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60
60화
현재 대한민국의 치안 방식은 전 세계를 살펴봐도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치안을 담당하는 주축이 2세대 무림인들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최강이 나타나고 문중들이 조금씩 개입하면서 비중이 적어지는 분위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여전히 2세대 무림인이 주축인 것은 사실이다.
하루 평균 몬스터 발생률 100건. 차원 균열 발생률 5건.
크고 작은 사건들을 종합한 수치이니 엄청난 숫자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치안을 담당해 오던 사람들이 비교적 약자이다. 부상을 입는 상황이 빈번한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한마디로, 결국 이러한 현상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특이점을 발생시켰다. 다친 사람들을 수용할 시설의 증가였다.
즉, 현재 대한민국은 기형적이니만큼 면적당 많은 무인 전용 의료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305호 환자도 이상 없고.”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차트를 작성하며 걷다가 뒤돌아서며 따라오던 여자 간호사에게 말했다.
“이제 남은 곳이 어디지?”
“703호하고 바로 옆의 311호예요.”
간호사의 말을 듣고 생각하던 의사가 생각에 잠겼다.
‘703호라…….’
병동 간의 거리가 조금 멀었기 때문에 조금 귀찮은 마음이 드는 듯했다.
“이봐, 박 간호사.”
“네.”
“703호, 박 간호사가 가서 체크하고 와.”
“네? 저 혼자 말인가요?”
“왜? 혼자서 못 해?”
주기적으로 입원 환자들의 건강을 체크하는 것은 담당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가 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회진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건강 체크를 간호사들이 담당했기에 회진 때만큼은 담당 의사가 직접 가서 체크하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도 병원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다.
“그건 아니지만…….”
간호사가 어물쩍거리는 사이였다.
“뭣하면 한가한 레지 한 명 끌고 가서 후딱 끝내고 와.”
어느새 뒤돌아선 의사의 등이 멀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하…….”
703호 환자를 얼떨결에 떠맡아 버린 간호사가 망설였다.
의사의 이름을 댄다면 어렵지 않게 레지던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다가 눈치까지 보인다. 무척이나 선택하고 싶지 않은 선택지인 것은 확실했다.
잠시간 걱정하던 간호사가 말했다.
“에이, 뭐 어때? 703호잖아?”
간호사는 혼자 가기로 결정을 내린 듯했다. 물론 이유는 단순히 눈치 보인다는 이유뿐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703호실의 환자의 특이성 때문이었다.
호흡, 맥박, 체온까지 모두 멀쩡하지만 벌써 1년째 깨어나지 못하는 환자.
심지어 근래에는 정밀 검진을 통한 뇌파까지 분석해 봤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냥 차트에 나온 결과로는 정상인 그 자체였다.
똑똑.
역시나 병실 앞에 도착한 간호사가 노크를 해 봤지만 들려오는 반응은 없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별다른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들어간 간호사가 문을 잡은 채 얼어붙었다.
환기를 위해 열어 놓은 창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침대의 하얀 실 커튼과 실 커튼 뒤로 보이는 침대 위의 남성의 그림자 때문이었다.
“서…… 선생님!!”
꼬박 1년 동안 잠을 자던 환자가…….
깨어난 것이었다.
***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9월 달이 지나고 10월 말이 되자, 3분기의 분소회가 진행되었다.
최강이 이번 분기에 배정받은 균열은 지난 분기와 같은 세 군데. 하지만.
C급 한 곳. D급 두 곳.
난이도는 D급 세 곳이었던 지난 분기와는 달리 조금 상승한 모습이었다. 최강의 세가가 등급이 올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최씨 특전대는 여전히 5급 세가였다.
결국 문제는 외부에 있었다. 근래에 있었던 대균열 말이다.
차원 균열의 평균 난이도는 대균열이 발생할수록 조금씩 상승하는 것이다.
예전에 존재했던 E급 난이도가 사라진 이유가 이것이었다.
“어디 보자…… 이쯤 되면 대충 정리된 것 같고…….”
최강은 지금 C급 균열 안에 있었다.
약 1주일 후가 일본 여행인 이유였다. 이번 주 안으로 다 끝내 놓고 일본으로 출발할 생각으로 잡은 일정이었다. 부지런히 균열을 클리어해야 하는 것이다.
최강이 저 멀리 무형기로 잡아 뒀던 트롤 세 마리를 보며 말했다.
“자, 무형기로 저 녀석들 멈춰 세워 봐.”
함께 균열 안에 있던 주소희, 최말숙, 류세란이 달려드는 트롤들을 향해 무형기를 사용했다.
지켜보던 최강의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다.
‘확실히…… 실전은 다르다는 건가?’
세 사람 다 어림도 없었다.
확실히 금붕어 100마리를 동시에 멈춰 세운 정도로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카앙. 카앙. 카앙.
무형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해 오는 세 마리 트롤의 무차별적인 난타가 이어졌다. 천주갑이 일으킨 방패에 트롤들의 공격이 연달아 막히는 모습을 지켜보던 최강이 말했다.
“뭐 해? 그래서 실전에 사용할 수나 있겠어? 좀 더 힘내 보라고.”
“그치만!! 이거 되긴 하는 거예요?”
“안 되니까 연습하잖아.”
“…….”
세 사람의 말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도 최강과 입씨름할 바에야 집중하는 게 낫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
세 사람을 안전하게 지켜 줄 천주갑도 있겠다.
안심하고 한쪽으로 걸어간 최강이 접이식 의자를 펴고 드러누우며 말했다.
“날씨 조오―――타.”
파라솔의 그늘 아래 누워 있자니 봄바람이 불어왔다.
밖은 지금 초겨울 날씨로 쌀쌀했지만 여기는 봄날 들판의 환경이었다.
낮잠 자기 딱 좋은 환경 때문인지 가방에서 꺼낸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던 최강이 길었던 숙면을 마치고 기지개를 켰다.
끄으으응.
가슴에 올려 뒀던 책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책을 줍기 위해 몸을 일으킨 최강이 저 멀리 무형기를 수련 중인 세 사람이 떠올랐는지 바라봤다.
‘저 녀석들 얼마나 걸리려나?’
3일? 5일?
휴대폰을 켜서 확인하자니 반나절 정도는 지난 것 같은데 이대로라면 조금 더 걸릴 것 같기도 했다.
“에이, 그래도 1주일 안에는 하겠지. 아이템도 있는데.”
녀석들에게는 지난번에 대형 슬라임들을 때려잡고 얻은 마력 제어와 관련된 액세서리들이 있다.
마력.
즉, 내공 제어에 도움을 주는 아이템의 힘을 빌려도 1주일 안에 해내지 못할 거라고는 애초에 생각할 수 없었다.
최강이 만약을 위해 준비한 식량 배낭을 보고는 흡족하게 웃었다.
이럴 줄 알고 식량도 많이 들고 왔겠다, 걱정할 것이 없는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며 틈틈이 훈수를 두던 최강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 녀석이 지금.’
세 사람에게로 걸어간 최강이 최말숙의 저지 뒷목 자락을 집어 들었다.
인형 뽑기 하듯 들린 최말숙과 눈을 맞춘 최강이 말했다.
“꼼수는 안 되겠지?”
“…….”
눈을 마주치던 최말숙이 어색하게 웃었다. 역시 마리오네트인가 하는 능력을 사용한 것 같았다.
최강이 최말숙을 내려 주며 말했다.
“네 능력도 알고 있지만 거기에 무형기까지 더해지면 분명히 더 좋을 테니까 믿고 수련하도록.”
“죄송한 것이와요.”
“그래.”
격려하듯 최말숙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최강이 다시 의자로 돌아가 누웠다.
녀석들이 무형기를 익히는 순간이 오기까지 기다려야 했으니까.
***
일본 출발 하루 전날.
해 질 녘 노을이 새어 들어오는 조용한 최강의 사무실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꼬질꼬질한 모습의 최강 일행이었다.
‘아슬아슬했네.’
다행히 세 사람 모두 1주일이란 시간 안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특히 주소희와 최말숙은 풍 속성의 유형기의 덕을 본 건지 마지막에는 세 마리를 모두 멈춰 세우는 경지까지 성장하는 기염을 토할 정도였다.
사무실 벽면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 최강이 말했다.
“오늘은 그냥 퇴근할까?”
“네!”
주소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며 말했다.
말은 안 해도 그동안 일본 여행을 가장 기대하고 있던 사람이 주소희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최강이 벌써부터 준비할 물건을 메모하는 주소희를 보다가 조용히 웃었다.
‘주목적이 놀러 가는 건 아닌데 말이지…….’
아무래도 주소희는 자신이 놀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느낌이었다. 최강의 생각도 모르고 말이다.
‘뭐, 상상하는 행복 정도는 지켜 주마.’
최강이 주소희를 보며 생각할 때였다. 어느새 슬쩍 다가온 류세란이 말했다.
“저…… 최강 씨.”
“응?”
“저는 이번 여행에서 빠지면 안 될까요?”
류세란의 심난한 표정을 보고 최강이 직감했다.
‘이거 때문이었나?’
지난 1주일, 균열 안에서 일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류세란의 반응이 이상하다 했더니 이것 때문인 듯했다.
최강이 불참의 사유는 뻔히 안다는 듯 말했다.
“류씨세가 때문?”
류세란이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근래에 류세란은 사무실에 들러도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류씨세가 쪽 일을 하러 가곤 했다. 다시 말하지만 대균열 이후로 오른 난이도 때문에 업무가 순조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죄송해요.”
“뭐, 죄송할 건 없지.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류씨세가는 주민석과 주연석이라는 나름 질 좋은 인력이 있다. 하지만 류씨세가는 류세란 위로 형제가 있어도 그 수준까지는 없다.
이 차이가 류세란의 호출로 이어진 것이었다.
“당장에 바쁜 거지? 가 봐.”
“그럼 다다음 주 월요일에 뵐게요.”
꾸벅 인사한 류세란이 때마침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하며 뛰어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인력 충원이 되지 않은 상황에 1주일이나 세가를 비운 결과일 것이다.
‘괜히 미안해지네.’
아무 말 안 하길래 그래도 좀 여유가 있는 줄 알았더니 생각 이상으로 쫓기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딸랑. 딸랑.
류세란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다시 한번 사무실 문이 열리며 최성주가 들어왔다.
“아, 역시…… 돌아오신 겁니까, 선생님?”
나가는 길에 류세란을 봤는지 최강이 돌아왔다는 것을 짐작한 듯한 말투였다.
“표정이 좋네?”
“네. 몬스터를 때려잡고 오는 길이니까요.”
스트레스가 가신 듯한 얼굴로 말하는 최성주를 본 최강이 자신도 모르게 픽 웃었다.
‘역시 무인이라 이건가?’
최성주는 생긴 것부터가 누가 뭐래도 천생 무인이다. 우락부락한 몸집도 그랬고 섬세하지 못한 투박한 몸놀림도 그렇다.
‘아무래도 설거지나 하는 것보다는 이편이 낫겠지.’
혼자서 생각하던 최강이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 근데 우리, 내일부터는 안 나온다?”
“알고 있습니다. 일본 여행 가시지 않습니까?”
“알고 있는데도 돌아왔다고 좋아한 거냐?”
“모시는 분의 얼굴을 뵌 것만으로도 기쁜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하핫.”
호탕하게 웃으며 답하는 최성주를 보니 사무실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최강이 주소희, 최말숙과 함께 나가며 말했다.
“그럼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만 퇴근. 오늘은 아저씨도 빨리 퇴근해. 부하들 많잖아?”
“알겠습니다.”
최성주가 꾸벅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최강이 잡고 있던 문을 놓았다.
문이 닫히며 틈새로 보이던 최성주의 정수리가 사라졌다.
드디어 니시키 도장으로 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