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34
제34화
식사를 대강 끝낸 베이올라는 잠시 바깥에서 바람이나 쐬려고 했다.
서부의 치안이 전체적으로 안 좋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고, 마르할의 경고를 무시할 생각도 아니었다.
그냥 여관 앞에 가만히 있으려 했다. 여관 바로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싶었다.
하지만 지나가던 취객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을 때, 베이올라는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그녀의 육체는 초인이지만, 그녀의 정신은 곱게 자란 귀족… 황족이다.
토지 경주에서 험한 경험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가 직접 폭력에 노출되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팔을 잡고 끄는 취객의 움직임에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취객이 그녀의 팔을 당겼고, 그리고 누가 그녀의 반대쪽 팔을 잡아챘다.
“야, 뭐 하냐?”
마린이었다. 그녀는 베이올라의 팔을 잡고, 취객을 노려보고 있었다.
베이올라는 자기 팔을 잡고 있는 취객의 얼굴을 보았다.
취기로 얼굴이 붉어진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런 이빨을 보이며 말없이 웃었다.
붉지만 희멀겋다고 할까. 순수한 얼굴이다.
순수한, 속이 보이지 않는, 광인의 얼굴. 그녀는 웃음이 저리 기분 나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녀의 몸을 은밀히 훑던 남자들의 음욕에 찬 웃음도 저것만큼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마치 마린이 없는 것처럼, 취객은 다시 그녀의 팔을 당겼다.
베이올라는 겁에 질렸다.
지금이라도 주먹을 휘두르면, 취객은 한 방에 나자빠질 것이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포에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세상에는 당해봐야 아는 게 있었고, 예측할 수 없는 정신병자의 행동도 그런 종류의 것이다.
한편, 정신병자들과 일상적으로 얼굴을 맞대던 사람도 있다.
마린이 망설임 없이 단검을 뽑았다. 길거리 출신인 그녀는 바체아 제국의 유물인 쌍검 말고도 다른 무기를 항시 휴대했다.
무기가 없으면 죽는다. 그건 그녀에게 진리와 같은 사실이다.
허벅지에 단검이 박힌 남자가 땅을 뒹굴었다.
마린은 베이올라의 팔을 당겨 남자들과 떨어뜨려 놓았다.
“히끅… 이년이 미쳤나.”
“술 마시면 얌전히 쳐 자라고 에미가 안 가르쳐 주든? 아니면, 그걸 가르쳐 줄 에미도 없었나?”
“이 씨발년이!”
취객들의 손에 무기가 들렸다.
망치, 쇠꼬챙이, 단검. 사람 하나 죽이기에는 모자람 없는 무기다.
마린은 저들을 죽여도 된다고 확신했다.
마을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다짜고짜 무기를 꺼내지 않는다. 애초에 무기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모든 걸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은 연고 없는 외지인들이고, 그들은 죽여도 탈이 없다.
마린은 허벅지에 달아둔 단검을 하나 더 꺼냈다.
술 취한 남자 셋. 어렵지 않다. 유물을 쓸 필요까지도 없다.
그녀가 움직이기 전에, 닫혀 있던 여관 문이 열렸다.
곰 같은 남자, 하바르산이 창백한 베이올라와 무기를 든 남자들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손에 있던, 뜨거운 물이 든 냄비를 취객들에게 던졌다.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취객들이 무기를 던졌고, 이어 달궈진 냄비에 얻어맞고 땅을 뒹굴었다.
한 번에 중상자 셋이 생겼다. 허벅지에 단검이 자라난 남자까지 합치면 넷이다.
여관 안에서 사람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가 하바르산에게 물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일꾼들이 손님한테 주접을 부렸어.”
“뭐? 어떤 미친 새끼가?”
“저기 있네. 저거 누가 쓰던 거야?”
“철거 작업하던 놈들 같은데.”
“아이 씨….”
인상 험악한 남자 한 명이 짜증을 담아 머리를 긁적이며 여관 밖으로 나왔다.
“옮기는 거 도와줄 사람? 밥값 계산은 내가 한다.”
몇몇 사람이 자원했고, 그렇게 그들은 취객들을 끌고 어둑해지기 시작한 거리 한쪽으로 사라졌다.
하바르산이 베이올라와 마린에게 다가갔다.
“들어가서 식사들 하자고. 음, 먹을 기분은 아닌가?”
“들어갈게. 그렇지?”
베이올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 들어가신다!”
마을 사람들이 길을 열었고, 베이올라가 그들 사이로 주춤주춤 걸음을 옮겼다.
레벨라는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진짜 위험했다면 끼어들었겠지만, 무기도 제대로 못 휘두르는 취객 몇을 혼자 상대 못 할 마린이 아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여관에 들어가려는 하바르산에게 다가갔다.
“저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가씨. 개척촌에서 제일 중요한 걸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이걸 가르쳐 주겠어. 내부인과 외지인. 내부인은 사람이고, 외지인은 사람이 아니야.”
사람이 아니다. 짧지만 많은 뜻을 담고 있는 말이었다.
* * *
마린은 베이올라를 부축해 여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들은 셋이서 방을 두 개 사용했다.
마린이 하나, 베이올라와 레벨라가 하나.
베이올라가 침울해져선 중얼거렸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 줄 몰랐어.”
“뭐가?”
“…바로 옆에 수십 명이 있는데 그런 짓을 하려고 하다니, 이상해. 붙잡힐 게 뻔하잖아.”
토지 경주에 꼬이는 하이에나들은 이해할 수 있다.
드넓은 땅에서는 무슨 일을 저질러도 그들을 쫓을 사람도 없고, 벌할 사람도 없다.
하지만 마을은 아니다. 후미진 구석도 아니고, 사람들이 식사하고 있는 여관 바로 앞에서 일어난 일이다.
개척촌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얕은 그녀의 지식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목숨을 내놓고 그런 짓을 벌일 이유가 있나. 베이올라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등신.”
“뭐?”
“그놈들한테 사람은 상관없어. 저지르고 싶으니 저지른다. 그게 당연한 놈들이야.”
“당연하다고?”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으니 눈앞의 욕망을 참을 필요도 없어. 인내는 너희 같은 사람들의 특권이야. 미래가 있는 사람들.”
베이올라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런 방식의 접근은 처음이다.
사람은 더 나은 미래가 있기에 불합리한 현실을 인내한다. 반대로 말하면, 미래가 없다면 인내도 없다.
그녀가 인간성이라 칭하는 모든 것들이 불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에게서 인간성을 배제하면.
“그걸 사람이라 부를 수 있나?”
“…꺼져.”
마린은 베이올라를 그녀의 방으로 밀어 넣었다.
베이올라는 영문도 모르고 마린이 미는 대로 밀려나 방으로 들어갔다.
여관 2층 복도는 조용했다.
계단을 통해 아래층에서 떠드는 소리가 2층까지 올라왔다.
잠들긴 이른 시간이다. 몇 사람이 머물고 있을 여관에는 인기척 하나 없었다.
그곳에 마린이 홀로 덩그러니 서 있다.
“사람이라 부를 수 있냐고?”
그럼 나는, 나는 사람도 아니란 건가?
베이올라가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라는 건 안다. 하지만, 듣는 그녀에게는 아니었다.
그녀 또한 미래가 없던 사람 중 하나였다.
지금도 마린은 자신의 내일을 그리지 못한다.
지주가 되었고, 마르할과 만났다. 모든 게 꿈만 같아, 내일 일어나면 모든 게 거품처럼 사라지고 그녀는 개척촌 어딘가의 구석진 길에서 눈을 뜰 것 같았다.
그런 공포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마린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았다. 자기 몸에서 나는 비누 냄새가 꿈처럼 낯설다.
마린은 신경질적으로 자기 방문을 열었다.
침대와 작은 옷장 하나. 그리고 거울이 있는 탁자까지. 개척촌의 여관방치고 호화스러운 구성이다.
마르할의 이름이 있기에 얻을 수 있는 방이겠지.
그녀가 이전에 머물던 여관들은 좁은 방에 침대 하나가 전부였다.
그것도 아니면, 좁은 방에 풀을 깔고 그 위에 천을 덮은 침소 몇 개를 두고 여러 명이 한방에서 자야 했다.
남녀가 같은 방을 쓰기도 하고, 새벽에 남자가 몰래 방에 들어왔다가 칼을 맞고 죽는 일도 흔했다.
그야말로 미래가 없는 인생이었다.
탁자 위에 있는 화장품이 보였다. 베이올라와 레벨라가 사용법을 알려준 것들이다.
마린은 오늘 비누를 쓰는 법을 알았고, 몸을 씻는 법을 알았고, 화장하는 법을 알았다.
마린은 화장품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리고 손을 높이 들었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땅에 내리치면, 약한 화장품은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하지만 끝내 그녀는 화장품을 망가뜨리지 못했다.
“유치하게 뭐 하는 짓이야.”
화장품을 다시 탁자 위에 던져두고, 마린은 침대에 몸을 던졌다.
마른 풀을 대충 뭉친 게 아니라 볕에 말린 풀을 정성스레 깔았다. 이불에는 조금이지만 솜도 들어 있는 듯했다.
“하아….”
마린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모든 게, 모든 게 불편하기만 하다.
* * *
다음 날, 마린은 새벽에 잠에서 깼다. 일찍 잠든 것도 있지만, 그녀에게는 이게 기본이었다.
새벽 일찍 일터에 나가지 않으면 일감을 주지 않는다.
여자라면 특히 더하다. 그녀는 성인 남자를 웃도는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초면인 사람들이 그걸 알아줄 리가 없다.
보수 좋은 일감을 따내려면 유치한 힘자랑이라도 해야 했다.
본능대로 일어난 아침은, 여느 때와는 많은 게 달랐다.
푹신한 침대, 바느질 부위가 따끔거리지 않는 옷. 그리고 기지개를 켤 수 있는 천장.
“아.”
마린은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가슴 깊이 안심했다.
헐렁한 잠옷을 벗고 원래 입던 싸구려 갑옷으로 갈아입는다.
소가죽인지 말가죽인지 모를 가죽으로 만든 갑옷은 단검을 비껴내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다.
멀쩡한 검에 찔리거나 베이면 그대로 잘려 나갈 형편없는 물건이지만, 그녀 재산의 삼분지 일을 잡아먹은 물건이기도 하다.
옷을 입고, 마지막으로 망토까지 걸친 마린이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그녀의 시선이 탁자로 향했다. 간이 화장대가 되어 있는 탁자와 그 위에 있는 화장품.
“차라리 몰랐으면.”
베이올라와 레벨라의 도움을 받아 화장을 하고 있으면, 잠시나마 자신이 귀족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룻밤의 꿈이다. 그녀는 베이올라처럼은 될 수 없다.
마린은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일꾼들도 막 일어나는 새벽이다. 복도는, 나아가 여관 전체가 새벽의 침묵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발을 디딜 때마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내려가 여관 문을 연 그녀 앞에, 어제는 없던 커다란 기둥이 나타났다.
기둥에 묶인 밧줄 아래로 시신이 축 늘어져 있다. 전신을 난자한 상처 탓에 사인은 짐작할 수 없다.
마린은 남자가 누군지 모른다.
그러나 남자가 죽은 이유는 알 것 같다.
죄인의 징벌.
여관으로 들어가는 문에는 몇 개의 계단이 있다. 그 아래 마르할이 앉아 있었다.
“1년 이상 마을에서 잡일하던 친구예요. 안타깝게 됐죠.”
“무슨 죄를 저질렀어요?”
“살인 미수요. 죄질을 따지면 대다수의 나라와 도시에서 처형으로 다스리는 중죄지만, 그래도 저렇게 잔인하게 죽을 일일까 싶긴 해요.”
새벽 거리에는 약간의 안개가 껴 있다. 그 안개 사이에서 다그닥 다그닥 소리를 내며 말 네 마리가 끄는 커다란 마차가 나타났다.
마차를 몰고 온 조셉이 마부석에서 내렸다.
“마차를 가져왔습니다.”
“큰 걸로 준비해 달라고 하긴 했는데, 이건 너무 크지 않아요?”
말 뒤에 있는 마차의 크기는 작은 집과 비슷했다. 식량만 있다면 저 안에서 생활해도 될 것 같았다.
“다곤이 주워왔습니다. 어딘가의 상인이 쓰던 물건인 모양입니다.”
다곤이 주웠다면 토지 경주의 부산물이겠고, 주인은 아마 죽었을 것이다.
돈을 퍼부어 만든 마차라면, 내부는 정말 작은 집이라 해도 된다.
“마린. 가서 베이랑 레벨라 깨워줘요.”
고개를 끄덕인 마린이 다시 여관 계단을 올랐다.
그녀는 베이올라와 레벨라가 있는 방 앞에 섰다.
후우… 마린이 크게 심호흡했다.
베이올라 본인에게 악의는 없다. 악의는 없다. 악의는 없다.
몇 번이나 머리로 되새기고, 그녀는 방문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