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secret past and present RAW novel - Chapter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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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자 종업원이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가지고 와서 소줏잔의 파편을 깨끗하게 치워줬다.
그리고 새 잔을 가져다. 줬다.
병우와 지희는 내가 소줏잔을 떨어뜨린 걸 별로 신경도 안 쓰고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병우는 자신이 삼개월 동안 중국에 있었던 이야기와 돌아와서 조금 쉬려고 했는데 바로 취직이 되어버려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일한다고….
전문기술이 있는 엔지니어는 칠십살까지도 돈을 벌수 있다고….
입에 거품을 튀기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병우는 술을 먹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살짝 오버하는 것이 보였다.
자기를 살짝 포장하면서 말하는 것이 느껴졌다.
병우는….
자기가 맘에 드는 여자한테만 원래 저러는데, 병우는 원래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어야만….
자기를 조금 뻥튀기 해서 말하지….
맘에 드는 여자가 없으면….
오히려 자기를 비하 하는 스타일이었다.
병우도 지희가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지희 같은 성격을 싫어할 남자는 없을 것 같았다.
항상 밝고…. 쾌활하니까 말이다….
우리같이 사람 거칠거다 거친 사람들은….
편안 한 사람이 제일 좋은 법이었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당장 어떻게 잘 되기를 기대하는 건 절대로 아니었다.
그냥 서로 외로우니까…. 친하게 지내서 나쁠건 없을 것 같았다.
소줏잔이 떨어진걸 너무 심각하게 생각 한 건 아닌지….
그냥 마음이 그랬다….
시간이 하필이면…. 아내가 한창 모임에서…. 그런 일들을 하고 있을 시간이라서 더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중에라도 보기 싫었다.
심 사장이 영상을 주면….
보지 말자고…. 생각을 했다.
그냥 심 사장이 나중에 이야기 하면….
봤다고 이야기 하고….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가 한 번 더 그러는 걸 본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달라질 건 없었다.
한 번 더 그러고…. 덜 그러고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육회집에서 이차를 마친 후에 셋이서 거리로 다시 나왔다.
우리는 누가 먼저 제안 했는지도 모르게….
노래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두 시간 동안….
미친 듯이 노래를 불렀다….
우리 스무살 때 유행했던 댄스 가요는 거의 다 부른 것 같았다.
지희도 나도 그리고 병우도 미친 듯이 놀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같이 놀 사람이 없었고, 놀수 있는 기회가 없었나 보다.
셋이서 화면에 나오는 옛날 가수들의 춤을 따라추고 미친 듯이 악을 써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못 불러서 가슴에 한이 맺힌 사람들처럼 그렇게 노래를 불렀다….
그냥 너무 빨리 지나버린…. 지난 30대의 십년에 대한 회한을 풀어버리려는 듯이 미칠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놀아야지 하는 마음은 있지만, 틀에 박힌 일상을 살다보면…. 그 일상 안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잘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 일상이 정형화가 되어 버리면…. 그대로….
오년이고 십년이고 시간은 빨리 흘러만 가버리는 것 같았다.
“남대리님. 옛날부터 남대리님하고는 코드가 잘 맞는 걸 알았지만, 친구뿐까지 이렇게 다들 코드가 잘 맞을 줄은 몰랐어요.”
지희는 노래 중간에 잠깐 맥주로 목을 축이면서 말을 했다.
지희의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지희는 자신의 몸매가 드러날까봐 조금 헐렁한 박스 스타일의 자켓을 입고 나왔는데, 어느새 자켓도 벗어버리고…. 티셔츠에 블랙청바지만 입고 놀고 있었다.
세월이 날씬하고 이쁘기만 하던 지희의 몸매를 저렇게 아줌마 몸매로 바꾸어 놓았다.
지희도 알 것이다.
저렇게 편하게 자켓을 벗어버리고 놀면 우리가 자신의 몸매를 자세하게 다 볼꺼라는 걸….
하지만, 지희는 그만큼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지희의 얼굴에는 정말, 웃음이 떠나가지를 않았다.
지희가 투투의 일과이분의일을 선곡했다.
우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희가 가운데 서고 나와 병우가 양 쪽 옆에 서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병우가 남자 부분을 부르고 지희가 여자부분을 불렀다….
이 노래를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게 다시 부를 수 있는 날이 올 줄이야…. 정말로 기대도 안 했었다.
오늘 지희와 병우를 같이 만나게 해준건….
정말로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우야 항상 곁에 있었지만, 지희를 그렇게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병우에게는 이제 연숙이처럼 병우가 보호하고 챙겨줘야 할 여자가 아니라,
지희처럼 병우가 위로받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여자가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이제 둘이 눈이 맞던 아니면 그냥 오늘만 저렇게 재미있게 놀던….
그건 두 사람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다….
열심히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두 사람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은….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시간을 신나게 노래 부르고 서비스로 받은 삼십 분을 더 놀고 나서야…. 노래방을 나섰다.
새벽 네 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이었지만, 밤거리에는 아직 방황하는 청춘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우리 세 명도 그 방황하는 청춘들의 일부분이 된 것처럼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일차 이차 합해서 셋이서 소주를 얼마나 많이 마셨을까….
나와 병우야 원래들 많이 마시는 편이지만,. 지희도 만만치 않은 주량이었다.
결코 우리한테 뒤지지 않았다.
노래방에서 맥주를 조금 마시기는 했지만, 거리를 걷는 우리는 술이 어느 정도 깬 상태였다.
병우는 지희를 데리고 우리의 단골 호프집으로 향했다.
상당히 오래되어 인테리어가 다낡아버린 호프집….
추억의 안주인 감자튀김과 골뱅이야채볶음을 시키고 우리는 또 생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마시는데 이번에는 지희가 또 난리였다.
“아까…. 결혼 이야기 해주셨으니까…. 저도 할래요….
제 결혼 이야기요….”
“얼른 해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병우가 말했다.
나는 솔직히 듣고 싶지 않았다.
많이 아플 텐데….
지희가 눈물바다가 될 텐데….
나도 자세히다 들은 건 아니지만, 신랑될 놈이 결혼식장에 안 나타난 것처럼 평생에 상처가 되는 게 어디있을까….
온 일가친척과 친구들 지인들이….
그 모습을 다 보았을 텐데….
지희는 맥주를 조금씩 마시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도 많았다.
정말 많이 좋아했던 남자였고….
그 남자와 그 남자 가족에게 사기 비슷하게 당한 이야기….
결혼식이 파토난 후에, 정말 죽을까 생각을 해서 산에 혼자 올라갓던 이야기….
나중에 그 남자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금전적인 사기를 쳐서 교도소까지 다녀 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그런 남자와 정말로 결혼을 했으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고…. 혼자 위안을 삼았다고 했다.
지희는 그 일 이후로 단 한번도 남자를 사귀지 않았다고 했다.
미친 듯이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어서 몸매가 이렇게 된 이유도 있고….
이제는 다시 남자를 사귈 자신도 없고….
한번만 더 상처를 받으면….
정말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랑을 다시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병우가 끼어들면서 한마디를 했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는 거다.”
병우도 지가 이야기하고 머쓱했는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웃음을 참는 표정을 오버해서 보여줬다.
병우답지 않은 이야기였다.
지는 맨날 술만 처먹으면 연숙이 타령을 하면서….
무슨 놈의 사랑이고 나발이고….
아…순간 연숙이 생각이 났다.
병우한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어차피 다음주에 심 사장을 만날 텐데…. 그 때 연숙이 이야기를 심 사장에게 한번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 사장이면…. 연숙이를 금방 찾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막상 연숙이를 찾았는데, 그걸 병우에게 바로 알려줘도 되는지, 아닌지….
그건….
생각을 더 해봐야 될 것 같았다.
지희의 결혼 이야기….
아니지….
나쁜 남자한테 이용당하고 버려진 이야기가 모두 끝났다.
이럴 줄 알았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성격이 너무 밝은 사람은…. 상처를 받아도 크게 받을 것이다.
그걸 감추고 있는 것 뿐이지 밝은 얼굴 아래 말이다….
지희는 오백짜리 맥주를 하나 더 시켜서 두 번에 나누어서다 마시더니….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오늘 화장도 곱게 하고 나왔는데, 아까 그렇게 노래방에서 땀을 흘리면서 놀아도 지워지지 않던 눈 화장이었는데, 눈 화장이 다 지워져….
검정색 눈물이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병우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만히 있었다.
내가 지희의 옆으로 가서 등을 두들겨 줬다.
지희가 나한테 기대더니….
소리를 내어서 엉엉 울었다.
“더 울어요.
울고 싶은 만큼…. 다. 울고…. 이제 오늘 이후로는 울지 말아요….”
내가 지희의 등을 두들겨 주면서 말했다.
지희는 그렇게 오분여 동안…. 혼자가 울기만 했다.
나와 병우는 술도 마시지 않은 채…. 가만히 지희를 지켜 봐주기만 했다.
병우도 뭉클했는지, 눈가가 촉촉해졌다.
병우는 고개를 하늘로 들어서 눈물을 삼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지희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눈물이 멈추자 내가 지희에게 말했다.
”가서 얼른 찬물로 세수하고 와요.
기분이 좀 나아질 거 에요….”
지희는 말을 잘 듣는 어린 아이처럼 내 말대로 화장실로 갔다.
병우에게 생맥주 잔을 내밀었다.
병우와 건배를 하고 둘 다, 오백잔을 원샷을 해버렸다.
시원한 생맥주가 내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졌다.
지희는 화장실에서 돌아왔다.
세수를 해서 화장이 다 지워진 맨 얼굴이었다.
지희는 억지로 밝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 얼굴이다….
내가 총각 때 몰래 훔쳐보던 미소….
지희에게 앞으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 병우가 툭 한마디 했다.
”얼굴은 미인형이에요….
화장 안 하니까 훨씬 나은데요….”
“알아요….
아까 말했잖아요….
나쁜 마녀의 마법에 걸린거라고….”
지희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셋이서 그 웃음을 신호로 해서 오백짜리 생맥주를 몇 개를 더 시켜먹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꼭대기 까지 마셨다.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화장실을 순서대로 들락날락 거리면서 맥주를 마셔대었다.
얼마나 마셨는지는 나중에 계산을 할 때 엄청난 금액이 나온걸 보고 피부로 깨달았다.
어떻게 술집에서 나오게 되었는지도 몰랐다.
기분이 좋았다.
새벽 다섯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저녁 에 만난 것도 있지만, 날밤을 새면서 술을 마시고 놀았다.
지희를 먼저 택시를 태워서 보내려고 했는데 병우가 말했다.
”지희씨 위험하니까 내가 집까지 바래다. 주고 갈게….
지희씨 나랑 같이 가요….”
지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지희와 병우를 먼저 택시를 태워 보냈다.
지희도 많이 취했고…. 병우도 많이 취해 있었다.
나도 취했고 말이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벌써 새벽 여섯 시다….
창밖이 천천히 밝아지고 있었다.
이상하게 맥주를 마시면 배가 더 고팠다….
샤워를 해야하는데, 뭔가 조금 먹고 싶었다.
소주만 먹고 취했을 때는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맥주를 먹고 취했을 때는 이상하게 배가 고팠다….
소변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것일까….
뭔가 먹고 싶었다.
먹고 자고 싶었다.
병우랑 지희를 해장국이라도 한 그릇씩 먹여서 들여보낼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지희는 모르겠지만, 병우는 배가 고팠을 텐데….
냉장고를 열었다.
아내가 해놓은 장조림이 남은 게 보였다.
밥솥을 열어서 대접에 밥을 담고 그 위에 냉장고에 있던 장조림 간장과 고기를 적당히 부었다.
그리고 렌지에 일분을 돌렸다.
구수한 장조림 간장냄새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쓱쓱비벼서 입에 넣었다.
맛이 있었다.
장조림 간장이 짜지 않은 게…. 너무 좋았다.
솔직히 아내가 보고 싶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혜정이와 식탁에 마주 앉아서 서로 아무 대화도 하지 앉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끔씩 눈을 마주치고 미소만 지으며 오로지 먹는데만 열중하면서 먹는 밥인데….
날이 바뀌고 일요일이 되었으니….
아내는 오후늦게나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밥을 먹었다.
장조림 간장밥이 이렇게 맛이 있을 줄이야….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쯤….
갑자기 현관문 도어락이 열리는 삐비빅 소리가 났다.
어 이상하다. 뭐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현관으로 갔다.
문이 열리고 아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잠시 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입 안에는 씹고 있던 장조림간장밥이 있었는데, 나는 그 것도 씹지 못한 채….
그냥 얼어 붙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