 걸렸습니다.”
최강이 말했다.
“잠깐 나가 있어 봐. 우리끼리 대화 좀 하게.”
듀랄이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가자 최강이 말했다.
“자, 의견을 말해 봐.”
주소희가 가장 먼저 말했다.
“저는 별로 내키지 않아요.”
“이유는?”
“아니, 우리가 파는 입장인데 손님이 와야지 저희가 왜 가요? 그것도 빨라도 1주일이나 걸리는 거리를.”
최강이 픽 웃으면서 놀리듯 말했다.
“뭐 일리는 있는데, 뭣하면 딱히 넌 안 가도 되잖아? 사실 우리 다 갈 필요도 없고.”
“안 돼요! 말했잖아요. 가든 안 가든 같이하는 거예요.”
“그러든가.”
최강이 나미사에게 물었다.
“너는?”
“저는 가는 게 좋다고 봐요. 최강 씨는 그걸 파실 생각이시잖아요?”
“그렇지.”
최강은 나미사의 말대로 말타이스의 신기를 팔 생각이었다. 안토니에게 이야기를 들은바, 구태여 팔지 않으면 바리스 공국은 물론이고 다른 공국에서 귀찮게 굴 확률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미사가 말했다.
“그럼 구태여 저들의 조건에 삐딱하게 나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미사의 말을 들은 최강이 그녀의 얼굴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툭 던지듯 물었다.
“진심은?”
“어쨌든 최강 씨와 여행 가는 거잖아요?”
최강이 나미사다운 속마음에 픽 웃고는 남은 두 사람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어때?”
류세란이 말했다.
“저도 파실 마음이 있으신 거면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최말숙이 시선을 받자 말했다.
“저는 안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에요. 거래 이외에 무슨 속셈이 있을지 모르는 것이에요.”
최강이 자신을 생각해 주는 최말숙의 말에 아빠 미소를 짓고는 최말숙에게 말했다.
“아까 그 녀석 들어오라고 좀 해 줘.”
“알겠사와요.”
최강이 최말숙을 따라 듀랄이 들어오자 말했다.
“좋아, 까짓거, 가 주지.”
***
최강과 듀랄의 일차적인 대화가 그렇게 마무리되고 최강은 카페를 나섰다.
출발일을 내일로 합의를 본 만큼 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최강을 따라서 도로변으로 나온 주소희가 말했다.
“최강 씨, 근데 진짜 지우 씨는 어딨어요?”
최강이 조금 불만스러운 얼굴로 주소희에게 말했다.
“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지우 녀석만 찾냐? 그 녀석이랑 결혼해?”
“아…… 그런 게 아니고요. 아, 궁금하잖아요. 저만 모르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주소희의 얼굴에 번뜩이는 기색이 스쳤다.
“어, 잠깐! 지금 질투하시는 거죠? 그쵸?”
최강이 주소희의 말을 무시하고는 조용히 어디론가 걷기 시작하자 주소희가 따라 걸었다.
“지우 녀석이 어딨는지 알고 싶으면 조용히 하고 따라와.”
주소희가 어느새 기척을 죽이고 있는 네 사람을 보고는 따라서 기척을 죽였다.
그리고 3분쯤 걸었을 때일까?
저 멀리 다리 밑 그늘에 두 사람이 보였다. 당연히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최지우였고 다른 한 사람은…….
“어? 저건.”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최말숙의 생일 파티 때도 그렇고 일전에 최씨 문중에서도 봤던 아이였으니 말이다.
‘최세라……였던가?’
확실했다. 당시에도 예쁘장한 얼굴로 귀여운 웃음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주소희가 멀리서 지켜보기에는 최지우가 최세라에게 지도를 해 주는 듯 보였지만 잠시간 지켜본 주소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최지우의 상태가 뭔가 평소랑은 달랐기 때문이다.
‘아…… 설마!’
최지우의 모습이 딱 짝사랑하는 소년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역시 다른 사람 연애만큼 재미있는 일도 없는지 주소희가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 저랬어요?”
최지우는 최씨 문중의 지도를 최강 대신 1년 넘게 관리해 오고 있었다.
“글쎄? 꽤 됐는데…… 그래도 1년은 넘었지, 아마?”
일전에 최강이 먼저 장가들지 않으면 안 가겠다고 하던 최지우는 놀랍게도 그 전부터 연애는 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자.”
최강이 말하자 네 사람이 기척을 죽이고 마찬가지로 최지우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최세라와의 시간에 푹 빠진 탓인지 최지우는 최강 일행이 접근하는 것도 느끼지 못한 듯 보였다.
“어이구. 아주 행복해 보이네, 우리 지우? 내가 장가가기 전엔 연애하지 않겠다고 한 녀석이 맞는지 모르겠어?”
화들짝 놀란 최지우가 황급히 뒤돌았다. 뒤에 서 있는 사무실 사람들을 보고는 최지우가 횡설수설 답했다.
“저 도련님. 이건 그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련을.”
최강이 최지우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최세라를 바라봤다.
최강을 향해 최세라가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너, 지우 녀석이랑 사귀냐?”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상당하지만 사실상 정신연령은 거의 비슷하다. 최지우 역시 아직 10대 후반의 소년이었으니 말이다.
“죄송합니다. 먼저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최강이 최지우를 보고는 말했다.
“그렇다는데?”
거짓말이 딱 걸린 최지우가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근데 어찌 됐든 장가가시게 됐지 않습니까. 한 번만, 조금만 봐주시면…….”
“한 번만 봐주시면 뭐? 헤어지기라도 하시게?”
“도련님이…… 그러라고 하신다면…….”
최강이 그답지 않게 굳었던 표정을 풀고는 대소했다. 한참을 제 일보다 더 기껍게 웃던 최강이 옅은 미소가 여전히 걸린 얼굴로 최지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맘에도 없는 말 하기는.”
최강이 최세라에게 말했다.
“어리다고는 해도 장난으로 만나는 건 아니지?”
“물론이에요.”
최강이 최지우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는 뒤돌며 말했다.
“할배한테 말하고 언제 한번 사무실로 찾아와. 날짜 잡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