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10
210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넓은 극장에 앉아 우리의 영화, 을 감상했다.
다른 외국의 영화팬들이 우리 영화를 과연 어떻게 봐줄까 떨리는 한편, 다시 본 영화는 어김없이 재미있었다.
배우 중에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잘 못 보는 배우들도 많다던데.
슬쩍 옆을 쳐다보니 초롱초롱한 눈으로 영화에 한껏 폭 빠져 있는 김선우가 보였다.
나와 김선우는 그런 타입의 배우는 절대 아닌가 보다.
오히려 김선우 옆에 앉아 있는 임수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영화를 제대로 못 보고 있었다.
심약한 쪽은 저쪽인가 보군.
우리는 신인상 격인 프레스코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기 때문에 무대 인사가 예정되어 있지는 않았다.
황금여우상 정도면 이미 알 만한 감독들이 후보에 오르기 때문에 열렬한 관심을 받으며 무대 인사도 하게 된다.
임수호에게는 프레스코상에 노미네이트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인 듯싶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결말에 다가가는 영화를 지켜보았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연기하던 하움이 어느새 청년으로 변모했다.
골목길에서 A의 기척을 느끼는 나의 성인 역할을 맡은 배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영화는 끝이 났다.
화면이 어두워지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Oh My God…….”
다들 어쩜 똑같은 탄성을 지르는지.
다만 모든 탄성에는 영화에 대한 여운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뒤에서 들리는 탄식 소리를 들으며 나와 김선우, 임수호 세 사람은 다행이라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탄식이 끝나기 전, 도로 화면이 밝아지며 쿠키 영상이 시작되었다.
***
“하아, 하아…….”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있는 알프스산맥의 최고봉.
몽블랑에 오른 스무 살이 된 하움.
오래도록 병원 생활을 해서 그런지.
어릴 적의 하움과 같이 곧 사라질 것처럼 하얀 피부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다.
통원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길.
병원에 갇혀 있는 것이나, 아니면 도시 외곽 끄트머리에 위치한 저택 구석진 방에 내도록 앉아 있는 것이나 별 차이는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 숨통이 트일 찰나였다.
골목길 끝에서 마주한 마법사의 자취.
그걸 발견한 이상, 하움은 더 이상 예전처럼 가만히 방안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하움은 그날 이후 홀린 듯 이곳에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알프스 산맥을 등반하겠다는 아들의 고집에 부모님이 펄쩍 뛰었다.
정신도 온전치 않은 애가 어디 그 멀리 위험한 곳에 가느냐고까지 했다.
하지만, 하움은 오랜 시간 동안 부모님의 말을 흘려듣는 연습을 한 몸이다.
이제 그쯤은 무시하고 몸을 단련하고, 또 단련해 기어이 이곳에 올랐다.
그의 주문에 들어가는 몽블랑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내디뎌 보고 싶어서.
“후우……. 잠시 쉬다가 갈까.”
힘겹게 몽블랑산을 오르던 하움은 중간 쉼터에 잠깐 들르기로 한다.
눈 덮인 산의 전경이 보이는 쉼터.
지친 등산객들이 몸을 누이고 쉴 수 있도록 제법 아늑하게 꾸며져 있다.
거기에 짐을 풀고 바깥으로 향한다.
하움이 몽블랑의 전경을 보기 위해 바깥쪽으로 향하면 벤치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야트막한 언덕에 놓인 벤치.
그 벤치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다.
그 남자를 본 하움의 눈이 점점 커진다.
눈으로 덮인 하얀 몽블랑산에 까만 정장을 입은 남자.
그의 발부터 천천히 얼굴까지 시선이 옮겨지면.
“몽블랑에 올라블랑.”
그리운 음성과 함께, 하움을 보며 미소 짓고 있는 마법사의 얼굴이 보인다.
하움의 간절한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
짝짝짝짝-!
짝짝짝짝-!
쿠키영상이 끝나고,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본 영화의 열린 결말에서 쿠키 영상에서 보여준 해피엔딩까지.
여운에 대한 보답이라도 받은 듯 사람들이 모두가 감격에 젖은 표정이었다.
“È fantastico!”
“C’est très touchant….”
“Bravo!”
우리가 앉은 자리 뒤편에서 전 세계 언어가 섞여 대단하다는 소감이 쉴새 없이 튀어나왔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전 세계의 영화인들.
이번에 초대받은 이들의 관계자이거나, 아니면 연이 있어 초청받은 사람들이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에 더욱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직접 두 눈으로 저 광경을 보고 싶다.
귀로 끝없이 흘러들어오는 이 찬사를 눈으로 목도하고 싶었다.
나는 귀가 터질 듯 들려오는 박수 소리와 함성 소리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뒤를 돌았다.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어두워진 스크린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아직 작은 키를 가진 내 시선에서 기립 박수를 치는 관객들은 크게만 보였다.
“…….”
옆에서 임수호도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나와 같은 표정으로 뒤를 보고 있었다.
“성공이네?”
“이건 날갯짓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김선우도 역시 기쁘다는 듯 웃으며 물었다.
그 말에 나는 웃으며 그와 작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직 한국에서는 개봉하지 않았지만, 이 광경을 본 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새로운 도전이었던 이번 작품.
그에 대한 인정이라는 보상을 처음으로 선사해준 영화제.
“이게 밀라노구나.”
“하하, 벌써 상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말하네.”
나는 영화제의 분위기에 취하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사람들의 환호 소리.
그것을 온몸으로 맞고 있자니 절로 벅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
“다음은 저쪽이야.”
김선우가 미리 짜놓은 동선대로 다음 극장으로 향하는 길을 가리켰다.
그러자 안절부절못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임수호가 우리에게 말했다.
“나 화장실 좀 들렀다가 가면 안 될까?”
“저희 좋은 자리 놓치면 감독님 탓인 거 알죠?”
“……참을까?”
“하하, 저희가 자리 잡아 놓을게요. 저쪽 극장으로 오세요. 오른편으로 자리 잡고 있을게요.”
상영이 무사히 끝나고, 나는 김선우, 임수호와 함께 영화제를 실컷 즐기기로 했다.
우리 역시 다른 이들처럼 영화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영화인이니까!
정식으로 초청받은 영화제는 그야말로 별천지 같은 곳이었다.
시간만 맞는다면 원하는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었다.
밀라노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넓은 홀에는 여러 개의 극장이 포진해 있었다.
우리는 서로 보고 싶은 영화를 공유하고 각자 시간에 맞는 대로 일정을 짜서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세 번째로 함께 본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나란히 극장에서 퇴장했다.
“와…… 이번 작품도 끝내줬어.”
“나는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작품을 집필해야 할 것 같아.”
“우와, 벌써 영감이 생긴 거예요?”
들뜬 내가 묻자 임수호는 말없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거, 불타오르는데?
나 역시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임수호에게 질 수 없다고 홀로 다짐했다.
이번에는 연극 말고 영화를 한번 써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누군가에게 감독 좀 해달라고 하지 뭐.
장진홍이나, 임수호한테 해달라고 해도 좋고.
노백찬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가 아니면 감독 안 한다고 할 것 같아서 부탁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고집이 있으신 분이니까 말이지.
“이번 영화는 여주인공 연기가 특히 좋았어.”
“그 다리 위에서 보여준 연기? 나도 좋았어. 언뜻 보면 별것 아닌 연기 같은데 엄청 섬세하고 다 계산된 동작이 들어간 것 같았거든.”
“그렇지? 아마 동선 맞추는 리허설도 엄청 했을 거야.”
“그걸 한 번에 했다면 그야말로 천재지.”
내 말에 김선우가 내가 그런 소리를 하자 너무 이상하다며 웃었다.
에이, 나는 천재는 아니다.
그냥 인생 두 번 살아서 이런 것뿐이지.
뭐, 처음 오스카 극단에 들어갔을 때도 천재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었으니 영 다른 말은 아니려나?
“그 배우 이번에 우리가 볼 때 극장에 있었나? 한번 보고 싶은데.”
“난 왜 못 본 거 같지.”
“폐막식 때 한번 찾아보자.”
나랑 김선우가 조잘조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걷는데, 임수호가 조용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그의 표정을 확인했다.
그러자 오늘 영화를 보러 돌아다니는 내내 짓고 있는 그 표정이었다.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멍한 표정.
밀라노 영화제를 돌아다니는 내내, 임수호는 신기하다며 감상에 젖어 있었다.
“왜 그러세요, 감독님?”
“어, 어? 그냥, 신기해서.”
매번 괜찮냐고 물어볼 때마다 신기해서 그렇다고 대답하기에 이제는 그냥 내버려 두고 있었다.
완전히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의 심정이 짐작은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영화는 하고 싶지만, 기회는 없던 고시원에 살던 청년이었다고 했으니까.
내 사인회에 와서 벌벌 떨었던 것처럼 김선우나 나 같은 배우와는 연이 닿을 리 없다고 믿었던 사람이니까.
“지금은 이렇게 깔끔하게 차려입고 너희랑 밀라노 영화제에 초청되어 이곳을 거닐고 있는 게 너무 신기해…….”
“하하, 앞으로 더 자주 오실지도 몰라요.”
나는 멍하니 말하는 임수호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지금도 영감이 우수수 떠오른다는데 혹시 아나? 내년에는 황금여우상 후보에 오를지.
“너에게 연락이 왔을 때는 정말 꿈인지 알았어.”
“갑자기 추억 회상 시간이에요?”
내가 당황해서 웃자, 김선우도 말을 보탰다.
“어, 나도나도. 비상철또 777에서 ‘나중에 만나자’고 했던 약속을 이렇게 이루게 될 줄은 몰랐거든.”
“여기 온 건 정말 너희 덕이야. 고마워.”
“에이, 감독님 작품이 워낙 좋은 탓이죠.”
“맞아맞아. 나랑 동갑인데 이렇게 훌륭한 영화를 만들다니 정말 대단해.”
우리 셋이서 훈훈하게 말을 주고받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커다란 목소리로 불렀다.
“시우! 한국에서 온 한시우! 맞지?”
“헉, 저, 저거…… 제이슨 아니야?”
“감독님. 사람 보고 저거라고 하면 안 되죠.”
김선우가 생글거리며 임수호에게 말하는 동안 할리우드의 명장 제이슨이 감격이라는 듯 두 팔을 벌리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 진짜 재밌게 봤거든. 이번에 으로 이곳에 온 것을 봤어. 환영해, 밀라노에!”
“하하, 감사해요. 제이슨. 용케 이 인파에서 절 찾으셨군요.”
“그럼. 나도 오늘 그 영화를 볼 예정이거든. 포스터를 너무 본 건가? 시우 네가 한눈에 들어오던걸.”
친근하게 말을 붙이는 제이슨의 모습에 나 역시 화답했다.
“저도 저번 시즌 나온 감독님 액션 영화 재미있게 봤어요. 한국에서도 위상이 대단하시다고요.”
“오, 저런. 스타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그야말로 영광이군. 같이 사진이나 찍을까? 거기 몽블랑 팀도 함께해요.”
“좋아요.”
우리 넷을 얼결에 제임스의 핸드폰으로 같이 사진도 찍었다.
“이쪽은 이번 작품에 같이 출연한 배우 김선우와 감독님 임수호예요.”
“세상에, 엄청 젊은 감독이구만. 축하해요, 밀라노에 입성한걸.”
“가, 감사합니다.”
나를 통해 두 사람도 제임스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제임스를 시작으로 근처에 있던 외국인들, 특히 그중에 미국인들이 나를 알아봐서 김선우와 임수호는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구경하고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