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76
제76화
마르할 옆에 있던 스트레킬이 숨을 삼켰다.
마차 안에서 마르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던 마린과, 마린을 위로하고 싶지만 위로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가만히 있던 베이올라도 숨을 멈췄다.
마르할이 편하게 형이라 부르는 인간은, 그들이 알기로 세상에 단 한 사람밖에 없다.
마린이 마차에서 상체를 내밀었다. 마차에서 떨어질 뻔했다가 균형을 잡은 그녀가 본 것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 전혀 다르지 않은 한 남자의 얼굴이었다.
“용….”
“야야야!”
흡! 베이올라의 외침에 마린은 자기 입을 막았다. 그러곤 실눈을 뜨고 베이올라를 노려봤다.
“어차피 믿는 사람도 없잖아.”
“우리 말고도 둘 정도는 믿을 것 같지 않아?”
베이올라가 가리킨 방향에는 마리나와 알라실이 새로 나타난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베이올라의 눈으로 보기에도 남자는 평범하지 않았다.
외형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쉬이 다가가 말을 걸면 안 된다는 직감이 든다.
용사 일행의 이름을 이어받은 두 사람도 그건 비슷한지 섣불리 둘 사이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 * *
바스타가 마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마르할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누군가에겐 가벼운 인사겠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니다.
“아파 죽겠네. 사람 잡을 일 있어?”
“반가우니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그래서, 잘 지냈냐?”
“적당히. 그런데 형수님은? 딸까지 있는 인간이 또 혼자 돌아다니는 건 아니지?”
“지금이라면 가게 보고 있을 시간이지.”
마르할은 놀랐다. 얼마나 놀랐냐면, 수행자 가스터가 마족이 되는 걸 실시간으로 보았을 때보다 놀랐다.
마르할이 아는 용사 바스타는 방랑의 화신 같은 사람이었다.
한곳에 엉덩이 붙이고 사는 걸 못 하는 사람. 그런 인간이 가게?
“아, 내 가게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라? 그냥 잠시 신세 지고 있는 가게야. 가게 주인이 다쳐서 잠시 도와주고 있지.”
“그러면 평소에는 또 떠돌이 생활?”
“나한테 그거 빼면 뭐가 남냐?”
용사라는 이름이 남고, 괴물 같은 무력이 남고, 여하튼 남아돌 것이 많다.
바스타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그가 웃음기 뺀 얼굴로 물었다.
“힘든 일은 없지?”
“…또 그 직감?”
“느낌이 그렇더라.”
마르할이 그를 만날 무렵부터 바스타의 직감은 비범했다.
마르는 바스타의 직감을 두고 예지, 예언의 범주라고 평했다.
미래를 보는 마법사의 마법은 나쁜 미래도 좋은 미래도 모두 눈으로 보아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바스타의 직감은 아니다.
그의 직감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좋은 결과만을 내놓는다. 미래를 직접 보는 마법보다 더 무서운 신비다.
그 신비를 따라 그는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그래서, 무슨 일 있었어?”
“오랜만에 실패했어. 꽤 거하게.”
이번 일은 마르할이 지난 5년 동안 벌였던 일 중 가장 큰 실패다.
마르할은 남들과 실패의 기준을 조금 다르게 둔다.
돈은 잃어도 벌면 된다. 명예는 권력에 따라온다.
마르할은 권력의 별 아래 태어난 사람이다. 이름을 내세우지 않아도, 품은 역사가 권력에 사랑받으니, 마르할은 권력이 걸린 일이라면 여간해선 실패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아니다.
서부에 뼈를 묻을 사람은 쉽게 구할 수 없다.
이주가 성공하면,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서부의 주민이 된다. 공국에 있는 터전을 모두 버리고 떠난 사람들이다.
서부에 정착해, 서부에서 늙어, 서부에서 죽는다.
그런 사람들이 죽었다.
마르할에게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실수다.
“대충 내가 왜 왔는지 알겠다.”
그렇게 말한 바스타는 마르할의 머리를 때렸다.
용사의 주먹이다. 뇌가 울리는 충격에 마르할은 바스타를 노려봤다.
“어렸을 때는 매일같이 실수했으면서. 고작 실수 한 번에 풀 죽어서 어쩌려고?”
“말은 잘해요. 아는 것하고 겪은 것하고 같냐고.”
그때는 어렸고, 가진 것도 없었다. 그리고 실수를 만회해줄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은 모든 행동과 결과를 스스로 만회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럼 나라도 도와줘?”
“이 인간이 미쳤나.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그냥 내가 알아서 해.”
용사의 존재감은 지울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번 보고 지나치면 그냥 특별한 사람이거니 넘어갈 수 있는데, 저 인간이 정착해 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주먹을 드는 인간이다.
사람을 구하고 싶다는, 전설에나 나올 법한 영웅적인 이유로 검을 잡은 인간이다. 그리고 검을 잡고 하루 만에 철을 벤 인간이다.
서부가 돌아가는 꼬라지를 그냥 보고 있을 리 없다.
잠깐 도움을 받는 거라면 몰라, 저 인간이 서부에 정착하는 건 절대 안 된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알면 말이나 꺼내지 말지.”
“할 거면 확실히 해. 어째 혼자 살더니 자립심이 키워지기는커녕 더 애가 된 것 같다?”
“…시답잖은 위로는 됐으니까, 꺼져.”
“오랜만에 왔는데, 그럴 수는 없지.”
바스타가 마르할을 지나쳤다.
“뭐 하려고?”
“율란이 그랬지. 사람의 가치는 사귀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고. 나는 형으로서 내 동생이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지 봐야 할 의무가 있어.”
“이 미친 인간이…!”
바스타라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인에 호인이다. 하지만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평가되는 인간은 고집도 남달랐다.
한 번 하기로 정했으면 한다. 그리고 결과를 낸다.
그건 마르할이 말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바스타가 마르할을 지나쳐 걷기 시작하자 기묘한 공기가 흘렀다.
몇 발짝 떨어져 있던 스트레킬은 용사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바짝 얼었다.
설마 했지만, 마르할과 친근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마지막 의심까지 사라졌다.
‘그’ 용사다.
인류 최강. 3만의 군대를 상처 하나 없이 제압한 괴물.
용사가 스트레킬을 빤히 보았다.
“갑옷 좋네, 이런 게 있었으면 나도 덜 다쳤으려나.”
“지, 지금 벗을까요?”
“내가 강도도 아니고, 뭘 벗으려고 해. 어차피 서부 안쪽에선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이었어.”
스트레킬이 침을 삼켰다. 전신 갑옷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방어구다. 장인이 만든 갑옷 중에는 포탄에 버티는 물건도 있다.
전신 갑옷이 짐짝? 그건 대체 어떤 공간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조금만 더 하면 철도 베겠어. 그런데 그 한 발을 못 넘는 사람이 많단 말이지. 열심히 해. 아니면 저놈한테 도움을 받아도 되고. 내 약골 동생 잘 부탁한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건 됐고, 그냥 인간적으로 도와줘야겠다 싶으면 도와줘.”
용사는 스트레킬을 지나쳐 베이올라와 마린에게 다가갔다.
“아가씨들, 이름은?”
“마린.”
“베이올라 므에실리고.”
베이올라가 웅얼거리듯 작게 속삭였다.
놀란 마린이 옆을 보았다. 베이올라는 용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응…?”
용사는, 바체아 제국과 므에트 제국의 악연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간은 눈을 크게 뜨고 마르할을 찾았다.
마르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의 용사도 이번에는 조금 당황했다.
무의미한 복수는 그만두라고, 노릴 거면 황제 대가리만 따라고 한 사람은 자신이지만, 그렇다고 므에실리고를 데리고 다닐 줄은 몰랐다.
베이올라가 조심스레 물었다.
“당신이 정말 그 사람 맞아요?”
“그것까지 말했어? 어지간히 믿는 모양이네. 맞아. 내가 저놈 형이다.”
용사가 앞에 있다.
제국 특급 수배범.
-용사를 잡거나 죽이는 사람이 있다면 소원을 들어주겠다.
므에트 제국 황제가 직접 한 말이다. 허언 따위가 아니라 진심으로 한 말.
그 대상이 눈앞에 있다. 하지만 베이올라는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용사를 만난다는 상황 자체를 상정하지 않았다. 갑자기 용사가 툭 튀어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러나 그녀의 입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소일라 므에실리고를 아시나요?”
“알지.”
베이올라가 숨을 멈췄다. 여기서 한 발 더 내디디면 멈출 수 없다.
손에 땀이 차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 사람은, 죽었나요?”
마지막에 그녀가 택한 건 도피였다. 그녀는 소일라 므에실리고가 마왕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죽었어. 깔끔하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소일라가 사라지고 10년이 넘었다. 어디서 살아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답을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그녀는 억지로라도 자신을 합리화했다.
소일라 므에실리고는 죽었다. 하지만 그녀가 마왕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라고.
바스타는 아주 잠깐 베이올라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아내는 옛날이야기는 좀처럼 해주지 않는다.
과거의 일은 되도록 잊으려는 거겠지. 그러니, 이런 식으로라도 아내의 과거를 확인하는 건 제법 흥미롭다.
바스타는 이어 마리나와 알라실에게 눈을 돌렸다. 여기서 더 말을 걸어봄 직한 사람은 저 둘이 끝이다.
그의 직감이 그리 고하고 있다. 그리고 마리나에게 다가가 그녀의 이름을 물어본 바스타는, 다시 마르할에게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마리나 실라나티엘입니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보아하니 보통 분은 아니신 듯한데.”
“응…? 실라나티엘이라고? 진짜?”
“무언가 문제라도?”
“아니, 그냥. 실라나티엘이라. 하여간,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모았는지.”
몸을 돌리려는 바스타를 마리나가 붙잡았다.
“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나? 바스타.”
“바스타?”
드문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바스타라는 이름을 가진 특별한 사람이 세상에 한 명 있다.
그녀도 영향을 받는 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스트레킬이 극도의 공경을 보인다면, 이미 확신에 가깝다.
“설마….”
“우리 서로 피곤해지지 말자고. 그걸 말하면 여기 사람들을 다 기절시켜야 하거든.”
마리나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마르할을 찾았다.
마르할이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마리나는 마법을 쏠까 진심으로 고민했다.
바스타는 마지막으로 알라실에게 다가갔다.
바스타는 당연히 성황국어를 할 줄 안다.
“당신이 용사?”
“그래, 네 이름은? 어쩐지 알 것 같지만.”
“알라실 에고만.”
바스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 황녀, 있어선 안 되는 실라나티엘, 도둑의 후계자까지 있다면, 성인과 관계된 사람도 있겠지.
“도움이 필요하면, 저 녀석한테 부탁해. 어지간한 일은 해결해줄 테니까.”
“마족 하나도 못 잡고 죽으려 하던데요.”
마르할이 마족을 상대로 고전했다는 말에 바스타는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이나 영물을 상대로는 몰라도 마족 상대로는 고전하면 안 되는데?
그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바스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저놈이 싸움은 약하거든. 다른 건 잘해.”
“알았어요.”
바스타는 마지막으로 마르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마르할의 어깨를 감싸고 몸을 숙였다. 마르할의 몸도 자연히 딸려갔다.
“야, 너 미쳤어? 무슨 생각이야?”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아니면, 형이 해결해줄래?”
“아니. 내가 미쳤냐.”
실라나티엘에 에고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아니, 감은 잡히지만, 생각하면 몸이 움직일 것 같아 되도록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잘난 직감은 어때?”
“네 고생길이 훤하단다.”
“언제는 안 그랬나.”
“기분은 풀렸고?”
“그래. 이 망할 인간아.”
바스타는, 용사는 늘 이랬다. 마르할이, 마르할만이 아니라 다른 일행이 우울해하면 생각지도 못한 기행으로 기분을 풀어주고는 했다.
바스타가 허리를 폈다.
“그럼 됐고. 난 간다.”
“마르 누나를 만났어.”
“…마르가 너한테 먼저 연락했다고?”
“그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거대 역사가 움직였다는데, 느낌 있어?”
용사가 눈을 감았다. 그의 눈꺼풀 뒤로 역사의 편린이 지나갔다.
“변했네. 세상이 한 차원 높은 곳에 도착했어. 다시 세상을 둘러봐야겠는걸.”
그렇게 말하고 용사는 떠났다. 누구도 떠나는 그를 붙잡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