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115
제115화
조셉이 아르테르와 그 부하들을 상대하는 동안 마르할은 마리나와 마주했다.
“그만 놓아주면 안 될까요?”
“불가능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마르할의 가죽끈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겉으로는 편안해 보여도, 그녀는 온 정신을 집중해 가죽끈의 움직임을 막고 있었다.
이미 발현된 신비를 다른 신비로 상쇄하는 건 그녀 수준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대가 불을 쓰면 물이나 얼음을, 물을 쓰면 불로 대응하면 된다.
하지만 역사로 역사를 짓누르는 건 그녀에게도 힘들다.
남쪽 경계 도시에서 그녀가 알레스에게 당했던 건 땅의 역사를 이용해 타인의 역사를 억압하는 일종의 저주다.
잠깐 마법의 흐름을 끊는 건 쉽다. 막 신비를 익힌 알레스도 사용한다. 하지만 그걸 유지하려면 수십 배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강에 흐르는 물을 막는 것과 같다. 잠깐 물의 흐름을 막는 거라면, 적당한 크기의 나무를 이용하거나 돌로 둑을 쌓아도 된다.
하지만 그걸 계속 막고 있으려면, 튼튼한 댐을 만들어야 한다.
마리나가 만든 건 댐이다.
가죽끈이 가진 역사를 그녀가 가진 역사로 틀어막고 있다.
순수한 힘 싸움, 거기에 마르할의 방해도 있다.
마르할의 마법은 그녀가 경험했던 모든 업을 통틀어 가장 이질적이다.
위력은 대단하지 않다.
용병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우연으로 익힐 수 있는 얕은 역사에서 나오는 신비와 비슷하다.
그들의 신비를 짓밟는 건 간단하다. 마리나의 실력이라면 신비가 발동하기 전에 끊어버릴 수 있다.
마르할의 마법은 아니다.
위력은 용병들의 것과 다르지 않지만, 마법이 품고 있는 업의 깊이와 단단함이 보통이 아니다.
그녀가 품고 있는 실라나티엘의 역사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당연합니다.’
마르할은 용사 일행의 길잡이다.
서부를 가로지르고, 마왕을 죽이고, 세상의 반을 멸했다.
마르할이 품은 역사와 비교하면 마리나의 역사는… 마리나 실라나티엘의 역사는 그 무릎에도 못 미친다.
마르할의 마법을 견제하는 것만으로 그녀는 심대한 정신력을 소모하고 있다.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뭡니까?”
“누가 시킨 거예요?”
“폐하의 명입니다.”
숨겨도 소용없다.
저 남자라면 질문을 던지는 시점에서 이미 대부분의 전말을 파악하고 있다. 그녀가 다소 노골적으로 행동하기도 했고.
마리나의 대답을 들은 마르할이 작게 인상을 썼다. 그리고 손으로 피 묻은 입술을 한 차례 쓰다듬었다.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가 직접 시켰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황제의 의중까지 읽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뇨. 전 읽을 수 있어요. 황제는 절대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아요. 절대로. 직접 명령을 내린 사람은 말리바 리시죠? 황제의 직인이 찍힌 문서, 하다못해 편지지라도 보았나요?”
“못 봤습니다. 하지만 황제의 이름을 사칭하다니, 가문이 멸해질 대역죄입니다. 말리바 리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말리바 리시는 제국에서도 인정받는 인재다.
연합에서도 상당한 재산을 축적하고 있고, 제국으로 돌아가면 제국군 전략 사령관 이상의 자리도 노려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미쳤다고 황제의 이름을 사칭한단 말인가.
“그건 들켰을 경우죠. 유일한 피해자가 입 다물면 이번 작전이 황제의 뜻인지, 당신의 자진 참가인지 누가 알겠어요.”
아르테르는 말리바 리시의 부하다.
말리바 리시가 직접 명령해 움직일 수 있다.
이 편성에서 말리바 리시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마리나밖에 없으며, 그녀만 완벽히 속이면 황제가 아니라 신의 이름을 사칭해도 없던 일이 된다.
“…확신할 수 있습니까?”
“말리바 리시라면 실라나티엘이 제국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고 있어도 이상할 게 없죠. 실라나티엘을 움직일 거라면 황제 직인을 보여주는 게 가장 확실해요. 그런데 왜 당신에게는 보여주지 않았죠?”
마리나가 흔들렸다.
만약 마르할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여기서 빠져도 된다.
하지만 거짓말이라면?
그녀는 모든 걸 잃는다.
마르할과 알고 지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마르할이 어떤 사람인지는 질리도록 경험했다.
그가 입을 열면 이미 늦다.
논리적 사고로는 마르할의 언변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저에겐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일말의 미혹도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제가 받은 명령은 마을을 불태우는 것. 사람을 대피시킬 시간은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마을은 방치하세요.”
“…이걸 안 믿어요?”
“당신의 평소 행실을 보시죠. 적이 된 입장에서 당신의 말을 믿을 수 있을지.”
“말을 너무 잘해도 문제라니까.”
마르할이 혀를 찼다. 아군이던 사람이 적군이 되니 이런 일도 있구나.
평소 배신의 여지를 주지 않다 보니 처음 있는 일이다.
‘어쩔 수 없나.’
마르할은 그다지 꺼내고 싶지 않았던 말을 꺼냈다.
“제가 축제를 열기로 한 것과 당신이 제 정보를 제국에 넘긴 것, 둘 중 뭐가 더 빨랐어요?”
마리나가 눈에 띄게 동요했다. 유물을 속박하던 그녀의 마법이 풀렸다. 여기서 유물을 움직여도 되지만, 마르할은 그러지 않았다.
“그걸 어떻게…?”
“그야 용사와 동행했던 사람을 찾았다고 하면 누구라도 그러죠.”
정보를 접한 사람이 실라나티엘이라면 무조건이다.
마르할은 마리나를 믿었다. 마리나 안에 있는 ‘실라나티엘’과 그 실라나티엘을 만든 므에트 제국 황실을 믿었다.
“말해봐요. 당신이 편지를 보낸 것과 제가 축제를 연 것. 뭐가 더 빨랐죠?”
“전자입니다.”
“연합에서 제국으로 올라가는 보고서는 정해진 경로가 있어요. 당신이 편지를 보낸 경로와는 속도도 과정도 다르겠죠. 장담컨대 당신의 편지가 더 빨라요. 황제가 용사의 길잡이를 놔두고 길잡이가 가진 마을만 불태우라는 명령을 내릴 합리적인 이유를 말해보세요.”
“…없습니다.”
전 제국군 사령관이 연합 이사로 있다. 제국이 지주들의 정보를 모를까?
연합이 지주의 정보를 보호해 준다는 말을 진지하게 믿는 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밖에 없다.
모두 연합 주인들은 지주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라 짐작하고 있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빅토르마 므에실리고 2세라면 서부 모든 지주의 정보를 원할 때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마르할은 놔두고 마르할의 마을만 불태우라는 명령을 내린다?
말이 되지 않는다. 제국 황제가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한단 말인가.
말리바 리시의 얄미운 얼굴이 떠오른다.
속았다. 황제의 이름에 지레 겁먹어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그녀 잘못이다.
이걸로 말리바 리시의 약점을 잡는 것도 불가능하다.
말리바 리시가 거짓말한 대상은 그녀밖에 없다.
한 번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듯, 한 번 지나간 말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가 말리바 리시가 황제를 사칭했다고 주장해도 그걸 믿을 사람이 없다.
그녀가 마르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는다.
-전 제국군 전략 사령관이자 현직 연합 이사가 그런 위험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아르테르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그의 부하들은 조셉에게 접근도 못 하고 있다. 아르테르 혼자 전기를 두른 기사와 대치하는 중이다.
철을 베는 기사가 철을 베지 못한다. 이미 기세에서도 밀린다. 저건 끝이다.
“오해는 이만하면 푼 것 같고. 이제 셈을 치르죠.”
“셈…?”
마리나의 시선이 내려갔다. 옆구리에 단검이 삐죽 솟아 있다. 마리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무릎 꿇었다. 옆구리를 부여잡고 고통을 참으며 고개를 들었다.
마르할이 허세를 부리는 용병처럼 단검을 던졌다가 받으며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녀가 허튼수작을 부리려 하면, 다음 단검이 그녀에게 날아올 것이다.
“어떻게? 라는 얼굴이네요. 도둑의 기술이라는 것만 알아둬요. 기사에게는 안 먹혀도. 마법사한테는 잘 먹히더라고요.”
마리나는 간단한 방어구 하나 걸치지 않고 있다. 대신 항시 그녀의 몸을 보호하는 방어 마법을 사용한다.
실라나티엘 가문의 마법으로 자고 있을 때의 기습도 막아주는, 마법사라면 누구나 바랄 마법이다.
일반적인 공격은 그녀의 마법을 뚫을 수 없다. 그러나 마르할의 공격에는 그녀의 마법이 반응하지 않았다.
극한의 고통에 마리나는 숨도 쉬기 힘들었다.
무릎 꿇은 채 몸을 웅크린 그녀는 간신히 마르할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마르할은 마리나의 어깨를 밀었다. 그녀는 옆으로 넘어졌다.
마르할이 마리나 옆구리에 박힌 단검에 손을 가져갔다.
“참아요. 몸 비틀면 덧나니까.”
“끄윽…!”
마르할이 단검을 단숨에 뽑았다.
그녀는 몸 일부를 불에 지진 적이 있다. 실라나티엘의 마법을 익히는 과정에서 필요한 일이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지금 그녀가 느끼는 고통이 그것과 비슷했다.
마리나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마르할은 그녀 위에 올라타 팔과 다리를 억눌렀다.
마르할의 신체 능력은 마리나보다 뒤떨어진다. 하지만 기술로 제압하는 건 다소 힘의 차이가 있어도 가능하다.
그게 통증에 발작하는 환자를 제압하는 율란의 기술이라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마리나의 얼굴은 눈물과 침과 땀으로 엉망이다.
마르할이 마리나의 상처를 쓰다듬었다. 상처에 새살이 돋아났다.
출혈을 막고 뚫린 살가죽을 막는 응급처치에 불과하다. 제대로 상처를 치료하려면 사제에게 보여야 한다.
하지만 통증은 확실하게 줄어든다.
마리나가 눈을 떴다. 눈물 탓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
바로 앞에 있는 마르할의 얼굴이 흐릿하다.
마르할은 그녀의 피가 묻은 단검을 들고 있다. 그리고 역수로 쥔 단검이 불길하다.
“마르할…?”
“제가 개고생하긴 했지만, 죽은 사람도 없고, 이대로 넘어가는 길도 있어요.”
저 멀리 마린과 카반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다.
카반은 이해해도, 마린은 절대 마리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죽이라고 난리를 치겠지.
마린만이 이유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당신을 얌전히 돌려보내면, 저는 마을을 공격한 연합 인사를 그냥 돌려보낸 사람이 되어버린단 말이에요. 그건 아주 안 좋아요. 연합에서 저를 무시하는 건 물론이고, 다른 지주들이 옆에서 지랄할 게 눈에 훤해요.”
지주들에게 공사 구분도 못 하는 애송이 소리를 들을 것이다.
금화 100개로 만든 믿음에 금이 간다.
마르할의 신용으로 유지 중인 몇 개의 중요한 거래가 끊어질 수도 있다.
그 안에는 겐트만처럼 서부 재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서부 재건 따위 맘에도 없지만, 마르할이 만드는 그늘을 보고 마르할에게 협력하는 사람들.
그러니 마르할은 그늘을 거둬선 안 된다. 그늘 안으로 빛이 들어오도록 해선 안 된다. 그게 그늘을 만들어낸 사람의 책임이다.
마르할이 단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마리나의 얼굴 위로 치켜들었다.
“아….”
마리나의 입이 열렸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마르할의 손에 들린 단검을 보았다.
단검이 겨누고 있는 건, 그녀의 눈이다.
한 번 잃었다가 간신히 되찾은 눈.
공포가 폭풍처럼 밀려온다.
마리나는 눈을 한 번 잃었다. 그리고 다시 빛을 찾았다. 그때의 감동은 세상 누구도 모를 것이다.
마르할은 그녀에게서 다시 빛을 빼앗으려 한다.
그게 그녀는 참을 수 없이 무섭다. 과거의 기억에서 밀어 올려지는 공포가 그녀의 감정을 지배하고 이성을 마비시킨다.
얼굴근육이 떨린다. 몸은 기묘한 힘에 눌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옆구리의 아련한 고통만이 전해진다.
그런 마리나를 보며, 마르할은 평소처럼 웃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여태 한 번도 실수한 적 없거든요.”
마르할의 손이 움직였다.
푹.
하나의 빛을 빼앗는 작은 소리.
억눌렸던 고통이, 전신의 뼈에 치미는 한기가, 마르할을 향한 배신감이 그녀의 목청에서 터져 나온다.
“아아아아아악!!!!”
마리나가 영혼으로 절규했다.
불에 타 죽어가는 사람의 비명도 저것과 비교하면 몇 수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