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vel 2 assassin wants revenge RAW novel - Chapter 83
083화 길 찾기 1
* * *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그렇기에 카인은 금광에서 얻은 황금을 기반으로 돈을 계속해서 굴렸다.
그는 사업가나 장사꾼이 아니었다.
전문적인 교육도 받지 않은 무지렁이에 불과했지만 카인에겐 그러한 결점을 메우고도 남을 장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정보.
미래를 안다는 건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이 되었다.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한 번에 시행할 수 있는 횟수는 정해져 있었다.
고심 끝에 카인이 선택한 건 땅이었다.
부동산 투자.
멋진 울림이지 않은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다.
실패해도 성공해도 고수익을 보장하는 분야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이 거리는 5년 안에 재개발될 예정이었다. 땅값이 폭등하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알박기는 필승 전략이었다. 적절한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가지고 있는 정보를 잘만 활용해도 금화는 눈덩이를 굴리듯이 불어날 터. 벌써부터 통장에 들어올 돈이 기대되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 짐을 풀면서도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인생이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구나. 보나 마나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던 거겠지.”
“돈은 마음의 양식이니까.”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나이아와 오리올을 부른 카인은 창문을 열었다.
이윽고, 소르래기 한 마리가 날아와 탁자 위에 앉았다.
카인이 빵 부스러기를 던지자 소르래기, 아투는 자연스럽게 다가와 부리를 놀렸다.
녀석이 지저귀며 모이를 쪼아 먹는 것도 잠시뿐.
한 차례 부르르 몸을 떤 아투에게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이야, 도련님.”
“스승님은 잘 계시나?”
“나아진 건 없지만, 그렇다고 나빠진 건 없어. 안심해도 돼.”
“그래서 조사한 건?”
“묘하게 흘러가고 있어. 생각했던 거랑 정반대거든.”
“그게 무슨 말이지?”
“조사해 보니까 벌써 탐사대가 셋이나 실종되었더라고. 아직 공표하지 않았지만, 이쪽에 있는 지부장이 얻은 정보니까 확실할 거야.”
오리올의 눈썹이 슬그머니 들렸다.
“그러니까 고대 유적지를 찾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전부 죽었다는 건가?”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되겠지.”
호른의 말을 들은 카인이 팔짱을 꼈다.
“토레마 자작령에서 고대 유적지를 탐사할 모험가나 용병을 찾는 건 어렵겠군.”
공문이 나온 건 아니지만, 그 많은 사람의 소식 뚝 끊기면 싫어도 알음알음 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수상한 의뢰를 듣고 목숨을 걸고 싶은 이는 없을 터.
애당초 토레마 자작령은 좁은 곳이었다. 대규모로 결성된 탐사대가 셋이나 증발했으니 지원할 인원 자체가 부족할 공산이 컸다.
‘그래서 로이나가 제안했던 건가.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처지여서?’
“하지만 그렇다고 하면 의문이 하나 생기는구나.”
가만히 듣고 있던 나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호른의 말대로라면 조직은 고대 유적지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면서도 다른 녀석들을 견제하고 있다는 뜻일 터. 나는 그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그냥 가서 점령하면 되는 일 아니더냐.”
옆에 앉은 오리올이 수긍했다.
“나이아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이 고대 유적지를 발견했으면서도 견제만 하고 방관하는 이유인가?’
카인이 생각하기에도 미심쩍었다. 어쩌면 조직이 벌인 일이 아니거나 단순한 사고사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었다. 같은 사건이 같은 곳에서 일어날 리 없었다. 그것도 세 번이나.
순간, 머릿속에서 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만약 그것밖에 할 수 없는 거라면?
미로의 숲에 있는 건 고대 유적지가 아니라 신의 무덤일 확률이 높았다. 이미 한 차례 신의 무덤이 발견된 곳인 것이다. 필연적으로 조직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터.
하지만 접근할 수 있는 귀신이 없다면?
이처럼 견제하는 수밖에 없을 터.
‘아직 1급 마귀가 도착하지 않은 건가.’
이곳에 2급 살귀나 3급 아귀만 있다면 일련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거엔 카인도 신의 무덤에 대해선 몰랐다. 아예 가까이 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조직이 철저하게 정보를 통제했기 때문이다.
“이제 보니 일부러 끌어들여서 정리한 거군.”
미로의 숲에서 처리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 테니까.
실제로 오리올의 부모를 죽일 때도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으니 놀라울 건 없었다.
슬며시 웃었다.
녀석들이 고대 유적지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를 눈치챈 것만 해도 고무적이라 할 수 있었다. 알아낸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고대 유적지가 발견되었다고 해도 이 속도는 비정상적이야.”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상하지 않나? 첫 번째 탐사대부터 세 번째 탐사대까지 실종된 간격이 지극히 짧다는 게.”
“그러고 보니 하루건너 하나씩 실종되었군요. 마치 도미노 같습니다.”
“중간에서 충동질한 녀석이 있다는 거지. 빨리빨리 미로의 숲으로 들어가도록.”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1급 마귀가 오기 전까지 거치적거리는 무리를 먼저 치우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호른. 우리보다 먼저 나선 탐사대들은 모험가 길드에서 의뢰를 받았겠지?”
“그렇지, 용병 길드는 이런 의뢰에 적합하지 않으니까.”
로이나의 얼굴을 떠올린다.
조직에서 파견된 귀신이라면 그녀의 행적을 놓치지 않을 거다. 아니, 그녀를 마지막으로 고대 유적지에 관심이 있는 녀석들을 싸잡아 미로의 숲에 묻어버리겠지.
“어쩌면 쉽게 꼬리를 잡을 수 있겠는걸.”
* * *
지진 때문에 토레마 자작령이 한 번 들썩였기 때문일까?
피해 복구에 나선 이들이 많은 건지 모험가 길드 안은 의외로 한산했다.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의뢰서를 몇 개 살펴본 카인은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정말로 그 여자가 권유한 탐사대에 들어갈 생각이더냐.”
“봐서.”
“우리끼리 움직일 수도 있지 않더냐.”
“봐서.”
“나는 성의 있는 대답이 듣고 싶구나.”
“싫어.”
손가락을 날카롭게 세운 나이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모험가 길드 안으로 여러 사람이 들어왔다.
슬쩍 고개를 들어 올린 카인은 그 무리의 중심에서 로이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싱그럽게 빛나는 미녀의 얼굴보다 더 그의 눈을 사로잡은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그 옆에서 낑낑거리며 걷고 있는 사내.
굽은 등과 왜소한 체구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오다가다 한 번 본 적이 있는 녀석이었다.
2급 살귀, 라이너스.
개의 인자를 부여받아 짐승이 된 살인마.
광견병에 걸린 듯이 입에 닿는 건 뭐든지 물고 보는 정신병자였다. 듣기로는 적성률이 과적응자 못지않다고.
저 녀석이 저기에 있는 건 필시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카인은 로이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지만 라이너스를 포용하는 건 범의 아가리 속에 머리를 들이미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이걸로 확실해졌다.
조직도 미로의 숲에 나타난 고대 유적지에 관심이 있다는 게.
카인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오리올이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련님?”
“쉿, 여기에서는 카인이라고 불러라.”
한 발자국씩 로이나에게 다가간다. 돌연히 시선이 마주치자 로이나는 부채를 펼치며 눈웃음을 지었다.
“어머, 생각보다 빠르게 만났네요. 하룻밤 사이에 생각이 바뀌었나 보죠?”
“받았던 의뢰가 취소되어서 어쩔 수 없었다.”
“모험가의 일정은 항상 바뀌는 법이니 이해할게요.”
로이나가 손짓하자 그녀의 주위에 몰려 있던 이들이 흩어졌다. 맞은편에 앉은 카인이 고갯짓했다.
“일단 하나만 묻고 가지.”
“무엇이 궁금한가요?”
“나이가 어떻게 되지?”
당돌한 물음에 로이나의 눈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 자리가 그런 자리는 아닐 텐데요?”
“나도 그런 자리에 나온 건 아니니 안심해라.”
“뭐, 말하지 못할 것도 없죠. 열일곱이에요.”
쿤달락이 움찔거리는 게 보였으나 카인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따로 생각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로이나 판토마.
대륙을 호령하는 5대 상단은 주력 상품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군수품, 생필품, 기호품, 희귀품, 공예품.
판토마 상단은 그중에서 생필품을 담당하고 있는 거대 상단이었다.
서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기에 5대 상단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기도 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는 건 당연지사.
요즘에는 누가 차기 상단주가 될지 자주 거론되는 편이었다.
물망에 오른 이는 두 사람이었다.
눈앞에 있는 로이나와 그녀의 쌍둥이 동생인 로윈.
사람들은 덕망이 있는 로이나가 차기 상단주가 될 거라 확신했지만, 카인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직접 보고 온 것이다.
후일, 판토마 상단의 주인은 로이나가 아니라 그녀의 동생인 로윈이 되었다.
로윈 판토마는 그야말로 비리와 적폐의 화신이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이었다. 금화가 되는 건 무엇이든지 취급해 인의마저 버린 돈 귀신.
그가 생전에 저지른 폭거는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었다. 생필품의 가격을 올려 물가를 폭등시키는 건 예사였고, 인신매매를 지원해 한 나라를 몰락시킨 건 거론할 것도 없었다.
여기에서 문제.
왜 그런 못난이가 차기 상단주가 되었을까?
답은 간단했다. 로윈과 경합을 벌일 로이나가 이른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던 것이다.
‘17살 때.’
바로 지금.
정확한 일자는 알 수 없으나, 어쩐지 이 일과 연관이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옆에는 사신이 붙어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군요. 저는 로이나 판토마라고 해요, 당신은요?”
“카인이다.”
“그래요, 카인 씨.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을 200골드에 고용하겠어요. 의뢰 내용은 고대 유적지 탐사. 기한은 일주일. 탐사 결과에 따라 추가 금액을 지불하겠어요. 기한이 늘어나도 지급하죠. 그 정도면 만족하겠죠?”
200골드라는 말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리벨리온이라는 조직을 굴리는 처지에서 보자면 별거 아닌 푼돈이지만,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던가.
남의 떡이 커 보이듯이 남의 돈이 더 맛있는 법.
어차피 해야 할 일을 돈까지 받고 한다면 금상첨화였다.
두 손을 비비며 본격적인 거래에 나선다.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균형이 잡힌 파티다. 창병, 궁수, 검사. 전열과 후열을 동시에 겸비할 수 있지. 애당초 세 명이 나누기엔 200골드는 애매하지 않나? 사이좋게 100골드씩 나누고 싶은데 300골드는 어떻게 생각하지?”
“대신에 등급은 낮잖아요. 그래도 동료들을 위하는 자세는 높이 평가할게요. 240골드.”
“인당 80골드는 너무하군. 인심 좀 써라. 그리고 동급이 어디 가서 꿇리는 등급은 아닐 텐데?”
“은급이 한 명 있다고 해도 동급이 둘이면 수준이 낮은 편 아닐까요?”
“아, 한마디가 빠졌군. 토레마 자작령에서.”
핵심을 관통하는 단어가 나오자 로이나는 부채를 가까이 붙여 흔들리는 입꼬리를 가렸다.
“왜 늦었나 했더니 이걸 알아보고 오신 거네요.”
“신중하게 움직이면 돈이 늘어나거든. 지금처럼.”
이제 막 청년기에 접어들었을까?
나이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아 보였지만 능청스러운 말투는 노회한 용병을 떠올리게 했다.
싫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판토마 상단에서 나왔다는 말만 듣고 고개를 주억거리는 무리만 만나서 그런지 감회가 새롭기까지 했다.
“은급 하나와 동급 둘은 250골드가 최고가라고 들었는데요. 인심 써서 255골드로 마무리하죠. 카인 씨, 당신의 요망대로 셋이 나눠도 딱 떨어지는 금액이에요.”
“그러면 여차할 때 몸이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지 않나. 함정에 걸려도 너를 구할 수 있도록 조금만 투자해라. 280골드.”
“그만. 그러면 273골드에 고용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