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18)
이야기가 시원시원하게 진행되는걸?
“여기, 계약서입니다.”
이승준이 드디어 계약서를 준비해서 펜 과 함께 내 앞에 놓아주었다.
“계약금은 얼마 거시겠습니까?”
“음. 최소 얼마부터 걸 수 있죠?”
내가 묻자, 이승준이 대답했다.
“원래는 차량가의 10퍼센트가 원칙입니다만, 요즘 자동차 시장은 고객 편의를 위해서 덜 딱딱하게 적용합니다.”
“휘유. 10퍼센트면 2300만 원이잖아…”
희연이 중얼거렸다.
“네. 그런데, 이런 경우는 그냥 1000만 원부터 계약금 거셔도 되는 걸로 합니다. 1억짜리 차는 500만 원, 2억넘는 차는 1000만 원. 이렇게 최소 계약금이 걸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승준의 친절한 설명.
“흠. 좋아요. 그럼 1000만 원 걸게요.”
이렇게 말하고, 나는 눈으로 계약서에서 계좌번호가 써 있는지 찾았다.
“야. 너 완전 로또 당첨자처럼 굴더니, 이번에는 2300 다 안 넣고 1000만 원에 타협하는구나?”
범수가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응. 아직 나 폰 뱅킹 1000만 원이 한도야. 잘 됐지 뭐야.”
고현욱에게 용돈조로 큰 돈을 받았지만, 아직 폰 뱅킹 한도는 못 건드렸다.
“어. 이 대리. 잘 안내해 드렸어?”
“엇. 네.”
이승준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상담실 문 쪽을 봤다.
거기에는 놀랍게도, 우리의 전 담당 딜러가 웃으면서 서 있었다.
아니, 당신이 왜 다시 얼굴 두껍게 웃으면서 등장하는 건데.
“어? 아저씨 무슨 일이세요?”
“아. 이 사람은 제 부하 직원이라서요. 제가 계속 담당해 드리기로 하고 잠깐 응대해 드리라고 보낸 겁니다. 하하. 아까는 죄송합니다. 다른 걸린 업무가 있어서. 그거 잽싸게 처리하고 왔습니다.”
거짓말이다.
내 앞에 있는 이승준의 얼굴만 봐도 안다.
이승준이 나가서 시승 가능한지 물어보는 바람에 이 인간이 내가 계약한다는 걸 알고 다시 가로채러 온 거다.
진짜 얼굴 두껍군.
“하하…”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음을 흘렸다.
구독자 3333명
뻔뻔한 인간.
그런데 웃기는 사실은, 아직 이 뻔뻔한 딜러의 이름도 모른다는 것.
“…”
나는 희연과 범수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희연과 범수가 각각 나를 보고 씨익 웃었다.
‘척하면 척이군. 역시 내 동료들이다.’
희연과 범수는 내가 눈으로 신호를 주기 전에 이미 각자의 핸드폰으로 다시 녹화를 시작한 것이다.
벌써 동료들에 대한 신뢰가 쌓이다니, 기분 좋은 대목이다.
어쨌든,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나야 하는 상황인데 전혀 화가 안 난다.
왜?
똘아이 하나가 자꾸 대박 콘텐츠를 만들어주려고 덤벼대는데 유튜버로서 기쁜 마음이 안 들 수가 있나.
“저기요. 누구세요?”
공격의 포문을 연 건 희연이 먼저였다.
“네? 저 모르세요? 하하. 조금 전에 보셨으면서.”
딜러의 태도는 확실히 180도 달라져 있었다.
구매 고객과 비구매 고객에게 보이는 태도가 저렇게 다를 수가 있나.
거의 뒤통수에 얼굴 하나 더 달고 있다가 목을 꺾어서 내미는 수준이다.
“저희가 어떻게 알아요? 명함도 못 받았는데.”
내가 희연의 말을 받았다.
“아. 아까는 제가 급한 일 하다가 명함을 안 갖고 와 가지고.”
이렇게 말하며 그 딜러가 드디어! 자신의 명함을 돌렸다.
– P자동차 청담 전시장 전용호 부장
부장이시군.
대리하고 직급 차이가 많이 나니까, 지금 고객 눈앞에서 이런 부조리의 현장을 연출할 용기가 나는 것이다.
상대는 젊은 신입사원. 보는 눈은 20대 초반의 대학생 3명.
자기 딴에는 한없이 만만해 보이는 상대들이겠지.
이승준 대리가 감히 저항 못 할 거라는 확신이 있을 거고.
“저기요. 지금 저희는 이분하고 계약하고 있는 겁니다. 이승준 대리님하고요.”
내가 전용호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고 엄중하게 말했다.
“아. 그러니까, 이 대리하고 계약하시는 게 저하고 계약하시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전용호는 힐끔 이승준 대리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 짧은 눈짓에서도 위협의 기운이 느껴졌다.
‘내가 처음 받은 손님이니까 채어가지 마라? 내가 나중에 수당 3분의 1 정도 떼어줄 테니까.’
전용호의 시선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죠?”
범수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원래 고객은 처음 받은 딜러가 계속 담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걸 바꾸는 건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서요. 아니,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딜러 바꿔 달라고 할 때 그런 얘기를 하시지?”
“아. 그때는 화가 많이 나신 것 같길래, 그냥 제 부하 직원을 보내서 계속 응대를 해 드리려고 했던 거죠. 어차피 담당이 저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뀐 건 아닙니다. 일단 고객이 화가 났으면 그걸 요령 있게 식히는 것도 제 업무 중 하나라서요.”
“하.”
청산유수다. 거짓말에 아주 소질 있는 인간이네.
“…”
나는 이승준의 얼굴을 확인했다.
표정이 완전히 썩었다.
하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 차마 전용호의 말에 토를 달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었다.
– 웃기지 마라! 아까는 나보고 똥치우라고 등떠밀어 보내더니, 차 구매할 거 같으니까 도로 담당하겠다고 오냐?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건 그로서는 무리일까.
‘원래 자동차 딜러들은 전시장에 직원처럼 속해 있어도 다 개인사업자들이라던데… 이렇게 자기 실적을 두 눈 뜨고 뺐겨도 되는 건가? 힘을 좀 내 보죠. 이런 부조리한 일을 순순하게 당한다고?’
나는 속으로 그에게 텔레파시를 쐈다.
하지만 이승준은 살짝 입술을 달싹이다가, 포기한 듯 다시 고개를 숙였다.
뭐. 어차피 나한테 텔레파시 능력 같은 건 없으니까.
‘안 되겠군. 이승준 스스로는 해결을 못 하겠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순간 이승준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전용호를 받아버렸으면 완전 더 대박인 유튜브 콘텐츠의 탄생인데.
아니. 너무 극적이라 시청자들이 조작이라고 하려나.
“으흠. 좀 말이 안 되는 게 있거든요.”
이승준의 반응을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내가 말을 이었다.
“뭐가요?”
“저희가 조금 전에, 계약하는 과정하고, 시승 과정을 다 촬영해서 유튜브로 쓴다고 했거든요.”
“아. 그러셨군요.”
전용호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태도로 봐서는 전용호 자신도 같은 요구에 선뜻 허락을 할 기세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고.
“저. 지금 말씀하신대로 저희 담당 딜러가 이승준 대리님이 아니고 김용호 님이면 말이죠.”
나는 일부러 ‘부장’이란 말 빼고 그를 지칭했다.
“네.”
“그러면 그걸 어떻게 혼자 결정해서 허락을 해 줬을까요. 그거 결정할 권한은 담당 딜러에게 있을 텐데요. 왜 부장님한테 안 물어봤죠?”
“아. 그건 아마… 저한테 물어도 제가 허락할 게 뻔해서 그런 겁니다. 그렇지? 이 대리?”
“…”
이승준은 전용호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도 아직 완전히 전용호의 횡포에 굴복하지는 않은 것이다.
“풋. 그래요?”
나는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 계약 과정, 그리고 시승 과정을 다 촬영해서 올려도 되는 거죠?”
“그럼요. 계약만 하신다면야.”
“계약은 하지요.”
“아, 네. 그러면…”
이렇게 말하면서, 전용호는 자신의 서류철에서 계약서 양식을 꺼내서 책상에 내밀었다.
“어. 조금 전에 계약서 용지는 이 대리님께서 미리 주셨는데요.”
“아. 이걸로 하시면 됩니다.”
전용호가 내민 계약서를 보니, 거기에는 ‘담당 – 전용호’라고 써 있었다.
아예 자기 걸로 빼앗을 생각이군.
“저기요. 아무리 봐도 도저히 아닌 거 같아요.”
내가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네?”
전용호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계약서도 아예 다른 걸 내밀면, 이건 너무 뻔하잖아요. 이승준 대리 담당으로 성사되는 계약서에 본인 이름 적인 계약서를 내밀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하하하.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그러면 지금 이 대리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하아…”
이런데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 대리가 이제는 한심하게까지 느껴졌다.
솔직히 아까 들은 게 있잖아. 실적 못 올려서 물러설 데가 없다면서.
그럼 지금 계약 이 인간한테 얼렁뚱땅 빼앗기면 실적 미달로 쫓겨나게 될 텐데.
나 같으면 지금 받아버린다. 어차피 쫓겨 날 거 받아버리고 쫓겨나지?
“…”
하지만 이 대리는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 너무너무 억울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표정에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면서 말이다.
“좋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 부장님의 동의도 확실히 얻었으니까. 계약의 전 과정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겠습니다.”
내가 결심한 듯 선언했다.
“네. 그럼 지금부터 촬영을…”
전용호가 웃으면서 대답하는 걸, 끊어비리고 내가 말을 이었다.
“아니요. 이미 촬영은 진행되고 있었어요. 아까 이승준 대리님이 촬영 시작하는 거 동의하셨거든요.”
내가 강하게 말했다.
“…?”
놀란 표정을 짓는 것은 이승준이었다.
사실 아까 촬영 시작하겠다고 이승준한테 동의 같은 걸 받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재빨리 눈짓하는 걸 보고, 이승준이 입을 다물었다.
“아. 그, 그랬었군요.”
“네. 제가 보기에는 이것도 계약 과정이라서요. 그런데… 정말 ‘아무나 못 겪어 보는’ 계약 과정이네요. 딜러가 중간에 바뀌고… 거기다가 딜러가 바뀐 줄 알고 계약하려고 했더니 또 전의 딜러가 달려와서 딜러 안 바뀌었다고 그러고.”
“풋. 진짜네.”
내 말을 듣고 범수가 웃었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전용호에게 친절하게 말했다.
“저희 채널 컨셉이 ‘아무나 못 해보는 일’이거든요.”
“아…”
전용호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이승준과 첫인사를 하고, 그리고 이승준이 자신을 우리 담당이라고 소개하고 앞으로 촬영에 동의한다고 하는 과정은 사실 촬영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내 눈짓을 본 이승준이 내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래서 전용호는 지금 이미 카메라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쉬지 않고 돌고 있었던 걸로 알 수밖에.
그러면 당연히 곤란하겠지.
어린 딜러와 어린 학생들 앞이라고 아무도 안 믿을 뻔뻔한 거짓말을 던지며 계약을 가로채려고 한 전용호다.
그런데 그게 유튜브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진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지.
“…”
전용호도 이번만큼은 우물거렸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짱구를 열심히 굴리고 있는 것이리라.
“아. 그럼 죄송한데, 앞의 부분은 지워주시면 안 될까요?”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고작 생각해 낸 요구가 이거다.
“무슨 앞부분이요?”
“그러니까… 저하고 계약하시는 거니까, 이승준 대리가 나오는 부분을 지우면 말입니다. 그러니까 딱 지금부터 찍은 부분을 올리시는 거죠. 제가 계약 과정 상세하게 설명해서 영상 좋게 나오도록 협조 잘 하겠습니다.”
“싫은데요.”
내가 한칼에 잘랐다.
“네?”
“싫다고요. 아까 분명히 동의 구하고 계약 과정이라고 찍기 시작했는데 누가 그거 지우라고 하면 짜증나죠?”
내가 답했다.
“…”
희연과 범수가 웃으면서 나와 전용호의 대화를 구경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무기로 전용호를 찌를지 그들도 다 파악한 것이다.
“저희 컨셉은 ‘아무나 못 하는 일’ 컨셉이라서요. 오히려 지금까지 연출된 상황이 더 어울리는 분량이에요. 계약 과정 상세하게 설명해주셔 봐야, 저희 컨셉하고는 안 어울립니다.”
“…”
전용호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저희는 말 바뀌는 거 되게 싫어해요. 벌써 딜러가 바뀌었다고 했다가, 안 바뀐 거라고 했다가. 말이 수없이 바뀌었고요. 거기다가 또 촬영 이미 시작한 걸 또 약속과 달리 자르라고 하고. 이러면 저희가 신뢰를 가질 수가 없죠?”
“그러면…”
“조금 전에 나눈 부분까지 올리는 거 동의 못하시면, 계약 없었던 걸로 하겠습니다. 저희도 조건을 걸고 계약 얘기 했던 거니까요.”
“…그래도 아까 그 부분은 곤란합니다.”
전용호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왜요? 부하직원한테 갑질하는 내용, 고객한테 거짓말하는 내용이라서요?”
범수가 던졌다.
헉. 저 멘트는 너무 센데.
“뭐, 뭐?”
전용호가 뭐라고 대응하려는데, 이승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부장님.”
“응? 왜.”
이승준을 무시하는 태도가 이 한마디 대답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 계약, 그냥 제가 하겠습니다. 부장님 걱정하시는 건 제가 고객들께 잘 부탁드려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