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97
97화
왜, 어릴 적 모두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 말라고 주위에서 말리면 오히려 꼭 확인하고 싶거나 해 보고 싶은 호기심 말이다.
딱 열 살이 되던 해의 나도 그랬다.
“야, 강아. 근데 진짜로 여기 막 들어가도 되는 거야?”
“괜찮아, 괜찮아. 넌 궁금하지도 않냐?”
넓던 최씨 문중의 영지에서 유일하게 출입이 금지된 그곳.
나는 평소부터 그곳이 뭐 하는 곳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뒤편의 사당은 마냥 빈 공간으로 놔두기에는 지나친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들어가지 말라고 막아 놓은 사당문 앞에 서서 내가 문고리를 잡자 함께 온 녀석이 말했다.
“그러지 말고 강아, 지금이라도 우리 돌아가자. 진짜로 요괴라도 있으면 어떡해…….”
“풉…… 이 세상에 요괴가 어딨냐? 다 우리 겁주려는 뻥이야. 공갈이라고.”
내가 여전히 무서워하는 녀석을 놔두고 사당 문을 열었다.
“거봐, 아무것도 없지?”
“그…… 그러네.”
휑한 분위기의 넓은 마당을 확인한 녀석이 자신감을 얻었는지 조금 표정이 밝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근데 강아, 저건 뭘까?”
“글쎄, 궁금하면 확인해 보면 되지.”
넓은 마당에 건물이라고는 유일한 단칸방이 호기심을 자극한 탓인지 나와 녀석이 20평 남짓의 단칸방으로 향했다.
문 앞에 선 내가 녀석과 문고리를 한 짝씩 잡았다. 그리고.
“하나, 둘.”
신이 난 목소리로 셋에 맞춰 함께 문을 열어젖힌 내가 맥이 빠지는 얼굴로 말했다.
“어?”
“검이네?”
혹시나 재밌는 게 있을까 하고 잔뜩 기대했던 내가 실망했다. 검이라면 무가의 자식인 자신은 어릴 때부터 이미 질리도록 봐 왔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뭐야, 재미없게.”
흥이 식은 내가 문을 닫고 돌아서 다시 마당으로 나왔을 때였다.
부스럭부스럭.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내가 뒤돌아섰다.
그러고 보니 함께 따라나설 줄 알았던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다시 단칸방의 마루 위로 올라가니 자기 키만 한 검을 들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검을 반짝이는 눈으로 보던 녀석도 날 봤는지 말했다.
“근데 강아, 이거 뭔가 좀 멋지지 않냐?”
“멋지긴 뭐가 멋지냐? 다시 돌려놓고 가자. 별로 재밌는 것도 없는데.”
“어? ……어, 그러자.”
나의 시큰둥한 반응에 검이 있던 곳으로 다시 돌려놓기 위해 가는 모습을 내가 지켜볼 때였다. 환청이라도 들은 걸까, 녀석이 두리번거리다가 뒤돌아 말했다.
“방금 뭐라고 했어?”
“아니.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방금 말했잖아. 청화…… 어쩌고…….”
무언가에 홀린 듯 잔뜩 겁먹은 얼굴로 녀석이 말했다.
내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느끼고 황급히 녀석에게 다가갈 때였다.
“거봐, 지금도 청화수라고.”
퍼엉.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폭발에 휩쓸려 튕겨져 날아간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뒤에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본 것은 이곳저곳 화상을 입은 나의 모습과 이미 사당으로 들이닥친 어른들 그리고 청화수를 들고 있는 채로 잘려 나간 녀석의 팔이었다.
어째선지 그날 자세한 것은 잘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팔이 잘린 환부를 부여잡고 우는 고통에 젖은 녀석의 신음이 아니라 그때 내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
‘솔직히 좀 긴장되네.’
최강이 자신을 조용히 응시하는 샤오첸의 시선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런 게 기억 폭행? 뭐 그런 건가?’
체감상 십수 년은 더 된 일이고 실제로는 몇백 년은 더 된 일이었는데 어째선지 바짝바짝 입이 말라 왔다.
“그렇군. 기억난다. 애송이, 우리 구면이던가?”
“…….”
황송하게 알아봐 주시기까지 하다니 감격일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제법 오래된 일인데 그걸 기억하네?”
“당연한 일이다. 아직 고추도 안 서는 어린놈이 나와 대적해서 살아갔으니 말이다.”
칭찬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기분 상하는 발언이었다. 비록 그때는 열 살밖에 안 됐었어도…….
“빨딱빨딱 잘 섰거든!”
최강이 샤오첸을 향해 달렸다. 중간 지점에 있던 창을 최강이 뽑아 들자 곧이어 샤오첸의 불꽃이 들이닥치는 모습이 보였다.
불꽃이 휩쓸고 지나간 곳을 지켜보던 샤오첸이 중얼거렸다.
감촉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군…….”
기이한 상황에 샤오첸이 자신의 손을 보며 의아해할 때였다.
푸욱.
“……?”
샤오첸의 눈에 자신의 왼쪽 가슴팍을 뚫고 나온 최강의 창이 보였다.
가슴팍을 얼어붙게 하는 냉기와 달구는 열기가 담금질하는 모습이 보였다.
얼어붙은 가슴팍을 천천히 내려다본 샤오첸이 픽 웃었다.
“확실히 그때에 비해서 잡기술이 늘기는 했구나.”
최강이 샤오첸의 말을 들었을 때였다. 얼어붙은 가슴팍이 갑자기 터져 나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황급히 물러났다.
이 폭발은 자신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디멘션 게이트를 타고 다시 모습을 감춘 최강이 잠시 후 모습을 드러냈다.
“씁…… 솔직히 좀 너무하네…….”
최강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다시 아문 녀석의 가슴팍을 보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게 최강이 기억하는 청화수는 이런 능력까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팔을 직접 베어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가?’
최강이 샤오첸의 팔에 들린 청화수를 바라보면서 땀을 삐질 한 방울 흘렸을 때였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샤오첸을 공략한다는 것도 사실 제법 힘든 일이다. 방금 전에야 녀석이 방심했기 때문이고, 녀석의 공격력은 여전히 위협적이기 때문이었다. 스치기만 했는데 온데간데없어진 배리어들이 그 증거였다.
가만히 있는 최강을 본 샤오첸이 말했다.
“더 보여 줄 잡기술은 없는 것이냐?”
“…….”
최강이 별말이 없자 샤오첸이 말했다.
“그럼 이번엔 내가 보여 주도록 하마.”
화르르르륵.
최강이 샤오첸이 들고 있는 청화수에 일렁이던 불꽃의 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놀란 눈을 해 보였다.
“청색……? 그렇군. 청화수(靑火修), 이런 의미였냐?”
녀석과는 수 킬로미터는 떨어진 상태일 텐데 여기까지 살을 태우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러면 큰일인데…….’
잠식당하고 1주일이 지난 청화수는 그야말로 어마무시했다. 그날 자신이 살아남았던 것은 늦지 않은 대응 덕분이었다는 것을 말해 주는 듯이 말이다.
최강이 샤오첸의 검이 휘둘러지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창을 내던졌다.
한순간이지만 불꽃을 통째로 얼려 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치이이익.
곧이어 증기로 만들어 버리며 밀어닥치는 불꽃을 본 최강이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 한 무더기 던졌다.
칭칭칭.
주머니에 가득 채워 왔던 공이었다.
그렇다.
최강이 이것을 처음 딱 봤을 때 지금 같은 상황에 유용하리라 생각했다. 자유자재로 만상일체 녹여 버리는 청화수의 불꽃은 최강도 버거웠으니 말이다.
의형기를 이용해 냉기로 변환한 내공을 담은 공인 이유일까?
찰나간은 버텨 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최강에게는 그 찰나만으로 충분했다. 디멘션 게이트로 몸을 한번 뺄 수 있는 시간이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헬기로 돌아온 최강이 한숨 쉬었다.
“어쩌지…… 이대로 돌아가?”
순간이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직접 느껴 본 청화수는 훨씬 더 괴물이었다. 정면으로 붙는다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괴물 말이다.
잠시간 생각하던 최강이 아까 놓아뒀던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집어 든 최강이 모습을 감췄다.
최강의 목소리를 들은 듯한 운전사가 뒷좌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지…… 잘못 들은 건가?”
다시 원래의 장소로 돌아온 최강이 말했다.
“타쿠마.”
리치의 기술이 아닌 타쿠마의 기술을 사용한 이유는 간단했다. 일격.
완벽한 일격을 위한 공격력 증가를 위해서였다.
청화수가 검을 휘둘렀다. 청색 불꽃이 최강을 향해 삼킬 듯이 쏘아졌다.
주머니에서 대충 공을 꺼내 집어 던진 최강이 방패 무더기가 펼쳐지는 것을 확인하고 들러붙었다.
최강의 눈에 자신이 계속해서 주입하는 냉기와 밀어닥치는 청염이 쉴 새 없이 충돌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오, 개뜨겁네…….’
안 그래도 가뜩이나 정신 사나워 죽겠는데 샤오첸 녀석이 속 긁는 소리를 했다.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여태껏 이 몸의 청염을 버틴 녀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럴 것 같았다. 이마저도 사전에 단단히 준비해 오지 않았다면 최강도 지금같이 버티는 것은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최강이 주머니에서 빛나고 있는 류세란이 추천했던 아이템을 바라봤다.
‘돌아가면 밥 한 끼라도 사 줘야지.’
류세란이 그날 추천했던 아이템은 중급 정령의 화염 구슬이라는 물건으로 화염 저항을 도와주는 물건이었다. 수만 도에 필적하는 청화수의 청염에 최강이 저항이라도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이 물건 덕분이었다.
최강이 처음에 사출한 불꽃이 사라지자 다시 한번 검을 휘두르려는 샤오첸을 보고 말했다.
“너무 부주의한 거 아니냐?”
샤오첸의 손이 움찔하는 모습이 보인 순간이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맞은편에 최강이 존재하는데 등 뒤에서 검을 든 최강이 샤오첸을 찔렀기 때문이다.
푸욱.
샤오첸이 가볍게 최강을 날려 버리고는 말했다.
“무슨 잡술인지는 모르겠다만.”
푹. 푹.
샤오첸이 말을 하던 새, 마찬가지로 또 다른 두 명의 최강이 검을 찔러 넣었다.
이상함을 느낀 샤오첸이 주변을 돌아봤다.
“호오…… 이건 무슨 잡술이냐.”
창을 겨누고 있는 여덟 명의 최강이 추가로 더 보였다.
“잡술이랄 건 없고.”
청화수를 포위하듯 둘러싼 다수의 최강이 말했다.
“필살기랄까? ×8.”
다수의 최강이 일제히 빛이 뿜어져 나오는 창이 터지는 것을 보며 말했다.
“고려 좌군 투창류 2식 백련×8.”
쿠우우웅.
***
호남성, 강서성, 복건성 등.
중국 남단에 위치한 광둥성과 인접한 성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 신기한 일을 겪고 있었다.
“지금 뭔가 갑자기 덥지 않냐?”
“그러게…….”
“갑자기 후끈 후끈해진 거 같은 기분이야.”
때는 3월 초.
아무리 중국 남단이라지만 더위가 찾아올 계절은 분명히 아니었다. 하지만.
더위를 호소하며 사람들은 하나씩 코트를 벗기 시작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코트를 벗어도 더위가 가시지 않자 사람들이 참다못해 겉옷도 하나씩 벗을 때였다.
“어라?”
사람들이 못 볼 걸 본 듯한 눈으로 일제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면이 이렇게 뜨거운데도 녹지 않고 지면 위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는 하얀 함박눈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