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thless Regression RAW - chapter (182)
“하하하!”
김종현은 다시 웃었다. 몸을 일으킨 이성민은 김종현이 보았던 그 어떤 존재보다 더한 불길함을 내비치고 있었다.
타차원의 마왕과 비할 바는 물론 아니었으나, 이성민이 발하는 불길함은 필멸자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이런……!]허주가 당황한 소리를 냈다.
허주의 요력이 이성민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허주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성민이 요괴로 변이했다고 해도 요괴로서의 격을 따져 본다면 이성민은 허주에게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허주는 자신의 요력을 통제하지 못하고서 이성민에게 착취당하고 있었다.
일어선 이성민의 금색 요안은 아무 것도 보지 않았다.
그를 중심으로 하여 시뻘건 요력이 일렁거린다.
그것은 프레스칸이 보았던 것처럼 일그러진 데스마스크가 얽힌 불쾌하고 공포스러운 아지랑이를 만들었다.
이성민은 창을 찾지 않았다. 의식은 강제적인 요람 속에서 잠들지 않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으나, 육체는 의식의 통제를 벗어나 광란을 이행하는 짐승이 되었다.
“안 돼……!”
방어 결계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엔비루스가 절망적인 외침을 토했다. 엔비루스가 다시 갖게 된 카인으로서의 운명은 파멸적인 죽음에 관한 것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엔비루스는 그 파멸적인 죽음의 운명이 아직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이 상황. 마법조차 제대로 펼칠 수 없는 이 최악의 상황에서 엔비루스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방어 결계 따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지금. 파멸적인 죽음 외에 엔비루스가 맞닥뜨릴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아직은……!’
엔비루스는 충혈 된 두 눈을 들어 이성민을 보았다.
아이네의 공격이 멈춘다. 그녀의 몸뚱이에서 터져 나왔던 칼날들이 모조리 아이네의 몸으로 되돌아갔다.
지형을 통째로 바꿀 정도로 위력적인 공격을 연거푸 퍼부었음에도 아이네는 조금도 헐떡거리지 않았다.
그녀는 멍한 얼굴로 이성민을 돌아보았다. 의식 없는 육체는 본능에 충실했다.
아이네가 가진 심장이 바라고 있었다. 이성민이 가지고 있는, 자신과 동류인 심장을 뽑아 씹어 먹는 것을.
폭풍 전의 바다가 고요하듯 이성민의 육체는 침묵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바다의 고요함은 끝나고 폭풍이 몰아친다.
아이네의 몸뚱이가 탄력적으로 튕기며 이성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고요함이 끝났다.
이성민은 눈을 돌려 아이네를 보았다. 쇄도하는 아이네를 중심으로 시커먼 촉수들이 뿜어졌다.
그보다 조금 늦게.
이성민은 손을 들어 올렸다. 활짝 펼친 손이 빈 허공을 어르듯이 쓰다듬는다.
광란이 날뛸 준비를 끝냈다.
시작은 조용했다.
이성민의 몸을 찢어발기기 위해 덮쳐 온 촉수가 이성민의 손바닥 앞에서 멈췄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성민의 발밑에서 일어난 요력이 아이네의 창을 모조리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우…….”
이성민의 입 안에서 그런 소리가 났다. 동굴 속에서 울리는 듯한 저음은 길게 이어지면서 많은 떨림을 들려주었다.
공격이 가로막혔음에도 아이네의 난폭함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더욱 광란하여 이성민을 향해 뛰어 들었다.
오른손은 앞으로, 왼손을 들어 주먹을 쥔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아이네의 본능도 알고 있었다. 어깨에서 솟구쳐 오른 촉수가 얽히면서 방어를 준비했다.
꽈아앙!
무식한 주먹질은 아이네의 촉수를 모조리 으깨었다. 충격을 견뎌내지 못한 아이네의 몸이 땅에 처박혔다.
아아아!
이성민은 입을 벌려 고함을 질렀다. 정적은 끝나고 이성민은 땅을 박찼다.
그는 나뒹구는 아이네의 몸을 붙잡고서 함께 뒹굴었다. 이성민은 입을 쩍 벌려 아이네의 목을 물어뜯으려 들었다.
머리가 반쯤 으깨졌음에도 아이네는 죽지 않았다. 인간의 몸뚱이에 검은 심장을 박아 넣은 이성민과는 다르게, 검은 심장으로 육체를 구성한 아이네의 생명력과 재생력은 불사신과 다름없었다.
아이네는 양손을 들어 이성민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러면서 아이네의 몸에서 튀어나온 칼날이 이성민의 몸을 찢으려 했다.
이성민의 주변을 맴돌던 아지랑이가 실체를 갖고서 칼날을 튕겨낸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아귀다툼을 보면서 엔비루스는 할 말을 잊었다. 저들이 서로 싸우는 것에 안도감을 느낄 수는 없었다.
둘 중 누가 살아남든 간에, 살아남는 쪽은 역사를 다시 쓸 정도의 괴물이 될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막아야 하나? 아니면 도망쳐야 하나?’
엔비루스는 갈등하고 있었다. 지금의 상태로는 저 둘 중 하나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친다면 그 후는 어찌할 텐가.
엔비루스는 아랫입술을 뿌득 씹었다.
이성민에게 요력을 깃들게 한 것은 엔비루스의 바람이 아니었다. 엔비루스가 잠자는 숲에 갔던 것은 그곳에 가서 확인해야 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지, 이성민을 그곳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은 아니었다.
단순히 우연으로 그렇게 흘러갔을 뿐이었다.
데니르의 시련을 통과한 이성민이 엔비루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엔비루스를 쫓아온 것은 결국 우연이었다.
엔비루스는 잠자는 숲에서 허주와 만났다. 허주가 ‘되돌아 온 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되돌아 온 자가 이성민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가 자신을 쫓고 있다는 것도. 언젠가, 어쩌면 머지않을 때에 이성민은 엔비루스의 자취를 쫓아 이 숲에 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허주와 만나게 되겠지.
이미 그것은 절대적인 운명의 흐름이 되어 있었고, 엔비루스는 자신이 어떤 수를 써도 그것을 거역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루비아를 남겨 이성민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자 했다.
어디서 어긋났던가?
잠자는 숲에 가지 말았어야 했나? 그곳에서 허주의 혼령과 만났을 때, 불가능하다고 하여도 도전해서 허주를 완전히 봉인하거나 소멸하는 것을 시도했어야 했나?
잠자는 숲의 봉인을 지속하는 일족의 수장에게, 이성민을 절대로 잠자는 숲에 들이지 말라고 했어야 했나?
아니, 이제 와서 생각한들 무엇 할까.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것을.
당시에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일단은 흐름에 순응하기로 했던 것은 엔비루스 본인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것이고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겠지만.
‘내 선택과 행동은 중요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엔비루스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방어 결계를 유지하는 것을 포기했다. 이미 거대한 흐름에 휘말린 것이라면 엔비루스의 선택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대마법사라고 하여도 필멸자에 지나지 않기에, 운명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그것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알고 있었으나.
“좆같은 운명.”
엔비루스는 진심으로 그렇게 내뱉었다. 최상위 정령들의 역소환으로 입은 데미지는 영적인 것이기에 엘릭서를 퍼마신다고 해도 회복되지 않는다.
마나 포션을 마셔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이라면.
엔비루스는 쓸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엔비루스는 천천히 양팔을 들어 올렸다.
자신의 선택이 그 무엇도 바꿀 수 없음을 앎에도, 엔비루스는 스스로 선택했다. 선택을 포기하고 순응하고자 했던 잠자는 숲에서와는 다르게. 엔비루스의 양팔의 모든 문자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위대한 마나여.”
엔비루스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방관자로서 하늘 위에 앉아 그를 지켜보던 김종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흑마법사이기 전에 마법사였기에, 엔비루스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알았다.
“이 목숨을 바칠 터이니.”
목숨과 마나의 교환.
말 그대로 목숨을 바치면서 거대한 마나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목숨은 하나뿐이기 때문에, 목숨과 마나를 교환한다면 죽을 수밖에 없다.
후우웅!
거대한 마나가 엔비루스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는 엔비루스가 입은 모든 영적 대미지를 회복시켰다.
엔비루스는 아르베스가 남겨 놓은 검은 구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파직!
구체의 색이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토지의 마력이 엔비루스와 연결되었다.
바닥에 나자빠진 아이네는 피투성이였다. 그녀의 몸에서 튀어나온 칼날과 촉수는 모조리 이성민의 손에 뜯겨졌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네는 아직까지 저항을 줄이지 않았다. 몇 번이나 으깨어진 몸뚱이는 쉴 틈 없이 재생을 반복했고, 이성민은 광란을 거듭하며 아이네를 집어삼키기 위해 날뛰었다.
엔비루스는 고요히 가라앉은 눈으로 그런 둘을 보았다.
가능하다면 둘을 전부.
빼앗기면 안 된다.
이성민은 아직까지 의식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몸뚱이는 이성민의 외침을 듣지 않는다.
탐욕스레 아이네를 잡아먹기 위해 날뛰기만 할 뿐.
허나 그런 몸뚱이도 포식에만 연연하지는 않았다. 덮쳐오는 강대한 마력에 이성민의 몸이 펄쩍 뛰었다.
그것은 아이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네는 급히 몸을 날렸다.
푸화악!
시뻘건 불길이 대지를 휩쓸었다.
이성민과 아이네, 둘이 공격의 영역에서 벗어난 것을 확인한 엔비루스는 즉시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마력은 넘치고 엔비루스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엔비루스의 생명은 죽음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이성민이다.
엔비루스는 양손을 벌려 이성민에게 향했다. 팔의 룬 문자가 꿈틀거리며 일어선다. 마법으로 정제한 거대한 마나가 폭사했다.
허공으로 튀어 오른 이성민은 덮쳐오는 마력의 파도를 향해 양팔을 휘저었다.
콰드드드득!
찢겨진 마력이 양 갈래로 갈라지며 하늘을 꿰뚫는다.
엔비루스는 두 눈으로 직접 보았음에도 그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 저렇기에 더 위험한 것이다.
“미안하네.”
엔비루스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어찌 보면 이성민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만 둘 생각은 없었다.
다음. 엔비루스는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수많은 마법을 떠올렸다. 보다 효율적으로 날뛰는 짐승을 잡을 수 있을 마법을.
파앙.
공간이 파편을 튀기며 깨져나갔다.
그 틈에서 솟구친 은색의 사슬들이 허공에 떠오른 이성민을 향해 쏘아졌다.
이성민은 날뛰면서 사슬을 박살 내려 했으나, 유연하게 휘어진 사슬이 이성민의 관절을 붙잡았다.
잡힌 사슬은 거대한 마력을 이성민의 몸 안으로 흘려보냈다. 이성민의 팔다리가 유입된 마력에 크게 부풀며 꺾여서는 안 될 방향으로 꺾여 갔다.
안 돼.
엔비루스가 왜 자신을 공격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힘이 넘쳐흐르는 이 몸뚱이는 무식하기 짝이 없다.
무공도 펼치지 않고 육체의 성능만을 믿고 날뛰고 있다. 사실 어지간한 상대라면 그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요력이 넘쳐흐른다.
이성민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갔던 암존이라도 지금의 몸뚱이라면 무공 없이도 쓰러뜨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엔비루스는 아니다. 엔비루스가 펼치는 다양한 마법은 암존의 암기보다 상대하기 힘들었고 위력적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엔비루스에게 죽을 수밖에 없다.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육체가 말을 듣지 않는다.
콰앙!
이성민의 의식이 뒤흔들렸다. 시야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뭐해 새끼야!”
뛰어 들어온 것은 허주였다.
허주는 예전에 이성민의 꿈에서 보여준 모습과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시커먼 요람이 허주의 발길질에 박살 났고, 이성민은 마치 꿈속에서 허주와 마주했을 때처럼, 진짜 육체가 아닌 의식체가 되어 허주에게 멱살을 잡혔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허주가 이를 보이며 으르렁거렸다. 그러면서 허주는 주먹을 들더니 이성민의 뺨을 갈겨 버렸다.
대뜸 한 대 얻어맞은 이성민이 아픈 비명을 질렀다.
“왜 때리는 거냐?!”
“그간 이 어르신을 똥통에 담가버리겠다고 핍박했던 죄다. 이 빌어먹을 새끼야. 죽빵 한 대로 끝내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
허주는 그렇게 내뱉으며 이성민의 멱살을 놓았다.
진짜 몸뚱이로 맞은 것도 아닌데 얼얼한 통증이 확실했다.
이성민은 붉은색과 검은색이 뒤섞여 있는 공간을 둘러보면서 물었다.
“여기는…… 어디냐?”
“네놈의 의식 속이다.”
허주가 대답했다.
“꿈과 다를 것이 없지.”
“내가 왜 이곳에…… 아니, 왜 네가 여기에 있는 거냐?”
“네놈을 두들겨 패서 깨우기 위해 왔다.”
허주가 대답했다.
“가능하다면 이 어르신이 혼자서 하고 싶었지만 네놈의 정신 방벽이 너무 단단해서 어찌할 수 없었어. 그러니 네 의식을 먼저 깨울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까 뭘 하겠다는 거야?”
“이대로 뒈질 거냐?”
허주가 눈을 부릅뜨고서 이성민에게 물었다.
“그래, 뭐. 살다 보면 뒈질 수도 있지. 그런데 이런 식으로 뒈지고 싶냐? 요괴 되기 싫다며? 지금 네놈 꼴을 봐라. 몸뚱이는 요괴가 되어버렸고, 인간성이 남은 네놈의 의식은 인외의 요람에서 잠들기 직전까지 갔었지. 만약 거기서 완전히 잠들어 버렸더라면, 네놈의 인간성은 영원한 잠에 빠지고 인외성이 그 빈자리를 메웠을 거다. 그게 무슨 의미인 줄 아냐?”
“……요괴가 된다는 것.”
“네가 너이면서 너가 아닌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 이 새끼야!”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니고……!”
“아직 안 늦었어.”
허주가 몸을 돌렸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너는…… 너무 이질적이야. 몸이 요괴가 되었는데 아직까지 인간성을 유지하고 있다니. 아무리 정신력이 강하다지만…….”
“아직 안 늦었다고 했지.”
이성민이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허주는 움찔하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저곳을 봐라.”
허주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네놈이 이질적이라고 한 것이 저 이유다. 인간으로서의 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요괴다운 인외성이 독립되어 있어. 요람에서 잠들었다면 저것이 바로 네가 되었겠지.”
일렁거리는 벽 너머로 누군가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불길한 색으로 몸뚱이를 이룬 그것은 바로 앞에 아무도 없는데 마치 싸우는 것처럼 날뛰고 있었다.
“저게 너다.”
허주가 손을 들어 날뛰는 불길함을 가리켰다.
“지금 네 몸뚱이를 움직이고 있는 인외성. 요괴로 변한 너. 이 어르신이 저 벽만 뚫을 수 있었어도 저 새끼를 두들겨 패놨을 텐데.”
허주는 투덜거리면서 바닥에 털썩 앉았다.
“네가 가서 저 놈을 두들겨 패라.”
“그러면?”
“이건 본성 간의 줄다리기다. 누가 우위에 서게 될지. 지금은 저 놈이 우위에 서서 네 몸뚱이를 잡고 있지만…… 네가 우위에 선다면 몸뚱이를 다시 돌려받을 지도 몰라.”
확신은 없었다.
이성민과 같은 경우는 처음이었고, 허주는 태생부터가 요괴였기 때문에 애매한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아무 것도 안 할 수도 없지 않냐. 의식 속의 시간은 현실에서는 아주 잠깐에 지나지 않지만…… 네놈의 육체는 지금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알아.”
허주에 의해 이곳에서 깨어나기 전. 이성민이 보았던 것은 엔비루스의 사슬에 주박당한 몸뚱이였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성민은 성큼 흐릿한 벽을 향해 다가갔다.
‘설마 나랑 싸울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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