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87
87화
2단 잠력을 사용한 최강이 씩 웃으며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쓸 만하네.’
책을 휙 던진 최강이 말했다.
“뭐 하냐? 들어와 봐.”
“…….”
손바닥을 까딱이는 최강을 노려보던 샬렉이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아놀드와의 전투로 상당히 지친 이유도 있겠지만 잠력 덕분인지 샬렉의 움직임이 슬로모션처럼 느리게 느껴졌다.
샬렉의 얼굴을 그냥 후려쳐 버릴 수 있는 최강이 일순간에 샬렉의 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구태여 타쿠마의 일기장을 펼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샬렉의 명치에 주먹을 가져다 댄 최강이 말했다.
“명륜: 쇄흔권.”
최강의 주먹을 얻어맞은 샬렉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날아가는 각도가 달라 거리에 차이는 있었지만 아놀드의 주먹에 처음 얻어맞았을 때와 비슷했다.
‘위력은 쓸 만한 거 같기도 하고.’
구태여 위력을 따지자면 잠력의 위력이 더해졌기 때문인지 황천 보내기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타쿠마의 기술 중 하나였던 명륜 쇄흔권을 사용한 최강이 다가오는 샬렉을 확인하고 다음 기술을 말했다.
“명륜: 진혼보.”
달려드는 샬렉의 공격을 수십 개의 잔상을 만들며 사라진 최강이 그의 후면에서 나타났다. 최강이 샬렉의 등에 손을 대는 모습이 보인 후였다.
“명륜: 백파장.”
엄청난 위력의 장력이 터져 나가며 샬렉이 데굴데굴 앞으로 구르는 모습이 보였다.
“명륜: 진혼보.”
이번에는 진혼보를 이용해 샬렉이 구르는 앞으로 이동한 최강이 샬렉의 턱을 올려 찼다.
“명륜: 용천각.”
붕 떠오른 샬렉이 빙글 한 바퀴 돌아 머리부터 떨어져 내리자 허리를 향해 한쪽 발을 황새 부리처럼 접은 최강이 말했다. 최강의 발끝에 백은색의 구체가 모여드는 모습이 보였다.
“명륜 오의: 명륜.”
최강의 발이 샬렉의 복부를 가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진멸각.”
쿠르르릉.
수십 방의 천둥이 연발로 내리꽂히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샬렉의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붕 날아간 샬렉이 ‘大’ 자로 뻗어 버리는 모습을 확인한 최강이 ‘엥?’ 하는 얼굴을 해 보였다.
‘설마, 아니지?’
어설프게 기술을 따라 하는 것이 고인을 능욕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던 것과 달리, 너무 쉽게 끝이 나 버리자 최강이 조용히 아놀드를 바라봤다.
‘저 녀석, 요란하기만 하지 의외로 물주먹인가?’
최강이 한참을 샬렉과 공격을 주고받던 아놀드를 의심 섞인 눈초리로 바라볼 때였다.
아놀드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막아! 둘을 떨어트려!”
유니버셜 랭귀지는 리치의 기술 중 하나였다. 당연히 타쿠마의 기술과 함께 사용할 수 없었으니 최강이 아놀드의 말을 알아먹을 리 없었다.
“뭐 하나, 어서 빨리!”
여전한 고함 소리를 들으며 아놀드를 멀뚱멀뚱 바라보던 최강이 말할 때였다.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갑자기 놀란 눈을 한 최강이 뒤돌았다.
줄어 가던 녀석의 기운이 갑자기 거대해졌기 때문이다.
***
흉흉한 기운을 느끼고 돌아선 최강이 샬렉의 사라진 배의 상처와 다시 자라난 팔을 목격했을 때였다.
쾅.
방금 전 최강의 옆으로 스쳐 지나간 검은 구체가 최강이 던져두었던 책에 적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구슬로 돌아간 책을 목격하고 바람을 일으켰다. 구슬이 최강을 향해 날아오자 그것을 낚아챈 최강이 요리조리 점검했다.
혹시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살펴보던 최강이 샬렉에게 말했다.
“이게 얼마짜린 줄은 아냐?”
“…….”
대답은 하지 않고 갑자기 모습이 사라지는 샬렉을 목격하고 최강이 황급히 오른쪽 팔을 세웠다.
샬렉이 최강의 손목 날을 강하게 때렸다. 방어한 최강이 좀 전과는 확연히 다른 샬렉의 공격에 인상을 썼다.
‘얼얼하네…….’
아무리 깔보고 있었다지만 현대로 오고 나서 처음 느껴 보는 감각이었다. 방금의 일격으로 결정한 듯 최강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최강이 자신의 뒤에서 여전히 시끄럽게 구는 아놀드의 목소리에 귀찮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알아, 짜식아.”
운동화 앞굽으로 톡톡 땅을 찍어 신발을 고정한 최강이 샬렉을 노려보며 말했다.
“장난은 여기까지야.”
최강이 자신의 주변에 솟아나는 거대한 돌풍이 구름을 헤엄치는 용처럼 사방팔방 지면을 헤엄치는 것을 확인했을 때였다. 수상함을 느낀 것인지 돌진하는 샬렉을 본 최강이 말했다.
“이미 늦었어.”
비스듬하게 들린 최강의 오른발이 마치 교본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다.
“무극 차기.”
***
니시키 도장에는 역대 총사범들의 위패를 모셔 놓은 사당이 존재한다.
그곳의 위치는 당연히 외부인이 거의 출입할 수 없도록 니시키 도장의 가장 안쪽 영지에 마련해 두고 있었는데 근래에 이곳에 문제가 생겼다.
1번 경기장에서 조금 더 이동해 산길을 따라 걸어가면 나오는 이곳의 길목이 완전히 막혀 버리는 일이 생긴 것이었다.
때문에 요즘 니시키 도장의 많은 문하생들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 길을 뚫기 위해서 막노동을 하고 있었다.
열심히 막힌 길을 뚫기 위해 흙을 퍼 나르던 문하생 하나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근데, 도대체 뭔 일이 있으면 이런 게 생기냐?”
막노동을 시작한 것은 3개월 전 이야기이다. 물론 그 전에는 이렇게 대대적으로 막노동을 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근래에 타쿠마가 숨을 거두면서 사당에 타쿠마의 위패를 안치해야 할 목적이 생긴 뒤로는 벌써 보름 가까이 쉴 새 없이 일하는 중이었다.
수레를 끌고 지나가던 문하생이 말했다.
“너희, 그거 모르냐?”
“그거? 그게 뭔데?”
“이 토산이 전 총사범님하고 최강이 싸우면서 생긴 거라잖냐.”
불만을 이야기하던 문하생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와, 씨발…… 그러고 보니 묘하게 시기도 맞아떨어지는데?”
“심지어 저 토산이 발차기 한 방에 생긴 거라는 말도 있다.”
불만 섞인 목소리를 토하던 문하생이 수레를 끌던 문하생과 같잖은 대화를 주고받고 있자 문하생 하나가 픽 비웃으며 말했다.
“발차기 한 방 좋아하네.”
문하생이 해발 1,000미터는 훌쩍 넘을 것 같은 등 뒤의 거대한 토산을 바라봤다.
“저게 발차기 한 방으로 될 일이냐?”
***
아놀드는 최강이 첫 등장 했을 때 적잖게 당황했다.
아무리 정신이 없었다지만 최강이 접근할 때까지 그를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무조건 도망가라고 만류해야 할 상황에서 본인도 모르게 녀석을 양보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놀드의 그러한 생각은 빠르게 바뀌어 갔다.
‘이 남자, 어쩌면…….’
볼품없는 초록색 추리닝을 입은 남자는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강한 사람이었다.
‘정체가 뭐지?’
의외로 가볍게 주먹을 잡아내는 모습이나 지쳤다고는 하나 녀석을 어린애 다루듯 날려 버리는 모습은 자신과 처음 이곳에 온 다른 선진국들의 고위 랭커들이었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순도 높은 블레스.’
자신과 필적하는 수준의 블레스였다.
신의 축복을 한 무더기 받고 태어난 그런 재능의 소유자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런 남자가 어째서 알려지지 않은 거지?’
최강을 보며 계속해서 생각을 이어 가던 아놀드가 흥미로운 눈빛을 보였다.
“책?”
그러고 보니 처음 남자가 등장했을 때도 저 책을 들고 있었다. 곧이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긴 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책을 다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이럴 수가…….”
책을 다시 꺼낸 최강이 2단 잠력을 발동시키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놀드가 놀란 눈을 해 보였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치솟는 남자의 내공을 본 아놀드가 경이로운 눈빛을 만들었다.
믿기 힘들었지만 남자는 자신을 훨씬 초월할 정도의 블레스였다.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강력한 마나를 눈으로 확인한 아놀드가 불현듯 스치는 단어를 입 밖에 냈다.
“프락시온…….”
자신이 채 놀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그토록 고전하던 녀석을 처리한 최강을 지켜보던 아놀드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몸이 피로하긴 했지만 아직 거동 정도야 충분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남자의 정체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강을 향해 아놀드가 걸어갈 때였다. 갑자기 놀란 눈을 해 보인 아놀드가 소리쳤다.
죽어 가는 녀석에게 뛰어가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깜짝 놀라서 남자에게 조언했지만 어째선지 방금 전까지 잘만 대화를 나누던 남자는 멍청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shit.”
아놀드가 결국 자신이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고 절로 욕을 뱉었다.
죽어 가던 녀석이 여자를 잡아먹고 완전히 부활한 것이었다.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한 아놀드가 최강에게 빠르게 달려가 말했다.
인류를 위해서 자신은 몰라도 이 남자만은 이곳에서 살려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였다. 하지만.
“이봐, 빨리 도망가라. 녀석은 내가 잠시라도 막아 보겠다.”
방금 전 일격을 막아 봤다면 알 것이었다.
녀석은 방금 전 녀석과는 전혀 다른 존재였다.
아무리 남자라도 이곳에서는 피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남자는 자신의 말에도 꿈쩍도 하지 않더니 돌연 짜증 섞인 말을 뱉었다.
알아먹을 수 없는 언어이긴 했지만 어감상 분명히 자신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멍청한 자존심을 세우는 것인가?’
자신도 무인이니까 그런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멍청한 일이었다.
남자의 재능은 이런 곳에서 소모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제발…… 남은 힘을 짜내서라도…….’
이렇게 된 이상 최강이 고집을 부리더라도 힘을 짜내서 정신 차리도록 한 방 먹여 줄 생각을 한 아놀드가 힘을 짜낼 때였다.
쿠구궁.
아놀드가 서 있는 지면을 뚫고 거대한 돌풍이 솟구쳤다.
“무슨……?”
아놀드가 갑자기 이곳저곳을 뚫고 들어가며 나오는 돌풍에 잠시 한눈팔렸을 때였다.
‘아차.’
샬렉이 최강에게 도움닫기를 하는 모습을 포착한 아놀드가 절규한 순간이었다.
번쩍.
아름다운 발차기였다.
그 어떤 교본을 뒤져 봐도 볼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발차기가 이루어지자 땅을 뒤집고 일어나는 파도처럼 수십 개의 토네이도가 일어나더니 남자의 코앞까지 도착했던 녀석을 삼켜 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남자와 녀석의 직선상에 있는 모든 것을 엄청난 속도로 갈아엎으면서 이동하던 돌풍이 끝도 모르고 이동하다가 사라졌을 때에는 아놀드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해발 1,000미터는 거뜬할 것 같은 거대한 토산이 생겨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