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86
87. 마족 크램푸스
“아직 전투 안 끝났다. 집중해 집중!”
수혁의 말처럼 아직 많은 수의 가고일이 공중에서 날아오는 중이었다.
“이제 힘 좀 써 볼까!”
아파트 내부의 한정된 공간에서 활을 쏘기 불편했던 박이현이 자신감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연달아 화살을 날리자 수십, 수백 발로 나뉘며 공중의 가고일들에게 화살비를 선물해주었다.
날개가 화살에 찢기자 돌처럼 단단하고도 무거운 가고일들이 곧장 땅에 떨어졌다.
쿵. 쿵. 쿵. 쿵.
땅이 움푹 패일 정도의 충격에도 금방 일어난 가고일들은 입을 벌리며 블러드 길드원들에게 다가왔다.
그들을 향해 수혁의 붉은 검기가 날아갔다.
“휘유~ 건물과 동화되어있는 녀석들이라니. 큰일 날 뻔했네요. 깜짝 놀랐잖아?!”
날아든 가고일을 물리치고 홍영기가 이마의 땀을 훔쳤다.
앞에 돌처럼 굳어진 가고일의 몸통을 발로 툭툭 건들며 볼멘소리를 냈다.
날이 밝아질 때까지 싸운 그들의 앞에 수많은 가고일 조각이 보였다.
“어쩐지 움직임 하나 감지할 수 없더라니… 고위 등급으로 갈수록 몬스터들이 정말 쉽지 않네요.”
박이현 역시 몬스터를 감지하지 못해 큰 위험에 빠질 뻔한 일에 시무룩해졌다.
“괜찮아. 그건 나도 느끼지 못했어. 몬스터들이 왜 함흥시로 들어오지 않았는지가 설명이 되는구나. 게이트 폭주한 몬스터가 가고일이라 차라리 다행이다. 굳이 도시를 놔두고 밖으로 나가지는 않아서.”
“맞습니다. 가고일은 유적지의 높은 건물이나 돌로 변해 대기할 수 있는 동굴 깊숙한 곳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가고일은 인위적인 생명체이니 분명 보스는 다른 녀석일 겁니다.”
“인위적인 생명체?!”
마린느의 부연 설명에 길드원들 모두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수혁 역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고일은… 마족들이 만들어 낸 생명체로 다른 종족의 생명을 빼앗는 마족들의 특성상 인위적으로 생명을 불어넣어 그들을 지킬 수 있게 만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마족? 흐음… 예전에 서큐버스는 게이트에서 잡았었는데 그럼 이번 게이트도 대충 그런 녀석이 보스로 등장할 거라고 예상하면 되겠군.”
“오오- 서큐버스으?! 직접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네요.”
“얼씨구?! 또 헤벌레하려고 그러지?”
“아니… 그냥 궁금한 거라 그런 건데….”
홍영기가 눈을 빛내자 볼을 부풀린 박이현이 곧바로 태클을 걸어 왔다.
두 사람이 또 티격태격한다.
쯧쯧. 벌써 잡혀 사는구나. 미래가 보인다.
“일단 도시의 가고일을 어느 정도 정리했으니 이제 게이트를 찾아 보자. 혹시 좋은 방법이 있을까? 마린느?”
“음…… 가고일은 집 지키는 경비견 같은 존재입니다. 분명 활동 반경이 크지 않을 테고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있는 곳 근처일 겁니다. 해가 뜬 지금이라면 가고일이 움직이지 않을 테고, 건물 위에 올라가 잠을 자는 가고일들이 모여 있는 서식지를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좋아. 잠깐만 기다려 봐. 내가 위에서 살펴보지. 다들 해가 떠 있는 동안 쉬고 있어.”
길드원들이 잠시 자리에 드러눕는 사이 수혁이 벽을 몇 번 박차자 무너진 아파트 옥상에 도달했다.
“옆 건물이 더 높군.”
망토를 펄럭이며 발을 박차자 상업 건물로 쓰던 옆 빌딩 옥상에 금방 도착했다.
안력을 돋운 수혁이 함흥 시내를 살피자 유독 다른 건물들에 비해 훨씬 커다랗고 웅장한 건물이 보였다.
예술 공연이나 극장으로 사용했을 건물 좌우에는 총을 든 여성이 있는 거대한 동상이 존재했고, 건물의 위에는 날개를 말아 해를 가리고 돌로 변한 가고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밑으로 내려가 목격한 내용을 들려 주자 마린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고일 역시 화려한 건물을 좋아하니, 분명 그곳에 답이 있을 겁니다.”
“좋아. 다들 바로 갈까?”
수혁의 말에 지난밤 동안 계속 싸워온 길드원들이 충혈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들의 눈길을 무시하지 못한 수혁은 조금만 더 쉬었다 가기로 했다.
정오가 되자 휴식을 마친 수혁과 길드원들이 자리를 정리했다.
그들이 가는 목표는 함흥 대극장이었다.
한때는 북한 주민들의 공연을 책임지던 공간이 가고일의 집이 되어 버렸다.
그들이 대극장 앞에 도착했으나 돌이 된 가고일들은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다들 처리하자.”
수혁의 명령에 극장 위로 뛰어오른 길드원들이 별다른 무리없이 가고일의 목을 베어 냈다.
서걱. 와지끈. 쿠-웅. 쿠-웅.
가고일은 검에 의해 목이 잘리거나, 망치로 목이 부서졌다.
몸이 잘린 가고일들이 떨어졌고, 바닥과 부딪치며 굉음을 냈다.
대극장 건물 위에 있던 모든 가고일을 처리한 그들은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웅장한 건물 로비를 지나 관람 홀에 들어가자 예상대로 검은색 게이트가 일렁거렸다.
게이트는 오래된 유적지로 보이는 곳과 연결된 상태였다.
준비를 마친 수혁과 길드원들은 망설임 없이 게이트 내부로 이동했다.
* * *
“취리릭. 인간? 먹잇감이다!”
“잡자! 먹자!”
오크 부락에 제 발로 걸어가는 인간이 있었다.
철검 하나를 늘어트린 남성은 덥수룩한 머리 아래로 얼굴에 X자 흉터가 커다랗게 있었다.
무언가 생기 없던 눈이 오크 부락에 잔뜩 널브러진 사람의 뼈를 발견하자 눈빛이 변했다.
“취익. 죽어라!”
오크가 녹이 슨 도끼를 들어 휘두르려는 것도 잠시, 그대로 목이 잘리며 쓰러졌다.
검이 움직이는 것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였다.
이어서 엿처럼 늘어진 신형이 순식간에 오크들의 목을 베어 냈다.
눈 깜빡할 사이에 목이 잘린 오크들이 전부 땅에 누웠다.
“주민들을 도우러 왔는데 죄다 몬스터뿐이구나.”
주민들을 도우러 함경도로 들어온 최지헌이었다.
그러나 살아있는 인간을 찾기는커녕 죄다 몬스터뿐이었다.
부락을 혼자서 처리한 그의 눈앞에 노란색 빛이 일렁이는 게이트가 보였다.
단독으로 게이트에 들어간다는 것이 꺼려질 법도 하지만 그 역시 망설임 없이 게이트에 들어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오크들의 피를 잔뜩 묻힌 그가 다시 게이트 밖으로 나왔다.
“후우….”
아직 잡아야 할 몬스터는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오히려 고마웠다.
“이렇게 계속 검을 휘두르는 것이 내 운명인가? 이 길에 끝은 있는 걸까.”
여전히 혼란한 상태에 빠진 그였다.
계속해서 죽은 동료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삼촌의 위선이 떠오른다.
자신을 경멸하듯 쳐다보던 소꿉친구 김예현의 시선까지.
단지 이런 어지러운 마음이 조용할 때는 오직 검으로 적을 죽일 때였다.
다시금 몬스터를 찾아 방황하는 그가 옅은 한숨을 내뱉고 발걸음을 옮겼다.
* * *
노을 진 하늘은 주홍빛으로 물들었고 그 밑에 고대의 신전처럼 두꺼운 원형의 돌기둥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다만 지붕은 파손된 건지 천장은 가리는 것이 없었다.
고대의 유적지로 보이는 이 장소에 블러드 길드가 나타나자 돌기둥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고일들이 조금씩 움직임을 보였다.
푸스스슥.
가고일들이 움직이며 돌먼지가 땅으로 떨어졌다.
“2라운드네.”
수혁의 말처럼 유적지에 침입한 블러드 길드를 향해 눈이 붉어진 가고일들이 괴성과 함께 날아들었다.
“케엑-!”
돌기둥에서 뛰어내린 가고일들이 블러드 길드를 덮치려 했지만 날아든 화살과 백색 검기에 몸이 막히며 그대로 땅으로 추락했다.
슉슉슉슉슉슉. 쿵. 쿵. 쿵.
쉬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박이현 덕에 돌기둥 위의 가고일들이 떨어지며 죄다 땅과 부딪쳤다.
추락한 가고일은 지상의 전투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망치와 검이 무자비하게 날아들며 가고일들을 부수고 베어 냈다.
간혹 불을 뿜어 대는 가고일은 시퍼렇고 강력한 이명한의 불길이 맞서서 몰아내더니 몸을 녹였다.
몇 번 싸우더니 가고일과의 전투에 요령을 금방 터득한 블러드 길드는 거침이 없었다.
이제는 능숙한 모습에 수혁이 뿌듯함을 느끼는 사이 박이현이 나침반을 지켜보다 밑을 가리켰다.
“여기요!”
유적지의 끝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존재했다.
계단 좌우로 횃불이 끝없이 늘어져 있었으며 뜨거운 열기가 풀풀 흘러나왔다.
더불어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제가 앞장설게요.”
방패를 앞에 든 홍영기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뒤를 따라 길드원들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자 거대한 지하 동굴이 그들을 맞이했다.
계단과 이어지는 거대한 석조 구조물 주변으로 시뻘건 용암이 들끓었다.
구조물 가운데에 시커먼 갈기와 기괴하게 휘어진 뿔을 가진 염소가 눈을 감고는 마치 사람처럼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자 주변으로 사람의 뼛조각이 원과 별 모양으로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크램푸스!”
마린느의 외침을 들은 염소가 천천히 눈을 뜨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의 기다란 꼬리가 기분이 좋은지 살랑거렸다.
“오오… 제물이 부족했는데 알아서 찾아오는구나!”
세로로 찢어진 동공 사이로 사악한 기운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크램푸스. 상위 마족으로 생명력을 마구 탐하는 존재입니다. 알려진 외형 말고는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그래 봤자 검에 찔리면 죽는 건 마찬가지야. 다들 쫄지 마.”
마린느의 설명에 긴장한 길드원들에게 수혁이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하하하하. 제법 나에 대해 잘 아는 귀여운 짐승이구나. 네가 아주 맘에 들었다. 너 정도라면 내 씨앗을 넘겨 주기 충분하겠구나. 나머지는 우리 자식의 먹이로 넘겨주면 되겠다.”
“…더러운 마족이라 뱉는 말도 불결하구나.”
모욕당한 마린느가 많이 화가 났는지 얼굴이 시뻘게졌다.
여전히 여유가 넘치는 크램푸스가 양 손을 위로 들자 주변의 용암이 들끓었다.
부글부글.
용암 속에서 거대한 크기의 석상이 튀어 올랐다.
정교하게 표현된 갈기와, 커다란 날개, 뾰족한 부리와 발톱은 영락없는 그리핀이었다.
단지 돌로 만들어졌다는 점뿐.
두 마리의 스톤 그리핀을 불러온 크램푸스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저 귀여운 늑대만 빼고 다 찢어라!”
크램푸스의 명령에 스톤 그리핀이 입을 커다랗게 벌리며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영락없는 괴성을 지르는 형태였지만 실제로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았다.
“내가 크램푸스를 맡을 테니 마린느와 홍영기가 그리핀 붙들어!”
말을 마친 수혁이 총알처럼 앞으로 쇄도했다.
스톤 그리핀을 상대로 길드원들이 버티는 사이 수혁이 보스를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크램푸스가 가소로운 듯 수혁의 검에 자신의 뿔을 갖다 댔다.
크고 단단하며 기다란 자신의 뿔은 인간의 검으로 자를 수 없는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붉은 기운이 일렁이는 검이 뿔을 손쉽게 자르며 자신의 두개골에 닿자 황급히 검은 안개로 몸을 변신했다.
검은 안개로 변하자 의자 주변의 뼛조각 몇 개가 사르르 가루로 변했다.
검은 안개에 수혁이 검기를 마구 뿜어냈으나 형체가 없는 안개를 스치며 통과했다.
그럴 때마다 의자 주변의 뼛조각이 계속해서 사라졌다.
주저 없이 미련을 버린 수혁이 곧바로 마린느를 물어뜯으려 하는 스톤 그리핀의 뒤로 돌아 날갯죽지를 잘라 냈다.
서걱. 서걱.
두 번의 칼질에 스톤 그리핀의 날개와 다리가 날아갔다.
털썩 주저앉은 그리핀의 얼굴을 마린느의 철퇴가 때리자 뒤로 밀려났다.
“헬파이어!”
이명한의 머리 위에 떠오른 불꽃이 곧바로 그리핀을 녹여 버렸다.
이어서 훌쩍 뛰어오른 수혁이 검기를 날리자 홍영기의 방패를 쪼던 스톤 그리핀이 다급히 피했다.
그러나 옆에서 나타난 김예현의 검기가 그리핀의 목을 연달아 잘라 냈다.
검은 안개에서 육체로 몸을 바꾼 크램푸스가 황당한 얼굴로 블러드 길드를 쳐다보았다.
“뭐야?! 이 자식들 인간 맞나?”
특히 자신의 뿔을 단숨에 잘라 버린 저 붉은 망토의 남성이 제일 두려웠다.
마족으로서 이런 감정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저들은 자신을 죽일 수 없다.
끝없는 생명력의 비밀을 모르는 저 자들에게 끝없는 지옥을 선사해 줄 것이다.
두려움도 잠시 분노가 그의 몸을 지배했다.
“저 의자 옆에 뼛조각 전부 태워 버려.”
수혁이 이 말을 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