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46
기계신과 함께 – 146
사회자가 군웅을 둘러보며 계속해서 호객 행위(?)를 해댔다.
“‘귀검 곡도’의 주인이 될 자! 어서 도전하십시오! 무림 8대 명검인 귀검 곡도의 주인을 가리는 비무!! 도전하실 자,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어서 비무대 위로 올라오십시오!!”
사회자의 말을 듣고 있던 무결이 소매치기에게 ‘귀검 곡도’에 대해 물었다.
“‘귀검 곡도’는 그 엄청난 위력에 비해 다룰 수 있는 자가 극히 적다고 하는 명검입지요. ‘불행을 가져오는 검’이라는 별칭이 있는데, 그 별칭답게 그 검을 차지하려는 자들로 무림은 한동안 피바람에 잠겨야 했습니다. 그때 나선 것이 황실의 권신(權臣)이자 황실제일고수 이연 대협으로, 이연 대협은 귀검 곡도를 차지하고 전 무림에 자신이 그 검의 주인이 되었노라 공표했습니다. 그 이후로 무림을 들끓이던 피바람이 자취를 감추었습죠.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소매치기가 입이 마른지 침을 삼키더니 이야기를 이어갔다.
“일부 무림인들이 무림인이 아닌 그가 무림의 기물을 차지한 것에 대한 논란을 제기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하지만 이연 대협은 이 한 마디로 논란을 잠재웠죠.”
소매치기는 목을 흠흠 가다듬더니 이연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오직 천하만민과 무림의 안전을 위해서만 이 검을 쓰겠노라. 그리고 내가 은퇴할 시기가 되면 비무 대회를 열어 검의 진정한 주인을 가리겠다!’.”
그 대목에서 소매치기의 장대한 성대모사가 끝났다.
“그의 말을 들은 무림인들은 그제야 비로소 검이 제게 맞는 주인을 찾아갔노라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연 대협은 그 당시의 약속을 지켜 은퇴하자마자 비무 대회를 열었습죠. 그것이 바로 지금의 이 비무 대회이고, 이 비무 대회가 지금 열리고 있는 축제의 이유입니다.”
소매치기의 설명을 그렇게 끝을 맺었다.
“그리고 바로 저기 보이는 저 무기가 바로 그 유명한 귀검 곡도입니다!”
소매치기가 비무 대회장 어디에서나 보이는 전각(殿閣)을 가리켜 보였다.
귀빈석으로 보이는 그곳에는 과연 귀기(鬼氣)를 내뿜는 아이템 하나가 존재감을 뽐내며 단상 위에 놓여 있었다.
-이름 : 귀검(鬼劍) 곡도(哭悼)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억울하게 죽은 천하제일 검사의 피로 제련하고 영혼으로써 완성한 검. 억울한 영혼이 깃들어 다른 자의 손에 잡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비할 데 없이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나, 이 검을 쥐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설명 참 무시무시하군.’
하지만 흥미로운 검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검을 쥐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대목이.
‘얼마만큼 위험한 검인지 한번 보자.’
호기심 때문에라도 한번 얻어볼 생각이었다.
무결은 검에서 눈을 떼 비무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아직 아무런 도전자가 나서지 않은 비무대 위로 올라서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도전하겠다!!”
낭랑한 외침이 비무장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한 여자가 비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오오, 드디어 도전자가 올라왔습니다! 놀랍게도 이번 도전자는 미모의 여협!! 여협, 성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장수연이라 합니다.”
“장수연 여협! 새로운 도전자 김수현 여협과 철혈도객 대협의 비무가 곧 열립니다! 하하, 철혈도객 대협, 미모의 여협이 비무 상대라 하여 봐주시거나 하면······.”
사회자가 농담을 하며 관객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아무도 그녀가 이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신체적 한계상 여인이 무공으로 이름을 떨치는 것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동안 무결은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비무대 위로 새로 올라온 여인을 주시했다.
‘저 사람은······?’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그녀가 뿜어내는 기파를 충분히 읽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헐렁이는 천옷 사이로는 엿보이는 배틀슈트.
그녀는 분명 각성자였다.
그리고 각성자인 이상 남녀의 구분 따위는 무의미했다.
스테이터스 수치가 높으면 세지는 것.
거기에 남녀의 차이는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녀를 봤을 때 느껴지는 가장 문제는······.
‘······약해!’
그녀가 각성자로서도 매우 약하다는 것이었다.
느낌상 겨우 C급에서 B급이나 될까 말까 한 실력이 분명했다.
‘철혈도객을 이길 실력이 절대 아닌데. 설마 저 정도의 기파를 못 읽어내는 건가?’
철혈도객은 섣불리 도전하는 자가 없도록 자신의 강력한 기파를 숨김없이 줄줄이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 그의 기파를 못 읽어낸다는 게 조금 말이 안 되는 것 같았지만, 곧 시작된 비무를 보며, 무결은 그녀가 그런 철혈도객의 상대로 거침없이 나온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규칙, 생사불문(生死不問), 장외패(場外敗) 유(有)!”
사회자가 간단하게 규칙을 설명했다.
이 비무 대회는 살벌하게도 서로 죽여도 된다는 규칙이 있었으며, 장외패가 존재했다.
“비무 시작!”
사회자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철혈도객이 각성자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이길 수 있는 손쉬운 상대라 생각한 듯, 그의 공격에는 거침이 없었다.
쏴아아악!
강력한 도기가 그녀를 수직으로 쪼갤 듯 호쾌하게 떨어져 내렸다.
“꺄악!”
비무장 밖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관객들이 비명을 질렀다.
당장에라도 연약해 보이는 그녀가 반쪽이 되어 피를 뿌릴 모습이 연상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쉬익- 깡!!
커다란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놀랍게도 철혈도객의 검이 부러져 버렸다.
사회자를 포함해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철혈도객의 무기가 단 한 번의 주먹질로 박살이 나버린 것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웅! 후웅!
그녀가 건틀릿을 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를 가르는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만 들어도 엄청난 위력이 담겼음을 알 수 있는 주먹질.
게다가 그 속도는 얼마나 빠른지 그녀가 주먹을 한 번 내뻗을 때마다 철혈도객은 피하기에 급급해 정신이 없었다.
절대 그녀의 실력으로는 낼 수 없는 무자비한 연속 권격(拳擊).
‘그렇군.’
겨우 B급 언저리인 그녀가 S급의 실력자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저 건틀릿이었다.
-이름 : 파괴자의 건틀릿
-희귀도 : 이벤트
-설명 : 대륙 제일 무투가의 애병. 끼고 있는 자의 근력과 민첩이 대폭 상승한다.
끼고 있는 자의 4대 스탯 중 두 가지를 대폭 올려주는 아이템.
역시 ‘사기템’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아이템들이었다.
카이가 저런 아이템을 둘둘 말고 자신과 붙을 생각을 하니, 무결은 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사이 승부가 났다.
쾅!!
그녀의 무자비한 주먹질이 철혈도객의 복부에 처박혔다.
철혈도객이 입에서 피를 뿌리며 비무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스, 승자, 장수연 여협!”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던 사회자가 자신을 무심히 바라보는 장수연의 눈빛에 허둥지둥 장수연의 승리를 외쳤다.
“와······ 와아아아!”
관객들이 흥분에 가득 차 환호를 질러대었다.
이 일대에서 최고로 치던 고수를 꺾은 것이, 겨우 30세도 안 되어 보이는 여인이라는 것에.
“이변이!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사회자가 잔뜩 흥분해서 일어난 이변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떠들어대었다.
이미 그에게 피를 토하고 나가떨어진 철혈도객은 안중 밖이었다.
한동안 들썩하던 장내가 다시 가라앉았다.
비무 대회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 도전자 없습니까!”
그녀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자가 없었다.
물론.
“여기 있습니다.”
무결을 제외한다면 말이었다.
“이번 도전자는 성함이?”
“이동한이라 합니다.”
무결이 생각나는 대로 아무 이름이나 말했다.
이미 이 던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한철의 얼굴을 버리고 다른 얼굴로 얼굴을 바꾼 뒤였기 때문에 무대 위의 각성자도 그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그럼 비무, 시작!”
비무 시작 신호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쾅—!!
한 방으로 승부가 났다.
“······더 이상 나서는 도전자가 없는 관계로, 비무 대회를 종료합니다! ‘귀검 곡도’의 주인이 마침내 탄생했습니다!!”
“우와아아아!!!”
무결이 장수연을 압도적으로 쓰러뜨린 뒤에도 두 명의 도전자가 더 도전했지만, 모두 무결의 주먹 아래 한 방에 피떡이 되었다.
그리고 무결이 마침내 비무 대회의 우승자가 되었다.
“우승자, 이동한 대협!”
“와아아아아!!”
무결은 우승자가 되어 [귀검 곡도]를 하사받게 되었다.
“귀검 곡도의 주인이신 이연 대협께서 새로이 자격을 갖추신 무림의 동도께 ‘귀검 곡도’를 하사하러 오고 계십니다!”
백발이 성성한 평범해 보이는 노인이 군중들 사이로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평범해 보이는 노인이 지나치는 곳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반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자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걸어오는 노인의 기파에 몸이 저절로 밀려 양쪽으로 밀려나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의기상인(意氣傷人)의 수법.
그 모습을 본 무결이 감탄했다.
‘나는 아직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경지다.’
저렇듯 의념(意念)만으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몰아내는 것은 이제 겨우 기를 성형(成形)하기 시작한 무결이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고차원적인 수법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전생에서 저 경지를 보았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내공을 꽤 깊은 수준까지 익힌 지금은 저것이 얼마나 고절한 경지인지 알 수 있었다.
마력조차 사용하지 않으면서 사람들 사이로 걸어온 노인이, 마침내 무결의 앞에 잠시 멈춰 섰다.
“자네가 우승자로군.”
노인이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며 그가 손에 든 검을 쓴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럼 이 검을 하사하겠네. 물러서지 말게.”
노인은 ‘물러서지 말라’는 말을 할 때 의미심장한 눈빛을 지었다.
그리고 웃으며 무결에게 한 걸음을 떼었다.
한데.
‘윽.’
무결은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 뒤로 한 발짝을 물러서고 말았다.
무언가 몸을 떠밀지는 않았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새에 어느새 몸이 뒤로 물러나 있었다.
무결은 눈앞의 노인 이연을 바라보았다.
‘이게 의기상인인가?’
직접 의기상인을 몸으로 겪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런 느낌이었군.’
아마 이런 작용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노인에게 떠밀려 반으로 갈라진 것 같았다.
‘이걸 만약 공격에 사용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단지 생각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끼치는 게 가능한 수법.
아직 무결 자신에게 있어 까마득하긴 했지만, 언젠가는 습득해야 하는 수법이기도 했다.
‘좋은 공부가 되는군.’
아직까지 등장한 던전들에서는 저 노인만큼의 고수를 본 적이 없었다.
노인 이연이 다시 한 걸음을 무결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호락호락하게 물러서 줄 생각은 없었다.
무결은 [의기활신 유가선공]을 끌어올렸다.
의기활신(意氣活身)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유가선공] 또한 의념의 힘을 사용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무공.
하얀 서리가 내리듯, 무결의 몸 주변을 흰빛이 은은하게 둘러쌌다.
‘느껴진다.’
무결은 의념으로 이루어진 막이 노인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