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시간을 거슬러 때는 가 끝나고 종방연을 가질 무렵.
정신없이 먹고 마시던 종방연이 막바지를 달릴 즈음이었다.
이제 한동안 촬영이 없다는 생각에 취한 사람이 태반이었다.
스태프들은 이때다 싶어서 다들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달려서 테이블마다 빈 술병이 어마어마했다.
“방송국 놈들 참 무섭다, 무서워.”
“이러려고 하는 종방연이잖아요.”
총연출인 차일남과 작가 한유주, 그리고 주연 배우였던 차태우는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초토화된 회식 자리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래봤자 떠날 사람은 이미 떠난 상태였다.
너무 술에 취해서 택시 태워서 보낸 사람도 있었고, 자리가 길어지자 슬그머니 빠져나간 사람도 있었다.
“시우 잘 자네.”
“오늘은 꼭 남아있겠다고 했대요.”
“하하, 그래?”
최태우의 말에 차일남이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한시우를 바라보았다.
어린아이인 탓에 한시우는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지금까지 회식 자리에 제대로 참여를 못 했다나?”
“어린 애가 이렇게 시끄러운 자리를 좋아하다니 참 시우 쟤도 보통내기가 아니야.”
“고기도 되게 잘 먹던걸요.”
회식 자리 한구석에서는 따끈하게 보일러를 올려놓은 좌식바닥.
한시우는 거기서 삼촌인 지동욱의 옷을 둘둘 감고서 잘 자고 있었다.
그리고 혹여나 아이가 추울까 강수정은 한시우가 잘 자고 있나 확인 중이었다.
“으움.”
“이럴 때는 영락없이 어린애네.”
“……으응, 삼촌 시끄러.”
잠꼬대로 손을 휘젓는 한시우의 모습에 강수정이 피식 웃었다.
참, 조카와 삼촌 사이인데 두 사람은 아주 친한 것 같아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화장실에 가거나 담배를 피우러 나간 스태프들이 많아서 자리가 반쯤 비어있었다.
강수정은 사람이 빠져나간 만큼 한기가 들기에 한시우가 춥지 않도록 옷을 조금 더 덮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 시간 앉아 있었더니 다리도 저리고, 화장실도 갈 생각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젖은 손을 털며 나왔다.
쌀쌀한 공기에 얼른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 스태프들과 지동욱의 목소리가 들렸다.
“으하하!”
담배를 피우면서 큰 소리로 웃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강수정은 고개를 돌렸다.
언제나처럼 어김없이 신경 끄고 지나가려던 강수정은 멈칫하고 말았다.
그들 대화 속에서 강수정, 자신의 이름이 들리는 것이 아닌가.
“수정 씨? 예쁘긴 한데, 까탈스럽잖아.”
“소문대로지, 뭐. 내가 강수정이랑 촬영한다니까 선배들이 얼마나 겁을 주던지.”
스태프 한 명은 어깨까지 부르르 떨며 무서워 죽을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기까지 했다.
최소한의 대화만 하고 현장에서는 대본만 들여다 보고 있는 저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돌고 있다는 건 알았다.
“그쵸. 눈빛이 사람들 다 만만하게 보는 것 같고.”
“그치? 연애하면 엄청 피곤할 스타일이야.”
남자 스태프들이 숙덕거리는 소리에 강수정의 눈빛이 차게 식었다.
하지만 굳이 저 자리에 가서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강수정이 은근슬쩍 자신의 흉을 보는 자리를 지나치려 할 때였다.
“에? 그래요? 까칠하긴 한데, 사람 만만하게 보는 건 전 잘 모르겠던데.”
진짜 의문이라는 듯 터져 나온 한 사람의 말.
눈치가 없는 건지 순수한 건지 모를 지동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수정은 살짝 놀라서 방금 그 말을 내뱉은 지동욱을 훔쳐보았다.
“지 매니저가 몰라서 그렇지. 말 한번 걸면 사람을 무슨 벌레 보듯이 하잖아.”
“맞아맞아. 이번에 한시우랑 붙어서 조금 인간다워지기는 했는데. 그래도 제 버릇 어디 남 주나? 여전히 다른 사람들한테는 찬바람 쌩쌩이던데.”
라며 남자 스태프들은 지동욱의 말에 손을 내저었다.
이에 지동욱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순수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에이- 뒤에서 이렇게 뒷담화하는 거 다 알고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진짜 눈치가 없는 건지, 깡다구가 센 건지 모를 일이다.
자신이 하는 말이 남자 스태프들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줄도 모르고 하는 말 같긴 했다.
지동욱의 말에 남자 스태프들 다 헛기침하며 묵묵부답이었다.
“허 참, 지동욱 씨. 아직 이쪽 업계 사정을 잘 모르는 모양인데…….”
그러다 한 남자 스태프가 눈을 부라리며 지동욱에게 한 발자국 다가선 순간이었다.
“풉… 푸하하!”
뒤에서 듣고 있던 강수정이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내 남자 스태프들이 깜짝 놀라 건물 안쪽을 보자, 강수정이 걸어 나왔다.
강수정은 너무 웃기다는 듯이 살짝 고인 눈물을 훔치며 모인 무리들을 향해 말했다.
“죄송해요. 일부러 들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모습을 드러낸 강수정과 지동욱의 눈이 마주쳤다.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지동욱.
한시우의 매니저였던 지 매니저가 지동욱으로 보이던 순간이었다.
***
“그래서 삼촌이 왜 좋은 건데요?”
강수정이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동안, 앞에 앉아 있던 한시우가 못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영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린 모습이 부루퉁해 보인다.
저 표정은 강수정 자신이 아깝다는 것일까.
아니면 제 삼촌인 지동욱이 아깝다는 것일까.
강수정은 잠시 생각에 잠긴듯하다가 이내 웃으며 삼촌의 머리를 매만졌다.
“그냥 귀엽잖아?”
라고 말하며 생긋 웃는 강수정.
“수, 수정 씨……. 시우 앞인데.”
삼촌은 그렇게 말하며 내 눈치를 보면서도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얼씨구.
아무래도, 왜 좋았는지 순순히 알려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
“으음, 시사회에서는 보통 뭘 하죠?”
의 시사회와 인터뷰가 겨우 끝난 10월 초 무렵.
나는 바다 엔터 회의실에 앉아서 심각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시사회를 겪은 내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지 않은 고민.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내가 처음 경험해보는 시사회였으니까.
도저히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아 두 손으로 얼굴을 괴고서 눈앞에 앉은 전문가들을 바라보았다.
“조오금 다르긴 하지. 그래도 그렇게 다르진 않다고.”
박재준은 걱정 말라는 듯 제 가슴을 탕탕 쳤다.
그 옆에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늘 미팅을 위해 날아와 준 애니메이터 서진아가 있었다.
이제 곧 애니메이션 시사회가 열린다.
그를 위해 나와 삼촌, 그리고 나이 스튜디오의 박재준 애니메이터 서진아가 모인 것이다.
“일반적인 폼은 다른 영화의 시사회와 비슷해요. 결국 우리가 완성한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자리니까.”
“흐음……. 그렇군요.”
서진아는 나우 스튜디오에서 예전에 개최했던 시사회 장면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서 그런지 차분한 분위기이긴 했다.
“그래도 관객들이 확실히 어린아이들이 많네요.”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이니까, 그렇죠.”
“흐음, 지금까지 개봉한 작품들도 12세 관람가였던 거죠?”
이번 는 암울한 분위기에 전쟁을 암시하는 장면이 시대상에 맞춰 어쩔 수 없이 삽입되기에 12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를 저희 나우 스튜디오에서 맡았다는 걸 아닌 팬들이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12세 관람가는 보호자 있으면 괜찮아. 어린아이들이 혼자 영화관에 오는 경우는 아주 드무니까.”
“그것도 그러네요.”
무엇보다 우리는 어른들을 위한 메시지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라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이 작품을 많이 봐주기를 원했다.
이제 자라나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이 영화의 메시지를 듣길 원하며 만든 작품이었으니.
“그래서 문제가 하나 있지.”
“뭔데요?”
“이번 작품 같은 경우, 애니메이션이라 해도 아주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는 힘든 작품이지 않겠어? 약간 암울한 분위기가 베이스니까. 각색이 조금 들어가 유머도 추가되었고 분위기도 보다 밝아졌지만 기본적으로 청소년, 어른들을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니 말이야.”
“네. 아무래도 그렇죠.”
아이들만 보고 넘어가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건 내가 연극 극본을 쓸 때부터 원하던 방향이었다.
완성된 나우 스튜디오의 작품을 보고 크게 만족한 부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영화는 배우들이 출연하기에 시사회에 배우들이 참석하지만, 캐릭터는 참석할 수 없잖아. 무대를 누가 이끌어가느냐가 애니메이션 시사회의 핵심이지.”
“호오, 호오!”
드디어 내가 알고 싶었던 부분의 이야기가 나왔다.
안 그래도 성우분들이 참여를 해야 되는 건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 성우들은 다른 나라의 성우들보다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만큼 성우들이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얼마만큼의 파급 효과가 있을지 알 수도 없고 말이다.
“그래서 작품마다 시사회의 방식은 정말 다양하기 마련이지. 시우 네가 같이 일했던 레인보우 픽처스. 이것들이 또 골 때려요.”
“어떤데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커다란 애니메이션 레이블인 만큼 스케일도 참 어마어마하다며 박재준이 혀를 내둘렀다.
“걔네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영화에 음악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성향이 강하지. 그래서 노래를 부른 실제 가수, 혹은 성우가 시사회에 참여해서 흥을 돋우는 게 특징이야.”
“하긴, 그러네요.”
내가 출연한 만 봐도 노래가 곁들어진 뮤지컬 영화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일단 하나의 작품을 준비하는데 각본도 각본이지만, 음악 감독이 정말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의 작곡 능력이 영화의 성패를 판가름할 정도라고 생각할 정도이니…….
작품 제작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는 음악의 완성도가 연관 있다는 말도 나돌 정도였다.
물론 그만큼 나오는 음악은 하나같이 명곡이었지만.
“아니면 각 나라마다 그 노래를 커버해서 그 작품 노래를 흥행시킨 가수 등이 시사회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지.”
“하지만…… 저희는 가사가 있는 노래가 삽입되진 않잖아요.”
OST를 준비하기는 했지만, 거의 대부분 가사가 없는 음악이 주였다.
연극에서 활용한 배경음악을 어레인지한 음악이 많기에 이게 더 자연스럽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우 스튜디오에서 지향하는 바도 이런 쪽이었고.
“그래서! 저희가 특별한 이벤트를 하나 준비했어요.”
서진아가 내 걱정스러운 말을 듣고 박수를 짝! 치며 말했다.
“오……?”
“시우 군이 걱정하는 어린아이들의 유입을 끌기 위한 색다른 이벤트를 하나 기획했답니다.”
“그게 뭔데요?”
“하하! 걱정하지 말라고!”
둘이서 잔뜩 신이 나서 쿵짝을 맞추자,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들을 바라봤다.
아니 왜 안 알려주고 둘만 신나냐고요.
“…아니 그게 뭐냐고요.”
내가 답답한 마음에 뭐냐고 재차 묻자, 박재준과 서진아가 서로를 보고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렇게 긴 회의 끝에,
“그럼 시사회 당일에 만나자고!”
서진아와 박재준은 준비한 것들이 무사히 통과되었다는 생각에 방긋 웃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계획이 과연 먹힐까 긴가민가한 마음이었지만, 전문가인 그들을 믿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