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th generation tycoon YouTuber RAW novel - Chapter (4)
나는 머리를 긁으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자기 엄마로부터 남편을 빼앗아간 자의 자식.
그들에게 나는 그런 존재다.
“…왜 나한테 난리야.”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건물을 나서는데, 고현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준아.”
“어, 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이거, 그래도 불렀는데 교통비는 줘야지.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라.”
고현욱이 이런 건 잘한다.
지금 여기에서 이런 푼돈이 들어있는 봉투를 주면, 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겠지?
그러면 정작 더 큰 돈이 걸려 있는 협상에서 내가 좀 더 우호적이 된다.
그러면 이 돈 봉투 안에 있는 금액보다 훨씬 더 큰 금전적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감사해요. 이런 걸…”
“아니야. 그래도 상속 준비하려면 너도 이것저것 준비할 게 있을 텐데. 이걸로 해라. 아까 얘기 나눈 거, 꼭 현명하게 잘 생각해 주고.”
이렇게 말하고 고현욱은 걸음을 돌려 집무실로 돌아갔다.
‘흥. 이런 걸로 사람 마음을 사려고… 너무 수가 얄팍하잖아?’
이렇게 중얼거리며 봉투를 열어보았다.
“어이쿠!”
나도 모르게 감탄이 터졌다.
사람의 마음을 사지 못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다.
* * *
“너 그거 웬 거냐?”
“아, 이거 오는 길에 남대문 들려서 샀어요.”
내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소니 FX9과 몇 가지 촬영 장비였다.
하이엔드 캠코더라, 포장부터가 엄청났다.
잔소리가 터질 게 뻔했지만 숨길 엄두를 못 낸 이유다.
“아니, 돈 생겼다고 뭐 벌써부터 그런 걸 사? 그거 얼마니?”
L그룹으로부터 몇 년 동안 쪼들렸던 엄마가 울상을 지었다.
외모와 연기력을 써먹을 수 없는, 강제 은퇴당한 경력단절녀 우리 엄마.
몇 년 동안 일용직을 전전해야 했던 그녀니, 큰돈 쓰는 거에 자연스럽게 손을 벌벌 떠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150만 원 정도 줬어요.”
“어머! 어머! 얘가 미쳤나 봐!”
사실 FX9은 인터넷 최저가가 1600만 원이고, 나는 남대문에서 당일치기로 사느라고 1700만 원 줬다.
옆에 있는 악세사리까지 포함하면 1800만 원 정도 썼다.
그러니까, 나는 카메라 금액을 10분의 1 이하로 줄여서 말한 것이다.
게임기 산 거 마누라한테 보고하는 한국 남편 같구만.
“이거 못 무르냐? 너 돈 생겼다고 갑자기 그렇게 낭비하고 그럼 안 돼! 얘가 왜 이래, 진짜.”
“엄마. 잠깐 들어와 봐요.”
나는 엄마의 손을 이끌고 정원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 왔다.
“얘는. 왜 안 하던 손을 잡고 그러니.”
* * *
“후우우우…”
십 분 후, 우황청심환을 먹은 엄마가 한숨을 크게 쉬었다.
“확실한 거지? 나중에 저쪽에서 막 이상하게 계산해서 돈 안 줄 가능성은 없고?”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만약 줄인다고 해도… 어쨌든 우리가 예상했던 금액보다는 0이 두 개 많으니까.”
그렇다.
우리는 속으로 ‘그래도 대기업 사람들이니까 2~30억은 주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그 정도면 감지덕지라는 생각도 있었고.
“그래도… 돈은 받기 전에는 몰라. 무슨 수를 쓸지 모르니까. 아직은 아껴 써라.”
“응. 알았어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그렇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응. 그럴까? 그런데 오늘 돈 많이 썼잖니. 150만 원이나…”
“어휴! 지금 150만 원이 돈인 줄 알아? 초밥 먹으러 가요!”
“초밥?”
“응. 오마카세로. 일인분에 20만 원 넘는 데로 갑시다!”
나는 일부러 세게 불렀다.
돈 쓰는 거라면 벌벌 떠는 엄마한 테 이 정도로는 세게 불러 놔야, 한 사람 10만 원짜리 호텔 뷔페라도 가겠지.
그런데, 엄마의 반응이 이상하다?
“어, 너 오마카세 아는구나. 먹고 싶니?”
“응? 응. 그래요.”
“그래. 그러면 가자. 안 그래도 마침 어제 오픈한 집이 있는데,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인이 하는 집이야.”
“응? 그런 집은 오늘 못 가요. 오마카세 잘 나가는 집은 예약해야 돼…”
“아니야. 내가 전화해 볼게.”
엄마가 약간 머뭇거리더니, 휴대폰을 걸어 전화했다.
“네. 여보세요? 장혜민이에요. 네. 안녕하셨어요. 네. 오늘 아들하고 좋은 일이 있어서 가 보려고 하는데 혹시…”
안 될 텐데… 가게에 대한 엄마의 말이 맞다면 그런 데는 예약이…
“네. 감사합니다. 네. 그럼 바로 출발해야겠네요.”
“응?”
나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됐다고?
“스시 유민혁이라고, Z호텔 유민혁 셰프가 나와서 차린 곳이야.”
“어. 나 그 사람 이름 들어본 거 같은데.”
“응. 유명한 사람이야.”
나는 재빨리 유튜브 앱을 실행했다.
잘나가는 스시집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으면 요즘에는 유튜브가 최고니까.
‘스시 유민혁’은 아직 안 뜨네…
대신 ‘유민혁’이라는 셰프가 있는 다른 스시집은 엄청 많이 나왔다.
“이게 옮기기 전이구나.”
동영상을 하나 선택해서 보니, 스시집 리뷰 유튜버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유민혁 셰프가 드디어 독립을 하는데, 거기 예약이 얼마나 힘들까요. 되는 대로 가보고 영상 올리겠습니다.”
“…”
나는 다시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아니, 이걸 어떻게 예약을 한 거야?
나는 그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달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 저는 오늘 엄마하고 스시 유민혁 방문합니다. 기대 되네요.
그런데, 이 댓글을 달고 휴대폰을 닫으려는 찰나, 알림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응?”
나는 이제 그 알림이 무엇을 뜻하는지 안다.
“어라? 구독자 10명?”
어느새 10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구독자 88명
– 딩동. 딩동.
엄마와 택시를 타고 ‘스시 유민혁’으로 이동하는 동안, 내 휴대폰에서는 이따금 알림 소리가 울렸다.
“뭐지? 구독자가 이렇게 늘어나는 거야?”
하지만 정작 유튜브 앱을 열어보니, 구독 알림보다 더 많은 건 아까 내가 썼든 댓글에 대한 대댓글 알림이었다.
– 능력자시네. 거길 어떻게 예약하셨대?
– 거기를? 초밥 업계에 있는 사람인가. 오픈하고 며칠 동안은 지인이나 업계 종사자 초대한다고 했는데.
– 채널 가 보니까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허풍 떤 거 아냐?
엇. 예상치 못했던 댓글이었다.
– 아무래도 뻥인 거 같아. 인증 꼭 해 봐요. 일단 팔로우해 둘 테니까.
“엄마. 유민혁 셰프 아는 사람이에요?”
나는 택시 옆자리에 타고 있는 엄마에게 물었다.
“응. 아마 너도 가서 얼굴 보면 알 거야.”
“엇. 그래요?”
“응. 옛날이라 기억 못하는구나.”
“…”
나는 더욱 궁금증이 커졌다. 유튜브에서의 반응을 보면, 대단한 셰프인 것 같긴 한데.
“어서 오세요. 오랜만입니다.”
유민혁 셰프의 얼굴은 아까 검색해 둔 영상에서 보고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네. 예약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을. 제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대?
“저… 제 아들입니다.”
“아. 벌써 이렇게 컸군요! 나 알아보겠어요?”
유민혁 셰프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어. 죄송합니다. 잘…”
하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니 영상에서 볼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게 있었다.
‘어. 그러고 보면 낯이 익은 거 같기도 하고.’
“옛날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니었나요? 그때는 정말 어렸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키도 크고…”
유민혁 셰프가 잠깐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
“어머니 닮아서 너무 미남이네!”
어라?
이렇게 말하는 유민혁 셰프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기까지 했다.
이 사람 혹시…
“난 어머니 데뷔작부터 엄청난 팬이었어요. 진짜 우리나라 연예계를 완전히 들었다 놓을 줄 알았는데. 빨리 은퇴하셔서 진짜 아타까웠지.”
그렇군. 엄마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잠깐 작품 활동을 할 때 생긴 팬들 몇몇은 아직도 충성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민혁 셰프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이러면 이런 고급 스시집 오픈 초기 손님으로 받아준 것도 이해가 간다.
“여기 앉으세요. 오늘은 제가 아는 셰프들 중심으로 초대해 놨는데, 같은 일 하는 사람이라 예정보다 두 명 늘어나는 건 이해해 주니까요.”
“어머. 너무 죄송해요. 폐 끼친 거 같아서.”
엄마가 말했다.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장혜민 씨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팬심이 아직 안 죽었으니까요!”
유민혁 셰프는 엄마와 비슷한 40대 후반의 나이로 보였다.
그러니까, 2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 갓 데뷔한 20대 초반 초 미녀 배우의 팬이 된 것이다.
그러면 팬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오늘 먹는 거 영상으로 찍어도 될까요?”
나는 아까 인증을 요구하는 유튜브 댓글이 생각나서 물었다.
“어머. 얘는. 그런 거 실례 아니니?”
엄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응. 실례면 안 찍으려고요. 여쭤만 보는 거예요.”
“아. 괜찮아요. 혹시 유튜브 같은 거 하나요?”
“아직은요. 하지만 앞으로 하게 될 거 같아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거짓말이 섞인 대답이었다.
“허락 안 하셔도 돼요.”
엄마가 말했다.
“하하하. 아닙니다. 지금 스시 레스토랑은 유튜버들 아니면 못 살아남아요. 보이는 게 중요한 음식이 초밥이잖아요? 그래서 사실 동영상 찍는 건 저희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마운 일이에요.”
유민혁 셰프가 말했다.
“그런가요?”
엄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네. 하하.”
이렇게 웃은 유 셰프가 나를 보고 말했다.
“찍어도 됩니다. 다만 조건은 있어요.”
“네. 말씀해 주세요.”
내가 고분고분하게 말했다.
“일단, 제 얼굴은 나와도 되는데, 다른 손님들 얼굴은 찍히면 안 돼요.”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가게는 완벽하게 인테리어가 안 끝난 상태예요. 그래서 가게 전경은 아직 유튜브에 공개하고 싶지 않네요. 그러니까 그냥, 다찌(초밥을 올려 놓는 바 같은 테이블)하고 초밥만 나오도록 해주세요. 괜찮을까요?”
“오. 알겠습니다!”
나는 흔쾌히 대답했다.
그리고, 가방에서 FX9을 꺼내서, 삼각대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헉. 이제보니 본격적으로 준비하셨군. 그래…”
유민혁 셰프의 눈이 흔들렸다.
“아, 네. 제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전공이라서요.”
내가 멋쩍은 듯이 웃었다.
“하하. 네. 잘 찍어 주세요. 장비를 보니 신뢰가 생기네요.”
유민혁 셰프가 웃고, 다른 손님들이 있는 다찌로 자리를 옮겼다.
“너무 폐 안 되게 찍어.”
“네. 그래도 이게 하이앤드치고는 자리를 많이 안 차지해서…”
그래도 다음부터는 다찌에 올려놓기 좋은 작은 모델을 사서 갖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내가 앉은 뒷 쪽으로 삼각대를 세워서 다찌 위로 초점을 맞추었다.
“크으! 줌 기능 짱짱하구만. 엄마도 엄청 예쁘게 나와요.”
나는 잠깐 카메라에 엄마 얼굴을 담아 봤다.
“얘는! 아줌마 얼굴 찍지 말아!”
엄마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는 그걸 보고 속이 편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얼굴과 재능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일찍 자신을 ‘아줌마’라고 정의해 버린 엄마.
“아줌마는 무슨 아줌마. 저렇게 골수팬도 있는데!”
내가 이렇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지 마. 부끄러우니까. 얌전히 있어.”
“어휴. 알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