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200
199
부자(2)
문을 열고 들어온 자는 헬캣과 체스.
인기척에 막시멈의 눈빛이 이채를 발했다.
“오호. 이게 누구야~”
새로이 나타난 불청객의 면면을 확인한 막시멈이었다.
즐거운지 아닌지 제대로 읽을 수 없는 표정이 잔뜩 떠올라 있는 막시멈의 얼굴.
반면 헬캣의 얼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딱 질색이라는 저 표정.
마지못해 왔다는 듯한 그런 표정이다.
서로를 부르는 호칭을 봐서는 제법 사이가 돈독한 듯 보이는데.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영 딴판이니 영문을 알 수 없는 체스였다.
-여기는 어째 바뀌는 게 없수?
“클클클. 여기가 바뀔 게 무에가 있냐? 그나저나 우리 할 건 해야지?”
-…… 거 애도 있는데 꼭 해야겠소?
“얼른.”
이것 만큼은 절대 봐줄 수 없다는 듯 강조된 그의 말투.
그의 말투에 너무나도 질색이라는 표정이 역력한 헬캣이었다.
그 사이 막시멈은 헬캣에게 다가가 슬쩍 쭈그려 앉았다.
‘…젠장.’
어금니를 으득 깨무는 헬캣이었다.
“아~ 이거 어쩌나. 너무 간만이라 손이 잘 움직일 지 모르겠네.”
희열에 가득 찬 그의 표정.
그리고 시작되었다.
화려한 움직임을 보이며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손놀림.
샥샥샥-
벅벅벅-
시작되었다.
헬캣의 목 주변을 열심히 긁어대는 막시멈.
그릉그릉그릉-
본능의 발현.
자신도 모르게 그르릉 소리를 내는 헬캣이었다.
이 행위.
이것은 둘 만의 약속.
개구멍을 아무런 제약 없이 이용하는 대신 이런 치욕 아닌 치욕을 허용하게 된 그였다.
“으헤헤헤헤헤헤헤헤헤.”
그르릉- 그르릉-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자.
‘…뭐야 이 둘…’
체스의 눈에 떠오른 감정.
바로 황당함이었다.
****
탁탁-
“아~ 그간의 스트레스가 한 방에 풀리는 것 같네. 역시 이 짜릿한 손맛.”
지극히 만족스러워 보이는 막시멈이었다.
그가 손을 털며 몸을 일으켰다.
반면.
젠장-
그렇게 소리를 낸 자신이 한없이 치욕스러운 듯 고개를 떨구고 있는 헬캣.
“그런데 네가 웬일이냐? 뭐 때문에 여기에 온 거야? 웬만하면 안 넘어오잖냐?”
워낙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녀석이기도 하고.
애초에 환수계에 거의 머물지 않는 녀석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쳇. 볼 일이 있어서 왔지. 영감.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그래? 그럼 그… 설마 하르무 때문인가? 넌 별로 관계가 없지 않냐? 네 녀석에게는 그런 흥미는 전혀 없잖냐?”
-뭐 어쩌다 보니 이래저래 얽혀버려서 그렇수.
“뭐 네 일이야 내 알 바 아니니. 너 알아서 해라. 그런데 한 가지. 네 옆에 녀석. 인간 같은데…?”
호기심이랄까.
이 곳을 이용하는 인간이 손에 꼽을 정도라 아마 그런 것이겠지.
눈을 게슴츠레 뜬 막시멈.
킁킁-
그는 이내 콧구멍을 양껏 벌린 채 체스의 온 몸을 훑기 시작했다.
“뭐… 뭐에요?”
-기다려. 어차피 너에게 해가 되는 인물은 아니니까.
흠칫거리는 체스를 보며 헬캣이 가만 있으라 제지했다.
그의 말에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막시멈의 관찰은 계속 이어졌다.
온 몸이 발가벗겨지는 듯한 느낌.
너무 찝찝하긴 하지만 일단은 기다릴 뿐인 체스였다.
그렇게 한동안 체스의 주위를 맴돌던 막시멈.
“흐음. 이상하네.”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뭐가 이상해? 영감.
“잠깐만.”
체스를 한 번 보고.
고개를 돌려 뒤편에 있는 남자를 또 한 번 보고.
다시 체스를 한 번 보고.
그리고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린 그가 입을 뗐다.
“이놈아. 거기 어두컴컴한 데 있지 말고 이 쪽으로 좀 와봐라. 내가 궁금한 게 있다. 네 냄새가 섞여 있다.”
-응? 누가 있어?
막시멈의 말에 체스와 헬캣도 방의 어두운 쪽으로 고개를 뻗었다.
****
누군가 들어왔다.
‘뭐야. 여기 핫플레이스야? 오늘 따라 방문객이 왜 이리 많아.’
속으로 뭐라 뭐라 투덜거리는 그.
하지만 굳이 자신이 얼굴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괜히 다른 환수들에게 얼굴이 팔려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그가 아닌가.
그는 누군가 문을 열고 오는 소리를 들으며 방 안의 어두컴컴한 곳으로 몸을 살짝 숨겼다.
그렇게 어둠 속에 스르륵 녹아드는 그의 몸.
그 때 들려오는 목소리.
그런데 이상하다.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목소리.
하나는… 헬캣인가?
그렇네.
헬캣 임에 틀림없다.
오고 가고 하는 통에 몇 번 마주친 적은 있다.
한 마디로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저 약간의 거리가 있는 적당한 사이란 말이지.
‘하지만 굳이 친분은 없으니 뭐.’
그런데 유난히 자신의 신경을 툭툭 건드리는 목소리가 하나 더 있다.
나머지 하나는 인간 같은데…
확실히 이상하다.
저 목소리를 어디서 들어 봤더라?
그 목소리가 너무나 낯이 익은 게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옛날에 자주 들어본 듯한 목소리이기도 하고.
희미한 기억 상으로는 말이다.
굳이 콕 집어 이야기하자면 자신이 인. 간. 계.에 있을 때이려나.
그때.
막시멈이 자신을 불렀다.
느낌이 영 좋지 않은데…
뭔가 몹시도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 아닌 느낌.
자신의 육감이 외치고 있었다.
안돼! 나가서는 안 돼!
하지만 목소리가 가진 힘.
그 본능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발을 질질 끌며 앞으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 나가는 그.
그리고 어둠에서부터 빛이 있는 곳으로 그의 몸이 모습을 드러낼 때.
보고야 말았다.
‘쉣!!!!!!’
****
-맞네!
“맞네!”
동시에 터져 나오는 헬캣과 막시멈의 외침.
“달란트. 너… 애가 있었냐?”
그의 이름을 부르며 더듬더듬거리며 말을 하는 막시멈.
전혀 알지 못했다.
이 못난 녀석과 이렇게나 판박이인 녀석이 또 있을 줄이야.
달란트 정도라면 환수의 입장에서야 최고의 생김새가 아닌가.
떡 벌어진 몸뚱아리에 불끈불끈 솟아 오른 힘줄.
그리고 저 믿음직한 얼굴의 아우라.
하지만 맙소사.
그 얼굴과 똑 닮은 인간이라니…
이건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건 좀 너무하지 않냐?”
-역시 어쩐지 익숙한 냄새가 나더라니.
저마다 자기 말을 하는 존재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들은 피다.
피로 연결된 존재들이다.
저 얼굴.
저 몸집.
“넌 알고 있었냐?”
속삭이듯 헬캣에게 질문을 던지는 막시멈.
-…몰랐죠. 그런데 처음에 봤을 때 냄새가 좀 비슷하긴 했어요.
그저 자신의 착각인 줄 알았다.
간혹 별종이 나오기도 하는 법이니 체스 또한 그런 인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 와보니 알겠다.
똑같다.
아주 똑같다.
하지만 그들이 받은 충격 아닌 충격.
그것은 체스가 받은 충격에는 비할 수도 없을 정도로 미비한 것이었다.
체스.
그저 입만 떡 벌린 채 자신의 눈앞에 경직되어 있는 달란트를 바라보는 중인 체스.
잠시 후.
겨우 입이 떼어지고 나온 한 마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