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59
기계신과 함께 – 059
또다시 거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거미줄을 발사했다.
피할 곳조차 막힌 정밀한 발사.
고치에 감싸인 나비처럼 다시 한번 거미줄에 휘감긴 그녀는 또다시 펑! 하며 그 속을 뛰쳐나왔다.
이곳에 있는 그 어떤 몬스터도 그녀를 막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저렇게 고치에서 한 번씩 튀어나올 때마다 그녀가 가진 마력의 양을 줄어들고 있었다.
저 거미들의 불가사의한 단체행동을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군체의식인가, 아니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시에 거미줄을 발사하려면 저놈들의 의식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거나, 놈들을 지휘하는 개체가 있을 터였다.
나는 매의 눈으로 거미들을 훑었다.
-이름 : $%#$
-상태 : 군단장, 강화된 개체
-설명 : 동굴거미족의 지휘관
‘찾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놈을 코일 건을 꺼내 놈을 저격했다.
퀴잉-
코일건이 기성을 내며 놈을 꿰뚫었다.
그러자 지휘관을 잃은 거미들이 일시에 우왕좌왕하는 것이 느껴졌다.
퀴잉-퀴잉-
코일건이 불을 뿜을 때마다 한 무리의 거미들이 어미 잃은 새끼처럼 갈팡질팡했고, 그럴수록 위로 솟구쳐 올라가는 강하나의 움직임은 편해졌다.
강하나와 나는 미친 듯이 거미들을 학살했다.
덕분에 한서후와 김치우가 향한 곳으로는 거미들이 몰려들지 않고, 우리에게 집중해서 달려들고 있었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
하지만 우리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닥쳐왔다.
[어디 내 새끼들을 죽이는 자들의 얼굴 좀 볼까?]매혹적이면서도 끈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치명적인 독기가 스며들어 있는 언령이 심혼을 뒤흔들었다.
나는 경악해서 위쪽을 올려다봤다.
지금까지도 계속 커다란 존재감에 놈을 경계해 왔지만, 가까이서 드러난 놈의 힘은 생각보다 더욱 거대했다.
마치 먹이가 너무 놀라 지레 달아나버릴 것을 염려한 포식자처럼, 놈은 우리에게 접근해서야 그 본색을 드러내었다.
‘이 정도면 제2스테이지의 준보스보다 강해······!’
결코 지금 나올 리가 없는, 나올 수가 없는 강대한 몬스터의 출현.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들려왔다.
[신성개입으로 인한 이벤트 몬스터 ‘감시자 아라크네’가 출현하였습니다.] [외부 요인의 개입으로 ‘감시자 아라크네’의 힘에 페널티가 작용합니다.]‘신성개입? 이벤트 몬스터······?’
생전 처음 보는 생소한 단어들.
‘외부 요인?’
변수가 생겼다.
그것도 크나큰 변수가.
던전에 외부 요인이 개입하다니, 전생에서는 내가 아는 선에서 한 번도 없던 일.
‘도대체 뭐지? 어떤 게 달라졌기 때문의 지금의 변화가 생긴 거냐?’
클리어되지 않아야 할 던전이 클리어된 일, 많은 사람의 생사가 달라진 일, 은하그룹을 비롯한 세계 기업들의 행보가 전생에 비해 훨씬 빨라진 일 등등.
순식간에 내가 창출한 수많은 변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니야, 반대쪽에서부터 짚어가야 돼. ‘누가’ 과연 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던전에 이런 이벤트 몬스터를 삽입할 만한 영향력을 가진 자들.
나는 그런 자들을 딱 하나 알고 있었다.
‘설마 24신좌들, 벌써 나타난 거냐?’
던전시대 2기가 시작되고 나타난 신비의 존재들.
그들이 무언가를 눈치챘다.
‘그렇군. 바로 나였어.’
던전 시대 최대의 변수.
그것은 바로 ‘회귀자’ 신무결.
바로 나였다.
어떤 루트에서든 신들이 회귀자인 내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를 감시 또는 염탐하기 위해 아라크네라는 존재를 이 던전에 집어넣은 것이다.
······라고 나는 추측했다.
그렇다면 확인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이 있다.
녀석들이 어떤 경로에서든 회귀자의 존재를 눈치챘다면······ 그것을 나라고 특정하고 있는가?
[네놈들이로구나, 내 아이들을 죽인 놈들이.]어둠 속에서 불꽃에 감싸여 환하게 빛나는 강하나의 몸.
그런 그녀를 광원으로 해서 아라크네의 실루엣이 드러나고 있었다.
천장에서 천천히 거미줄을 타듯 내려오는 그녀는, 이 뻥 뚫린 천장 공간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했다.
너무나 커다래서 인간 세상의 가장 큰 동물이라는 흰수염고래보다도 클 것 같은 거미.
그런 그녀가 강철 기둥 같은 다리를 따그닥따그닥 움직이는 모습은 기괴스럽기까지 했다.
강하나가 그런 아라크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우리를 조용히 보내주세요. 여기서 나가겠습니다.”
그 거대한 몸체, 그리고 몸체의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존재감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맞닥뜨리고 있었음에도, 강하나의 목소리에는 작은 떨림조차 없었다.
그녀는 마치 당연한 것을 요구하는 태도로 아라크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호오, 넌 참 재미있는 친구로구나.]아라크네가 다리를 까딱거리며 그 거대한 상체를 강하나를 향해 바짝 들이밀었다.
[마치 내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예쁘고 강인하고······.]아라크네가 과거를 생각하는지 훗훗 웃었다.
[오만하지.]그녀가 날카로운 다리 끝부분으로 강하나의 머리를 살며시 건드렸다.
[예쁜 아이야, 혹시 네가 ‘그 아이’니?]“······그 아이요? 그게 어떤 아이를 말하는 겁니까?”
강하나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모로 누였다.
아라크네가 의뭉스럽게 말했다.
강하나나 아라크네 둘 다 서로의 대화로부터 얻어낸 것은 없는 듯했다.
그러나 곁에서 그것을 듣고 있던 나는 달랐다.
‘그 아이.’
확신했다.
회귀자를 찾는 것이든, 다른 무언가를 찾는 것이든 녀석들은 대상을 특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녀석들은 역시 ‘그 아이’라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아라크네 같은 강대한 몬스터를 파견한 것이다.
‘저 녀석이 수다쟁이라 다행이다.’
아라크네는 신화에서 듣던 것답게 멍청했다.
자신이 중얼거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추측을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것을 보면.
그러나 불행하게도, 신화와는 다른 점도 있었다.
[너희도 들었겠지? 내가 내기를 통해서 거미가 되었다는 것 말이야. 꽤나 유명한 신화라구.]“······네, 알고 있습니다.”
강하나가 성실하게 그녀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그래서 내기를 하나 할까 해.]아라크네의 목소리가 은밀해졌다.
마치 옆에 있는 연인에게 속삭이듯.
“어떤 내기입니까?”
강하나가 덩달아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기의 내용은 간단해.]그녀의 목소리가 웃음기를 띠기 시작했다.
[내게서 살아남는 거지!!! 깔깔깔깔!!]그리고 마침내 그 웃음기는 폭소로 변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강철 같은 다리가 강하나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
그녀의 다리는 끝이 송곳처럼 날카로웠다.
사람 하나쯤은 쉽게 꿸 수 있을 정도로.
“헛!”
강하나가 기성과 함께 그 다리를 간신히 쳐냈다.
[호호호호호!!]마치 찢어지는 듯한 웃음소리와 함께 아라크네의 다리가 폭풍처럼 강하나를 몰아쳐 갔다.
그 다리 공격은 일격 일격이 포크레인으로 내려치는 것 같은 충격량을 담고 있었으며, 놀랍도록 정교했다.
카카카카카캉!!
강하나는 정신없이 거미줄을 밟아 옮겨 다니며 검으로 그 다리를 쳐내고, 피했다.
그녀는 마치 제비와 같은 움직임으로 날렵하게 공격들을 피했다.
어느새 불의 힘은 사라지고, 대신 갈색 기운이 그녀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단단하고 무거운 갈색의 기운.
대지의 정령의 힘이었다.
정령의 힘이 그녀의 몸과 검을 단단하고 강인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는 생채기가 하나씩 늘어가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공격들이 그녀의 몸을 하나둘 스쳐 지나갔다.
‘시험하고 있어.’
아라크네는 점점 공격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마치 숨겨둔 게 있으면 모두 내 앞에 보이라는 듯.
‘무언가를 탐색하고 있어.’
‘감시자’라는 이름답게 아라크네는 그녀의 행동에서부터 무언가를 찾아내려 하고 있었다.
그게 무엇일까?
나는 반대로 아라크네의 의도를 읽으려 노력했다.
공격이 점점 거세어지며 강하나의 회피 속도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었다.
‘뭐야, 저건?’
나는 슬슬 입이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강하나의 움직임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아라크네의 공격을 잔상이 남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회피하면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엄청나다······!’
강하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대단했다.
웬만한 근접계 헌터들은 일대일 대결에서 꺾을 수 있을 거라 믿어왔는데, 강하나는 전혀 자신이 없었다.
그녀가 저런 식으로 나를 공격해 온다면, 나는 과연 그녀를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자세히 관찰할수록 그것이 단순히 움직임에 의해 파생되는 현상이 아니란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스킬이다!’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든 익힌 스킬임에 틀림없었다.
[호오, 재미있는 스킬이구나.]아라크네도 그것을 알아차린 듯 흥미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흥분이 섞여 있었다.
뭔가 강하나의 움직임에서 흥분되는 뭔가를 찾아낸 것일까?
[그러면 이것도 막아보겠니?]아라크네가 이번에는 거미줄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거미줄은 다른 거미들의 거미줄과는 달랐다.
허공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마치 폭죽처럼 사방으로 화려하게 터졌다가 강하나를 향해 내려앉았다.
‘뭐야, 이거?’
그녀의 거미줄은 우아하고, 복잡했으며, 정교했다.
마치 허공에 자수를 놓는 것처럼 거미줄들은 강하나의 사방을 점하며 그녀를 묶어갔다.
“크읏!”
강하나가 신음을 내뱉는 게 들렸다.
[숨겨둔 것이 있다면 더욱 꺼내도록 하여라!]그 말을 듣는 순간 번개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아라크네가 찾고 있는 것의 정체를 알아냈다.
저 녀석은 각성자가 ‘숨겨둔 것’, 즉 ‘스킬’을 찾아내고 있었다.
‘어떤 스킬을 찾아내고자 하는 거지?’
머릿속이 팽팽 돌아갔다.
만약 회귀자에게 특성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가장 큰 특징은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미래를 아는 듯이 행동하는 자라면 그자가 회귀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그 점에 주안점을 두지 않고 있었다.
전생에 비해 은하그룹을 비롯한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도.
‘잠깐, 저들이 전생에 관해 모른다면?’
전생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행동하는 거라면 이해가 갔다.
혹은 저들이 현실세계를 살필 ‘눈’을 갖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회귀자에게 다른 특성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하나 더 있다!’
나는 마침내 그 해답을 찾아냈다.
회귀 후에 생긴 특별한 변화, 특별한 스킬.
[마스터피스].아직 스킬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것이 많은 미스터리한 스킬.
중요한 것은 이것이 24시간에 한 번씩 [기계변환]이 가능하게 해주는 스킬이란 것이었다.
나는 [최초의 던전]에서 이 스킬로 5층의 마더 좀비를 간신히 격퇴할 수 있었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기계를 일시적으로 미래과학장비로 변환시켜 주는 스킬.
전생에서는 없던 스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