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10
제310화
휴고와 베이올라는 전장으로 향했다.
베이올라는 자신의 속도를 따라오는 휴고를 신기한 눈으로 보았다.
“마족과 싸우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저 말고도 기존 초인의 범주를 뛰어넘는 사람이 많습니다.”
“더 빨리 가도 되지?”
“괜찮습니다.”
베이올라가 속도를 높였다. 그녀를 잡아보려던 초인들도 지쳐 나가떨어지던 속도에도 휴고는 그녀를 따라왔다.
각성제를 마신 말보다 빠르게 달렸다.
전장에는 금방 도착했다.
포성이 끝없이 들렸고, 포연과 먼지가 자욱했다.
10만은 족히 넘어 보이는 병사들 앞에는 하얀빛의 물결이 들이닥쳤고, 병사들은 몰아치는 마족을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가장 앞에 선 초인들이 이를 악물고 마족들을 베었다.
“대포가 한계입니다!”
“쏴! 그냥 쏴! 터지면 나도 죽는다! 겁먹지 말고 쏴!”
대포가 폭발했다.
이미 금이 간 대포를 쏘아보려던 병사와 지휘관이 폭발에 휘말려 핏덩이가 되었지만,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다른 지휘관도 똑같이 금이 간 대포를 쏘라고 병사들을 재촉했고, 병사들은 입을 꾹 다물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포에 포탄을 넣고 심지에 불을 붙였다.
지친 초인들은 마족에게 물어뜯겨 하얀 물결 사이로 사라졌다.
방패를 든 병사들이 몸에서 빛을 뿜기 시작했다.
“아, 아냐! 나는…!”
군대는 자비가 없었다. 뒤에 있던 창수들의 창이 방패병의 몸을 찔렀고, 창수 하나가 창을 던지고 대신 방패를 잡았다.
스스로 방패를 버리고 마족 사이로 뛰어드는 병사도 보였다.
“아직 버틸 만하군요.”
“이 지옥이?”
베이올라가 진정으로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이게 버틸 만하다고? 어딜 봐서?
병사들의 싸움이 끝이 아니었다.
뒤에서는 아이와 노인이 모래 묻은 곡식을 꼭꼭 뭉쳐 식량을 만들었고, 한쪽에서는 여인들이 실과 바늘로 부서진 방어구를 수선 중이었다.
도시에 사람의 기척이 묘하게 적더니, 그들도 다 여기 있었다. 도시 사람만이 아니었다.
베이올라가 아는 다른 지주들도 보였고, 안체와의 전쟁에서 봤던 용병도 있었다. 기형 무기를 든 안체 전사들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성인 남자만이 아니라 아이와 어른,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손을 보탰다.
그 앞에선 여전히 사람이 죽어 나갔고, 마족이 뿜는 빛은 지평선 저 멀리까지 이어졌다.
“과거의 서부는 이게 귀여워 보이는 장소였습니다. 서부 기준에서 이 정도면 작은 전장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긍정적인 건 아닙니다. 저기 옵니다.”
마족의 물결 사이의 한 장소가 유난히 강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성기사 혹은 전투 사제입니다.”
전신이 하얗지만, 외형은 인간에서 크게 멀어지지 않은 마족이었다.
놈의 손에 닿은 마족은 빛으로 변해 놈에게 흡수되었다.
마족을 흡수할수록 놈이 뿜어내는 빛이 밝아졌고, 힘도 눈에 띄게 강해졌다. 모습도 괴물로 바뀌었다.
인간이 상대할 괴물이 아니었다. 고위 기사도 저놈에게 걸리면 공격 한 번을 버티지 못하리라.
검을 뽑은 베이올라 앞을 휴고가 막았다.
“전문가가 왔습니다.”
마족들의 중앙에 말이 떨어졌다.
병사와 기사들이 환성을 질렀다.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엘리제 위에서 내린 알라실이 인상을 팍 쓰며 엘리제의 옆구리를 때렸다.
“옷 찢어지니까 살살 다니라고, 이 망아지야.”
병사들의 환호에 묻혔지만, 베이올라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알라실은 병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마족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알라실이 주먹을 질렀다. 그녀의 주먹은 마족의 몸통을 날려버리고 뒤에 있는 마족까지 휩쓸며 물결에 거대한 구멍을 뚫었다.
베이올라의 검격과 흡사한 공격이었다.
몸통이 날아간 마족은 죽지 않았다. 빛과 함께 상체가 재생되었고, 다 알고 있다는 듯 알라실의 주먹이 다시 마족에게 틀어박혔다. 마족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신비가 모였고, 하얀 벼락이 알라실에게 떨어졌다.
안체와 연합의 전쟁에서 떨어졌던 뇌격과 같은 수준의 공격이 수십 차례에 걸쳐 알라실의 몸을 때렸다.
베이올라는 저게 병사들 머리에 떨어졌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해 보았다. 복잡한 계산도 필요 없었다.
수백 명이 죽거나 다쳤을 것이다.
불에 탄 시체처럼 변했던 알라실의 몸을 한 차례 빛이 감쌌고, 그녀는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이 되었다.
전투는 알라실의 일방적인 우위였다. 한때 전투 사제였던 것으로 보이는 마족은 여러 기적을 알라실에게 퍼부었지만, 알라실은 어떤 상처도 한 번의 기적으로 치료했다.
전투만이 아니라 전쟁도 그녀의 우위였다. 그녀의 주먹질 한 번에 하얀 물결이 요동쳤고, 수십 번, 수백 번의 주먹질에 물결이 부서질 지경이 되었다.
군대도 때를 놓치지 않았다.
포탄과 마법이 쉬지 않고 날아갔고, 방패병들은 손톱이 빠지고 팔이 부러져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휴고가 말했다.
“보통 마족은 군이 상대하고, 지성을 가진 마족은 소수의 선택받은 분들이 와서 처리합니다.”
“그 소수는 누구?”
“전부 아시는 이름일 겁니다. 스트레킬, 마린, 마리나, 알라실, 아스탈.”
“아스탈 베르기아스…? 진짜 그 남자가?”
다른 이름은 전부 그러려니 해도 아스탈의 이름에는 베이올라도 눈을 크게 떴다.
철없이 여자 몸매나 훔쳐보던 남자가 고위 기사도 대적 불가능한 마족과 싸우는 일을 한다고?
곡창지대에서 마지막으로 봤을 땐 제법 마법사다운 티가 났지만, 그래도 그게 전부였다.
“예, 지금은 숲의 현자라 불립니다.”
“그래… 더 할 말 없지?”
“필요한 사항은 전부 전달했습니다.”
베이올라는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검을 들었다.
그녀의 뜻이 곧 역사고, 기사의 역사는 검술로 나타난다.
베이올라가 검을 휘둘렀다.
베이올라는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그녀의 시간이 느려졌고, 느려진 시간 속에서 그녀는 같은 동작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느려졌던 시간이 돌아왔다. 물결이 부서졌다.
무한해 보이던 마족이 토막토막 잘렸다. 재생도 하지 못하고 그것들은 빛과 함께 세상에서 사라졌다.
당사자를 제외하면 누구도, 휴고조차 말을 잊지 못했다.
지옥처럼 고함과 비명이 오가던 전장이 고요해졌다.
그 안에서, 빛을 뿜으며 사라지는 마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알라실이 고개를 휙 돌렸다.
그녀가 날카로운 눈으로 베이올라를 노려봤다.
“그래, 궁상떨기는 다 했어?”
왜 알라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일단 그녀의 말 자체는 사실이었기에 베이올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라실이 하늘에 있던 엘리제를 손짓으로 불렀다. 그리고 편지 하나를 엘리제의 등짐에 끼웠다.
“한 바퀴 돌고 와.”
히힝. 기쁨의 울음을 터뜨리며 엘리제가 하늘을 달렸다.
* * *
교황은 현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다는 걸까. 공국도 제국도 국경선을 거의 밀리지 않으며 공세를 방어했다.
공국은 아껴뒀던 유물과 각종 화약 무기를 모조리 꺼냈고, 제국은 토지의 힘을 얻은 황제가 혼자 전장을 유지하다시피 했다.
교황의 심기를 진정으로 불편하게 하는 건 제국과 공국 따위가 아니었다.
단 한 명의 인간이었다.
성황국의 역사는 모두 교황의 것이었다. 교황은 성황국 국토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뭐든지 알았다.
한 명의 인간이 성황국에 길을 내고 있었다. 성황국이라는 국가의 역사를 파먹으며 인간 하나가 그에게 다가왔다.
마족의 힘을 사용하며, 축복받은 신의 사자를 차례차례 쓰러뜨리며 다가오는, 용사 일행 전원의 기술을 사용하는 미지의 남자.
신의 사자 다수가 그 남자에게 발이 묶였거나, 발을 묶다가 죽었다.
교황에게는 이 거대한 힘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상태로는 신의 계시처럼 그의 머리에 내리꽂히는 형상들의 재현에도 벅찼다.
머리에 떠오른 형상대로 만들어진 신의 사자는 다른 신의 사자들과는 격이 달랐다.
홀로 산을 뒤집고 땅을 뒤흔드는, 교황조차 놀란 존재들이었다.
그들조차 인간 남자 하나를 막지 못했다.
남자는 몇 번이나 몸이 망가져도 끝내 일어나 성황국에 검고 더러운 길을 만들었다.
“안 되겠군. 안 되겠어….”
교황은 사방으로 퍼붓던 공세를 거뒀다. 특히 남부 중소 국가들을 향하던 공격은 아예 관뒀다.
신의 사자를 성황국으로 되돌렸다. 또 교황은 교황청에서 역사를 쌓던 제1 성기사단 단장을 불렀다.
처음으로 떠올렸지만, 도저히 재현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형상이 있다.
용사와 도둑조차 막아낼 수 있다고 직감이 속삭이는 형상이었다. 교황은 그것을 빚어낼 생각이었다.
* * *
서부 전선에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천막 안은 침묵이 감돌았다.
알라실은 뚱한 표정으로 기둥에 기대 땅을 툭툭 찼다. 그녀의 발길질에 땅이 푹푹 파였다.
마리나는 안대를 풀고 흥미로운 눈으로 베이올라를 빤히 바라봤고, 스트레킬은 의자에 앉아 술을 들이켰다.
마린은 반쯤 감은 눈으로 베이올라를 바라봤고, 베이올라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아스탈은 천막 바닥에 깐 카펫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뭔지 모를 씨앗을 심었다.
휴고는 이마를 짚었다.
제대로 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얼마 전까지 정상이었던 아스탈도 몇 개월 전쟁을 경험하더니 전형적인 괴짜 마법사가 되었다.
“마린 님.”
휴고는 이제 마린을 존칭으로 불렀다.
마르할이 인정한 그의 대리인이다. 휴고처럼 권한 일부를 대리하는 게 아니라 마르할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으로 마린이 휴고의 상급자였다.
마린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 탁자 위로 던졌다. 누구도 편지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마르할 님이 남긴 거야.”
그제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편지를 향했다. 그 전에 편지를 읽고 있던 사람은 스트레킬밖에 없었다.
가장 빨리 편지를 읽은 스트레킬이 짧게 혀를 찼다.
“쯧. 결국 이렇게 되나. 그런데 네가 용케도 그놈 명령을 어겼군.”
마린이 눈을 피했다.
편지의 첫 줄은 이렇게 시작했다.
-세 달이 지나면 편지를 열라고 했지만, 아마 마린은 그 전에 편지를 열어보겠죠.
정곡이었다. 마르할이 떠나고 두 달이 조금 넘었지만, 마린은 편지를 기어이 열었다. 어차피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조금 빨리 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는 심정이었다.
편지는 계속 이어졌다.
-교황은 뛰어난 사제이며 마법사지만, 그가 혼자 성황국 전체 역사를 다루는 건 불가능해요. 모두 성인과 교황이 거래한 결과죠. 자세한 건 알라실에게 들어요. 보나 마나 입 꾹 다물고 있었겠죠?
사람들의 시선이 알라실에게 모였다.
“쳇, 뭐요! 말한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나도 적당히 눈치 보다가 말할 생각이었어요! 교황은 교회 역사 전부를 사용해 성인을 신으로 만들었고, 성인은 그 대가로 교황을 마왕 비스무리한 걸로 만들었어요! 됐죠!”
사람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모든 뒷사정을 아는 스트레킬은 고개를 끄덕였고, 마리나는 조금 놀랐지만 금방 납득했다.
베이올라는 알라실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썼고, 마린은 무덤덤했다.
아스탈은 잠깐 관심을 보였지만, 그게 다였다. 자신과 관계없는 역사라는 걸 알고는 다시 땅파기에 집중했다.
-교황은 새로운 마왕이 되었어요. 일단 혼자 해보겠지만, 마왕을 죽일 수 있다고 확신은 못 해요. 그래서 마왕을 죽일 확실한 수단이 필요해요. 역사의 재연, 마왕을 죽이고 세상의 절반을 구한 용사만이 마왕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어요. 교황이 마족의 역사를 따라 마왕이 되었다면, 교황은 용사의 검을 피할 수 없어요. 아직 베이올라가 지하실에서 나오지 않았다면 이 말을 전해줘요. 레벨라는 살아 있다.
베이올라의 눈에 광기에 가까운 빛이 깃들었다.
눈을 감으면 자신의 검이 레벨라의 가슴을 가르는 감각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레벨라의 심장이 멈춘 것까지 확인했다.
편지의 다음 내용에는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람으로서의 레벨라는 죽었어요. 하지만 마족이라면요? 심장이 뛰지 않아도 살아 있지 않을까요?
백귀도 한 수 물러줄 잔인한 인간이야.
스트레킬의 혼잣말이 천막에 퍼졌다.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베이올라는 조용히 감정을 추슬렀다.
레벨라는 마족이 되어 살아 있다. 그녀에겐 희소식이지만, 그게 그녀의 뜻을 바꾸지는 못했다. 오히려 베이올라의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편지는 마지막으로 향했다.
-길잡이가 만든 길을 따라와요. 길이 용사와 그 일행을 마왕 앞으로 이끌 거예요.
베이올라가 일어났다.
“나는 갈 거야.”
“나는 안 가요. 서부를 지키는 전선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 줄 알아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지성을 가진 마족을 틀어막아서 겨우 밀리지 않고 있어요. 누구 하나만 빠져도 전선이 삐걱거릴 건데, 셋이나 빠지라고요? 마왕 앞에 도착하기 전에 서부가 멸망해요.”
알라실이 강한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그거라면 걱정할 거 없다. 원군이 있으니까.”
“원군이요? 제국은 황제가 친정하고, 공국은 장인의 영역에 든 야장들이 과로로 죽어 나가고 있는 판에요?”
“경계 도시에 있었다면, 그건 못 봤겠군.”
서부 하늘을 가로지르던 거대한 검의 흔적과 그 안에 담긴 의지를 알라실은 몰랐다.
“가깝다는 소식이 들렸으니, 며칠 안으로 도착할 거다.”
“그러니까, 뭐가요?”
“그건 그때의 즐거움으로 해두지. 마왕의 목을 따러 갈지 안 갈지도 그때 결정할까. 망할 제자. 너도 몸을 풀며 감부터 찾아라. 전쟁은 힘이 전부가 아니다. 이 앞에 있을 지옥도 말이다.”
스트레킬이 천막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