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10)
“주문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그때 종업원이 들어와서 깍듯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아, 쯧. 전화로 꼼꼼하게 예약해 놓는 걸 내가 봤는데 뭘 또 귀찮게 물어 보지.”
고현석이 짜증을 냈다.
그래. 이런 갑질 캐릭터가 평소 내가 알던 고현석이지.
“죄송합니다.”
VIP룸을 맡는 종업원이라, 고개를 숙이는 데 아주 능했다.
“저, 술은 뭐 먹습니까.”
내가 험악해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말을 돌렸다.
“술? 술 먹을 거야?”
“네. 영상 찍을 건데 그래도 좀 좋은 거 마셔 줘야죠.”
이렇게 말하고, 내가 종업원에게 물었다.
“마오타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어휴. 이 자식. 비싼 것도 먹네.”
고현석이 얼굴을 찡그렸다.
“오늘 식사는 형님이 부른 거니까, 식사는 얻어먹고요. 마오타이는 제가 살게요.”
“허. 안 그래도 돼.”
“아니에요. 그래도 괜히 형님 바가지 씌우는 거 같아서 마음이 안 편하네요.”
이렇게 말하고 종업원에게 말했다.
“마오타이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켜 놓고 메뉴판을 흘깃 보니, ‘210만 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마오타이는 워낙 가짜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여기서 먹는 건 안심해도 되겠지요.”
내가 고현석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려. 마음대로 해.”
고현석이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하지만 촬영 장비를 셋팅하는 거나, 촬영용 메뉴를 시키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그 ‘유튜브’ 때문에 나를 부른 거였으니까.
“흑막이라고 불리니까 좋냐. 사실 너 하고 있는 걸 보면 누구나 그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긴 해. 아냐?”
종업원이 나가고, 고현석이 입을 열었다.
“네. 알죠. 뭐, 그래도 이제는 안 그런 거 아시죠?”
“흥. 너 같은 미친놈 속을 누가 알아? 게다가 이번에 L생명 투표에서 고현세 찍은 거 우리가 모를 줄 아냐.”
“하여튼 주주총회는 그게 문제라니까요. 도대체 민주주의가 없어요. 무기명 투표 원칙이 적용 안 되니.”
“주주총회는 민주주의 아니니까. 표를 한 사람이 백만 개씩 가질 수 있는데 무슨 놈의 민주주의야.”
“그렇긴 하죠.”
내가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형하고 나도 너한테 대해서 경계를 좀 풀다가, 이번에 L생명 투표 하는 꼬라지 보고 다시 경계를 좀 하기로 했어. 그건 알아두는 게 좋을 거야.”
“네. 그건 할 수 없죠.”
“그런데 현욱 형은 또 그러더라? 네가 이미 투표를 어디에 해도 결과 안 바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찍었을 거라고. 맞냐?”
“아.”
나는 즉답을 피했다.
그게 이미 고현석에게는 긍정의 답변으로 들렸겠지.
“맞군. 하여튼 꼭 튀어요. 이 관종 새끼.”
“하하.”
“그래서 오늘 너를 보자고 한 이유는…”
고현석이 자세를 가다듬고 말하는데, 갑자기 VIP실 방문이 벌컥 열렸다.
“앗, 이러시면 안 돼… 죄송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제지하려다가 우리를 보고 급하게 사과하는 여종업원.
“응?”
고현석이 눈을 들었다.
고현석과 나의 시선에 걸린 사람은, 놀랍게도 박정구였다.
구독자 1330982명
“맨날 콘셉트 똑같구만? 비싼 데서 밥 먹고 술 먹으면서 ‘아무나 안 하는 일’ 영상 찍기? 이런 건 돈만 있으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거 아냐?”
박정구는 웃으며 이렇게 외쳤다.
그 옆에는 소형 카메라를 짐벌에 얹어서 들고 있는 뚱뚱한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어라라.”
나는 눈을 깜빡이며 뒷머리를 긁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여기 웬일이에요?”
나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있는 고현석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정구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뭐긴. 깽판치러 왔지.”
뭐가 자랑이라고.
박정구가 가슴을 펴며 선언했다.
여기서 관건은, 이게 무슨 자리인 줄 알고 왔느냐이다.
그런데, 박정구는 계속 나에게만 시선을 주고 있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구고, 이게 어떤 성격의 모임인지는 신경 쓰지 않은 눈치.
“아하.”
대충 상황 파악이 된 나는, 씨익 웃었다.
“뭐야. 이거.”
고현석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고현석도 대충 상황 파악은 한 것 같다.
일단, 이런 상황을 내가 만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단 우리 패밀리하고 한 번 얽힌 사람은, 우리의 방식대로 계속 얽히게 됩니다. 시밤바. 오늘도 우리 채널에 출연해주시는 거지요. 출연 여부는 내가 정합니다.”
아직 음식이 나오기 전. 마스크를 벗기 전이라서 다행이다.
박정구의 멘트와 함께 그의 동료가 카메라를 내 얼굴 쪽으로 들이미는데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자, 여기 뭐 코스로 시키셨어요? 저는 그럼 이 자리에 합석해서 짜장면을 먹어보겠습니다. 하하. 근데 여기 짜장면도 비쌀 거 같은데?”
“여기 짜장면 3만 5천 원…”
내가 중얼거리자, 박정구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아니! 뭐? 짜장면이 3만 5천 원? 지금 코로나 때문에 서민 경제가 죽어가고 온국민이 허덕이고 있는데 영상 찍겠다고 3만 5천 원짜리 짜장을 먹어?”
박정구가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고 과장된 목소리로 외쳤다.
“안 되겠다. 나는 그럼 옆에 있는 중국집에서 배달시켜 먹어야지. 자, 오늘 우리 실시간 방송 제목은, 호텔 중국집에서 다른 중국집 짜장 배달시켜 먹어 보기! 입니다. 방송이랑 딱 맞는 합방이네. 암.”
“나가주십시오!”
남자 점원 두 명이 황급하게 뛰어 들어와서 외쳤다.
박정구의 난입을 제지하지 못한 여자 종업원이 덩치 좋은 남자 종업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모양이다.
“아. 왜 이래요? 우리도 손님인데. VIP룸이라 그런지 2명이 먹기엔 너무 넓은데. 우리는 옆에 앉아서 열심히 짜장면 배달해 먹고 갈게. 푸하하.”
박정구가 쳐웃고 있었다.
그로서야 어차피 막장 방송이 주력이다.
종업원이 와서 제지하면 오히려 영상 각이 나와서 더 신이 나지.
“아니. 그러시면.”
이렇게 말하며 순간 고현석의 눈치를 보는 종업원의 눈빛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거의 공포에 질려 있었다.
“…”
고현석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잠깐 테이블을 얌전히 내려다보고 앉아 있었다.
“다 나가.”
이윽고 고현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 나갈 건뒈에~?”
박정구가 고현석 쪽을 보고 깐죽거렸다.
“너 말고. 호텔 사람들. 다 나가.”
“하, 하지만.”
종업원이 어쩔 줄 모르며 손을 가운데 모았다.
“나가라고. 내가 처리할 테니까.”
“네, 네.”
“빨리 나가.”
– 쾅.
고현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종업원들이 잽싸게 방을 빠져나가고 문이 닫혔다.
“웃…”
거기서 뭔가 이상한 걸 느꼈겠지.
정말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는데 호텔 직원들이 초스피드로 반응한다.
“누구보고 너…래…”
박정구의 말이 자기도 모르게 살짝 더듬어졌다.
조금 전까지 나만 바라보고 있던 박정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고현석에게로 꽂혔다.
고현욱과는 달리, 고현석과 고현민은 아직 대중에게 많이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다.
거기다가 마스크까지 끼고 있는 상태.
내 유튜브 카메라에 얼굴이 담길까 봐 일부러 마스크를 벗고 있지 않던 고현석이다.
‘고현석과 퍼플 마스크의 회동 현장을 덮친다’는 콘셉트로 난입한 게 아닌 게 분명하다.
박정구는 고현석의 정체를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이미 종업원한테 명령하는 포스를 보고 뭔가 심상찮은 인물이라는 걸 눈치챈 건 분명해 보였다.
“너 박정구지. 막장 쓰레기 유튜버 새끼.”
“저, 지금 이거 녹화되고 있어요. 말은 좀 조심하시는 게? 공연성 성립되니까, 저 너무 심하게 욕하면 모욕죄 갑니다? 금융치료 아시죠?”
박정구가 깐죽거리며 위협했다.
그러니까, 위협의 의도를 가진 멘트를 쳤다.
“흐흐.”
‘금융치료’라는 말에 고현석이 웃음을 흘렸다.
고현석에게 모욕죄 고소가 금융치료 효과를 가지려면 도대체 어느 정도 금액이 나와야 하는 거야.
‘어차피 맨날 욕설 난무하는 방송 만드는 박정구한테 육두문자 좀 썼다고 벌금 많이 나오기도 힘들 거 같긴 한데.’
그런 거야 지금 아무려면 어떤가 싶다.
“하아.”
고현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키는 별로 크지 않지만, 오늘따라 고현석의 덩치가 실제보다 훨씬 커보였다.
그의 등빨은, 나에게 다음과 같은 믿음과 확신을 주는 것이었다.
‘아. 나는 이제부터 가만히만 있어도 영상 하나 예술로 건지겠구나.’
내 카메라 상태만 잘 체크하고 있으면 될 거 같다.
“너네가 지금 어떤 자리를 기어 들어온 줄 아냐?”
“어떤 자린데?”
박정구가 물었다.
– 휙!
둘의 대화가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든 녀석이 고현석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그 순간, 고현석은 번개같이 움직였다.
– 쨍그랑! 와장창! 파삿!
순식간에 세 개의 물건이 박살났다.
하나는 카메라.
그리고 고현석이 카메라를 잡아채는 바람에 카메라맨이 쓰고 있던 안경이 딸려 나와 같이 박살.
하지만 깨지면 더 살벌한 게 있었다.
VIP룸 안에 있던 초호화 거울이었다.
“아니, 이게 얼마인…”
박정구가 박살난 카메라를 가리키며 외치려다가 입을 닫았다.
카메라보다도, 카메라에 맞고 산산조각난 거울의 포스가 더 엄청나다는 건 문외한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
안경을 잃어버린 카메라맨도, 순간 얼어붙었다.
“…”
순간 VIP룸 안에 정적이 흘렀다.
깨진 거울을 보던 박정구의 시선이 무심코 이동한 곳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무작정 열고 들어온 출입문.
세 개의 물건이 박살나면서, 그야말로 엄청난 소리가 났다.
이 정도면 VIP룸으로 오는 복도 너머의 일반 테이블 손님들에게까지 소리가 들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왜 아무도 안 와?”
박정구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보통의 경우라면 이 정도 소란이 나면 종업원들이 튀어 들어 와야 정상이지.
그런데 문밖에서는 쥐 죽은 듯,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분명히 고현석에게 내쫓긴 남자 직원들이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을 텐데도 말이다.
“어, 음…”
박정구도 눈치는 있는 모양이다.
아까 고현석의 ‘나가’에 끽소리 없이 반응하던 종업원들의 모습.
그리고 이 정도 난리를 냈는데 아무도 와서 보지 않는 데서 느껴진 위화감.
사실 박정구가 신경 써야 할 상대는 내가 아니라 고현석이라는 사실이라는 촉을 느낀 것이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으니까.”
고현석이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서, 박살난 안경을 주워서 만지작거리는 카메라맨에게 시선을 주었다.
“야. 돼지 색히.”
“…”
카메라맨이 순간 흠칫했다.
“카메라에서 메모리카드 빼서 책상에 올려.”
“…”
카메라맨은 이미 이 분위기에 위축될 대로 위축된 게 눈으로 보였다.
그는 재빨리 박정구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할지 눈으로 물어보는 것이다.
“…”
하지만 고현석의 기세에 눌렸는지, 박정구도 잽싸게 ‘말 듣지 마!’라고 외치지 못했다.
항상 먼저 선을 넘는 건 박정구라서 이런 상황에 역으로 당하니 당황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박정구 같은 캐릭터를 완전히 기를 죽일 정도로 고현석의 살기가 세서일까.
어쨌든, 지금 이 순간만큼은 고현석의 기에 박정구가 눌린 건 틀림없어 보인다.
“변사체 될지 모르는 새끼 눈치는 왜 봐. 메모리카드 빼서 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