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154
154. 상산의 전설(1)
날짜 상으로 사흘 후에 명주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으니 오늘 전달해 두면, 내일쯤 태영이 서찰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언제 전달받았나?”
“두 시진 전입니다.”
아침에 급보로 연락을 받았다는 소리다.
태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서찰 봉투를 찢었다.
“이것들이 남의 장사를 방해해?”
태영이 불같이 화를 내자 유양은 움찔했지만, 한서윤이 바로 태영이 내미는 서찰을 넘겨받았다.
“상산이 왜구의 기습으로 선화 상단, 상산 물류 창고가 위험하다구요?”
서찰에 물류 창고라고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사포에서 물류 창고라는 말을 쓰다 보니 한서윤이 바로 뜻을 알고 말했다.
“그런가 봐. 그래서 상단 호위 병력을 데리고 긴급하게 상산으로 간 것 같은데.”
송나라가 왜구들 해적의 침략을 받건 말건 태영이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요는 매우 큰 고객인 선화 상단을 공격했다는 점이다.
선화 상단이 왜구들에게 재물들을 약탈당하고 나면 태영에게 줘야 할 물건 값에 문제가 생긴다.
“가실 거죠?”
“그래야지. 가서 구해 줘야 해. 유 총관, 이 서찰 가지고 온 사람 지금 있나?”
서윤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바로 유 총관에게 물었다.
“네, 있습니다.”
“데리고 와. 시간 없다.”
“네.”
“모두 승선해라. 상산으로 간다.”
“네, 대장님.”
“상산에 있는 우리의 중요한 고객인 선화 상단이 왜구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거기를 도와주고 선화 상단주를 구할 것이니, 승선 즉시 출발하고 전투 준비 갖추도록.”
태영은 발길을 옮기면서 간단히 설명했다.
“넵,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한서윤은 태블릿을 꺼내서 하선 준비를 하고 있을 해룡호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왜구들이 고려 외에도 중국 해안을 비롯해서 베트남 지역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은 조사를 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다.
고려나 조선이나 명나라나 모두가 왜구라고 하면 치를 떤다. 송나라도 아마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21세기 현대에서 일본은 그것을 해외 진출 개척자라는 개소리로 역사를 저희 입맛대로 왜곡시키고 있다.
개새들.
태영이 입대 전, 인터넷에서 본 아주 오래된 기사의 내용이다.
언제쯤인지는 기억조차 없지만, 그것을 보고 치를 떨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한국의 어떤 학자는 왜구를 일본판 알 카에다라고 했다.
알 카에다는 그 말 자체로 테러 단체의 대명사이다.
그래, 이왕이면 일본의 해외 진출 개척자와 일본판 알 카에다의 씨를 말려 주지.
그사이에 송나라를 두 번 왔지만, 송나라와의 교역으로 이동 중에 왜구와 조우한 경우는 없었다.
물론 중국 연안의 길이가 정말 길기에 그 어느 지역에 왜구가 약탈하러 와 봐야 태영이 중국 연안을 훑으며 움직이지 않는 이상 그들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려 연안도 순찰을 못 하는데, 송나라를 순찰할 이유도 없고, 여유도 없고.
그때, 유양의 심부름을 한 소년이 초췌한 낯빛의 청년 한 명을 데리고 왔다.
“내가 사포 상단주이다. 우리 배에 타라. 그리고 상산으로 안내해라.”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 단주님.”
청년은 눈치를 보더니 황룡호와 선착장 사이에 걸쳐져 있는 사다리로 올랐다.
“잘 다녀오십시오.”
아무 말 없이 황룡호가 선착장을 떠나자 유양은 고함을 질러 인사를 했다.
“진이야. 지도 띄우고 드론 2기 띄워라.”
“네, 부실장님.”
유진이는 한서윤의 예하에 배정된 비서실 여군들 중에 눈이에게 지도 교육을 받은 병사이다.
와카마쓰와 향촌에서 구해 온 아이 세잎이 역시 서윤의 휘하에 배정되었지만, 아직은 너무 어리고 몸도 작아서 심부름을 하는 수준이나, 유진이에게 지도를 배우는 중인데 아주 빨리 배우고 있단다.
“초롱이는 드론 영상을 테르에 띄우고 드론 조종해서 상산 지역에 전투 중인 곳을 찾아라.”
“네, 부실장님.”
사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이 여러 가지이고, 뛰어난 작전과 훌륭한 지휘관은 당연히 필수적이지만, 가장 기초적인 문제인 수색과 정찰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시대에서는 감당이 안 되는 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포군이지만, 적진 정찰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드론이 그 모든 것을 해결해 주고 있다.
최소한 완벽한 정찰과 꽤 준수한 수준의 수색이 가능하니까.
“우악, 이, 이이 이것이.”
테르에서 드론의 영상이 솟아오르자, 여전히 함교를 떠나지 않고 있던 안혜 황후가 손으로 영상을 가리키며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궁인들은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지, 안혜 황후의 놀람에도 박 상궁은 안 놀란 척하고 있다.
그나마 윤서희가 함교에 올라오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
김윤경은 신도익 중대에 임시로 편성되어 있고, 김윤경의 남편인 박강후는 조리실 보조로 들어가 있으며, 상리 부부와 이영이는 해룡호의 갑판 보조와 주방 보조를 하느라 이곳으로 올라올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시끄럽게 떠들 사람이 주위에 없다.
시끄러울 것 같아서 미리 떨어트려 놓은 것도 있고.
“놀라지 마세요, 개경 손님. 그리고 해적들을 잡아야 하니 조금 비켜서서 질문하지 마시고 구경만 하십시오. 질문은 전투 끝나고 받겠습니다.”
한서윤의 말에 안혜 황후가 고분고분 뒤로 물러섰다. 그래도 눈은 테르의 영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벽란도에서 떠나면서 치른 박 상궁 사건 때문인지, 부실장이라는 위치에서 언제나 자신과 접점이 되기 때문인지, 서윤의 말에 토를 달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서윤에게 곤란한 일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참 착한 것 같다.
그리고 물러서서 구경만 해도, 전투가 끝날 때까지 지켜 보면 추가 설명을 해 주지 않아도 이해가 될 것이다.
함교에 올라오지 못하고, 황룡호 선두에서 병사들과 함께 해상을 살펴보면서 방향을 알려 주는 선화 상단 청년의 신호가 수시로 함교에 전달되었고, 그 방향을 대입하여 테르의 영상과 비교하여 방향을 잡았다.
“부실장님, 저기입니다.”
유진이가 테르의 영상을 보고 줌인 시키면서 소리쳤다.
“거리.”
“55킬로입니다.”
“대장님, 아직 자주포 사정 거리 안 됩니다. 육상 전투 지역은 복장으로 봐서 선화 상단 호위대와 왜구들이 뒤섞여 있어서 포격은 안 될 것 같습니다.”
태영은 진이와 초롱이의 보고와 한서윤의 말을 들으면서 테르의 영상에 집중했다.
“저기에 왜구들이 타고 온 배가 모여 있습니다.”
초롱이 가리킨 쪽에 왜구들의 배가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저렇게 많이?”
정말 많다.
대략 보기에도 70에서 80척은 되어 보이는 왜구의 배들이 상산 앞바다를 거의 점령하다시피 모여 있었다.
80척이라고 볼 때 척당 20명이 타고 왔으면 1,600명이고, 40명이면 3,200명이라는 소리다.
어차피 배의 숫자도, 타고 온 왜구들의 숫자도 정확하지 않으니까 대충 중간이라고 보면 2,400명이라 할 수 있는데, 저 정도라도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애새끼들이 부족해서 여자는 남자들이 원하기만 하면, 아무 곳에서나 상대가 누구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가랑이 벌려서 애를 만들라고 나라의 명으로 지시하는, 개보다 못한 족속들이 대체 어디서 저리도 많이 싸질러서 저렇게나 많이 왔을까?
전에 결심한 대로 일본의 인구를 줄여 주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함포 준비.”
태영은 그 모습을 보자 바로 자주포를 준비시켰다.
송복기가 종을 울리며 외부 갑판에 명령을 전달했다.
“대장님, 저는 병사들 전투 준비시키겠습니다.”
김웅겸의 보고다.
“그래, 준비시켜. 이번에 첫 원정인 신병들 많으니까, 훈련받은 대로 대형 유지 잘 하고, 한 놈도 살려 두지 마, 그리고 이건삼이 왔지?”
이건삼. 천운이 아비.
천운이를 배 속에 품은 채 왜구에게 죽어 간 이건삼의 아내.
그것도 남산처럼 솟은 뱃가죽을 칼로 도려내어 천천히 그렇게 죽어 가는 임산부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며 웃던 왜구 놈들.
그 어미의 배 속에서 어미와 함께 죽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어미의 배를 갈라 살아난 아이인 천운이의 아비 이건삼이는 왜구들을 보면 눈이 뒤집어질 것이다.
천운이의 돌이 지난 다음에 군사 훈련을 받고 배치가 되었다고 보고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제 배속을 받았으니 왜구들을 만나면 모조리 씨를 말려 버리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힘을 주어서 얼굴은 벌게지고 눈가에 눈물까지 보였었다.
“네, 이번 원정에 편성되었습니다.”
“조심시키는 거 잊어버리지 말고, 원 없이 복수하고 화풀이할 수 있도록 해 줘.”
“넵, 그렇게 하겠습니다. 충성!”
경례를 한 김웅겸이 병사들의 전투를 지휘하기 위해 함교를 떠났다.
무기나 공격 진형의 차이가 상대가 쉽게 모방하고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인가, 그렇지 않은 가의 차이는 전투 방식과 전투 결과가 어마어마하게 달라진다.
지금 사포군과 왜구들을 포함한 다른 가상의 적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하는 무기를 지닌 사포군에게 상대가 아예 안 되지만, 그렇다고 그것만 믿고 알아서 전투하라고 하면 안 되기에 태영은 장교들과 병사들의 전투 훈련은 철저하게 시키는 편이다. 그래야 우리 측의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부실장, 해룡호에 박격포 준비시키라고 해.”
“네, 규하에게 문자 보냈습니다, 혹시 모르니 준비하고 있으라 했습니다.”
해룡호에는 정규하가 승선해 있고, 태블릿을 들고 있을 것이다.
한서윤은 그간 해룡호의 전투 기록을 읽으면서 전투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걸 충분히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 기록을 보면서 태영에게 물었고, 아시나에게도 물었었다.
“그래, 그리고 함장, 저 배들 모조리 박살 내 버리는 거야.”
“네, 대장님.”
저 정도로 군집해 있으면 황룡호와 해룡호로 들이받아서 깨트려도 피할 공간도 없을 정도여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테지만, 자주포의 위력을 병사들에게 제대로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시험 발사 때 많은 병사들이 보았지만, 그곳은 적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냥 맨땅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대상이 적이다.
선상 갑판에 포병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오래지 않아 왜구들의 배가 집단으로 모여 있는 지역이 자주포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좀 더 가. 박격포 사정거리 안에 들어올 때까지.”
“네, 대장님.”
자주포는 지금 현재의 포탄으로 사정거리가 37에서 38킬로 정도 되지만, 박격포는 5킬로가 안 되니 좀 더 가까이 가야 한다.
자주포의 포신을 덮고 있던 천이 걷어지고, 포신 옆에 병사 6명이 각각 2명씩 짝을 지어 자신의 위치에 도열했으며, 포 주위로도 6명이 포진해 있다.
포신의 상하각 조절과 방향 조절은 수동식으로 변속기를 채택하여 그다지 큰 힘이 들지는 않지만, 보조 인원이 많이 필요하다.
“저기 대한도 뒤쪽에서 잠시 정선하고, 저기서 포격해서 일단 배들을 모두 수장시켜 버려. 불이 붙으면 더 좋고. 거기도 일부의 병력이 있을 거야.”
태영은 함교의 난간으로 나갔다.
몇 사람 서지 못하는 그 좁은 난간에 안혜 황후까지 따라 나왔다. 구경을 하고 싶단다.
“발사 준비!”
함포장의 지시에 따라 포신이 내려가고 포의 방향이 돌아갔다. 거리가 가까우니 곡사가 아니라 직사로 쏠 것이다.
21세기의 자주포는 급속 발사 시에 15초 동안 3발, 적정 발사 속도는 분당 2발이지만, 해룡호에 탑재된 자주포는 3분에 1발 꼴로 발사가 가능하다.
거기에는 해열과 포탄의 장착, 조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 시대의 기술로 3분에 1발도 정말 대단한 것이다.
천년 역사의 비잔티움을 지켜 낸 콘스탄티노플 성벽을 무너뜨린 오스만 트루크의 청동 대포는 하루에 2발을 발사할 수 있었다고 했으니, 얼마나 큰 차이인가.
그 일은 앞으로 230년쯤 후에 발생할 일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청동 대포에 맞아서 죽은 사람은 없단다.
함포장이 고함 소리와 함께 깃발로 발사 준비 신호를 하자, 손잡이를 돌려 발사를 위한 포병단의 움직임이 재빨라졌다.
세 명이 힘껏 손잡이를 돌리다가 딸깍 소리가 나는 시점에서 장전 투입구의 해치가 열리며 포병이 옆으로 물러났다.
“장전.”
우당탕거리며 포탄 보관 상자가 열리고, 사람 종아리보다 훨씬 큰 포탄을 탄 받침에 올려서 둘이 맞잡고, 포탄 투입구 옆의 반원형 선반에 올렸다.
선반을 지키던 병사가 손으로 반원 선반을 누르자 투입구로 포탄이 미끄러져 내려가고, 장전 파이프를 든 병사 두 명이 포탄을 밀어 넣었다.
철컹철컹~
탄약이 실전되자마자 장약을 준비한 병사가 장약을 밀어 넣었다.
투입구의 해치가 닫히고 손잡이를 모두 눌러 잠그자 장전 조장이 점검을 했다.
“포탄 장전 완료!”
포 장전 조장이 차렷 자세를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신호용 깃발을 좌우로 힘껏 움직였다.
“발사 준비!”
격발 장치에 연결된 발사 줄을 잡은 포병이 그 줄을 잡고 포에서 2미터쯤 뒤로 물러나자, 주위의 병사들도 포에서 멀어졌다.
“발사!”
함포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발사 임무를 맡은 병사가 포의 격발 장치에 걸린 긴 줄을 몸 한쪽에 기울여 잡고는 몸을 옆으로 돌리며 툭 당겼다.
전자 장비를 이용하면 스위치만 누르면 되겠지만, 전자 장비는 만들 수가 없으니 전통적인 기계식 포 발사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21세기에도 포병은 이와 같은 발사 방식을 취한다.
꽝~
황룡호의 선체가 충격을 받은 듯 크게 울리더니 부르르 떨었다.
“아악!”
안혜 황후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면서 난간을 잡았다.
전이를 안은 이 상궁이 함교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벽란도에서 사포로 이동하고, 사포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거의 흔들림 없이 조용하던 배가 이렇게 떨릴 정도로 진동이 있을 줄 몰랐겠지.
꽝, 꽈광, 꽝, 꽝, 꽈광~
그때, 해룡호에서 박격포 발사되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려왔다.
자주포의 탄 속은 초당 1킬로 전후이지만, 박격포는 초당 30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박격포가 발사되기도 전에 왜구들의 병선들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 커다란 폭발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에 불길이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 박격포의 포탄이 떨어지면서 굉음과 불꽃이 피어올랐다.
“황룡호는 한 발만 더 포격하고 상륙한다. 나머지는 해룡호에서 처리하도록. 황룡호, 접안 준비해.”
안혜 황후가 태영과 한서윤을 번갈아 쳐다보다 하는 게 무언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 모양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전투가 끝나면 말해 주겠다고 했던 한서윤의 이야기 때문이리라.
출발 전에, 해안 지역으로는 왜구들의 출몰이 빈번하기 때문에 왜구들을 만나면 전투가 벌어진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정말 맞닥뜨리게 될지는 몰랐을 것이다.
태영도 송나라 땅에서는 처음이니.
꽝~
꽈광~
포탄 터지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박격포의 발사 속도는 분당 20발 정도까지 가능하기에 해룡호에서는 연속적으로 발사하고 있다.
포신에 나는 열만 식히면 계속해서 발사가 가능하고, 박격포는 열을 식히기가 아주 쉽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열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껏 100척 정도 있는 배를 깨트리기 위해 포탄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으니 슬슬 왜구의 함대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때쯤, 황룡호는 왜구들의 함대를 우회해서 상산 앞쪽에 샛강처럼 보이는 곳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내가 먼저 가 볼게. 선화 상단주가 죽으면 안 되거든.”
“대장님, 여기는 진이와 초롱이에게 맡겨 두고 저도 같이 가요.”
“그럴까? 방탄조끼 가지고 왔지?”
“네, 실장님이 주셨어요. 싸움이 벌어지면 꼭 입으라면서. 방탄조끼 챙겨 입고, 애들에게 업무 지시하고 올 테니까 잠시 기다려 주세요.”
“그래, 서둘러.”
한서윤이 방탄조끼를 가지러 가자 태영은 갑판 위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김웅겸은 병사들이 도열한 앞에서 중대장들과 소대장들을 모아 놓고 작전 지시를 하고 있고, 한쪽 구석에서는 궁인들이 황자 전이를 데리고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지만,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거나 입을 막고 있었다.
놀라기는 했을 것이다.
해룡호에 탑승한 윤서희와 그 가족들, 그리고 김윤경과 박강후도 이 광경을 보고 있을 것이다.
“개경 손님, 함교에 들어가세요. 그리고 가능하면 밖으로 나오지 말고 안에서만 구경하세요. 위험하니까.”
“네, 대장님.”
안혜 황후는 두 손으로 가슴을 쓸었다.
황실 안에 고이 모셔져 있는 사람인데, 이런 전투 장면을 본 적이 있었나?
그것도 엄청난 소리를 내는 함포와 박격포가 발사되는 걸 고려군들도 본 적이 없으니, 황후는 당연히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개경에 사는 사람으로는 처음 보게 되는 건가?
자랑거리가 생기겠지.
“그런데 부실장님도 전투하러 가는 것 같던데요, 괜찮은가요?”
안혜황후의 질문이다.
“사포에서 가장 강합니다. 사실 지금 저 정도의 왜구들은 부실장 혼자서도 한 시진이면 다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네에?”
그래, 그렇다.
사포의 대부분 사람들은 모르지만, 그때 미봉산의 사건이 있은 후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한서윤에게 찾아왔다. 처음에는 태영도 몰랐고, 서윤도 당연히 몰랐다.
어느 날, 작은 변화를 눈치챈 이후에 한서윤은 정말 놀라서 거의 열흘 정도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어찌해야 하느냐고 고민했었다.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여기서 구경하세요. 함장에게 쌍안경 빌려 달라고 해서 구경하면 멀리까지 보이니까 그렇게 하시구요.”
시야가 탁 튀어 있고 선고가 높으니 함교에서 망원경을 눈에 대면 대부분 다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태영은 안혜 황후를 향해 웃어 주고, 난간에서 갑판으로 바로 뛰어내려 김웅겸이 있는 곳으로 갔다.
“대대장, 선화 상단주가 죽으면 안 되니까, 나하고 부실장이 먼저 갈 거야. 대대장은 상륙하는 대로 병사들 인솔하고 천천히 뒤따라오면서 왜구들을 완전 소탕해.”
“네, 대장님.”
그때, 한서윤이 방탄조끼 위에 가죽으로 만든 조끼를 걸치고 또 하나의 조끼는 손에 든 채 갑판에 나타났다.
“대장님, 이거요.”
“아, 맞다. 그걸 챙겨 가야지.”
태영은 조끼 한 개를 받아서 걸쳤다.
“불룩하네. 한 주머니에 2천 개쯤 된다고 했었지?”
“네, 조끼 하나에 주머니 2개이니 합이 4천, 제 것과 대장님 것 각각입니다.”
조끼를 걸친 태영이 조끼의 하단 주머니에서 가죽 장갑까지 확인하고 두 팔을 벌리자 한서윤이 뛰듯이 품에 안겨 들었다.
훅.
한서윤 특유의 체향이 태영의 몸으로 달려들듯 치고 들어온다.
“자, 간다.”
“네, 가요.”
태영은 갑판의 발판을 밟고 힘껏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