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45
기계신과 함께 – 145
‘아무튼 가봐야겠군.’
이 아이템이 있는 곳에는 분명 사람이 몰릴 것이다.
네 종류 중 하나라 그랬으니 200명의 1/4인 50명 정도가 이 ‘네 번째 장보도’를 얻었을 것이고.
이렇게 사람들끼리 치고받으라고 준비해놓은 아이템일수록 사람들이 탐낼 만한 좋은 아이템을 준비해 놓았을 가능성이 높았으니, 무결은 장보도의 아이템을 습득 우선 순위에 두기로 했다.
좋은 아이템도 얻고 거기 있는 사람들을 죽여서 킬 카운트를 올린다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무결은 [장보도]를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골목에서 걸어 나왔다.
분명 이 스테이지에는 이 장보도의 아이템 외에도 다른 아이템들이 존재할 터였다.
“자자, 구경하고 가세요!”
“죽은 남편도 벌떡! 일으켜 세우는 신묘한 환약!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에요!”
시장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입은 옷으로 보나, 거리에서 팔고 있는 물건들로 보나 시대 배경이 현대의 것은 아니었다.
무협 소설로만 보던 옛 중국의 시장 거리를 연상케 하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무림 고수들이 등장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팟-
무결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장보도]를 가로채 가려는 소매치기의 수법에서, ‘금나수(擒拿手 : 잡기를 위주로 하는 무공)’의 수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협 배경이야.’
무결은 그렇게 확신하며 주머니에 손을 대려는 소매치기의 팔을 덥석 낚아챘다.
“윽!”
평범하게 생긴 한 사내가 깜짝 놀라며 새된 소리를 내뱉었다.
이 거리에서 가장 뛰어난 소매치기인 그는 이색적인 복장을 입은 이방인을 만만히 보고 기술을 걸었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무공 수법까지 발휘되어 교묘하게 이방인의 주머니 속을 헤집으려던 그의 손을 이방인이 너무도 간단하게 잡아채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갑자기 무슨 짓이오!!”
손을 잡힌 소매치기가 도리어 무결을 향해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장바닥의 모두가 이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이런 이벤트인가?’
무결은 피식 웃으며 그런 사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갑자기 지나가던 사람 팔을 붙잡는 건 대체 무슨 경우요! 지금 시비 거는 거요? 에이, 빌어먹을!”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사내가 되도 않는 비난을 해대며 무결을 나무랐다.
손을 너무나 쉽게 잡힌 것에 대한 당황 섞인 적반하장이었다.
무결은 묵묵히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그냥 가만히 지켜보았다.
“뭐요! 왜 쳐다보는 거요!”
사내는 잠시 성을 내더니 주변 시장 사람들이 별 흥미 없이 눈길을 돌리자, 곧 입을 삐죽대며 돌아섰다.
“에잉! 재수가 없으려니!”
갈 때까지 한마디 얄밉게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무결은 마침 잘됐다는 듯 그 사내의 뒤를 따라붙었다.
숨어서 간 것도 아니고, 사내가 보란 듯이 대놓고 옆에서.
그에게는 얻을 것이 몇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사내는 자신을 너무도 당당하게 따라오는 무결의 모습에 흠칫 놀라더니, 이내 태연하게 앞을 보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장통을 걷던 사내는 어느 골목 속으로 쏘옥 사라졌다.
무결 또한 사내를 따라 골목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골목 한 귀퉁이로 사라지는 사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당연히 무결 또한 그를 따라 그 귀퉁이로 들어갔다.
그 직후.
“형님, 저 새끼가 자꾸 따라오지 말입니다.”
사내가 얍삽한 웃음을 지으며 무결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의 옆으로는 험악하게 생긴 사내들이 인상을 지으며 무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우리 아우 건드렸냐?”
“가진 거 내놓고 맞을래, 맞고 나서 가진 거 다 내놓을래?”
“순순히 일단 가진 거부터 내려놓으면 좀 덜 아프게 때려줄게. 흐흐.”
어느새 무결이 들어온 골목 뒤까지 다른 사내들이 막아서고 있었다.
이 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건달패 놈들인 듯했다.
물론.
무결은 골목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 모든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
“나는 선택지도 주지 않으련다.”
그는 목을 꺾으며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는 그냥 일단 맞자.”
* * *
“살려만, 살려만 주십쇼.”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건달패들이 무릎을 꿇고 엉엉 울며 무결에게 통사정을 하고 있었다.
무결이 잠시 [유가선공]으로 어루만져 준 결과였다.
[유가선공]의 응용법 중에는 혈도를 뒤틀어 극한의 고통을 주는 수법이 있었다.“제발, 제발 그만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빌겠습니다.”
그 맛을 가장 진하게 본 두목 놈이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양손을 싹싹 빌고 있었다.
무결은 그런 두목에게 한 손을 무심하게 내밀었다.
“······?”
의아하게 그 손을 바라보는 두목에게 무결이 말했다.
“가진 거 다 내놔.”
“예?”
“시간 없으니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가진 거 다 내놔. 물론 뒤져서 한 푼이라도 남겨놓았으면 방금과 같은 고통을 영원히 겪게 해주지.”
두목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하는 고문에서 이미 무결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느꼈기 때문에 그의 이런 무심한 말이 역정을 내는 것보다 오히려 더욱더 공포스러웠다.
“야, 너네 가진 것 다······.”
두목이 재차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부하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전낭(錢囊)을 풀어젖혔다.
부하들 또한 무결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어루만져진 덕에 행동들이 상당히 빠릿빠릿했다.
이 세계에서 쓸 돈이 한 푼도 없던 무결은 곧 이 세계에서 잠시나마 써먹기에는 넉넉한 돈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너.”
무결은 자신을 이곳으로 유인한 소매치기를 가리켜 보였다.
“나랑 잠시 같이 좀 다녀야겠다.”
소매치기가 애처로운 눈으로 동료들을 바라보았지만, 그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갑자기 던전에 떨어진 환경에서, 무결은 이미 너무도 숙련된 헌터였다.
* * *
“그래, 부처님 모시는 절이란 말이지?”
“예, 이 일대에서는 아주 유명한 절입지요.”
무결은 이 근처 지리에 대해 잘 알 게 분명한 소매치기에게 장보도를 보여주며 표시된 위치에 대해 물어보았다.
역시 지리 정보에 밝아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소매치기는 지도에 표시된 곳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장보도에 표시된 곳은 마을과는 조금 떨어진 유명한 절이었는데, 그곳까지 가려면 그의 걸음으로 5시간 정도는 걸어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그리 멀지는 않군.’
그의 걸음으로 5시간이라면 무결에게는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다.
‘어쨌든 이곳과는 상당히 가깝군. 아직 급할 건 없겠어.’
자고로 장보도라 함은 본래 아이템이 숨겨진 위치를 꼬고 꼬아서 표시하는 게 많았다.
그래서 아이템이 쉽게 발견될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각성자들의 분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발견이 늦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뭐, 좀 늦어서 누가 먼저 차지한다면 빼앗으면 되지.’
카이를 제외하면 무결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이 던전에서는 아직 없었다.
조금 더 던전에서 시간이 지나, 소위 ‘사기템’들을 둘둘 두른 놈이 등장한다면 모를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카이와 무결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었다.
카이가 자기에게 세뇌된 자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는데, 대부분의 강자가 그 그룹에 속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무결은 일단 옷부터 사러 소매치기에게 포목점으로 안내하도록 시켰다.
지금은 아까의 건달들 중 한 놈의 옷을 뺏어 입었지만, 냄새도 심하고 치수도 잘 맞지 않아 조금 불편했다.
그래서 아예 옷을 사 입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포목점을 향해 가던 무결의 눈빛이 갑자기 빛났다.
‘오? 저건?’
그의 눈에 특이한 것이 띄었다.
상점의 가판대 위에 올려져 있던 물건이었다.
골동품점으로 보이는 가판대 위에 놓여 마력을 뿜고 있는 것은 하나의 향낭(香囊)이었다.
무결은 그 붉은색의 단아하게 생긴 향낭을 [하늘의 눈]으로 살펴보았다.
-이름 : 호신용 주술향낭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뛰어난 주술사 태을도사가 거금을 들여 만든 주술향낭. 향낭 안에 연료로 쓰일 꽃잎을 넣고 입구를 벌려놓으면 마비향이 퍼진다. 마비향은 반경 5미터 이내에 있는 사람들의 몸을 강력하게 마비시킨다.
향낭은 그 입구를 벌리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거 얼맙니까?”
무결은 향낭을 가리켜 보이며 가게 주인에게 말했다.
“으흠, 3은량만 주쇼.”
그 말을 들은 무결이 이번에는 소매치기에게 물었다.
“우리 수중에 얼마가 있지?”
이곳의 돈을 셀 줄도 모르는 무결은 그냥 편하게 소매치기에게 돈 관리를 맡겨놓았다.
“대략 8은량 23동량 정도가 있습니다.”
“충분하군.”
가게 주인치고는 높게 부른다고 부른 모양인데, 건달들에게 빼앗은 돈의 가치로 헤아려 보아 절대 저 향낭의 가치를 알고 가격을 부른 것 같지는 않았다.
건달들에게 빼앗은 돈을 모조리 지불해서라도 향낭을 살 용의가 있던 무결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3은량을 가게 주인에게 건넸다.
가격을 지불하고도 돈이 충분히 남았기 때문에 괜히 가격을 깎는 수고를 들이지는 않았다.
“고맙소. 잘 가시오~”
가게 주인이 희희낙락하며 무결과 소매치기를 배웅했다.
“좋군.”
뜻밖의 기회에 아이템 하나를 획득했다.
‘이런 식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아이템을 차근차근 얻어두어야 해.’
카이 또한 놀고만 있지 않는다면 놈의 능력상 엄청난 양의 아이템을 얻고 있을 터였다.
놈과 맞설 때를 위해서라도 무결은 아이템 획득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소매치기와 대화를 나눠보니 이 마을은 거의 도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마을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또 마침 무슨 축제 기간이라서 사람도 많고 평소보다 마을에 들른 상인과 무림인들이 부쩍 많다고도 했다.
아까의 그 골동품 상인도 축제 기간에 마을로 흘러든 상인인 것 같단다.
‘흠······.’
소매치기의 설명을 들어보았을 때, 아무래도 이런 향낭뿐만 아니라 뭔가 아이템을 얻을 기회가 더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절로 바로 향하기보다 다른 아이템을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그렇다고 너무 시간을 끌면 절의 아이템을 획득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을 테니 또 이것에 너무 시간을 낭비하지는 말아야 했다.
‘음, 어디 아이템을 쉽고 빠르게 얻을 만한 루트가 있을까?’
무결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소매치기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이 근처에 큰 상품이 걸려 있을 만한 뭔가 없을까?”
소매치기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이 근처에서 상품이 걸린 비무대회가 하나 있긴 있습지요.”
“비무?”
무결의 눈이 흥미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와아아아!!”
무결이 비무장에 도착한 것은 마침 방금 있었던 대결에서 승자가 가려진 순간이었다.
“철혈도객, 승!!”
“와아, 역시 철혈도객! 지금이 벌써 몇 연승이야!?”
“무려 11연승이야!! 그러고도 지친 기색 하나 없다니, 역시 강주제일고수다워!”
구름처럼 모인 인파 한가운데 설치된 넓은 비무장.
그곳에는 강렬한 기파를 뿌리는 고수가 한 명 서 있었다.
무결이 봤을 때, 현실에 나간다 해도 충분히 S급 헌터의 반열에 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였다.
주변의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저자가 이 일대에서도 제일 잘나가는 고수인 듯했다.
철혈도객이 비무대 위에서 오연한 눈빛으로 군중들을 내려다보는 동안, 사회자가 맛깔스럽게 사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 과연 강주제일고수로 소문난 철혈 대협! 벌써 12연승 중! 이분의 아성에 도전할 용감한 도전자는 더 이상 없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