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68
68화
니시키 도장의 13일째.
최강은 지금 최말숙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타카시 크리티컬 히트 2점. 도합 11:5로 타카시 승.”
최강이 심판의 판정으로 경기가 종료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지나자 최말숙이 최강이 기다리는 출구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죄송한 것이와요.”
최말숙은 큰 점수 차로 패배한 것이 마음 쓰이는 듯한 얼굴이었다.
최강이 최말숙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괜찮아. 너만 진 것도 아닌데.”
슬쩍 고개를 돌리자 최말숙의 시선을 받고 뜨끔한 얼굴의 두 사람이 보였다.
‘내가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은 거려나?’
물론 주소희의 성장은 무서웠다. 자세를 하나하나 교정해 나갈 때마다 막혔던 수문이 하나씩 열리는 듯한 성장이었다. 하지만.
벌써 2주가량이 지났는데 초반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고 며칠째 연달아 패배만 하고 있다.
자연스레 들 수 있는 생각인 것이다.
주소희가 말했다.
“그…… 그래도 저는 오늘은 거의 이긴 거나 다름없었다고요!”
최강이 어림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연달아 4점을 내주고 10:7로 졌지. 아니야?”
최강의 말에 주소희가 딴청을 피우며 먼 곳을 바라보자 최강이 이번에는 나미사를 바라봤다.
“근데 너는 원래 이 정도였던가? 전에는 좀 더 세지 않았어?”
그때 나미사에게 썼던 천지 가르기는 잘못된 기 운용을 기반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마음만큼은 진심으로 휘둘렀었다.
후라타가 아닌 다른 사범에게 연달아 고전하는 것이 상당히 이상했다.
나미사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때는 검이 있었으니까요.”
“아, 그런가?”
그러고 보니 확실히 그때는 검이 있기는 했었다. 가루가 되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애들 꼭 있단 말이지…….’
병기에 과하게 의존하는 무인들을 뜻하는 것이었다.
힐난하고 깎아내릴 마음은 없었지만 최강으로서는 이해가 안 되었다.
살다 보면 병기를 손에서 떨어트려 놓을 때도 생기기 마련이니.
“너무 안일한 거 아니야?”
“면목 없다는 말밖에는…….”
“뭐, 내 알 바는 아니니까.”
최강이 대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을 때였다.
최강을 막아서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쪽은……? 그러니까 후……?”
“후라타입니다.”
“아, 그렇지. 후라타 씨.”
최강은 전과 다르게 후라타를 존대했다. 그래도 조직의 No.2이기 때문이었다.
최강이 재차 자신의 소개를 한 후라타에게 말했다.
“그래서 무슨 볼일 있는 겁니까?”
“잠시만 시간을 내주십시오.”
“왜요?”
“스승님이 뵙고자 하십니다.”
최강은 솔직히 타쿠마에게 약간의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타쿠마를 병석으로 눕힌 것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골골대고 있다고 하던데…….’
미안한 감정을 이기지 못한 최강이 말했다.
“뭐, 좋습니다. 잠깐 정도라면요.”
***
애초에 최강 때문에 뭉쳐 있던 무리이기 때문일까?
최강이 사라진 무리에 어색함이 감돌았다. 어색한 기류를 감지한 나미사가 말했다.
“그럼 저는 여기서 이만.”
나미사가 최말숙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다음에 보자?”
“조심히 가시와요.”
공손히 인사하는 최말숙을 등 뒤로 하고 걸음을 옮기는 나미사가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닮은 구석이 없는데…….’
이쯤 되니 사별한 최강의 전 부인이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했다.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나미사가 화들짝 놀랐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이해해 줄 수 있다고 한 주제에 요즘 들어 그 남자의 과거가 자꾸 궁금해진다.
이런 생각을 할수록 자신만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하게 되는 것은 어째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나미사는 최강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의 숙소를 사용한다.
이유는 특별할 것도 없다.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뭔가 평소랑 다르게 흐트러진 최강을 보면 억제하지 못하고 추태를 부릴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물론 며칠간 괜한 짓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금 생각해 보면 역시 잘한 선택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미사는 자신을 너무 믿지는 않는다. 정확히는 인간이라는 생물 자체를 믿지 않는다.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타인의 행복을 주저 없이 빼앗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인간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작 최강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 분가라지만 정씨 문중을 몰살하도록 유도한 것이 자신이다.
추악하지 않다면 거짓말인 것이다. 물론, 그 행동에 후회하느냐 묻는다면, 아니었다.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그보다 이상적인 선택? 그 외에는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 이유였다.
그렇다. 세상은 약육강식.
형태만 다를 뿐 약하면 그저 먹힐 뿐이었다.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힘이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소소한 행복이라도 지키기 위해 얼마 전까지 정략결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있었던 자신이다.
이것을 모를 리가 없는 것이었다.
샤워를 마친 나미사가 환복을 하고 방바닥에 큰대자로 드러누웠다.
흰색 면 티 한 장과 짧은 청바지.
솔직히 별로 최강에게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은 아니었다.
픽.
천장을 바라보고 멍하니 누워 있던 나미사가 옅게 웃었다.
자신도 모르게 또 최강과 연관을 짓고 사고하는 자신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나미사가 열린 방문으로 보이는 안뜰에 설치된 수련 기구들을 바라봤다.
“많이 화나셨으려나?”
딸자식 키워 봐야 소용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님을 나미사가 절감했다.
남자에게 눈이 멀어서 지금 같은 때에 외출한 자신만 봐도 너무나 딱 들어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나미사가 오랜 기간 꺼 두었던 휴대폰을 바라봤다. 감히 켤 용기가 나지 않았다.
후…….
깊은 한숨을 뱉어 낸 나미사가 핸드폰을 내려 두고 몸을 일으켰다.
안뜰로 걸음을 옮긴 나미사가 머리를 동그랗게 대충 묶고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속도나 위력을 감안할 때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서였다.
오늘까지 있었던 네 번의 패배를 복기하며 주먹을 휘두르던 나미사가 정신을 차렸을 때였다.
시작했을 때 중천이었던 하늘이 어느새 어두웠다.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던 나미사가 생각했다.
‘역시 무리이려나?’
나미사는 오늘 제법 큰 점수 차로 졌다.
반면에 경쟁 상대인 주소희는 경기 내용만 보면 거의 이겼던 경기나 다름이 없었다.
물론 상대의 수준에 차이가 있다지만 마지막 넘어야 하는 벽의 높이가 명확히 차이가 나는 상태인 것이었다.
최강의 말마따나 너무 안일했던 것일까?
사실 검을 들기 전에 기초 근력을 기르기 위해 수련했던 때를 제외한다면 권각을 수련하는 게 도대체 몇 년 만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이대로는 도저히 내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 밤이 지나고 다음 날이 밝았다.
“승자. 후라타.”
아침 일찍 경기에 나선 나미사의 귀에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이 없었던 걸까?
4일간 타쿠마의 병간호로 인해서 출전하지 않던 후라타가 하필이면 오늘 출전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단 한 점도 따내지 못한 경기였기에 별로 아쉽지도 않았다.
“고생하셨습니다.”
“네. 감사했어요.”
마무리 인사를 건네 오는 후라타의 말을 급하게 받아 준 나미사가 달렸다.
비슷한 시각에 시작한 주소희의 경기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급하게 3번 경기장에 들어선 나미사가 숨을 헐떡이며 상황을 살폈다.
최강을 와락 껴안고 웃는 얼굴의 주소희의 모습이 보였다.
***
다음 날 아침.
니시키 도장의 15일 일정을 마치고 공항에 다시금 최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나마 니시키 도장에 온 이유인 주소희와 최말숙의 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니 더 이상 머무를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최강을 공항 밖까지 배웅 나온 나미사가 말했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
말없이 바라보는 최강의 시선을 느낀 나미사가 말했다.
“왜요?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혹시 무언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는 것인가 자신의 옷매무새를 나미사가 살필 때였다.
최강이 말했다.
“아니, 별로.”
별 미련이 없이 뒤돌아서 걸어가자 최강을 따라 두 사람도 마저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의 모습이 공항 안으로 사라지자 나미사가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꺼 두었던 휴대폰을 바라보던 나미사가 조심스럽게 전원을 켰다.
여기저기 전화 오고 난리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전화는 의외로 조용했다.
부재중으로 걸려 온 전화는 유일하게 하야토의 수백 통 말고는 없었다.
가출하다시피 한 나미사를 찾느라 혼이 쏙 빠져 있을 것이다.
나미사가 핸드폰을 켜고 부재중 목록을 살필 즈음이었다.
지이이이잉.
때마침 전화가 걸려 왔다.
“네.”
-아가씨! 도대체 어쩌자고 그러신 겁니까?
하야토의 전화였다.
-그래서 지금 어디 계신 겁니까? 아직도 최강 상과 함께 계신 겁니까?
“아니. 지금은 혼자.”
나미사가 말했다.
“하야토.”
-예. 아가씨.
“나 진짜 미친 걸까?”
나미사의 울적한 목소리를 들은 하야토가 말했다.
-무슨 일 있으신 겁니까?
“아니, 그냥. 하야토 말마따나 지금 같은 때, 보름이나 마음대로 자리를 비우고. 미친 건가 싶어서.”
-…….
침묵을 지키던 하야토가 말했다.
-데리러 가겠습니다. 지금 어디십니까?
“나? 공항.”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띠링.
통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려오자 나미사가 말했다.
“어느 공항이라고는 말 안 했는데…….”
잠시간 생각하던 나미사가 귀찮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알아서 하려나?”
나미사가 한숨을 푹 쉬고는 벤치에 등을 기댔다.
때마침 나미사가 앉은 벤치 옆자리에 누군가 앉는 것이 느껴졌다.
슬쩍 고개를 돌린 나미사가 벙찐 목소리를 냈다.
“어…… 어째서?”
어색하게 딴청 피우던 최강이 나미사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그냥 약속한 게 생각나서.”
“약속이요?”
“왜, 너희 집 한번 들르라며? 잊었냐?”
“분명히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나미사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두 사람은요?”
“곧 있으면 오지 않을까? 미리 예매하러 간다고 했으니까.”
최강이 말했다.
“아니면 돌려보낼까?”
“아…… 아니요. 그럴 필요까지는.”
“그치?”
최강이 벤치에 팔을 올리고 다시 먼 곳을 바라볼 때였다. 말을 해야 하나 주저하던 나미사가 말했다.
“저 근데 최강 씨. 염치없지만 사실 지금은 저희 토와파의 사정이 좋지 못해서요. 가셔도 신경을 못 써 드릴 거 같거든요. 그러니까…….”
최강이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자르며 말했다.
“알아. 그래서 가는 거기도 하고.”
“네? 어떻게요?”
“이틀 전에 왜, 그 총사범이라는 양반이 말해 주더라고.”
최강이 후라타를 따라간 때를 말하는 것 같았다.
나미사가 놀라서 말했다.
“어디까지 말해 주던가요?”
“그냥 대충 상황이 안 좋다는 거 정도? 시바사키인가 시바새키인가 좀 막아 달라고 하더라고.”
말을 하던 최강이 나미사를 향해 고개를 틀면서 인상 썼다.
“근데 솔직히 좀 실망했어. 내가 내 친구 집안일을 왜 그 할아버지 통해서 들어야 하지? 친구라며? 아니면 내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랑 친구였던 건가?”
“아니요. 그건 절대 아니랍니다. 다만…….”
“다만?”
“조금 염치없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오히려 친구 사이니까 부담 드리고 싶지 않았달까…….”
나미사가 말했다.
“오해하셨다면 죄송해요.”
나미사의 사과를 들은 최강이 때마침 공항에서 나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하면 밥은 네가 사.”
최강이 나미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친구님 배고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