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secret past and present RAW novel - Chapter 166
00166 아내의 과거 그리고 현재 =========================================================================
눈이 번쩍 떠졌다.
아직 방안은 어두웠다.
벽에 걸린 시계바늘이 어슴푸레 보이는 게….
새벽 네 시였다.
소변이 마려웠다.
아마도 소변이 마려워서 잠에서 깬 모양이었다.
욕실로 가서 소변을 보고 왔다.
안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운 아내를 보았다.
아내는 아직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아내의 원피스를 벗겨보고 싶었다.
아내의 그 곳을 보고 싶었다.
아내의 옆에 앉아서 한숨을 크게 쉬었다.
하지만, 결국…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아내가 중간에 깨버린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자다가 욕정이 생겨서 한번 하려고 했다고?
그건, 아니다.
심란했다.
아내가 그러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점점…. 그 것이 나에게로 목을 조이 듯 다가오는 것이 두려웠다.
나는 사실을 자꾸 부정하려 하고…. 사실과 바로 맞서는 걸 두려워 하고 있지만, 아내와 그 사실이 함께…. 점점 나를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내가 막다른 곳에 다다르면….
내가 더 이상 피할곳이 없어져서….
그 사실과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난….
난….
정말 어떻게 할 것인가….
아내는 지금도…. 내가 없이 살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내가 없이 살기는…. 조금….
아니…. 솔직히 많이 힘들 것 같다….
비겁한 나의 행동은 어쩌면….
아내가 티나지 않게만 적당히….
정말로 적당히 몰래만 그런 짓을 했다면….
눈감아 주고 살았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걸 보니, 적당히 몰래가 아니라, 점점 더….
조금씩 더….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구석에 정말 피할곳 하나 없는 막다른 곳에 몰리게 되는 날은….
나를 구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심 사장 아니라, 심 사장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이젠….
정말, 심 사장한테 연락이 올 것 같았다.
심 사장한테 연락이 올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심 사장을 생각하다가 다시금 잠이 들었다.
아내가 나를 흔들어서 깨웠다.
“얼른 아침 먹어요. 늦었어요.”
“아…나 오늘….
바로 거래처로 갈거야…. 조금 늦게 나가려고….”
물론 거짓말이었다.
월요일 아침에….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부터 거래처로 외근부터
나가는 직장인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나는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다.
오늘 나는 아내가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출근을 해야겠다고….
순간적으로 다짐을 했다.
아내가 깨워서 아침을 먹으라고 하자마자 그 생각부터 머리 속에 팍 하고 떠올랐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욕실로 가서 간단하게 소변을 보고 대충 세안을 하고 부시시한 머리에 물도 바르고 정돈좀 한 후에 식탁으로 갔다.
아내는 먼저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내는 언제 일어났는지, 두부와 애호박을 썰어넣은 된장찌개를 끓여놓았고 내가 좋아하는 감자볶음까지 해놓았다.
아내와 마주 앉아서 밥을 먹었다.
아내도 별 말이 없이 밥만 먹었다.
“안 피곤해…?”
밥을 먹다가 내가 물어봤다.
아내가 조용한 적막을 깨고 내가 말을 하자….
살짝 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응. 괜찮아요….”
“삼일 동안 계속 힘들었을 거 아니야…. 바로 출근해야 되는 거야. ?”
짧은 질문이었지만, 많은 중의적인 뜻도 포함하고 있었다.
아내는 잠시 동안 뜸을 들인 후에, 대답을 했다.
“응…. 평상시랑 똑같아요….”
그렇게 몇 마디만 하면서 우리는 아침식사를 마쳤다.
아내의 어제밤 그 모습을 보았으면서도 아침에 아내가 해놓은 감자볶음이 너무 맛이 있어서….
감자볶음해서 밥을 한공기다 먹었다.
그리고 남은 감자볶음까지 싹싹다 긁어 먹었다.
누가 나한테 그랬었지?
강해지라고?
강해져야 한다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아…팀장님이 그랬구나….
아내가 날 떠나간다고…. 내가 죽을 것은 아니지 않는가.
잘 먹고…. 잘웃자….
그래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어제 아내가 내가 있는 줄 뻔히 알면서 저런 옷차림으로 들어온 것은…. 아내의 의도이건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의도이건 간에 내가 아내를 밀어내는 형국이 아닌….
내가 밀려서 떨어져 버리는….
저 깊은 아래로 떨어져 버리는 그런 모양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강해져야 한다….
만약…. 내가 상처를 입고…. 내가 나가 떨어지더라도 혼자 일어설수 있게….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가 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면 되겠지만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내는 내 손을 잡아줄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원인이 아내일 테니까, 밥을 먹고 식탁의자에서 계속 스마트 폰으로 뉴스를 검색해서 보고 있었다.
아내는 옷을 입으려는지, 안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어제 그 유니폼을 입으려나….
하긴…. 내가 그 모습을 보느라고….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아닌가….
아내는 잠시 후 안방 문을 열고 나왔다.
아내는 무릎위까지 오는 회색 겨울 코트를 입고 있었다.
다리에는 어제와 달리 스타킹을 신고 있었고, 저 코트 안에는 어제 그 유니폼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았다.
보고 싶었다.
아내가 그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을….
그걸 보려고 지금 거짓말하고 출근도 안 하고 버티는 거 아니던가….
코트 좀 벗어봐….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용기 없는….
한심한….
내가 병신이었다.
아내는 출근을 하려고 신발을 신으려다가 다시 들어왔다.”어…. 왜…. 뭐 잊은거 있어?”
내가 아내를 보고 물어보았다.
“아니요.
소변좀 보고 가려고요….”
아내는 코트를 입은 채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잠시 후 나와서 신발을 신고 출근을 했다.
밥먹고 양치도 아직 안 했지만, 후다닥 옷을 입고 잽싸게 밖으로 나가서 차에 올라 탔다.
차를 몰아서 길을 내려갔다.
아직 아내가 버스정류장에 있을까?
버스정류장에서 멀리 차를 세우고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아직 아내는 정류장에 있었다.
그렇게 잠시 후 버스가 왔고….
아내가 탄 버스를 따라서 천천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처음 버스를 따라갈 때는 많이 떨리고 긴장이 되었지만, 두 번째 따라가는 것이라서 별로 떨리지도 않고…. 버스를 따라붙는요령마저 이제는 생긴 것 같았다.
그렇게 버스가 다섯정거장 정도 갔을 때 아내가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그 때와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SUV를 타는 배가 많이 나온….
뚱뚱한 남자가 나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적이 많은 곳은 아니지만…. 간간히 한두 명 정도 지나다닐 정도의 한산한 거리였다.
처음에 미행했던 아내 회사 건물 앞의 도로처럼 인적이 아예 드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적이 없는 편인 길이었다.
아내는 버스에서 내려서 잠깐 걸었다.
근데 근처에SUV가 서있는 곳은 없었다.
아내는 인도 한 쪽에서 차를 기다리는 듯 서있었다.
나는 아내와 한참 떨어진 곳에서 티가 안나게…. 차 안에서 아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검정색 고급차가 한 대 아내의 앞에 멈추었다.
아내가 차에 타려고 하자 운전석에서 한 사내가 내렸다.
정장을 입은 남성이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저 남자…. 심 사장의 영상 속에서 배교수와 함께 아내의 유니폼 입은 뒷모습을 만지던 그 남자 같았다.
얼굴이나 외모에 어떤 특별한 특징이 없는 평범한 50대 중년 남성이라서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남자는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막 차의 문을 열고 타려는 아내에게로 다가갔다.
아내가 남자를 보고 허리를 깊이 숙여서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남자는 아내의 인사를 받는 게 아니라, 아내의 반코트를 손가락 으로 가리키면서 뭔가를 한참 이야기 했다.
아내는 마치 벌을 받는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인도에서 남자의 훈계를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