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5
5
우르브독(4)
바람이 검에 갈려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체스의 검은 허공을 그대로 갈라버리고 그의 검은 자신의 앞에 있던 우르브독의 머리에 그대로 푸욱 꽂혔다.
빠직-
무언가 빠개져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그게 무엇인지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피할 틈도 없었다.
그리고 절명이었다.
마수가 죽음을 당하며 남긴 건 고작 짧은 울음소리.
우르브독 한 마리는 꼬치마냥 대검에 꽂힌 채 그대로 골이 빠개진 채 죽어버렸다.
“후후훗. 자식들아. 너희는 내 밥일 뿐이야~ 내가 우쭈쭈하면 발라당 엎드려서 배나 깔 것이지. 어딜~”
체스는 팔을 타고 흐르는 상처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씨익 웃어 보였다.
시체애 꼽힌 칼을 아무렇지 않게 빼어드는 체스의 모습에 움찔거리는 마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아직 남은 숫자가 꽤 된다.
체스는 뒤에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우두머리를 힐끗 보았다.
헹. 꼴에 대장이라고 먼저 안 나서기는.
체스는 마치 파도를 타는 것처럼 부드럽게 발을 밀어냈다.
한 명의 연주가가 된 체스는 곡을 연주하듯이 스르릉 움직이기 시작했다.
탓-
이내 그의 위치가 바뀌고.
몇 번의 다리의 움직임으로 위치를 옮긴 체스는 그대로 바닥을 박차올랐다.
그의 목표는 아까 옆구리를 얻어 맞아 뒹굴고 있는 또 한 마리의 마수였다.
냅다 그 곳을 향해 도약하는 체스.
체스를 둘러싸고 있는 마수들은 이번에는 별다르게 반응하지 않은 채 그저 체스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어차피 마수들.
그리고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르는 존재들.
아무리 집단 행동을 하더라도 상처 입은 마수는 그들에게 있어 발목을 잡는 족쇄에 불과하다.
적어도 마수들의 삶의 굴레 안에서 보았을 때 약한 놈이 죽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체스의 검에 허리가 잘려나가는 마수.
또 한 마리가 생을 마감했다.
“…아차차… 가죽…”
체스가 깜빡했다는 듯 이마를 탁 짚었다.
이게 하나하나가 다 얼마나 소중한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그는 혀를 끌끌 찼다.
“조심조심~”
마수는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모든 게 다 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수를 잡을 수 있는 자는 마수 사냥꾼들 이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뭐 물론 기사들이나 여러 곳에서 이름을 날릴 정도로 강한 사람들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지만 기본적으로 마수들을 잡는 것은 마수 사냥꾼들이었으니.
체스는 자신이 잡은 마수를 발로 툭툭 밀었다.
이미 허리가 두동강이 난 마수의 가죽은 쓸 데가 없다.
다른 것들은 이 전투가 끝난 후에 취하면 그만이니.
그리고 체스의 그 모습을 빤히 보고 있는 뒤쪽의 덩치 큰 우르브독.
그 마수는 자신의 두 눈에 체스의 모든 것을 다 가늠하려는 듯 열심히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의 표정 만큼은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갑작스러운 침입자로부터 분노를 느끼는지 눈꼬리가 한없이 위로 치솟아 있었다.
기껏 이 곳에 자리를 잡았더니 웬 침입자 한 놈이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온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게다가 사냥까지?
체스를 노려보는 우두머리의 미간이 좁아지며 가감없이 드러나는 살의.
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분노에 가득 찬 우두머리의 울음소리가 하늘을 향해 깊고도 낮게 울려퍼졌다.
무리에게 다음 행동을 지시하는 울음소리다.
우두머리의 울음소리이 잔상을 남기며 멈추자 모든 우르브독들은 잠시 자세를 가다듬는가 싶더니 쏜살같이 체스에게 달려들었다.
슈와악-
몇 마리의 발톱이 위에서부터 빠르게 내리꽂힌다.
“이크.”
체스는 대검을 비스듬히 기울인 채 공격을 대검의 끝으로 자연스레 흘려 보냈다.
덕분에 균형을 잃은 마수들이 공중에서 비틀대고 체스는 냅다 발을 들어 한 마리를 걷어찼다.
그리고 그것이 촉발제가 된 듯 우르브독들은 치고 빠지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체스는 전혀 지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빨라지는 속도.
그의 검을 휘두르는 속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빨라지고 있었다.
몸이 풀려가고 있었다.
체력 하나는 그 누가 오더라도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체스였으니.
그렇기에 수는 훨씬 많은 우르브독들이었으나 이 전투에서 끌려가는 건 오히려 우르브독들이었다.
촤악- 촤악-
마수의 피인지 체스의 피인지 모를 피가 땅에 흩뿌려진다.
체스의 온몸에는 상처가 갈수록 늘어났다.
베이고 할퀴어지고 또 긁혀 나가고.
그리고 땅바닥에 나뒹구는 우르브독의 시체 또한 늘어가고 있었다.
‘후훗~ 좋구나~ 좋아~’
체스의 이마에는 어느 새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흐르는 땀의 양이 늘어갈수록 더욱 더 자신의 몸을 채찍질하는 체스.
‘빨리! 좀 더 빨리! 빠르게!’
체스는 자신의 몸에 스스로 끊임없이 주문을 걸었다.
조금만 더! 더!! 더!!!
그의 눈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신이 나 있었다.
땀에 절은 그의 근육이 햇빛에 반사되어 번들번들거린다.
그의 움직임이 계속됨에 따라 땀방울이 공중에 흩뿌려졌다.
빛에 반사되는 그의 땀방울은 마치 이슬마냥 허공에서 빛나고 있었다.
더욱 빠르게 춤을 추기 시작하는 그의 검은 우르브독들도 따라가기 벅차보였다.
더군다나 한번씩 그의 왼손의 장치에서 발사되는 것.
불쑥 발사되는 끈이 달린 화살이 묘하게 마수들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워낙 근거리이다 보니 저런 것조차도 자신들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것이 여간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었다.
가까이 다가갈래도 워낙 공격 반경이 넓은 검이라 바로 막히고 거리를 벌리자니 왼손의 저 화살이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마수들에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체스를 둘러쌌던 진영은 무너진 지 오래.
아무리 진영을 갖추려 해도 조금씩 흐트러지는 우르브독들의 움직임이었다.
게다가 더욱이 그들을 질리게 만드는 것은 지친 기색이 보이지도 않는 체스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공격을 해 상처를 입혀도 조그만 상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
갈기를 사용해 상처를 입혀도 발톱과 이빨을 이용해 피를 흘리게 만들어도 그는 그저 칼을 든 채 온몸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저렇게 가끔씩 미친 듯한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끊임없는 움직임은 마수들조차도 질리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물러나지 않는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것이 마수들의 본성이자 본능이었기 때문이다.
콰드드득-
체스의 검이 옆으로 뉘여진 채 공중으로 뛰어 날아들던 우르브독 한 마리의 몸을 그대로 양분해 버렸다.
또 한 마리의 몸이 그의 일검에 너덜너덜해진 채 반으로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