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60
제60화
수십 대의 마차에 식량과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이 실렸다.
백 명이 넘는 사람이 나와 마차에 물건이 실리는 모습을 구경했다.
아젠만이 관리하는 커다란 창고 몇 개가 텅텅 빌 물량이었다.
아젠만도 이주민 무리가 생기면 주변 영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안다.
마르할의 요청은 이백 명이었지만, 실제로 준비한 식량은 그 배에 달한다.
사람이 예상보다 늘어나거나 사고가 생기면 저것도 모자라다.
“어마어마하네.”
“어마어마하지.”
미묘한 어조의 차이에 베이올라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마린이 짜증이 가득 담긴 눈으로 마차 행렬을 보고 있었다.
“뭐가 잘못됐어?”
“잘못됐지. 아주 많이.”
“뭐가?”
“저걸 누가 지켜야 할까?”
“용병이… 아.”
서부에 오고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베이올라는 용병이 어떤 사람들인지 지긋지긋하게 깨달았다.
고용하면 최소한의 일을 해준다. 하지만 그들에게 목숨을 건 충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일회용 인간 방패, 언제든 배신할 수 있는 잠재적 적군이라 보아야 마음이 편하다.
아젠만이 준비한 정예라는 병력도 마족이 나타나자마자 꽁무니 빠져라 도망치지 않았는가.
그들이 보물까지 가지고 도망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베이올라는 자기 상황도 잊고 어처구니가 없어 입을 벌렸다.
‘언니….’
소일라 므에실리고. 마족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이름이다.
마르할에게 진실을 물을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두려워 묻지 못했다.
마르할에게, 용사와 함께 마왕의 앞까지 갔던 길잡이에게 확인받으면 정말 끝이다.
그렇게 하면 소일라는 마왕이 되고 만다. 그게 두려워 베이올라는 여태 마르할에게 말을 못 붙이고 있었다.
“뭐 해?”
“아냐. 아무것도.”
“정신 차려. 여차하면 우리가 저걸 다 지켜야 하니까. 그리고 밖에 나가면 식사도….”
베이올라와 마린의 얼굴이 동시에 어두워졌다.
스트레킬의 유파는 식사부터가 수련이다.
그녀들이 일반인이었으면 식사와 다른 수련을 병행했겠지만, 이미 초인의 육신을 가진 베이올라나 초인에 가까운 육신을 가진 마린에게는 식사가 핵심이고 다른 수련이 곁다리가 된다.
당연히 식사는 배로 고통스러워진다.
스트레킬이 만들어내는 음식은, 멀쩡한 주방에서 어떻게 그런 음식이 나오는지 의심 가는 끔찍한 물건이다.
한 번은 두 사람이 스트레킬이 요리하는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들어간 재료는 정상적이다. 간이야 안 맞겠지만, 못 먹을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완성된 음식은 개밥도 훔쳐먹은 경험이 있는 마린도 먹다가 구역질하는 물건이 나온다.
“마린.”
“왜?”
“…아니. 그냥.”
마린과도 풀어야 할 일이 있다. 그러나 마린에게는 마르할과 다른 의미로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었다.
잘못한 게 뭔지 모른다.
어디서 실수를 한 것 같긴 한데, 그녀는 딱히 짚이는 점이 없었다.
‘나 진짜 나쁜 년인가?’
무능한 데다 잘못은 잔뜩 해놓고 벌여놓은 일을 수습도 못 한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베이올라의 한숨은 늘어만 갔다.
* * *
아젠만의 창고에서 마차에 물건이 올라가고 있을 때 마르할은 교회에 있었다.
새벽 교회에 사람은 없었다.
마르할은 교회를 한 바퀴 빙 둘러보았다. 교회에는 수십 개의 창문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만 유리로 만들어진 창문이었다.
‘2층 구석. 저긴가.’
저 방 하나만 창문의 질이 달랐다.
유리는 극소수의 장인만이 만들 수 있는 물품이고, 유리로 된 창문은 부의 상징이다.
교회의 창문도 예배당을 비롯한 몇몇 장소에 있는 것만이 유리로 되어 있다. 하지만 2층 구석에 있는 방은 유리로 된 창문이 떡하니 달려 있다.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마르할은 돌멩이를 주워 미리 준비한 쪽지에 묶어 던졌다.
돌멩이가 창문 너머로 들어갔고, 짧은 비명이 들렸다.
뒤이어 알라실이 이마를 문지르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는 마르할을 확인하고는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아프잖아요!”
“맞을 줄 몰랐죠.”
“쪽지를 던지라고 했지 돌을 던지라는 말은 안 했는데.”
“보통 이럴 때는 돌이랑 던지는 게 상식 아닙니까? 아니면 화살에 달아 쏘아야 했나.”
“교회에 선전포고라도 하게요?”
“그래서 돌멩이를 던졌죠.”
“입 벌려봐요. 혀에 기름을 발랐나?”
마르할은 보란 듯이 입을 벌렸다. 그리고 혀를 내밀었다.
알라실이 혀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마르할은 뒤로 물러나며 깔끔하게 손을 피했다. 그녀가 발로 땅을 신경질적으로 비볐다.
“에이 씨. 당신, 뭐 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묻고 싶은데요. 수녀가 그래도 되는 겁니까?”
“저는 괜찮아요. 쪽지를 보냈다는 건, 날짜가 정해졌다는 거죠? 언제예요? 내일? 오늘?”
“오늘입니다.”
“그럼 바로 가요. 어디로 가면 돼요?”
“짐도 따로 없이요?”
알라실은 평상복에 실내에서 신는 걸로 보이는 가벼운 신발이 전부였다.
“저 맨땅에서도 잘 자요.”
그러곤 털레털레 걷기 시작했다. 마르할도 말문이 막히는 시원스러운 행동이었다.
교회 입구로 향하던 알라실이 뒤돌아 물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요?”
“아젠만 리안틀의 창고라고 말하면 압니까?”
“아, 거기요?”
알라실이 다시 앞을 보고 걷기 시작했다. 마르할이 빠른 걸음으로 그녀의 옆에 섰다.
“성황국어 말고, 다른 말도 할 줄 알아요?”
“어디로 가는데요? 여기서 출발하면 제국이나 성황국은 아닐 거고, 케르디시? 파리반? 이주민을 받으려면 그쪽이 빠르지 않나.”
둘 다 공국 아래에 붙은 소국으로 사실상 공국의 속국 취급을 당하는 나라들이다.
말이 나라지 영토 크기는 공국의 대귀족령과 비슷하거나 더 작다. 귀족과 왕족도 보신주의 성향이 강해 돈만 조금 쥐여주면 사람을 구하긴 어렵지 않다.
“공국이요.”
“어… 공국어는 모르는데.”
이거 얼마예요? 여관이 어디죠? 나 교회 수녀야 등등 알라실은 자기가 아는 실전 공국어를 뱉어대기 시작했다.
“…공국어도 모르면서 서부에는 어떻게 왔어요?”
“성황국 사람들하고만 다녔죠. 그리고 다들 성황국어를 조금씩은 알아듣잖아요?”
마르할은 자신이 그간 함께 다녔던 사람들이 특이했음을 다시금 떠올렸다.
마르할 주변에 있는 사람은 두 개 이상 언어를 사용하는 게 기본이다. 그러니 잊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고향 언어를 능숙하게 사용하고, 다른 언어를 어설프게 구사하는 게 전부다.
“왜요? 잘못됐어요? 성황국 수녀가 다른 언어를 알 거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
“그것도 그렇네요.”
타국에 파견 나가는 사제들이야 억지로라도 해당 국가의 언어를 배우지만, 사제들은 기본적으로 선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언어는 성황국어가 최고이며, 다른 언어는 미개한 언어다. 미개한 언어를 노력해 배울 이유가 없다.
‘통역할 사람이 필요한가.’
베이올라에게 맡겨 두기에는 불안하고, 휴고는 여기서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한다.
마린은 이제 제국어 걸음마를 떼고 있다.
의외로 성황국어에 능숙한 사람 중에 믿을 사람이 없다.
‘마리나 실라나티엘이 있긴 하지만.’
그녀는 따로 해줘야 할 일이 있다.
첫 만남은 너무 짧아 여러 반응을 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을 붙여두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이번 일은 개인적인 흥미보다 실리를 우선해야 한다.
결국, 남는 건 한 사람이다.
“파티 예절은 아십니까?”
“이주민을 돌보면서 파티에 갈 일도 있어요?”
“생각보단 많을 겁니다.”
“와우. 저 파티에는 한 번도 가본 적 없어요. 아, 그래도 사고는 안 칠 거예요. 예절 교육은 받았거든요.”
마르할은 어쩐지 불안해졌다.
그의 경험으로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큰 사고를 쳤다.
* * *
마린은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모두 한 사람 때문이다.
저쪽에서 마차 사이를 뽈뽈 돌아다니는 인간 하나.
저년은 자기가 얼마나 눈에 띄는지 알고 저러는 걸까.
사람은 분위기라는 게 있다. 갑옷을 벗기고 평민이 입는 옷을 입는다고 스트레킬이 보통 사람처럼 보이진 않는다.
베이올라도 같다. 평범한 옷을 입고 평범하게 행동한다고 고귀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업이라는 특이점을 제외하더라도 그녀의 모든 행동은 주변의 시선을 잡아끈다.
저러다 진짜 납치라도 한 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베이올라를 걱정하는 한편,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다.
밑바닥을 혐오하는 베이올라가 진짜 밑바닥을 겪어봤으면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고도 그들에게 미래를 물을 수 있냐고 되묻고 싶다.
너도 그 시궁창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겠냐고.
마린은 시궁창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그 시절의 기억은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시궁창에서 보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녀의 삶이 삶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된 건 불과 3년도 되지 않았다.
마린은 날카로운 눈으로 짐을 나르는 인부들을 살폈다.
그들과 같은 처지였기에, 그리고 그녀도 같은 행동을 한 경험이 있기에 일하는 인부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마린은 부싯돌이나 기름 먹인 천 같은 작은 물건을 자기 주머니로 넣는 사람을 유심히 봐뒀다.
저런 자잘한 도둑질은 잡기 힘들다. 주머니에 들어가는 물건이기에 자기 물건이라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진실을 확인하려면 마차에 실린 화물을 전부 확인해야 하는데, 부싯돌 하나 때문에 마차의 짐을 다 들어내는 건 시간 낭비, 돈 낭비다.
차라리 미리 얼굴을 봐뒀다가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게 편하다.
“이봐, 당신. 주머니 까봐.”
저 멀리 베이올라가 성냥을 챙기던 일꾼 하나를 붙잡았다. 일꾼은 귀찮아졌다는 얼굴이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도둑질 한 번 걸린다고 죽는 것도 아니다. 서부 개척촌이었다면 손이 잘리거나 목이 매달렸겠지만, 여기는 도시다.
근처에서 일감을 못 따는 것 정도가 전부고, 그것도 다른 도시로 가거나 몇 달 서부로 피했다가 돌아오면 된다.
즉, 베이올라의 행동은 서로 피곤해지기만 하는 무의미한 행동이다.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해보는 게 빠르겠지.”
마린은 베이올라를 두고 다시 눈을 날카롭게 떴다. 경험이 좀 있는 놈들이라면 이 틈을 타 비싼 물건을 훔치려고 할 터다.
마린의 눈에 상자를 빼돌리는 남자 세 명이 보였다.
여행 용품과 식량이라 상자 하나가 비싸다고는 못하지만, 내용물에 따라 한 달은 놀고먹을 돈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돈이 든 상자일지도 모르고. 저건 막아야 한다.
마린이 움직이기 전에 수녀 한 명이 도둑들에게 접근했다.
마린과 수녀의 눈이 마주쳤다. 마린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 여자는 자신과 같은 과다.
시궁창에서 올라온 인간.
수녀가 남자들에게 물었다.
“형제님들, 이 상자는 저기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도둑질하던 남자들은 갑자기 나타난 수녀를 보고 당황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험난한 서부에서 살아남은 경험으로 입을 놀렸다. 수녀는 선택받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천한 것들의 일을 알아봐야 얼마나 안다는 건가?
그들은 서부에서 생활하며 배운 성황국어로 답했다.
“아이고, 아닙니다. 이건 다른 쪽으로 가는 상자입죠.”
“그래요? 그럼 관리자를 불러도 되겠네요?”
“물론입죠.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기왕이면, 관리자보다는 상자 주인에게 물어보죠. 이거 다른 곳으로 가는 거 맞아요?”
어느새 그녀 옆에 도착한 마르할이 남자들과 상자를 번갈아 보았다.
“다른 장소로 상자를 옮기라고 한 기억은 없네요. 이름하고 소속 조합 말해봐요. 조합장하고 창고지기한테 따져야겠으니까.”
조합장과 창고지기의 이름이 나오자 남자들의 표정이 변했다.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그 둘을 찾는다는 건 이 바닥을 아는 사람이라는 거고, 진짜 화물 주인이라면 몸성히 끝나지 않는다.
최소 손가락 하나. 운이 나쁘면 죽는다. 조합이 나서면 도망도 못 친다. 조합 사람 수백 명이 눈에 불을 켜고 그들을 찾을 것이다.
“이럴 때는 뭘로 사죄해야 할까요? 솜씨를 보니 많이 해본 것 같은데, 당사자들이 제일 잘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