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Dragon Teacher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야율황이 돌아오자, 마도인들이 눈치를 보았다.
왜 힘들게 허윤의 코앞까지 갔다가 그를 살려 주고 돌아왔는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나 감히 묻기가 어려웠다.
야율황이 물었다.
“아직도 무림맹 잔당들이 남았느냐?”
부하가 보고했다.
“포위망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중입니다. 바로 정리할까요?”
야율황은 사인교에 느긋하게 앉아 말했다.
“보내 주어라. 우리 허 선생께서 직접 저것들을 구하려고 왔는데, 체면치레는 하게 해 드려야지.”
마도인들이 의아해했지만 야율황은 그들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데 그때 흰옷을 입은 다수의 그림자가 흐느적대며 야율황의 앞에 나타났다.
천인종의 수장 백면신 괴생락이 뜯겨 나간 손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가느다란 눈으로 야율황을 응시했다.
“왜 다 잡은 물고기를 죄다 놓아 주셨소이까?”
다른 이들이 묻지 못한 말을 대놓고 물었다.
야율황이 거만한 태도로 답했다.
“본좌의 결정이 불만인가?”
괴생락은 야율황의 거친 말투에도 주눅 들지 않았다.
“남십자성이 우려하던 대로요.”
“무엇을 말인가.”
“대종사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소. 사파를 끌어들인 것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소.”
야율황이 킬킬댔다.
“그게 왜 부끄러워야 하지?”
“부끄러워야 마땅하오. 우리 신인(神人)들이 살아가야 할 신주를 그런 파락호들의 힘을 빌려 되찾겠단 말이오?”
갑자기 야율황의 기세가 달라졌다.
야율황의 시커먼 그림자가 커지면서 일렁거렸다.
마기가 줄줄이 뿜어져 나왔다.
괴생락이 한 걸음을 주춤 물러섰다.
마도인들은 태생적으로 마기에 약하다.
야율황이 눈을 치켜뜨고 야수처럼 이를 드러냈다.
“그게 못마땅하면, 직접 나와서 하라고 해. 건방지게 굴에 처박혀서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그러나, 본좌의 앞에 선다면 본좌의 명에 따라야 할 것이야. 알겠느냐?”
괴생락은 몸짓뿐 아니라 말투에서도 한 단계 조심스러워졌다.
“본인은 남십자성의 말단에 불과하오. 대종사께서 사파를 끌어들였기에 그들에게 얕보이지 않고자 돕게 되었소. 남십자성을 대변하지 않으니 감안하여 주시오.”
“흥. 겨우 그 꼬라지로 본좌를 도와?”
야율황이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괴생락이 고개를 들었다.
“하여 물은 것이외다. 무림맹 철심당은 몰라도 그자는 위험하오. 살려 두어선 안 되었소이다. 그런데 왜 대종사는 그자를 살려 주었소이까?”
“위험하다는 건 너희 같은 족속들에게나 그러한 것이다. 본좌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
“하나 대종사도…….”
“네가 흑룡보다 중요한가?”
괴생락이 길게 그린 눈썹을 꿈틀댔다.
“어떤 의미로 물었는지 모르겠으나, 어찌 그런 자와 우리를 비교…….”
“그럼 닥쳐라. 한마디에 한 놈씩 죽이겠다.”
“대…….”
순간 야율황이 무소천공지를 발출했다.
천인종 한 명이 죽어 쓰러졌다.
“남십자성은 필요하지만 말 안 듣는 개는 필요 없다. 꺼져라.”
괴생락은 이를 꾹 물고 바르르 떨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곤 뒤로 돌아 나갔다.
큭큭큭큭.
야율황의 머릿속에는 천인종보다 온통 허윤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잘 써먹을 수 있을까 그 고민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 기뻐한 바람에 흑룡이 허윤에 대해서 한 말을 잊고 있었다.
― 재앙이 됩니다. 소용돌이가 되고 태풍이 되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겁니다…….
* * *
손현과 철심당은 갑작스럽게 마도군이 물러나서 긴장했다.
심지어 얼른 가라는 듯이 아예 길을 터 주기까지 했다.
“이것들이 무슨 수작이지?”
쿠웅! 쿵! 쿵!
거대한 체구의 법왕이 그들의 앞으로 나와서 휘휘 손짓했다.
“대종사께서 너희들에게 아량을 베푸셨다. 마음이 바뀌시기 전에 사라지도록.”
철심당은 경계를 풀지 않으면서 조심스레 움직였다.
정말로 야율황이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인지, 막아서는 자가 없었다.
손현은 야율황과 허윤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것인가 궁금했으나, 어쩐지 물어본다고 대답해 줄 것 같진 않았다.
‘언젠간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
지금은 우선 몸을 피하는 게 우선이었다.
당주까지 잃고 대패한 철심당은 분루를 삼키며 포위망을 벗어났다.
* * *
낙락은 온통 수로처럼 팬 길을 폴짝폴짝 넘어서 허윤에게 돌아왔다.
“다행이구먼. 자네는 죽지 않을 거라 장담했지만, 혹시나 잘못될까 봐 걱정했다네. 대종사가 그냥 물러나던데, 어떻게 된 건가?”
허윤은 풀썩 주저앉아서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낙락이 손을 올려 파문으로 진정시켜 주려는데, 허윤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서 낙락을 쳐다보았다.
그 눈동자에 혼란이 가득했다.
“그자가 저를 안 죽이고 갔습니다. 왜죠?”
“그걸 내가 어찌 알겠나.”
“그가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날 살려 주기로 보장했다는 둥, 누구에게 약속을 했다는 둥.”
“자네가 요청한 건 아니었을 텐데. 그럼 누구와 무엇을 약속했다는 건가?”
낙락이 무심코 되물은 그 말에 허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렇죠. 대체 누구일까요?”
낙락이 말하려 하는데, 허윤은 손바닥을 들어 하지 말라는 듯 막았다.
“이보게?”
“어떻게 된 노릇인지 모르지만, 놈이 절 다른 사람과 착각했거나…… 아니면 이전에 만난 걸 알아보았거나 둘 중 하납니다.”
“자네와 다른 사람을 착각했다면…….”
허윤은 손까지 떨었다.
“내 아들…… 이…… 살아 있다면…… 지금 내 나이쯤 됐을 겁니다.”
낙락은 허윤의 갑작스러운 고백에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
“죽었다지 않았나?”
“그걸 말해 준 게 저놈, 대종사 야율황이었습니다.”
“허어? 그럼 자네가 직접 본 건 아니었던 거로군.”
허윤이 계속해서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만약 착각한 게 아니라 절 알아본 거라면, 다시 둘 중 하납니다.”
그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놈이 저를 괴롭히고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죽이지 않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제 아들을 알고 있는 겁니다. 관계가 있다는 거지요.”
낙락은 오히려 그 말에 놀랐다.
“포로로 잡혀 있는 건가?”
아니면 노예나 종자로 마도에서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때 낙락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잠깐. 생각해 보니 점을 쳐 보면 되지 않나?”
허윤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낙락은 왜 그런지 눈치챘다.
“점을 쳐 보지 않았군.”
사실은 정말로 죽은 걸까 봐 두려워서.
그걸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
낙락은 평소 허윤이 가지고 다니는 상자를 열어서 점구를 꺼냈다.
그중에 산통과 산가지를 집어 허윤에게 건넸다.
“자. 해 보게. 지금이야말로 자네의 점술이 가장 필요한 때일세.”
허윤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산통을 받았다.
그러나 점을 칠 준비를 하지 못했다.
“만일 살아 있다면…… 살아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게. 당연히 찾아와야지.”
“만일 저자가 그것으로 저를 협박하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네. 우선은 자네 아들이 살아 있는지 어떤지 그걸 알아보는 게 우선일세.”
허윤은 떨리는 손으로 산가지를 쥐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점을 치는 과정에서 몇 번이나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점괘를 냈다.
그러곤 한참이나 말없이 그것을 보기만 했다.
궁금해진 낙락이 힐끗 들여다보았다.
“수천수(水天需)로군. 어떤 의미인가?”
허윤은 무심결에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수천수(䷄)는 하늘 위에 물, 즉 구름이 있는 형국입니다. 수(需)는 아직 덜 찼다는 의미이니, 비가 오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해석이 됩니다.”
“때가 되지 않았다는 뜻인가?”
“단순히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뜻만이 아닙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 차서 비가 오면 장마가 되고 강이 범람합니다. 그러니 그 전에 밭에 배수로를 파고 강둑을 높여야겠지요. 즉.”
“즉.”
“지금은 다른 생각을 말고 만반의 준비를 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때를 기다리라는 건, 언젠가는 그 ‘때’가 온다는 의미이다!
허윤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내 아들, 도진이가 살아 있습니다! 도진이가!”
바닥에 손을 짚고 엉엉 울었다.
낙락이 기뻐했다.
“잘됐네. 정말 잘됐어! 어찌 됐든 살아 있으면 된 거네.”
허윤이 울면서 바닥의 흙을 꽉 움켜쥐었다.
“야율황! 그자가 내 아들에게 손을 댄다면, 전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아주 지독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아암, 당연히 그래야지. 정말로 못된 자로구먼. 죽지도 않은 아이를 죽었다고, 왜 그런 말을 하여 사람을 이리 마음고생을 시켰는가 말이야.”
허윤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소매로 훔쳤다.
“강해져야겠습니다. 무공도 더 배우고, 세질 겁니다. 그래서 오늘처럼 기회가 온다면, 다시는 그놈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아주 영향력이 크고 높은 사람이 되어, 놈이 도진이를 함부로 해칠 수 없게 만들겠습니다.”
낙락의 코끝이 빨개졌다.
낙락은 눈물을 글썽이며 코를 손으로 훔쳤다.
“이제야 자네도 자네의 길을 찾은 것 같구먼.”
* * *
허윤과 낙락은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낡은 사당으로 돌아왔다.
술까지 한잔 걸쳤는지 얼굴이 불콰해진 고우사와 대홍랍강이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 왔냐? 살린다는 놈들은 살렸어?”
“그런 것 같소.”
“이리 와. 너도 한잔해.”
허윤은 마다하지 않고 그들 틈에 끼었다.
“그럽시다. 마침 술이 필요했소.”
낙락도 술판 사이에 앉으려 했더니 대홍랍강이 떽 하고 야단을 쳤다.
“네 건 따로 있다.”
그러면서 한지로 싼 당과 한 줌을 내밀었다.
낙락은 냉큼 받아먹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용이 돌아왔다.
“형님! 말씀하신 대로 전부 처리했습니다!”
“수고했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엇험.”
장용은 가슴을 떡 벌리고 허리에 찬 검을 툭툭 쳐 보였다.
고우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거 뭐냐. 비싸 보이는 칼인데. 어디서 훔쳤어?”
“어허! 훔치다니. 고맙다고 종남파에서 선물로 받은 거야.”
“야, 웃기지 마. 그거 딱 보니까 종남파의 십대 보검 중 하나인 진천태을검(震天太乙劍)인데?”
“아, 그런 거야?”
“뭔지도 모르고 받았어? 훔쳤지?”
장용이 눈을 부릅떴다.
“영감은 내가 거짓말하는 거로 보여? 진짜로 받았다니까.”
“넌 검수도 아니잖아. 소림사 권법 배우고, 청성파에서도 호신 무공 받은 주제에.”
“괜찮어. 멋있으니까 차고 다니다가 돈 필요할 때 팔면 되지.”
“하, 이거 이상한 놈이네. 검수도 아닌데 왜 검을 들고 다녀. 그리고 그거는 함부로 팔지도 못해. 팔면 큰일 나.”
“아, 그럼 이제 나는 소림사와 청성파의 공동 전인이며, 전대 신강제일인이자, 종남파 보검의 주인이 된 건가. 이거 소개말이 너무 긴데.”
신강제일인이란 말에 대홍랍강이 움찔했다.
“거, 듣기 좀 그렇구먼. 너무 길면 가운데는 좀 빼지.”
장용이 눈을 부라렸다.
“빼고 싶으면 영감이 빼 주든지.”
장용과 대홍랍강이 빼니 마니 티격태격하고 있는데, 안소방과 쾌도가 함께 돌아왔다.
“화산파도 철수를 마쳤습니다.”
“수고했구만. 응?”
자세히 보니 쾌도의 한쪽 눈두덩이 시퍼렜다.
허윤이 의아하여 물었다.
“눈이 왜 그런가?”
쾌도가 큭큭거리고 웃었다.
“큭큭큭. 제가 이 정도면 상대는 어떻게 됐겠습니까, 형님.”
아닌 게 아니라 최근에 쾌도의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쾌도가 이 정도로 얻어맞았으면 상대가 걱정될 지경이긴 했다.
고우사는 쾌도에게 말을 걸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상대가 누군데?”
“화산파 문주.”
“에엥?”
고우사가 짜증을 냈다.
“네가 아무리 잘나가도 화산파 문주하고 어떻게 비벼. 자미사가 도끼 몇 자루만 쥐면 끝인데.”
“큭큭큭. 영감은 못 믿겠지.”
“그래서, 화산파 문주는 어떻게 됐는데?”
“내가 이 정도면 어떻게 됐겠나. 큭큭큭.”
“아니, 그건 방금 한 말이고. 자미사는 어떻게 됐냐니까?”
“큭큭큭.”
고우사가 인상을 쓰고 안소방을 보자, 안소방이 얼른 대답했다.
“화산파의 문주님이 작은 오해가 있으셔서요. 깨어나시고 바로 설명을 하긴 했거든요. 그랬더니 한참 생각하시다가, 갑자기 쾌도 형님을 부르시더니 멱살을 잡고 저렇게…….”
쾌도가 코웃음을 쳤다.
“비겁하게 기습 공격을.”
고우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깨어나? 오해? 애초에 자미사는 왜 자고 있었대? 기절했던 건가?”
“큭큭큭. 영감. 내 눈퉁이가 이렇게 됐으면 상대는 어떻게 됐을 거라고 했지?”
“네가 기절시켰다고?”
고우사가 확인을 요하는 투로 안소방을 쳐다보았다.
“그건 사실이긴 합니다.”
대홍랍강이 의아해했다.
“……근데 뭔가 순서가 이상하지 않아? 나만 이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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