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78
79. 경고는 한 번이다.
“끄으응….”
단검의 독이 퍼지는 고통에 요시다가 신음성을 날렸다.
그는 독 때문에 도망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걱정 마. 죽으려면 아직 시간 남았어.”
“…성향이 우리하고 잘 맞는 거 같은데 비셔스로 들어와라. 최고의 대우를 해 주지.”
“대우? 무슨 대우?”
관심을 보이는 수혁의 모습에 카부토가 열정적으로 말을 토해 냈다.
“우리는 크나큰 대업을 목표로 매일매일 정진해 나가는 중이다. 이 모든 것은 각성을 한 우리 모두가 대접받는 더 나은 세계로 발전하기 위함이다. 호랑이가 고양이의 명령을 들을 수 있겠는가? 호랑이라면 고양이를 잡아먹어야지 결코 밑에 깔려선 안 된다. 자네와 같은 자라면 비셔스에서 지부장, 아니 선지자의 직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다.”
“직속이면 레이먼? 아니면 시릴라? 이런 애들 얘기하는 건가?”
“그걸 어떻게….”
비셔스의 조직에 관한 인물을 수혁이 술술 읊어 내자 카부토는 그대로 벙쪘다.
“너… 비셔스에서 활동했었나?”
“활동은 아니지만 다들 마주쳤지. 레이먼은 내 손에 죽고 시릴라는 떠벌리는 주둥이에 검을 꽂아 줬지만 말이야.”
“너…! 네놈이 우리를 방해하는 인물이구나!”
씨익.
입가에 미소를 띤 수혁이 친절하게 대답했다.
“시릴라를 만나는 법을 순순히 털어 놔라.”
“이런 미친!”
쇄도하는 수혁의 검에 카부토가 황급히 양손에 낀 클로를 교차해서 막았다.
아니 막았다고 생각했다.
순식간에 깨져 버리는 클로를 본 찰나의 순간.
카부토의 몸이 나무토막으로 변했고, 검은 그대로 나무토막을 갈랐다.
“호오… 제법 닌자스러운 스킬이군. 미리 지정된 대상과 공간 이동을 하는 스킬인가?”
“…젠장.”
신사 지붕 위에 나타난 카부토는 순식간에 자신의 스킬을 파악당하자 침음성을 흘렸다.
이곳 신사에 미리 지정해 놓은 대상체는 총 4개.
그중 1개가 사라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3개뿐.
대상체가 떨어지기 전에 수혁을 죽여야 했다.
“헛!”
“한 번 더.”
2개 남았다.
순식간에 복부를 꿰뚫는 검에 다시 한번 나무토막으로 바꾸었다.
그렇다고 도망을 칠 수도 없었다.
요시다가 저자에게 잡힌다면 어떤 일을 당할지 몰랐다.
이번 일로 일본 헌터 협회가 몰락한다면….
그동안 기반을 닦아 놓은 일본에서 철수한다면 아시아의 영향력, 나아가 자신의 영향력은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동남아시아 쪽 빌런들은 자신과 트러블이 있어 말도 잘 듣지 않았고, 중국에 있는 비셔스의 빌런들은 헌터들의 내전으로 인해 눈치를 살피는 중이었다.
그것이 일본에 온 중국 헌터들의 실력이 형편없었던 이유였다.
패배하고 곧바로 귀국해버렸지만, 들러리용으로는 충분해서 불렀었는데.
“큿.”
“스킬 한도가 몇 개인지 궁금하네?”
1개.
허무하게 또 사라졌다.
자신의 목을 스쳐 가는 검을 피해 또다시 사용해 버렸다.
문제는 저자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변변한 공격조차 못 하고 이렇게 끌려다니며 질 수는 없었다.
힐끗 요시다를 바라보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다.
손가락 마디 사이에 콩알만 한 구슬을 손에 쥐었다.
이번에는 선공이다.
휙.
“폭렬탄!”
게이트에서 얻은 아이템을 수혁에게 뿌렸다.
이걸로 그를 잡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빈틈을 보이길 기대할 뿐.
퍼버버버벙.
수혁 주위로 강한 폭발과 함께 연기가 자욱했다.
연기에는 강한 마비 독이 섞여 있기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다.
해독제를 마신 직후 검을 들고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희뿌연 연기 속에서도 서로의 위치는 전부 파악했다.
이미 그들의 감각은 시야와 상관없으니.
빛살 같은 검격.
살의를 품은 카부토의 검이 좌에서 우로 움직였다.
쉬잇-
분명 감각은 앞에 적이 있는데 검에는 아무런 저항이 없다.
오히려 등에서 서늘한 감각이 느껴진다.
아차!
푹.
“아직도 남았어?”
통나무를 찌른 수혁은 슬슬 짜증이 치솟았다.
얘는 목숨이 몇 개야?
이제 남은 건 없다.
이번에도 찔린다면.
대상체가 없다.
죽는다.
신사 지붕 위에서 카부토의 동공은 지진이 온 것처럼 마구 흔들렸다.
독도, 검도, 어떠한 수도 통하지 않는다.
절대적인 격차!
그것보다 무서운 점은 저런 실력에도 자신의 명성을 드러내지 않는 점이었다.
“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이냐….”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나 비셔스를 쓸고 다녔다.
그게 말이 되나?
만약 아니라면.
모든 것이 계산된 거였다면.
자신의 진짜 실력을 숨기고 오직 적들에게만 드러내 왔다면…?
적이 된 자들은 전부 죽고 남은 자들은 또다시 방심만 할 것이다.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비셔스라는 조직이 조각 나는 중이었다.
“실로 무서운 심계다….”
꿀꺽.
카부토의 목젖이 크게 움직였다.
이제 남은 수는 하나.
선지지에게 받은 붉은 약물이 떠올랐다.
아공간에서 약물을 곧장 꺼낸 그는 입으로 털어 넣으려다 주저했다.
이걸 마신다고 이길 수 있을까?
어쩌면 이대로 도망쳐서 비셔스에 저런 무서운 존재에 관해 알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정신 못 차리네.”
“헛!”
멀리 보이던 수혁이 앞에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눈앞의 검을 피하다 손에 잡고 있던 약물을 떨어트렸다.
와자작.
처음으로 수혁이 얼굴을 찌푸렸다.
“으… 냄새.”
심각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내 코가 개코인 걸 알고 냄새로 공격하다니.
“과연 아시아 지부장급인가. 제법 관찰력이 있었군.”
머쓱.
카부토는 왜 수혁이 공격을 멈췄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그의 화만 오히려 돋운 것 같았다.
카부토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수혁은 쓰러진 요시다에게 다가가 단검을 뽑았다.
“으허헉.”
반항할 기운조차 없는 요시다였다.
푸슈슉.
허벅지에서 피가 솟아 바닥을 적셨다.
입맛을 다시던 수혁은 고개를 돌려 카부토를 쳐다보았다.
“시릴라를 대면하는 법만 알려 준다면 깔끔히 죽여 주지. 만약 말을 안 하고 버틴다면 말할 때까지 고통받을 거다.”
“…나는 그녀를 부르는 법을 모른다. 오직 용무가 있을 때에만 알아서 찾아왔으니….”
“무슨 용무?”
그가 정보를 털어놓을수록 수혁의 표정이 너그러워졌다.
달콤한 유혹이었다.
생명이 길어지는.
카부토는 중독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비셔스의 사상에 동조할 만한 각성자를 찾거나 선지자의 은혜를 나눠 줄 때지. 혹은 선지자의 명령을 전할 때도 찾아온다. 귀신같이 내가 어딨는지 알고 나타난다. 그전에는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나도 찾아 보려 했으나 도저히 찾지를 못했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너를 살려 둘 이유가 없네?”
너그러웠던 눈동자가 가늘어지더니 살기가 새어 나왔다.
불사신의 카부토!
수많은 헌터를 죽이며 상처조차 없는 남자.
전이 스킬을 얻은 뒤로 죽음에 무감각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만한 생각이었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보다 목숨이 더 소중했다.
“항복하겠다. 살려준다면 시릴라를 잡을 기회를 얘기하겠다.”
“얘기해 봐. 입을 재미없게 놀린다면 그걸로 끝이다.”
카부토가 메마른 입술에 침을 적셨다.
“조만간 비셔스 아시아 지부장 모임이 개최된다. 그때 시릴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잠깐. 아시아 지부장은 너 아니야?”
“…잠시 트러블이 생겨서 나는 동아시아 지부장이 되었다. 이번 기회에 내 입지를 높이려 했으나 실패했지.”
수혁을 잠시 노려보았으나 그의 손이 검을 만지작거리자 눈을 급히 밑으로 내렸다.
“현재 아시아에는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지부장이 각각 존재한다.”
“계속해 봐.”
“모임의 날짜, 장소 등은 오직 시릴라가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그 외에는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흐음….”
“살려 준다면 그곳을 바로 알리겠다.”
잠시 우두커니 선 수혁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비셔스 뒤꽁무니만 쫓을 수는 없었다.
블러드 길드는 아직 성장해야 하니까.
비셔스의 빌런들이 경험치는 되지만 그들을 찾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 시간에 남는 게이트라도 하나 있으면 더 깨지.
게다가 선데이의 도움이 아니라면 수혁 혼자서는 정보를 얻은 것 역시 어려웠다.
거기에 비셔스 미국 지부를 해체시키며 당분간 직접적으로 비셔스의 정보를 캐내기가 쉽지 않았다.
“좋아. 하지만 널 이대로 믿을 수 없으니 나도 보험은 들어 놔야지. 입 벌려 봐.”
카부토는 순순히 입을 벌렸다.
수혁의 검지에서 핏방울 하나가 튕겨 나오더니 그의 입으로 쏙 들어갔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던 혈액은 위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거부하고 심장으로 찾아 들어갔다.
펄떡이는 심장의 판막에 달라붙고는 마치 한 몸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제부터 너의 목숨은 내게 달렸다. 명목상 비셔스 아시아 지부를 유지하되, 빌런 짓은 용납 못 한다.”
“…쥐 죽은 듯이 살겠다.”
카부토와 계약을 마친 수혁은 요시다에게 다가갔다.
독을 빼내고 그의 허벅지 상처에 포션을 붓자 거품 끓는 소리와 함께 새살이 돋아났다.
“으으으으….”
기절한 와중에도 고통이 느껴지는 듯 신음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요시다는 내가 데려가지.”
“…마음대로.”
어깨에 요시다를 짊어진 수혁은 그대로 사라졌다.
신사에 홀로 남은 카부토 역시 조용히 몸을 감추었다.
* * *
한국과 일본만 아니라 전 세계가 경악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헌터 간의 싸움도, 길드 간의 갈등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국가와 국가를 대표하는 자들의 전쟁이었다.
김상중을 비롯한 자들이 일본과 심각한 대치 상황에 있어도 대다수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 그래서 누가 이겼는데? 한국이 이긴 거 맞아?
┖ 한국이 일본을 이겼다고? 압도적으로? 말이 돼?
┖ 이게 K-헌터다
┖ 국뽕 차오른다. 크으으~
김상중 일행은 한국 대사관으로 피신해 있었다.
이 사태를 주도한 요시다는 사라졌고, 어찌 되었건 자국의 헌터들이 떼죽음을 당한 상황이었다.
한국 대사관에 있는 그들을 향해 일본의 관리를 비롯한 자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비난하고 그들을 일본의 법대로 처리하도록 내놓으라고 강요했다.
주일본 한국 대사인 조진만은 그런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김상중 일행을 보호하려 애썼다.
덕분에 일본 내에서의 여론이 점점 악화하며 들끓기 시작했다.
“대사님. 저희 때문에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들에게 잡힌다면 오히려 이 오해를 풀 방법은 없었을 겁니다.”
“협회장님. 저희 대사관은 최선을 다해 우리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무리 일본이 화가 났다고 해도 무력으로 이곳을 어쩔 수는 없을 겁니다.”
일본 헌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에 일본 전역의 헌터들이 대사관 앞으로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이 외치는 기조는 단 하나였다.
자국 헌터들의 복수.
대사관에 몰려든 헌터들의 위협에도 일본 정부는 그저 방관했다.
거기에 헌터들을 통제할 헌터 협회마저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 분위기는 점점 심각해져 갔다.
“이대로 여기 있다간 점점 몰려드는 일본의 헌터들 때문에 위험해질 것 같은데 한국으로 가야 할 것 같군요.”
대사관의 사무실에서 김상중의 말에 장이산과 임재황이 억울하다는 듯 열변을 토했다.
“이 새끼들한테 당한 게 있는데 이렇게 도망치는 게 말이 됩니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다른 헌터들이 더 모이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칩시다!”
“…그랬다가는 오히려 국가 간의 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전쟁을 치렀습니다! 우리 길드원들도 지금 무기 다 준비하고 일본으로 넘어올 준비 하고 있답니다. 협회장님. 우리가 죄를 지었습니까? 우리는 당당합니다.”
장이산이 눈에 힘을 주고 바라보자 김상중이 눈을 감았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상중은 한국 헌터의 협회장으로서 마냥 감정적으로만 행동할 수는 없었다.
콰-앙.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홍영기가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정문이 뚫렸습니다! 헌터들의 습격이에요!”
대사관 밖의 헌터들을 감시하던 홍영기의 말에 모두들 무기를 챙겨 들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다가왔다.
“한국 헌터들을 잡아라!”
“와아아아아-!”
일본 헌터들이 대사관 정문을 뚫고 들어오자 홍영기를 비롯한 한국 헌터들이 대사관 밖으로 나왔다.
눈싸움과 함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 눈먼 자의 선공이 곧 전투로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모두 그만!!!”
대사관 담장 위에 수혁이 나타났다.
그의 옆에는 허벅지의 상처를 회복한 요시다가 눈을 굴리며 모두의 눈치를 보았다.
“협회장님!”
일본 헌터들의 외침에 요시다가 슬며시 손을 들어 인사했다.
멀쩡한 그의 모습에 헌터들이 진정되자 수혁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기자 회견을 요청한다. 여기 요시다 협회장이 직접 말할 것이다. 그러니 모두들 무기를 버리고 물러나도록. 참고로 경고는 단 한 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