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68)
설명할 때의 문구도 좋았지만, 호화로운 빌딩의 초고층에서 연회를 열 수 있는 알 하즈리의 말이니, 신뢰가 가지 않을 리가 없다.
“좋아요. 이쯤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니, 식사를 시작해 볼까요?”
“네!”
알 하즈리의 제안에 흔쾌히 승락했다.
지금까지 이야기가 흘러간 걸 보면, 밥 정도는 아주 맛있게 얻어 먹어도 부담 없을 정도로 협상이 잘될 거 같다.
– 짝짝.
박수소리와 함께, 연회석의 문이 열렸다.
“우앗.”
나와 범수는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음식을 한 가지씩 놔주는 코스면, 그냥 얌전히 앉아 있다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접시를 찍으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1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일제히 음식을 들고 나타났으니까.
“카타르에서는 코스보다는 한 번에 차려먹는 걸 선호합니다.”
한상근이 와서 귀뜸을 해주었다.
“그렇군요. 대단한걸.”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일제히 상을 차리고 있는 모습 자체가 장관이었다.
사람들이 접시를 갖고 한꺼번에 방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것부터가 영상감.
‘이건 진짜 영화에서 보던 술탄의 식탁이 차려지던 장면 같은걸.’
“현준아. 그런데.”
잠깐 어수선한 틈을 타서, 희연이 나에게 와서 귓속말을 했다.
“응. 희연아.”
“저쪽에서는 저렇게 러브콜을 하는데, 우리도 좀 생각해 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
“어떤 거?”
“너 그때 생각해 둔 거 있다며? 우리 영상이 이슬람권에 어필할 수 있는 전략.”
“아. 그거.”
“그래!”
희연이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거 봐. 이거 봐. 이럴 줄 알았어. 너 그때 생각해둔 거 없으면서 둘러댄 거지?”
“아냐. 있는데.”
“있어?”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잠깐 희연의 얼굴이 펴졌다.
“응. 그런데, 있으면서 없어.”
“뭐야?”
다시 희연의 얼굴이 찌푸러졌다.
“뭔 개똥 같은 소리야, 그게.”
희연이 말했다.
“하하하. 아직 모르겠어? 알 하즈리 씨 말 듣고도?”
내가 되물었다.
“응?”
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자. 그럼 식사를 시작할까요.”
알 하즈리가 웃으며 말했다.
순식간에 테이블 하나가 꽉 찼다.
10명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5명이 앉았다.
그런데 테이블은 음식으로 꽉 찼다.
이것도 플렉스잖아.
“저희는 전채, 본 요리, 후식을 구태여 구분하지 않습니다. 손이 가는 것부터 맛보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이건 카타르식이고, 이건 터키식입니다. 그리고 이건 요르단식…”
이렇게 설명을 해 주는데, 우리는 잘 구별을 못하겠는 것.
우리 눈에는 비슷해 보였다.
“하하하. 아무래도 카타르식은 공부를 좀 해야겠습니다. 죄송해요. 익숙하지 않아서.”
내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 그렇죠. 우리도 가끔 한식하고 중식, 일식이 잘 구별 안 될 때 있습니다.”
알 하즈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마침 생각난 듯이 말했다.
“아. 다른 곳에서 먹기 힘든 재료가 궁금하시면, 저걸 드셔보시죠.”
“저게 뭔데요?”
“낙타고기입니다.”
“허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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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고기라고 했지만, ‘샤슬릭’처럼 꼬치구이로 만들어 놓아서, 고기의 특징을 가늠할 수는 없었다.
“한국에선 낙타고기 잘 안 먹지요?”
알 하즈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 그렇겠죠? 한국에는 낙타가 없거든요.”
희연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그런가요.”
알 하즈리가 껄껄 웃었다.
“야. 그래도 너무 그렇게 반응하지 마. 남의 나라 음식 문화에 예의가 아닌 거 같다.”
내가 희연에게 속삭였다.
“그, 그런가?”
희연도 내 말을 듣고 퍼뜩 깨달았는지,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건 낙타 중에서도 어린 낙타의 고기입니다.”
“아. 그러면 좀 먹기가 쉽나요?”
“괜찮다면 제가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한상근이 영어로 알 하즈리에게 물었다.
“오. 그럼요.”
알 하즈리가 반가워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양꼬치도 대부분 어린 양으로 만들어요.”
한상근이 설명했다.
“그렇구나.”
“송아지 요리도 그렇고. 어린 고기로 만들면 특유의 향은 약해지고, 육질은 연해지고. 고급 요리가 되는 거죠.”
한상근이 웃으면서 설명을 끝내자, 범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 그 얘기는, 한번 먹어보라는 거죠?”
“네. 요즘 한국에서 양꼬치 인기 많은데, 어린 고기로 꼬치 만드니까 거부감 없잖아요? 아마 꼬치가 아니고 스테이크였으면 유행 안 했겠죠.”
“그렇죠.”
수긍이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꼬치 요리로 나왔을 때 한번 드셔보세요. 게다가 최상급으로 요리된 거예요. 낙타고기 처음 먹어보기 가장 좋은 기회일 거예요.”
“우우. 이 통역사님 설득 무지 잘하시네.”
범수가 중얼거렸다.
근데 맞는 말이긴 했다.
“몇 년 전에는 메르스 때문에 낙타 고기 못 권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으니까요.”
“아, 맞다. 메르스. 크크크.”
우리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코로나의 시대에 ‘메르스’의 이름을 들으니 뭔가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것만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덜 익혔을 때 감염 위험이 있다지만, 이건 일류 요리사가 최고의 기술로 구웠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한상근 통역사가 웃으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하하. 네.”
한상근이 웃는 얼굴로 알 하즈리를 보았다.
자기 설명이 다 끝났다는 사인이었다.
‘내가 다 설득시켰음’이라는 사인으로도 느껴졌지만.
“양고기, 쇠고기, 낙타고기가 섞여 있습니다. 여러 가지 맛보시지요.”
알 하즈리가 웃으면서 꼬치가 있는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꼬치가 식지 않도록 밑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그 말은, 이 요리부터 먹는 게 낫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불 위의 요리는 식지는 않아도 건조해지기 마련이니까.
“좋아. 먹방이다. 마침 호스트도 이해해주는 거 같으니.”
내가 이렇게 선언했다.
“크웃.”
범수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카타르 정찬 시식해 보는 콘셉트로 찍어 보면 카타르 사람들도 좋아할 거 같아요. 일단 오늘 회담 기념으로 그렇게 영상 찍어 올려볼게요.”
“오. 좋네요.”
알 하즈리가 솔깃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이 한국 음식 즐기는 영상 보는 거 좋아하거든요. 영국 남자나 브라질 여자들이 짜장면이나 삼겹살 먹는 영상 인기 많아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하. 하기야 그런 영상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좋아할 거 같네요. 외국 사람이 자기 나라 음식 즐기는 광경은 누구한테나 신기할 테니까.”
“네. 맞아요.”
“흠.”
알 하즈리가 풍성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 건 TV에서는 볼 수 없는 콘텐츠인데, 한국에는 있나요? 드라마하고는 또 다른 거 같은데.”
“아니요. TV에서보다 유튜브에서 많이 하는 콘텐츠예요. 원래 한국이 ‘두 유 노 김치?’로 유명하잖아요. 음식뿐 아니라 음악이든 춤이든 우리나라 문화 남들이 좋아하는 거 보면 한국 사람은 많이 재밌어하고 흐뭇해하거든요.”
내 말을 옮기면서 한상근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그렇군요. 그런데 그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 같은 큰 나라를 제외하면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다 비슷할 거예요. 외국인이 자기 문화 좋아하는 모습 보면 흐뭇하죠.”
“맞아요.”
희연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한국 유튜브에는 재미있는 기획이 많은 거 같군요. TV 프로그램하고는 전혀 다른.”
맞는 말이긴 하다.
개인이나 작은 스튜디오가 만드는 영상하고, 거대한 방송국이 만드는 영상의 성격 자체가 다르니까.
게다가, 대중들의 트렌드는 확실히 유튜브 영상 장르 쪽으로 옮겨 오고 있다.
한국은 그게 꾸준히 진행되어 온 현상이다.
하지만 아직 TV가 주류인 미디어 시장 상태에 머물러 있는 국가들에게는, 오히려 자잘한 유튜브 콘텐츠들이 상당한 혁신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카타르에는 그런 거 없나요?”
나는 알 하즈리와 한상근에게 확인하듯이 물었다.
“카타르뿐 아니라 아랍권 자체가 개인들이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기획 자체가 별로 없어요.”
알 하즈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얘기는, 정말 유튜브 콘텐츠의 블루오션이라는 말이군.’
내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가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서양권 콘텐츠하고도 확실히 좀 다른 느낌이더군요.”
“네. 확실히, 한국 유튜브 콘텐츠가 아랍권뿐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 수출할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여기까지 말한 다음, 우리는 1인칭으로 카타르식으로 요리된 꼬치구이들을 맛보는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아직 저희 얼굴은 유튜브로 공개를 하지 않고 있어서요.”
나는 이렇게 양해를 구했다.
외국인한테 자기 나라 요리 체험시키는 영상은 카메라 초점을 사람한테 맞추는 게 일반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네. 좋을 대로 하십시오.”
알 하즈리의 말을 듣고, 범수와 내가 얼굴을 마주보았다.
“누가 먼저 먹어볼 거냐?”
“가위바위보 할까?”
내 말에 범수가 되물었다.
“크읔. 야. 우리끼리면 그래도 되는데, 대접한 사람 앞에 두고서 벌칙이라도 하는 거처럼 가위바위보를 하면 실례 아니겠냐.”
“웃. 그런가.”
“희연아. 너는 안 먹을 거지? 너 양꼬치는 먹냐?”
내가 조심스럽게 희연에게 물었다.
“양꼬치는 환장하지.”
“크크크. 그렇군. 그럼 양꼬치 먹어.”
이렇게 말하고, 내가 한상근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 맨 오른쪽에 있는 게 양꼬치예요. 여기도 중국식 양꼬치랑 비슷한 향신료 써요. 안심하고 드세요.”
“크웃.”
그 말을 들은 희연의 반응이 이상했다.
“왜?”
“아니. 내가.”
희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응.”
“저분 말에 설득당해버렸다.”
“으잉?”
“나 양꼬치 먹을 때도 그렇게 시작했어.”
“으엉?”
범수도 내 ‘으잉?’에 동참했다.
“그 얘기는….”
“사실 양고기도 처음에 어떻게 먹냐 그랬거든. 게다가 양꼬치에 쓰이는 양들이 어린 양이라는 거 알고 있었어.”
“음.”
“그런데 낙타도 똑같이 설명을 하니 안 먹는 게 좀 말이 안 되는 거 같아.”
“헉.”
갑자기 희연에 대한 존경심이 샘솟았다.
이거 지금 먹겠다는 거잖아.
범수와 나는 당연히 희연은 안 먹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는 얼굴 나와도 되잖아. 너네는 1인칭으로 먹방 찍고, 나는 그냥 내가 먹는 얼굴 찍을래.”
“엇. 진짜네.”
나와 범수는 아직 얼굴 공개가 안 됐지만, ‘연님’인 희연은 다르다.
“게다가 브라질 여자애가 우리나라 짜장면 먹는 영상 좋더라고. 나도 그런 거 찍어 보고 싶었어.”
희연이 말했다.
“얘는 안 그래도 될 거 같은 애가 희한하게 먹방에 욕심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