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203
기계신과 함께 – 203
– ······래서 찾던 건 찾았어?
강하나는 포근한 기운이 전신을 감도는 것을 느끼며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들은 것은 은하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하수의 화답하는 것은······.
“허탕 쳤어. 거기에 없더라고.”
무결의 목소리였다.
강하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 목소리가 바로 그녀의 머리 위에서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
뒤이어 등 뒤에 맞닿는 사람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극한까지 단련되어 강철처럼 단단하지만, 포근한 느낌이 드는 사내의 가슴과 배 근육이 등 뒤를 통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머, 어떡해.’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지금 무결의 품 안에 안겨 있듯이 앉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결이 그녀와의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을 많이 불편하게 틀어 앉아 있다는 것도.
무결은 [트리슈라]를 조종하는 한편, 강하나의 단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조심 움직이고 있었다.
그 배려가 깃든 몸짓이 안 그래도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더욱 붉어지게 했다.
그녀가 슬쩍 실눈을 떠서 주변을 살펴봤다.
역시 [트리슈라]의 기체 안이었다.
그녀는 지금 정신이 든 티를 낼까 하다가, 그렇게 되면 더욱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 그만두었다.
‘계속 자는 척하자.’
어차피 지금 깨어봐야 이 좁은 공간에서 벗어날 방법도 없었다.
그럴 바에야 그냥 모르는 척 가만있는 게 더 나은 판단이리라.
그녀는 가슴을 통해 은은하게 전해져 오는 무결의 마력을 느끼며 다시 눈을 감았다.
은근히 편안했다.
‘깨어났으면서 왜 안 일어나지?’
한편 무결은 강하나가 깨어난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가 깨어난 순간 그녀의 신체에 흐르는 기가 변화했다.
그녀의 몸에 치유의 기를 흘려보내고 있던 만큼, 무결은 그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조금 고쳐 앉으면 자세가 불편하더라도 더 떨어져 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강하나는 전혀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무결은 그 점이 조금 의아하면서도 애써 강하나를 떼어내려 하지 않았다.
아직 기력이 쇠약한 그녀에게 더욱 많은 기를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고생했으면 마력이 한 톨 안 남아 있었을까.’
강하나가 기절해 있던 이유는 마력 고갈 때문이었다.
팔다리를 재생한 데다 자이언트 아이스 트롤을 쓰러뜨리느라 모든 마력을 써버린 것이다.
무결은 그동안 고생이 심했을 그녀가 측은했다.
‘성격이 강해서 누구한테 내색도 하지 않고 버텨왔을 텐데.’
그동안 알게 모르게 무결은 강하나를 관찰해 왔다.
그녀가 팔다리를 잃은 이후로 혹여나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결의 그런 걱정이 기우라는 듯, 항상 밝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을 대해왔다.
무결 자신에게 인사할 때도, 클랜원들과 대화할 때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걱정하지 않게 배려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결은 그것이 그녀가 쓴 가면임을 알고 있었다.
[하늘의 눈]으로 바라본 그녀의 상태는 꽤나 자주 ‘우울’과 ‘슬픔’을 나타냈던 것이다.‘그리고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아픔을 극복했군.’
그녀는 이번 전투에서 생명을 잃을 위기를, 자신의 장애를 극복할 기회로 만들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자이언트 아이스 트롤의 엄청난 재생력을 이용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재생된 팔다리의 상태가 아직은 조금 불안정했다.
그것을 무결이 [유가선공]으로 계속해서 신체에 알맞은 상태로 조정해 주고 있었다.
이런 면에서 무결의 무공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뭐? 못 찾아냈다고? 그게 왜 거기 없었던 거지?
무결은 잠시 강하나에 대한 건 잊고, 은하수와의 대화로 되돌아왔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테베르크의 팔]이 거기 없을 줄은 생각도 못 했지 뭐야.”
무결이 이번에 상하이에 갔던 목적은 고대 종족의 유산인 [테베르크의 팔]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오랜 노력 끝에 결국 [테베르크의 동력석]에서 [테베르크의 팔]이 위치한 곳을 특정해 낼 수 있었다.
[테베르크의 다리]를 찾을 때처럼 차원 게이트를 통과해 들어간 그는 고대 종족의 문명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하지만 없었다.
그곳에 있어야 할 [테베르크의 팔]은, 그것이 있었단 흔적만을 남긴 채 이미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람.
은하수가 실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테베르크]는 아직 은하수와 엘리스로서도, 아니, 인류보다 뛰어난 문명수준을 가지고 있던 고대의 종족조차도 밝혀내지 못한 과학과 마법의 결정체였다.그것이 어떤 경로로 지상에 나타나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 끊임없이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인류를 구원할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은하수와 엘리스, 그리고 무결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난감할 따름이었다.
“하는 수 없지.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찾는 수밖에.”
찾을 수 없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다.
왜냐하면 [테베르크의 팔]이 있던 부근을 살펴본 슈리가 그랬으니까.
‘우리가 대략 그 소재지를 파악했을 때랑 비슷한 때군.’
슈리의 말은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무결은 이제까지 그녀의 말이 틀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무결은 생각보다 일찍 그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 * *
일본의 후쿠오카 지방이 가라앉았다.
이미 일본도 도쿄와 오사카를 제외한 도시로는 규슈 지방의 후쿠오카만이 남아 있던 상태에서, 후쿠오카가 통째로 바닷속에 잠겨 버린 것이다.
그것도 한 마리 몬스터에 의해.
후쿠오카 침몰 당시의 영상이 무결의 은하그룹에도 전해졌다.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콰콰콰쾅!!
엄청난 수의 해양종 몬스터가 끊임없이 후쿠오카를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후쿠오카 또한 은하그룹에서 전수한 도시방어결계를 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뚫리지 않았다.
수많은 헌터들이 악착같이 몬스터를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콰아앙!!
소름 끼치는 충격파와 함께 땅이 갈라졌다.
수 킬로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문어 다리가 계속해서 후쿠오카 주변의 땅을 내려쳤다.
후쿠오카시를 직접적으로 노리는 것이 아닌, 그 주변의 땅을 노리는 공격.
그 때문에.
쩌적, 쩌저적-
땅이 아작이 나며 갈라지고 있었다.
“왜 저러는 거지?”
후쿠오카를 직접 타격했다면 도시방어결계는 진작 깨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놈은 왠지 모르게 후쿠오카시를 직접적으로 타격하기보단, 그 주변부의 땅을 내려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곧 드러났다.
쩌적, 쩌저저적-
후쿠오카를 둘러싼 대지가 쩌적 갈라졌다.
그리고 그 직후.
촤락, 촤아아아–
수 킬로에 달하는 문어다리 세 개가 더 물속에서 튀어나와 후쿠오카의 도시 방어 결계를 감쌌다.
그리고, 물속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어, 어어?”
화면을 보고 있던 은하수가 기겁했다.
쩌저저저저적-
놀랍게도 도시가 통째로 땅에서 갈라져 떨어지며, 물속으로 끌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후쿠오카시는 서서히,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갔다.
도시 전체를 둘러싼 결계와 함께.
그리고 곧, 바닷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
그 영상을 함께 보고 있던 사람들은 침묵에 잠겼다.
워낙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몬스터에 의해 멸망한 도시는 많았지만 저렇게 도시째로 물속으로 끌려간 곳은 없었다.
그만큼 몬스터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결은 거기에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음을 간파했다.
‘슈리, 저 문어다리?’
문어다리들 중에 유독 두 개의 다리 색이 달랐다.
그 문어다리들은 특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어디서 익히 보았던 종류의 문양들.
그것은 [테베르크의 동력석], 그리고 [테베르크의 다리]에 새겨져 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문양이었던 것이다.
무결의 추측에 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저 문어가 [테베르크의 팔]을 얻은 것 같군요.]그렇게 무결의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무결의 다음 행선지는 바로 오늘 아침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도시, 후쿠오카였다.
* * *
스노우볼처럼 결계에 둘러싸인 채로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후쿠오카시.
뜻밖에도 후쿠오카시는 아직도 멸망하지 않았다.
“도시 방어 결계에 에너지 최대치로 쏟아부어!!”
후쿠오카시에 있던 일본의 헌터 리 신쿤이 소리쳤다.
“이미 [여신의 심장]의 에너지를 최대치로 끌어다 결계에 박고 있습니다!!”
그의 클랜원이 악을 쓰며 그에게 대답했다.
리 신쿤의 클랜에서 비밀리에 간직하고 있던 에픽 아이템 [여신의 심장]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흘러나와 도시 방어 결계를 강화하고 있었다.
그 덕에 후쿠오카의 도시 방어 결계는 점점 더 강해지는 해수의 무지막지한 압력조차 견뎌내고 있었다.
도시 전체를 다리로 감싼 문어가 계속해서 도시를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뜻밖에도 문어는 그들을 계속해서 공격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젠장.”
리 신쿤이 깜깜해져 버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누군가······ 도와줘.”
그의 염원은, 아직 후쿠오카 내에 살아 있는 수만 명 사람들의 염원이기도 했다.
그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만 지상의 누구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문어 몬스터가 공격할 생각이 없다곤 하지만, 바닷속으로 도시가 가라앉은 이상 일분일초가 죽음의 위기였다.
[여신의 심장]이 그 에너지를 다하는 날이, 그들의 제삿날이 될 터였다.무너진 건물 폐허 옆에 모녀가 주저앉아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다.
“엄마, 너무 추워······.”
“조금만 참아봐. 헌터님들이 곧 구하러 오실 거야.”
아이의 말에 엄마가 아이를 더욱 꼭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도 그것이 헛된 희망으로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가사키 지방에 있던 그녀의 남편도, 가고시마 지방에 있던 그녀의 외가도 그렇게 헌터들의 구명을 기다리다 몬스터들의 손에 죽어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참담한 표정을 아이에게는 들키지 않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밤하늘보다 깜깜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이곳은 심해.
어떠한 불빛도 들지 않는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었냐면, 지진이 난 듯 사정없이 흔들리던 도시의 흔들림이 어느 순간 멈추었기 때문이다.
깜깜한 심해 속 도시에서 그들은 손전등이나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상황을 확인해 나갔다.
그들이 본 것은 기껏해야 무너져 내린 건물, 거기에 깔려 죽은 사람들의 시신뿐이었다.
반면 헌터들의 눈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시 내의 헌터들이 도시 방어 결계 밖의 상황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젠장······.”
도시 방어 결계 밖을 떠다니는 크고 작은 수많은 점들.
그 정체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해양종 몬스터들이었다.
놈들만으로도 일단 바닷물을 뚫고 지상으로 가는 것은 요원해 보였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그들에게 공포를 주는 장면이 있었다.
도시 방어 결계 겉에 딱 들러붙어 있는 거대한 그림자.
이 도시를 침몰시킨 문어 몬스터 ‘킹 크라켄’의 다리가 온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놈은 도시 전체를 무슨 먹이라도 되는 양 꼭 안고서 그 빨판으로 도시 방어 결계를 쪽쪽 빨아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더 마력의 흐름에 민감한 자들은 알 수 있었다.
놈이 결계로부터 에너지를 빨아들여 자신의 양분으로 삼고 있음을.
쩌저적.
에너지를 빨린 도시 방어 결계에 금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