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43
기계신과 함께 – 143
생김새가 꼭 비석을 연상시키듯 납작하고 기다란 돌이었다.
또 스치듯 보았지만, 그곳에는 분명 글귀도 적혀 있었다.
무결은 거기에 가장 크게 적혀 있는 글씨만 읽을 수 있었다.
-스톰브링어, 여기 잠들다.
‘웬 비석이 폭풍 속을 날아다녀······.’
황당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던전 속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거야 일상다반사였으니.
휘이잉-
어느새 바람이 잦아들고, 날아오던 얼음덩이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콰릉······.
번개 또한 마찬가지로 그 빈도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스으윽······.
무결의 주변은 완벽한 고요를 되찾았다.
콰콰콰콰-
무결의 사방으로는 모든 것이 휘말려 날아가는 검고 어두운 장막이 여전히 격렬하게 휘돌고 있었다.
하지만 무결이 서 있는 토네이도의 핵(核) 부분은, 바람 한 점 없이 완벽히 고요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는 웬 팽이가 하나 공중에 뜬 상태로 빙그르르 돌며 무결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팽이’ 자체가 바로 토네이도의 진정한 핵(核)인 모양이었다.
무결이 [하늘의 눈]으로 그 팽이를 보았다.
-이름 : 스톰브링어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폭풍에 미친 자 ‘스톰브링어’가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팽이. 강력한 마법의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
“사기템 발견.”
무결이 씨익 웃으며 자신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그 팽이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것을 손에 쥐려는 순간.
팅-
손이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튕겨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에게 뜨는 메시지.
“······여러 가지로 힘들게 하는군.”
무결은 ‘템 하나 얻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라고 중얼거리며 폭풍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식’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아까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던 그 비석이 떠오른 것이다.
열심히 뚫어져라 비석을 찾고 있는데.
[마스터, 비석 저기 있습니다.]슈리가 그렇게 말하며 무결의 시야에 홀로그램으로 화살표를 하나 표시해 주었다.
[혹시 이렇게 찾으실까 봐 미리 표지해 두었습니다.]“오우, 역시 슈리는 일등비서라니까! 잘했어.”
[비석에 적혀 있던 글귀도 캡처해 놓았습니다만, 읽어드릴까요?]“아니, 됐어. 직접 가져와서 읽어보지, 뭐.”
무결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결은 화살표가 표시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아라크네의 거미실샘]에서 거미줄을 하나 쏘아 올렸다.
거미줄은 폭풍 속을 뚫고 날아가······.
쉬익-
버렸다.
[······.]거미줄이 표적인 비석을 맞히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것이다.
“잘 안 되네.”
무결이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거미줄을 끊어내고 다시 발사하기를 반복했다.
쉬익- 쉬익-
그렇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오, 성공!”
드디어 비석에 거미줄을 붙일 수 있었다.
무결은 거미줄에 힘을 주어 비석을 끌어당겼다.
잠시 후, 무결의 손아귀에 비석이 쥐어졌다.
그의 키보다 커다란 비석이었지만 막대한 근력 스텟을 자랑하는 그의 손에는 마치 공깃돌처럼 느껴졌다.
무결은 먼저 그 비석에 적힌 글귀를 읽어보았다.
-스톰브링어, 여기 잠들다.
폭풍과 맞선 자여, 마침내 대지에 잠들어 평안하기를.
“‘마침내 대지에 잠들어’······라.”
잠시 비석을 들고 고민하던 무결은.
콰악!
이내 비석을 팽이의 앞에 박아 넣었다.
그러자 팽글팽글 허공을 돌며 끊임없이 앞으로 전진하던 팽이가 멈추어 섰다.
정답이었다.
[퀘스트 ‘스톰브링어의 무덤’에 성공하셨습니다.] [‘스톰브링어’의 주변을 둘러싼 결계가 해제됩니다.]팽이를 둘러싼 기운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세차게 돌던 팽이의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더니, 이내 멈추어 섰다.
그와 동시에 토네이도가 거짓말처럼 개더니 순식간에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토네이도 속에 있던 내용물들이 비처럼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쿠쿵, 투두둑-
무결은 서서히 공중에서 내려오는 팽이를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득템 축하드립니다, 마스터.]“던전 한정 아이템이지만, 땡큐.”
득템은 언제나 기분 좋은 것이었다.
무결은 [공간주머니] 속에 새로 얻은 [스톰브링어]를 갈무리하려 했다.
그런데.
“저 새끼 살아 있어!!”
저 멀리 토네이도의 경계 밖에 있던 불청객들이 무결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아까 그놈들이었다.
12명이었던 녀석들은 4명이 줄어 8명이 되어 있었다.
토네이도 밖에서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계속 서 있었던 모양이다.
“야, 저놈 아이템 얻은 것 같다!”
“뭐? 당장 죽이고 빼앗아!!”
그런데 무결이 뭔가를 토네이도 속에서 얻은 듯하자 눈이 뒤집혀서 무결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무결이 곤란한 음성을 내뱉었다.
아직 이 던전의 규칙을 모르는 멍청한 놈들이 있는 것 같았다.
‘아까의 ‘엑스칼리버’ 사태를 보고도 느낀 게 없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무결이 오른손 위의 팽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손 위로 한 뼘 정도 위의 공중에서 팽이가 빙글빙글 돌며, 주위의 바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규칙을 친히 알려주도록 하지.”
무결의 주위를 검은 바람이 격렬하게 휘돌기 시작했다.
“뭐, 뭐야!”
무결 주위의 바람이 급격하게 커져 순식간에 아까의 토네이도의 크기를 이루었다.
토네이도 속에 있던 얼음덩어리와 번개들이 순식간에 생성되어 토네이도 속을 돌기 시작했다.
무결에게로 달려오던 놈들은 손쓸 틈도 없이, 갑자기 형성된 격렬한 토네이도에 말려들었다.
“으, 으악!!”
“안돼애애애!!”
놈들이 하나둘 땅바닥과 작별을 고했다.
“이 던전에서 아이템 얻은 사람한테 덤비면 X되는 거야.”
개중에 토네이도 속에서 나름 잘 버티던 놈들도 결국 얼음덩어리와 번개들을 맞고는 바람에 휩쓸려 가버렸다.
그리고, 무결의 시야 왼쪽으로 뭔가가 떠올랐다.
Kill Count : 2
“오호.”
무결이 죽인 숫자가 시야에 표시되는 것이다.
그 숫자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Kill Count : 3
Kill Count : 4
그러다가 마침내 킬 카운트가 5가 되었을 때.
Kill Count : 5
메시지 하나가 출력되었다.
[Kill Count : 5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학살자의 지도’가 주어집니다]무결의 눈앞으로 붉은빛이 감도는 둘둘 말린 양피지가 뿅! 하고 나타났다.
“······이런 것도 있었군.”
애초에 이번 재앙형 던전에 관한 던전 데이터베이스는 너무나 허술했다.
살아 나온 사람조차 얼마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시스템이 있는 줄도 몰랐다.
무결이 갑자기 앞에 나타난 붉은빛 도는 양피지를 집어 드는 사이, 킬 카운트는 계속해서 쭉쭉 올라갔다.
그리고.
[Kill Count : 10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탐험가의 지도’가 주어집니다]그 메시지를 끝으로 더 이상 킬 카운트가 오르지 않았다.
이번에 무결의 눈앞에 뿅! 하고 나타난 것은 금빛이 감도는 양피지였다.
“음? 열 명이 죽다니, 여덟 명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무결은 눈앞의 양피지를 집어 들며 의아해했다.
[두 명은 잠깐 토네이도에 휘말렸다가 마스터가 팽이를 얻으시는 과정에서 토네이도가 멈춰서 살아났던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토네이도가 멈췄을 때 땅에 떨어져 허우적거리던 자들을 보았거든요.]“아, 그렇군.”
무결은 슈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손에 들고만 있던 양피지를 펼쳐보았다.
일단 붉은빛이 도는 ‘학살자의 지도’.
그것을 펴보자, 그곳에는 무결의 위치와 그의 주변 지형이 표시된 지도가 나타났다.
무결의 위치를 중심으로 대략 50km에 이르는 범위의 지형 정보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지도 위에 대략 80개의 붉은 점이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오호라.”
지도의 붉은 점이 나타내는 바는 명백했다.
다른 각성자들의 위치.
그만큼 죽였으니, 다른 놈들도 찾아서 좀 죽이라는 뜻이었다.
“재미있군.”
이 지도가 존재함으로써 소위 말하는 ‘버티기’는 불가능할 터였다.
지도 위의 점들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대부분이 숲이 있던 쪽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일부는 초원 위를 헤매고 있었다.
“근데 이거 너무 사기성 짙은데? 웬만한 아이템보다는 이 지도 하나가 더 가치가 크겠어.”
무결이 그렇게 우려의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1분이 지나가자마자.
피슉-
지도가 저절로 접혀 버리더니 허공으로 쏙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 그렇지.”
무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금빛 양피지를 열어젖혔다.
“으흠.”
마찬가지로 주변의 지형이 표시된 지도.
그곳에는 단 하나의 황금빛 점이 찍혀 있었다.
* * *
“이곳인가?”
무결은 황금빛 점이 나타내는 곳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탐험가의 지도]는 [학살자의 지도]와 달리 사라지지 않고 계속 무결의 손에 들려 있었다.그는 다시 지도를 들여다보았다가,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황금빛 지도는 분명 눈앞의 나무를 가리키고 있었다.
숲속의 여느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떤 나무.
“흐음······.”
무결은 나무의 주변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그러다가, 나무 바로 옆의 뿌리 부분에서 흙에 덮여 있던 석문(石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게 분명한 석문.
그그긍.
무결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그그긍.
무결은 안으로 들어와 석문을 닫고, 마력을 사용해 석문 위에 다시 흙을 덮어두었다.
누군가가 쉽게 발견하기 어렵도록.
그리고 주머니에서 손전등을 꺼내 들어 계단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통로는 매우 오래되었는지, 나무뿌리들이 뚫고 들어와 앞을 가로막고 있기도 했다.
무결은 그 나뭇가지들을 잘라내며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곧 그의 눈앞으로 꽤나 원시적인 모양의 함정들이 등장했다.
스릉-스릉-
톱날이 왔다 갔다.
찰캉. 찰캉.
칼날이 빠져나왔다 들어갔다.
단일 대미지로는 각성자의 피부에 생채기조차 내지 못할 것 같은 상당히 원시적인 함정들.
그러나 무결은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저거 잘못 스치면 골로 간다.’
톱날 하나하나에는 무협 장르 고수들의 검기(劍氣)에 버금가는 날카로움이 깃들어 있었고, 바닥을 나왔다 들어왔다 하는 칼날에는 코끼리도 죽일 게 분명한 극독(劇毒)이 묻어 있었다.
하나하나 절대 얕볼 수 없는 함정들이었다.
무결이 우득우득 몸을 꺾으며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 참 오랜만이군.”
예전 재앙형 던전 ‘베히모스의 꿈’에서도 이런 경험을 했던 기억이 난다.
“좋은 기억이 아니긴 한데······. 역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별로 긴장되지도 않는군.”
무결은 가볍게 몸을 날려 함정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배틀 센스]가 발휘되어 함정 장치들의 모든 경로가 순식간에 그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