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50
기계신과 함께 – 150
“음······. 야, 이리 와봐.”
무결은 신음을 흘리며 그 인형을 불러, 인형의 팔을 살짝 칼로 그어봤다.
그러자 무결의 팔에서도 피가 새어 나왔다.
심지어 저주가 깃들어서 그런지 [유가선공]으로도 제대로 치유가 되지 않는다.
“와, 이거 진짜 위험하네.”
무결은 혹시 이 인형이 칼에 베이거나 총에 맞기라도 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걸 확신했다.
“그렇다고 이걸 꼭꼭 숨겨두자니 여기서 나갈 방법도 없어 보이고.”
이 넓은 방을 드론들을 총동원해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지금으로서는 여기서 나갈 방법이 안 보였다.
눈앞에 있는 거울 문밖에는.
이 방의 벽과 저 거울 모두 [파괴 불가 오브젝트] 처리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방법은 자신을 닮은 눈앞의 인형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야, 너 스킬 같은 거 쓸 수 있냐?”
도리도리.
인형이 당당하게 허리에 손을 얹고 고개를 저었다.
“무공은? 좀 하냐?”
슈슉, 슈슈슉-
인형이 멋들어지게 펀치를 날리더니 뒤로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았다.
할 줄 안다는 표시 같은데 영 못 미덥다.
“쓸 수 있는 아이템 같은 건 없어?”
그나마 아이템이라도 좀 들려줘야 안심이 될 것 같은데, 손바닥에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녀석에게 맞는 아이템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인형 무결이 손으로 내가 들고 있는 ‘엑스칼리버’를 가리켰다.
“이거?”
무결은 의아한 얼굴로 [태양의 플람베르그]라는 이름을 가진 ‘엑스칼리버’를 인형에게 건네었다.
그러자 무결 인형이 그 검을 받아 들었다.
[‘태양의 플람베르그’가 인형화(人形化)되려 합니다.] [한번 인형화된 아이템은 모험가님이 다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이템을 인형화시키는 것에 동의하시겠습니까?] [Y/N]“······이런 식이군.”
가진 아이템을 소모해 인형을 무장하게 만든다.
그것이 이번 스테이지의 목표인 듯했다.
“그런데 너, 이번 던전에 도움이 되는 것 맞지?”
괜히 아이템이 아까운 무결이 선뜻 아이템을 건네지 못하고, 인형을 의심스럽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러자 인형이 성큼성큼 걸어가 거울에 슥 손을 대었다.
스윽-
손이 거울을 그대로 지나쳐 들어갔다.
인형과 시야를 공유하고 있던 무결의 눈에 저 앞으로 뻗은 통로가 보였다.
그리고 인형이 뒤를 돌아 거울 한편을 바라보았다.
구석에 열쇠 구멍이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저 구멍에 맞는 열쇠를 찾아와야 무결이 이 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인형의 의사가 확실하게 무결의 머릿속으로 전달되어 왔다.
인형이 다시 거울을 통과해 무결에게 다가와 손을 척 내밀었다.
“······하는 수 없군.”
무결은 [태양의 플람베르그]와 [강철일족의 갑옷], [단단한 민첩의 투구], [하늘신발]을 녀석에게 주었다.
무결은 그가 가진 이벤트템 중 1/3가량을 투자한 것이다.
네 가지 아이템이 스르륵 줄어들며 녀석의 몸에 맞춰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려나?”
‘엑스칼리버’의 원주인 녀석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전부 이 녀석에게 넘겨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무결은 조금의 고민 끝에 좋은 성능을 보여준 [귀검 곡도]까지 녀석에게 건네 버렸다.
“이 정도 줬으면 캐리할 거라 믿는다.”
무결 인형이 양손의 검을 휘휘 휘두르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인형은 자기만 믿으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울 속으로 쏘옥 사라져 버렸다.
“후우, 나는 그동안······ 이 녀석들이나 상대해야겠군.”
무결이 뒤로 돌아서며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앞으로 수백이 넘는 인형들이 번뜩이는 무기를 들고 다가서고 있었다.
* * *
무결을 닮은 무결의 길안내 인형은 통로를 따라 열심히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런 인형의 앞으로 갈림길이 나왔다.
하나는 또다시 나타난 인형의 문, 다른 하나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었다.
무결 인형은 인형의 문을 통과해 지나갔다.
그러자 인형의 눈앞으로 느긋한 교향곡이 흘러나오는 연회장이 나타났다.
수많은 인형들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중세 드레스로 보이는 드레스복을 입고 우아하게 추고 있는 게, 귀족들의 길안내 인형이 아닌가 싶었다.
무결은 인형의 눈을 통해 연회장 반대편 단상에 둥둥 떠 있는 열쇠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열쇠는 마법으로 보이는 보호막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저게 목표물이군.’
무결이 그렇게 생각할 때, 무결의 인형이 그 열쇠를 얻기 위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 순간.
춤을 추고 있던 인형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뚝 멈추었다.
그리고.
뚜둑-
놈들의 고개가 일제히 무결의 인형에게로 향했다.
무럭무럭 피어나고 있는 명백한 적의.
인형들은 어디다 숨겨놨었는지, 저마다 품에서 무기를 하나씩 꺼내 들고 무결 인형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무결의 인형이 그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 * *
“야, 인마!”
무결이 인형들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자신의 길안내 인형을 보며 소리쳤다.
아직
그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인형들을 베어내고, 쳐내는 한편 계속 곁눈질로 자신의 인형이 하는 양을 살피고 있었다.
저 길안내 인형이란 녀석은 마치 버서커처럼 자신이 다치는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형들 속에서 날뛰었다.
팟- 팟-
하지만 무결이 착용시켜 준 아이템이 짱짱했던 덕분에 그렇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처가 생기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연회장 인형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엄청 잘 싸우잖아?”
무결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파파팟팟-
심지어 녀석은 무결이 준 아이템을 엄청나게 잘 활용하고 있었다.
[하늘신발]의 공중을 나는 기능을 이용해 3차원적인 전투를 벌이고 있었으며, ‘엑스칼리버’의 하얀 늘어난 검기가 유연하게 움직이며 자칫 형성되려던 포위망에 구멍을 뚫어주고 있었다. [강철일족의 갑옷]과 [단단한 민첩의 투구]에 달린 능력치 상승 효과도 적용되었는지, 다른 인형들에 비해 동작이 매우 날랬다.‘템빨’을 제대로 살린 무결의 인형이 다른 인형들을 상대로 무쌍을 찍고 있었다.
“그래야 내 인형이지.”
무결이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싸움질만 하는 것으로 보이던 무결 인형은, 심지어 사실 전투만 신경 쓰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팟-
녀석의 ‘엑스칼리버’가 목표물인 ‘열쇠’를 감싸고 있던 보호막을 갈랐다.
위잉-
보호막이 사라지고, 열쇠가 인형의 손아귀에 잡혔다.
“좋아, 잘한다.”
무결이 그 모습을 보고 흡족하게 웃었다.
그런데 그때, 연회장에 난 다른 통로들로 동시다발적으로 다른 인형들이 우르르 등장했다.
연회장에 모인 인형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옷을 입은 인형들.
“······배틀슈트.”
뒤늦게 도착한 다른 각성자들의 길안내 인형들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무결 인형이 든 열쇠 쪽으로 향했다.
“이런 이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무결이 혀를 찼다.
조금만 빨리 열쇠를 얻었어도 손쉽게 돌아올 수 있었을 테지만, 이제는 늦었다.
다른 각성자들의 인형이 무결 인형이 향하는 통로 쪽으로 모여들어 퇴로를 막아서고 있었다.
‘빨리 돌아와.’
무결이 길안내 인형에게 의사를 전했다.
길안내 인형이 한 손에 열쇠를 든 채로 다른 각성자들의 인형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엑스칼리버’로 다른 각성자 인형들을 상대해 나갔다.
하지만 각성자 인형끼리의 성능은 동일.
다른 인형들도 저마다 한두 개씩은 아이템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무결 인형으로서도 방금 연회장의 인형들처럼 쉽게 상대할 수가 없었다.
무결 인형이 간신히 한 개의 인형을 쓰러뜨렸을 때, 각성자 인형은 두 개가 더 늘어나 있었다.
계속해서 다른 각성자 인형들이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안 되겠다. 거기 있는 녀석들 다 상대할 생각 말고 일단 빠져!’
무결이 자신의 인형에게 말했다.
하지만 무결의 인형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뭐? 더 싸우고 싶다고? 환장하겠네.”
싸움 스타일이 버서커 같더니 성격도 버서커 같은 무식한 놈이었나 보다.
[마스터,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 같습니다.]“난 저렇게 무식하게 싸우지는 않는다고!”
“그거야 그렇지만······.”
‘그럼 저놈이 진짜 내 성격을 카피한 거란 말이야?’
무결이 잠시 자아비판에 빠져 있을 때, 무결 인형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쪽으로 가면 포위되잖아. 왼쪽으로 가!’
‘그 공격은 왼팔을 들어서 막아! 아니, 검으로 막으면 오른쪽 검 공격을 못 막잖아!’
무결은 싸움이 길어질수록 드러나는 무결 인형의 실력상 한계에 답답해했다.
아직 전투 경험이 짧아서인지 시야도 좁고 수읽기도 옅었다.
그러면서 또 무결의 말은 더럽게 안 들었다.
‘아, 정말 암 걸리겠네.’
무결 인형은 무결의 방으로 향하는 통로로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인형들에 둘러싸인 채로 고전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무결이 벽으로 바짝 붙은 뒤, 자신에게 달려드는 인형들을 한 번에 떨쳐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아이기스의 방패].일전에 절에서 다른 각성자에게 빼앗았던 사기템 중 하나였다.
‘슈리. 잠시 다녀온다.’
[마, 마스터!]당황하는 슈리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무결은 정신을 [무결의 길안내 인형]에게로 집중했다.
길 안내 인형의 시야가 확 확대되어 다가왔다.
그리고 집중이 강력해질수록 길 안내 인형의 상황이 면밀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위의 소란이 들려오고, 날뛰는 손발의 감각이 느껴졌다.
‘될까? 되어야 하는데.’
무결은 정신을 집중해 녀석의 손끝을 움직여 보았다.
꿈틀.
‘된다.’
감각이 예민해질수록 전투 중인 녀석의 신체가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점점 자신의 원래 몸과는 의식이 멀어지고 있었다.
기묘한 감각이었다.
‘성공이군.’
녀석이 상처를 입으면 자신이 상처를 입는 것은 그만큼 녀석과 무결 자신이 동기화되어 있다는 뜻.
그걸 체크한 순간 무결은 녀석의 몸을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예감은 적중했다.
곧 녀석과 무결의 동기화가 완료되었다.
‘상황이 위험해. 빨리 끝내야겠어.’
은밀히 인형의 통제권을 장악한 무결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윽-
무결 인형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패턴의 움직임을 보였다.
녀석의 앞을 막아서던 인형이 당황했다.
무결 인형이 친 페이크에 걸려 잠시 딴 곳을 바라본 사이,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진 무결 인형 때문이었다.
무결 인형은 순식간에 몸을 낮춰 놈의 사각으로 사라진 뒤 녀석을 스쳐 지나갔다.
스윽- 팟-
무결 인형이 지나간 후, 놈의 옆구리가 터져 나갔다.
어느새 베였는지 모를 정도로 신속하고 은밀한 베기였다.
팟-파파파팟-
다른 인형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바람이 지나가듯 지나가는 무결 인형에 의해 다른 인형들의 신체가 어디 한 군데씩 터져 나갔다.
“어떻게······!”
“크윽!”
인형의 주인인 각성자들이 각자의 장소에서 피 흘리는 신체 부위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렸다.
“말도 안 돼! 저건 마치 스킬을 쓰는 듯한 움직임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