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44
기계신과 함께 – 144
무결이 물 흐르듯 움직이며 함정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았다면 ‘저게 함정을 통과한다는 사람의 태도야?’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전력 질주로 함정 속을 달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무결을 맞은 것은 톱날의 향연.
톱날들이 양옆의 벽에서 스릉 스릉 그의 눈앞을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 톱날들의 박자가 보이는 순간의 빈틈을 뚫고, 무결의 몸이 톱날들 사이를 질주했다.
때로는 엇박자로 인해 빈틈이 사라지기도 했지만, 잠시 뒤로 후퇴하는 방식으로 날아드는 톱날을 비껴낸 무결이 다시 앞으로 달릴 때, 이미 그에게 톱날이란 장애물은 무의미한 것이 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톱날의 숲을 통과한 것이다.
그다음은 바닥과 벽, 천장 4면에서 엇박자로 왔다 갔다 하는 칼날들.
이번은 톱날보다 더 쉬웠다.
앞을 직접적으로 가로막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알맞은 발판을 찾기만 하면 되었으므로.
비록 그 발판이란 것이 벽과 천장일 때도 있었지만, 그런 게 무결에게 문제가 되기에는 무결은 이미 너무 많이 성장해 있었다.
무결이 바닥과 벽, 천장을 차례로 밟으며 칼날의 늪을 빠져나갔다.
마지막은 낭떠러지였다.
무결의 눈앞으로 무저갱 같은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반대편 절벽 쪽으로 문이 보였다.
저곳으로 들어가면 함정이 끝나는 듯했다.
그 문과 무결이 서 있는 문 사이로는 징검다리 같은 돌들이 공중에 둥둥 떠올라 있었다.
저걸 통과할 때 뭔가가 어둠 속에서 날아들 게 분명했다.
무결은 일단 차분하게 [하늘의 눈]을 켜서 징검다리들을 살펴보았다.
‘사람 죽이기 딱 좋은 함정이군.’
무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을 날렸다.
저 많은 징검다리 돌들 중에, 딱 두 개만이 ‘진짜’였다.
나머지는 밟자마자 사라져 버리는 ‘가짜’, ‘환영’이었다.
무결이 첫 번째 ‘진짜’ 징검다리를 밟았다.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무결이 애용하던 ‘코일 건’의 총탄 같은 위력을 지닌 강력한 화살이었다.
무결은 아크로바틱하게 그 모든 총알을 공중에서 피해내었다.
그러다가 간혹 피할 궤적을 못 찾는 것은-
콰앙!
손으로 그냥 후려쳐 버렸다.
그렇게 화살 세례를 피하고, 두 번째 징검다리를 밟았다.
이번에는 마법이 발동되었다.
완벽한 어둠이 내려앉으며, 무결의 시계(視界)가 사라졌다.
빛이 완벽하게 차단된 것이다.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무결의 높은 마법저항력을 뚫고 마법이 작용한 것이다.
그 상태에서 방금과 같이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소리와 촉감.’
무결은 청각과 촉각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화살이 날아드는 소리와 화살이 발산하는 파동이 느껴졌다.
눈을 감은 무결의 머릿속에 화살의 경로들이 마치 보이는 것처럼 떠올랐다.
‘피하고, 피하고.’
무결은 가상으로 날아드는 화살을 피해 몸을 움직였다.
핏- 핏-
머릿속으로 떠오른 화살들이 실제로 무결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막고.’
콰앙!
한 발의 화살이 무결의 손에 막혔다.
‘피하면, 끝.’
마지막 화살이 무결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무결이 사뿐하게 ‘문’이 있을 위치를 향해 발을 디디려 했다.
그런데.
퍽!
“크윽!”
무결의 왼편 등쪽 어깨에 무언가가 날아와 박혔다.
무결이 막 문에 발을 내디딘 때였다.
우당탕.
그가 입구에서 그대로 앞으로 굴러버렸다.
“으음······.”
잠시 넘어진 자세 그대로 누워 있던 무결이, 신음을 지르며 일어나 앉았다.
어느새 시야가 다시 밝아져 있었다.
“이거 너무하잖아.”
무결이 투덜대며 어깨 부근을 살펴보았다.
전혀 감지조차 하지 못한 화살이, 무결의 왼쪽 어깨에 박혀 있었다.
무결은 화살을 오른손으로 잡아 뽑았다.
후드득.
검은 피가 주르륵 떨어져 내렸다.
독이 묻어 있었다.
무결은 [유가선공]을 운용해 중독된 피를 몸 밖으로 몰아내고, 운기를 했다.
치유에 특화된 [유가선공]이라, 다행히 극독이었음에도 무사히 모든 독을 빼낼 수 있었다.
‘너무 기분 냈나.’
사실 저 함정들은 이렇게 돌파하라고 만든 함정들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차근차근 전진하며 하나하나 풀어내야 할 함정들.
그러나 실력에 자신이 있었던 무결은 시간도 아낄 겸 순식간에 함정들을 돌파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하마터면 만용이 될 뻔했다.
‘뭐, 결과가 좋으니 됐어.’
몸에 블랙미슈트에 한번 구멍이 났지만 둘 다 재생이 가능한 것이니 손해랄 것도 없었다.
무결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안 가서, 아주 밝은 실내가 무결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호오······.”
던전에는 어울리지 않는 밝은 샹들리에.
사방에 가득한 빛나는 액세서리.
그리고 사방에 흩어져 있는 금은보화.
보물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무결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동하는 보물창고’에 들어서셨습니다.] [‘이동하는 보물창고’에서 한 가지 물건을 고를 기회가 주어집니다.] [물건에 손을 대는 순간 그대로 그 물건과 함께 창고 밖으로 추방됩니다.] [창는 던전 내부 다른 곳으로 이동됩니다.]“이것 참.”
무결이 뺨을 긁적였다.
“나한테 딱이잖아.”
그는 즉시 [하늘의 눈]을 발동시켜 던전 내부의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은 그냥 금화 혹은 보석, 액세서리였다.
현실이었다면 높은 가치가 매겨졌을 사치품들.
하지만 던전에서는 쓰레기들에 지나지 않는 물건들.
저기 손을 대기라도 했다간 던전의 함정을 통과한 보람이 0이 될 것이다.
무결은 검이나 갑옷 같은 아이템들에 눈을 돌렸다.
‘이거 참, 보물창고라더니 여기도 함정이 많군.’
더러 나름 쓸 만한 능력을 지닌 아이템이 있긴 했으나, 아예 능력이 없는 것들도 보였다.
심지어 어떤 것은 저주가 걸려 있기도 했다.
아이템 보는 눈이 없다면 저주가 걸린 걸 집어 들고 오히려 쇠약해질 수도 있는 고약한 곳이었다.
게다가 쓸 만한 능력을 지닌 아이템들도 아까 얻은 [스톰브링어]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
‘흐음······.’
무결은 이제는 조금 탐탁지 않은 눈이 되어 보물창고를 계속 둘러보았다.
보물창고에는 꼭 인테리어처럼 죽은 해골들이 더러 보였다.
‘이 던전을 통과하다 죽은 사람들이 해골이 되었다는 컨셉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해골들을 지나치던 무결은, 문득 한 해골이 손에 들고 있던 나침반을 발견했다.
그런데.
‘응?’
무심코 그것을 [하늘의 눈]으로 살펴본 무결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래······ 이거지!”
무결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무결의 주위 배경이 갑자기 픽! 하고 바뀌었다.
아까 던전을 들어오기 전의 던전 입구 부근이었다.
던전 입구가 있던 곳을 살펴보았지만, 석문이 있던 부분에는 흙더미만 있을 뿐이었다.
‘완전히 사라졌군.’
메시지가 그렇게 말했으니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꽤 좋은 걸 하나 건졌으니.’
무결이 손에 든 것을 보고 씨익 웃었다.
무결의 손에는 황금색 나침반이 하나 들려 있었다.
다시 한번 [하늘의 눈]으로 나침반의 정보를 살펴보자, 상태창이 떠올랐다.
-이름 : 숙련된 탐험가의 이동나침반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숙련된 탐험가 ‘아르코비치’가 손쉬운 이동을 위해 고안해 낸 순간이동 장치. 8시간의 쿨타임이 있다.
‘음, 나침반치고 지침(指針)의 위치가 움직이지 않긴 하지만.’
생긴 건 분명 나침반이었지만, 동서남북, 위아래로 돌려보아도 지침의 위치가 변하지 않았다.
지침 옆으로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00km 000m
거리를 나타낸 게 분명해 보이는 표시.
숫자는 모두 0에 맞추어져 있었는데, 자물쇠처럼 돌려서 숫자를 바꿀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건 잠시 후에 써먹어 보도록 해야겠군.’
무결의 계획대로라면 곧 쓸 일이 있을 것 같았다.
무결이 품에 나침반을 갈무리하고, 발걸음을 떼었다.
‘붉은 점이 많았던 데가······.’
완벽히 포식자의 눈빛을 한 무결이, 먹이들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Kill Count : 15를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학살자의 지도’가 주어집니다]‘5킬을 더 하니 또 [학살자의 지도]군.’
이번에도 내심 아이템의 위치를 알려주는 [탐험가의 지도]를 기대했지만, [학살자의 지도]가 나와 버렸다.
아마 여기서 5킬을 더해 20킬을 달성하면 또 [탐험가의 지도]를 얻을 것 같았다.
‘어디 보자······.’
무결이 [학살자의 지도]를 보며, 배고픈 사자처럼 어슬렁거릴 때.
이변이 일어났다.
이런 메시지와 함께······.
스르르-
지평선 너머에서부터 끝이 안 보이게 긴 금빛 선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금색 선이 가로질러 지나간 곳의 배경이 순식간에 바뀌고 있었다.
그 금빛 선의 속도는 너무나도 빨라서, 눈 깜짝할 새에 무결을 지나쳐 지평선 저 너머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바글바글.
무결의 주위 세계가 순식간에 바뀌어 있었다.
사람 한 명 없던 숲에서.
“생선 사세요, 생선~ 싱싱한 생선이 500동량!”
“지금 갓 찐 떡이 단돈 300동량~”
시장 한복판으로.
무결은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살펴보는 것을 보았다.
온몸을 검은 천으로 둘둘 감싼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이 길 한복판을 떡하니 막고 서 있으니 그럴 수밖에.
무결은 일단 사람들의 눈길이 없는 골목 한쪽으로 급히 들어가 블랙미슈릴 슈트를 해제하고 평상복 차림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여전히 이 배경에서는 이상할 테지만, 그나마 쫄쫄이 복장보다는 더 눈에 덜 띌 터였다.
그는 어느새 손 위에 쥐여져 있던 아이템의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 : 네 번째 장보도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300인의 대난투’ 던전의 제2스테이지에 들어선 모험가에게 주어지는 장보도 중 하나
[하늘의 눈]으로 봐도 이렇다 할 설명은 쓰여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직접 읽어보는 수밖에.’
무결은 [장보도]를 펼쳐보았다.
‘이건······.’
지도에는 장보(藏寶), 즉 숨겨진 보물의 위치가 간단히 표시되어 있었다.
‘[탐험가의 지도]네. 틀림없이 던전 내 ‘사기템’을 가리키는 거겠군..’
그리고 [장보도]의 구석에는 웬 손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양손을 기묘하게 얽어놓은 것이, 무공 중 인법과 관련된 스킬을 발휘할 때 쓴다는 수인(手印)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했다.
‘아이템의 종류를 나타내는 표식인가?’
무결이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