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79
80. 작은 영웅
대사관에 쳐들어온 일본 헌터들이 일제히 수혁을 쳐다보았다.
모두의 표정에는 공통점이 존재했다.
저 녀석은 대체 뭐지?
그리고 그들의 반응에 수혁은 화를 억눌렀다.
마음에 안 든다고 전부 때려죽일 수는 없었다.
빌런도 아니고.
비셔스와 엮이지 않은 헌터들이 그저 감정에 지배당해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었다.
저들 중 탑에서 훗날 동료가 될 만큼 기량이 뛰어난 자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수혁이 생각하기에 현재 사정을 모르는 자들의 여론을 잠재우려면 무력을 자제해야 했다.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우리가 왜 이렇게 했는지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명분.
명분 없는 공격은 모두의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의 의도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참아야 한다.
그러니 일단 선 대화, 후 무력이다.
“네 말을 어떻게 믿냐!”
“넌 뭔데 거기서 까부냐! 협회장님을 놔 줘라!”
“협회장님? 저 무뢰배의 말이 사실입니까?”
빠직.
수혁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일본 헌터들의 격한 반응을 오히려 요시다가 말렸다.
“그렇소. 그러니 다들 물러나시게. 기자들을 불러 어떤 상황으로 인해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낱낱이 얘기하겠소. 다들 무기를 집어넣고 오늘만 평화롭게 넘겨 주시오.”
요시다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다들 무기를 넣고 되돌아가라는 말이 아닌 오늘만 넘어가 달라는 말.
그 얘기는 아직 이 사태는 끝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의 말을 이해한 헌터들 몇몇이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다른 헌터들을 데리고 대사관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뭐?!”
“…오늘만 날이 아니야.”
저들을 처단할 명분을 곧 가져올 수 있다.
일본 헌터들은 요시다의 체면을 생각해 물러났다.
그러나 여전히 대사관 밖에서 진을 친 것을 물리는 것은 아니었다.
정작 말을 꺼낸 요시다조차 수혁이 왜 자신을 가만히 놔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진작 죽어도 반항조차 못 할 텐데 그는 자신을 치료하고 살려 주었다.
단 한 가지.
모든 기자를 불러 모아 진상을 밝히라고만 할 뿐.
수혁에게는 항복했으니 알았다고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요시다에겐 기회였다.
‘네가 시키는 대로 할 줄 알고?’
저자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것.
그러나 그에게 죽더라도 기자 앞에서 그는 진실을 말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자신은 비록 그에게 죽더라도 명예를 지키고 일본 헌터들은 영원히 그를 기억할 테니까.
오히려 그 자리에서 자신이 죽는 것이 더 찬란한 죽음으로 이어진다.
수혁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기자들 앞에서 절대 그가 원하는 대로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차라리 지금 모인 이 자들을 어떻게든 죽여야 한다.
한국의 헌터들은 너무나 강하다.
이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일본의 헌터들은 절대 넘을 수 없는 큰 벽 앞에 좌절할 것이다.
대일본 제국은 그래서는 안 된다.
대일본 제국의 수모는 본인으로 족하다.
요시다는 최대한 표정을 숨겼지만 수혁은 그런 그를 알 수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거야? 저자는 왜 살려 두었어?”
김상중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수혁을 바라보았다.
“이대로 저자를 죽인다면 우리가 억울하게 당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하죠. 모두의 여론을 돌리고 저자가 진정으로 벌을 받을 수 있게 만들 겁니다.”
“어떻게?”
수혁이 아공간에서 불그스름한 구슬 하나를 꺼냈다.
“바로 이걸로 말이죠.”
* * *
요시다의 요청에 따라 전 세계의 기자들이 바로 몰려들었다.
한국과 일본, 영국, 미국 등 다들 PRESS석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자 눈치싸움을 벌였다.
기자들의 수만 100을 가뿐히 넘어갈 정도로 취재 열기가 어마어마했다.
결국 장소마저 더 큰 곳으로 바꿀 정도로 이번 사태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는 증거였다.
기자들이 일제히 노트북과 녹음기 등을 꺼내놓고 대기하는 모습을 본 요시다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다짐했다.
아무도 모르는 오늘, 자신의 숭고한 희생을 누군가 알아 주길 바라며.
멀리서 팔짱 끼고 구경만 하고 있는 블러드 길드장의 검에 찔려 죽을 각오는 마쳤다.
기왕이면 남자답게 멋있게 죽는 거다.
일본 헌터 협회 직원이 요시다에게 손짓했다.
차분히 걸어 나가는 요시다의 뒤에 조용히 나타난 수혁이 불그스름한 구슬을 깨자 그 기운이 등을 통과하며 순식간에 스며들었다.
[매혹의 구슬 : 서큐버스의 마력이 담긴 구슬. 상대방에게 진실을 털어놓게 만든다. (1회용)]이번 일본 게이트를 깨면서 얻은 아이템.
일본에서 얻었으니 다시 일본에 그대로 돌려준다.
찰칵. 찰칵. 찰칵.
차분히 기자석에 앉은 요시다에게 카메라 셔터가 번쩍거리며 쏟아졌다.
눈이 부실 법도 하지만, 잠시 카메라 샤워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그는 천천히 입을 뗐다.
“이번 사태에 관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가감 없이 진실을 털어놓겠습니다.”
말을 잇던 요시다가 구석에서 자기를 보고 있는 수혁을 비롯한 한국의 헌터들과 눈이 마주쳤다.
‘오늘이 너희들 사형 선고 날이다.’
“이번 사태는…… 철저하게 계획된 일로 비셔스와 제가 협력하여 한국 헌터 협회장인 김상중을 국외로 꼬셔 죽이기 위해…… 이런 시발?!”
웅성웅성.
충격적인 이야기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기자들과 관람자들이 일제히 난리가 났다.
스스로 말을 뱉은 요시다 역시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뱉은 말을 취소하고 새로운 얘기를 꺼내고 싶어도 계속해서 다른 소리가 튀어나왔다.
“한국의 헌터들에게 누명을 씌우고 상위 등급 게이트로 보내 죽이려던 계획이었는데… 이 시발 멍청한 기자들한테 거짓 정보를 퍼트리고 일본 제국을 위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에에-! 왜 자꾸 거짓말을 못 하겠는거야아아아-! 칙쇼오오-!!!”
“협회장님!”
주변에서 대기하던 일본 협회 직원들이 요시다의 앞을 막아섰다.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를 찍었다. 계속해서.
심지어 실시간으로 중계하던 오튜브는 난리가 났다.
일본의 오튜브는 방송 사고라는 핑계로 꺼졌지만 다른 나라의 오튜브는 방송을 멈추지 않았다.
“협회장님 진정하세요!”
“협회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직원들의 만류에도 요시다는 미칠 지경이었다.
자신의 말을 취소하고 싶어도 입에서는 계속 엉뚱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이런 멍청한 놈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감히 내 앞을 막아? 너희들 따위가? 어디 말단직원이 감히 협회장 몸에 손을 대? 너희는 최하층 내 노예들이나 다름없다고!”
“!!!”
“기자들 너희들도 전부 사회의 암 덩어리들이야! 그저 내가 돈벌이가 될까 봐 찾아온 이런 하이에나 떼들! 지금 날 보며 비참한 말로라고 생각하겠지만 너희라고 다를 거 같아?”
전방위적인 공격.
자신을 믿고 따르던 협회의 직원들과 기자들마저 인신 공격해 버렸다.
요시다의 팔을 붙잡던 직원의 손이 스르륵 풀렸다.
헌신적이었던 직원들의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 올라왔다.
그들은 조금씩 뒷걸음질치며 요시다와 멀어졌다.
어느새 기자석에는 홀로 요시다만 남았다.
기자들의 얼굴 역시 굳어지더니 무언가 잔뜩 열이 받았는지 노트북을 치는 타자 소리가 딱딱해졌다.
기자들 역시 따로 질문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무언가 작성만 할 뿐.
요시다는 그제야 자신이 수혁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시선이 한국의 헌터들에게 향하자 수혁이 잔뜩 비웃고 있는 걸 발견했다.
얼굴이 시뻘게지다 못해 홍당무가 된 그가 침을 튀기며 열을 올렸다.
“저… 저! 한국의 헌터는 악마다! 저자가 우리 일본 헌터들을 다 죽일 정도로 강하고 우리는 그저 먹잇감에 불과하다! 너희는 속고 있는 거야! 이 멍청한 놈들아! 내가 이렇게 진실을 말할 때 좀 처들으라고! 내 욕을 할 게 아니고 저 괴물 같은 블러드 길드장을 보라고오-!”
요시다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진실을 얘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들 그가 외쳐대는 말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미 충분히 앞전 발언만으로도 기삿거리가 충분했다.
어째서 일본 헌터 협회장이 스스로 본인의 치부거리를 얘기하는가.
그들은 관심 주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 모욕받은 그대로를 되갚아 주고 싶은 마음뿐.
객관적인 기사 대신 사심이 잔뜩 들어간 기자들은 하나둘 기자 회견장에서 사라졌다.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던 만큼 누가 먼저 기사를 써서 올리냐가 이제 더 시급한 문제였다.
“네가 말한 대로 됐구나.”
김상중이 수혁을 쳐다보았다.
요시다에게 죽음보다 더한 사회적인 사망 선고를 내렸다.
가진 것이 많았던 만큼 잃은 것이 훨씬 클 것이다.
다들 어째서 요시다를 그냥 놔줬는지 의문을 가졌지만 결국 큰 그림을 그린 것은 수혁이었다.
그의 의도대로 일본 협회장은 자폭했고, 한국 헌터들의 명예는 지켜졌다.
다들 수혁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네가 우리의 동료라서 정말 다행이다. 넌 우리나라의 보물이야.”
“동생… 정말 자랑스럽다!”
“저놈을 못 죽이는 것은 아쉽지만 이것 또한 나쁘지 않은 결말입니다. 잘하셨습니다. 블러드 길드장님.”
그중에서도 임재황이 수혁을 보는 눈빛은 찬양에 가까웠다.
그의 실력, 인품, 외모까지. 마이너스가 들어갈 요소가 없다.
수혁이라는 종교의 열렬한 신봉자로 뒤바뀐 임재황의 눈빛에 수혁이 미소로 답했다.
“다들 고생했습니다.”
“역시 우리 형님. 형님이 없으면 안 된다니까요!”
수혁이 자랑스러운 홍영기가 가슴을 활짝 폈다.
“됐다~ 이놈아. 이제 돌아갑시다. 한국으로.”
힐끗 뒤를 바라보자 기자 회견석에서 삽시간에 늙어 버린 요시다가 보였다.
그는 진이 다 빠진 듯 앉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조명은 여전히 그를 비췄지만, 주변은 온통 어두웠다.
저 조명이 꺼진 뒤, 그가 다시 빛날 일은 없을 거다.
* * *
한국으로 돌아오자 공항에서부터 수많은 인파가 그들을 반겼다.
국뽕의 치사량이 너무 높아진 탓인지 혹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덕분인지, 공항에서 실신하는 팬들과 그들을 데려가는 응급 요원들까지 부산스러웠다.
“와아아아-! 한국 헌터들 최고!”
“멋지다! 자랑스럽다!”
“오빠-! 사랑해에-! 나랑 결혼해!!!”
높아진 관심을 즐기던 수혁 일행을 정장을 입은 자들이 맞이했다.
“VIP께서 찾으십니다.”
국가의 위상을 높인 그들을 대접할 만찬을 준비한 청와대였다.
다들 화색이 돋는 가운데 수혁만 만찬을 거부했다.
정부에서 나온 직원들이 만류했지만 그의 고집은 완강했다.
“죄송한데, 지금 게이트 깨러 가야 되거든요. 다음에 자리하겠습니다.”
“?!!”
“저도 길드장님 따라서… 그럼 이만.”
수혁과 홍영기가 떠나자 김상중, 장이산, 임재황 모두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저렇게 부지런하니 강할 수밖에 없다. 휘유… 협회장을 그만둬야 따라잡으려나.”
“내가 형님이라는 게 부끄럽구나.”
“…역시… 블러드 길드장은 영웅감이다.”
청와대로 들어간 그들을 대통령인 배영수가 손을 활짝 벌리며 맞이했다.
“우리 영웅들 오셨습니까? 하하하하.”
그와 안면이 있던 김상중이 배영수의 말에 씁쓸한 얼굴을 지었다.
“진짜 영웅은 오지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으응? 그래요? 그것참 흥미로운 말이군요. 나중에 따로 얘기해 보입시다.”
김상중이 빈말은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아는 배영수는 그의 말을 곱씹었다.
“다들 자리에 앉으시죠. 허허허.”
만찬장에서 하나같이 하는 얘기는 블러드 길드장인 이수혁에 대한 칭찬뿐이었다.
“이수혁 길드장이 없었다면 우리는 모두 죽었을 겁니다.”
“그는 나라의 보물입니다. 국보로 불러도 됩니다.”
“그보다 강한 헌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그럽니까? 허허허허. 그렇게들 얘기하니 꼭 보고 싶군요.”
배영수는 이수혁에 관한 이름을 머릿속에 꽉 채워 넣었다.
대통령과의 화기애애한 만찬이 끝나고 다들 돌아가는 사이 김상중만 따로 남았다.
그에게는 대통령과 상의할 일이 잔뜩 남아있었다.
장이산과 임재황을 향해 기자들이 잔뜩 몰려들었다.
마이크와 함께 일본에서의 전쟁에 관한 질문에 그들의 대답은 똑같았다.
“우리는 한 게 없다. 진짜는 블러드 길드장이다.”
“내가 보증한다. 블러드 길드장은 국내 최고의 실력자다.”
그들이 한 발언은 그대로 기사화가 되어 삽시간에 퍼졌다.
사실 여부를 물으러 블러드 길드를 찾아간 기자들은 그를 만날 수 없었다.
블러드 길드는 이미 게이트에 입장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