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120
120. 테스트
이선화는 반항했다.
“못해요. 사람이 어떻게 그 동작을 와이어 없이 해요?”
서정우가 말했다.
“되는 거 그때 보여줬는데.”
“정우 씨는 보통 사람이 아니잖아요!”
“나 못 믿습니까?”
“아니. 그건 아닌데.”
이선화가 서정우를 째려본 후에 일어났다.
“다치면 책임져요.”
“얼마든지.”
“약속했어요.”
이선화는 뒤로 한참 물러난 후에 앞으로 달려오다가 땅을 박찼다. 원래라면 얼마 못 뛰어올라야 한다.
그런데 그녀의 몸이 위로 뜨는 순간, 서정우가 그녀의 발에 손을 대고 위로 휙 밀어 올렸다.
이선화는 사람 키보다 높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한 시간이나 구르며 익힌 동작이 자연스럽게 몸에서 나왔다. 그녀는 단번에 공중에서 물구나무를 서며 거꾸로 회전하는 데 성공했다.
‘이게 된다?’
세상이 그녀를 중심으로 크게 회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신기한 경험이었다.
‘와. 이게 정말 될 줄….’
“앗!”
그녀가 성공한 건 공중에서 거꾸로 서는 것까지다. 그녀는 지금 몸이 어떤 자세인지, 어느 정도 회전했는지, 착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저 세상이 빙글 돌아간다는 것만 알았다.
그러다 그녀는 연습한 것에 비해서 회전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지금 거꾸로 떨어지고 있었다.
“꺅!”
그녀는 비명을 지르자마자 단단한 손을 느꼈다. 서정우가 그녀의 몸을 두 손으로 받아 공중회전을 마치게 해주었다.
거꾸로 떨어지던 몸이 부드럽게 회전했다. 발끝이 바닥에 살짝 닿았다.
그녀는 그에게 살짝 안긴 자세로 착지했다.
이선화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잠시 멈췄던 세상이 마저 돌더니 어느새 바닥에 서 있었다.
“나 지금 살아있어요?”
서정우가 그녀의 몸에서 손을 떼며 생각했다.
‘이건 아직 무리인가.’
서정우는 이선화를 한계까지 몰아붙일 계획이지만, 한계를 넘을 생각은 없다.
‘선화를 각성시키려고 이선화가 다치게 할 수는 없지.’
“당연히 살아있습니다.”
이선화는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항의했다.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이건 불가능해요!”
“가능합니다.”
저쪽 세계의 이선화는 이 동작을 아주 능숙하게 한다. 부족한 점프력 때문에 발판을 써야 하지만, 일단 몸을 높이 띄운 후에는 공중에서 자연스럽게 회전한다. 서정우가 직접 훈련 시켰고 본인도 노력해서 이것보다 어려운 동작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발판 자체가 필요 없는 전투 스킬 각성자에 비하면 액션이 많이 밀린다.
‘선화가 이쪽 세계로 오면 액션 영화는 다 씹어먹을 텐데.’
트레이닝 센터의 무술배우 몇 명이 한쪽에서 그들의 훈련을 보며 말했다.
“장난 아니다.”
“진짜 킬러라도 만들려나 본데?”
“어? 어? 어. 휴우. 와. 방금 사고 터지는 줄 알았다.”
“그걸 그렇게 받아서 저렇게 회전시키고 착지까지 부드럽게 하네? 진짜 장난 아니다.”
“그런데 저 동작이 겨우 한 시간 훈련받고 가능한 건가?”
“원래는 불가능하지. 방금도 안 받아줬으면 크게 다칠 뻔했어. 저건 서 형사가 옆에서 받아줄 때만 해야 하는 거야.”
“그래도 이선화가 중간까지는 제대로 했잖아. 역시 서정우 형사. 엄청난 실력자라더니 가르치는 것도 장난이 아니구나.”
무술배우 중에는 여자도 있다. 그녀가 말했다.
“나도 서 형사님에게 배우고 싶다. 그러면 난 뒷부분도 성공할 자신 있는데.”
동료가 손가락을 흔들었다.
“넌 안돼.”
“왜?”
“넌 이선화가 아니잖아. 서정우가 널 저렇게 바짝 붙어서 가르쳐주겠냐?”
“오빠가 오늘 죽고 싶구나? 그 손가락부터 부러뜨려줄까?”
첫날 훈련은 공중회전을 마지막으로 한 시간 만에 끝났다.
무술감독이 서정우에게 말했다.
“이야아. 서 형사님. 오늘 가르치시는 모습 인상 깊게 봤습니다. 굉장히 독특한 방법을 쓰시는군요.”
“아. 네. 이래야 효과가 빨리 나와서.”
“언제 시간 되시면 우리 스쿨에서 특강이라도 하시죠. 제가 배우들을 쫙 불러모을 테니까….”
“제가 공무원이라서 그건 곤란합니다.”
돌아갈 때 운전은 서정우가 했다. 이선화는 조수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축 늘어졌다.
“죽을 거 같아요.”
“안 죽어요.”
“내일 못 일어나면 어쩌죠? 근육통 엄청날 것 같은데.”
서정우가 약병을 하나 내밀었다.
“이거 마셔요.”
“이게 뭐예요?”
“수정이한테 준 것하고 같은 약.”
“그건 목에 좋은 약이라면서요.”
“원래 신체의 미세한 손상에 효과가 있는 약입니다. 목이 쉬는 것도 막아주지만, 근섬유의 손상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으니까.”
“혹시 스테로이드?”
“그건 아니고.”
저쪽 세계의 제약 기술과 몬스터에서 추출한 특정 성분이 더해지면, 상처 치료 효과가 탁월한 약을 만들 수 있다. 그 기술을 이용해 근력 훈련을 한 후에 회복 속도를 높이는 약도 많이 개발되었다. 그가 지금 이선화에게 준 약은 훈련 후에 흔히 마시는 근육 회복제 중 하나로, 저쪽 세계에서는 돈만 주면 쉽게 살 수 있다.
그녀가 병뚜껑을 열고 약을 마셨다.
“으으. 맛없어.”
저쪽 세계의 약은 원래 맛이 없다.
“이렇게 맛없는 걸 마셨으니까, 내일 진짜 개운하게 일어나면 좋겠다.”
“효과가 그 정도로 좋지는 않은데.”
남수정은 목만 집중해서 회복시키면 되지만, 이선화는 온몸을 다 던져서 훈련했다. 그 정도면 약에 깃든 회복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상태 이상에 빠진다.
이 약을 몇 병 더 먹는다고 해서 효과가 더 좋은 것도 아니다. 그녀의 몸이 한 번에 흡수할 수 있는 약은 한 병뿐이기 때문이다.
“그냥 몸살이 나지 않고 팔다리가 덜 쑤시는 정도 효과만 있습니다. 컨디션이 회복되어야 내일 또 훈련하지요.”
이선화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내, 내일도요?”
그녀가 급히 핑계를 궁리했다. 마침 예정된 스케줄이 있었다.
“내일은 수정이 곡 발표하는 거 응원하러 가야 해요! 제가 꽃 들고 간다고 했잖아요!”
“그거 저녁때인데.”
“오늘 밤에 이렇게 죽도록 훈련했는데 내일 오전에 또 하잔 말은 아니죠? 악마도 그렇게는 안 해요!”
“회복 시간이 조금 부족하긴 하군요.”
“조금?”
“그런데 수정이 응원은 꼭 가야 합니까? 걔가 똑 부러지는 데가 있어서 알아서 잘할 텐데.”
“저 이선화예요. 톱스타 이선화. 제가 꽃다발 들고 가면 수정이는 그냥 신인이 아니라 제가 미는 동생으로 알려져요. 그럼 그거 바로 소문나요. 그러면 수정이를 함부로 괴롭히는 애들은 없을 거예요.”
“걔는 누가 함부로 괴롭히면 바로 들이받을 성격인데.”
“제가 민다는 소문이 나면 수정이의 신곡 발표 기사까지 뜬다고요. 자동으로 홍보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꼭 가야 해요.”
“흐음. 그럼 그럽시다.”
이선화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살았다. 내일도 오늘 밤처럼 구르면 난 죽을 거야.’
* * *
서정우가 저쪽 세계로 넘어갔다.
오늘은 이선화가 집에 없었다.
“있다가 없으니 집이 좀 휑하긴 하다.”
잠시 후에 이선화가 오디션을 보고 돌아왔다.
“아. 힘들다. 오빠. 오늘 저녁은 소고기 굽는 거지?”
“넌 또 집에 안 가고 여기로 왔냐? 그리고 소고기 맡겨놨냐?”
“오빠의 그 신기한 텔레포트 스킬로 오늘은 소고기 사 오라고 했잖아. 설마 안 사온 건 아니지? 어디야? 어디서 사는 거야? 남아메리카야? 지금이라도 얼른 갔다 와!”
“냉장고에 있다. 안심으로.”
“굽자.”
“소라 돌아오면. 올 시간 다 됐다.”
“준비는 해놔야지.”
서정우가 식탁에 이것저것 차리는 이선화에게 물었다.
“너 혹시 각성했냐?”
“했으면 오늘 오디션에서 배역 바로 땄지. 갑자기 그건 왜 묻는데? 시비 거나?”
“아니다.”
서정우가 다짐했다.
‘역시 그 정도 훈련으로는 어림도 없군. 내일은 수정이 방송 때문에 넘어가지만, 모래부터 이선화를 더 굴려야겠다.’
서소라도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식탁에 앉았다.
서정우가 말했다.
“스킬을 하나 더 각성했다.”
서소라는 깜짝 놀랐다.
“네 번째 스킬이요? 한 사람이 스킬을 네 개나 각성하는 건 전례가 거의 없는데.”
“이번 스킬은 온전한 게 아닐 수도 있….”
이선화가 젓가락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와. 인생 정말 불공평하네. 난 하나도 없는데 오빠는 네 개나 돼? 나 하나만 주면 안 될까?”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라.”
“쳇. 스킬 넘겨주는 스킬 같은 거 각성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무슨 스킬인데?”
“아직 테스트 전이야. 그런데 이게 조금 애매해.”
“뭐가?”
“지난번 전투에서 각성했는데, 각성했다는 걸 처음에는 눈치 못 챘다. 전투가 워낙 치열해서 다른 데 신경을 쓸 틈이 없어서 그런 건가 싶었는데,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니까 뭔가 좀 이상해. 온전한 게 아닐 수도 있다.”
“반쪽짜리 스킬이야?”
“그건 확인해 봐야 알겠지.”
서소라가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스킬 테스트는 안전한 곳에 가서 해야겠어요. 불완전한 스킬이라면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해야 하고, 특수 스킬이면 각성 사실을 안 들키는 게 좋아요. 분석을 위해 카메라로 촬영도 하고요. 적당한 장소를 확보하려면 며칠 걸리겠네요.”
이선화가 손을 번쩍 들었다.
“이번에는 나도 갈래! 카메라는 내가 담당할게!”
* * *
식사를 마친 후에 각성자 특수부대 윤현식 중령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 윤 대위 형.”
– 야. 나 중령이라고.
“이번 작전 실패로 강등 안 됐어? 국방부가 일을 안 하네.”
– 야. 우선 변명 좀 할게. 사전 정찰에서는 작살 카멜레온이나 일각귀처럼 위험한 놈들은 발견된 적이 없어. 소형 하급이나 소형 중급 몬스터만 나오는 게이트라고 결론이 나서 그 침투작전을 짠 거였다.
“덕분에 본대가 전멸할 뻔했지.”
– 그래서 분석팀을 다 엎어버렸다. 분석팀도 5개국 연합이었거든? 다음 작전에서는 그 다섯 나라 분석팀장을 다 데리고 가기로 했다. 이것들이 안전한 후방에 있으니까 긴장을 안 해. 살고 싶으면 다음에는 제대로 하겠지.
“어. 다음엔 꼭 열심히 해. 응원할게.”
– 그래서 말인데 정우야. 다음에도 네가 같이….
“누구세요?”
– 정우야! 정우….
서정우가 전화를 끊었다.
그는 그 양방향 게이트에 다시 찾아갈 계획이다. 저번에 싸운 트롤의 목을 따야 한다.
다만, 이번처럼 서른 명이 넘는 규모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
‘처음부터 잘못된 작전이었어. 그 게이트 앞까지 침투하려면 한 팀으로 규모를 줄이고 적이 눈치 못 채게 잠입해야 해.’
서정우는 연구팀이 버려두고 왔다는 실험 장비를 생각했다.
“그거 재활용할 수 있으면 좋은데.”
* * *
서정우는 형사로 사는 세계로 돌아왔다.
김경희가 톱스타 이선화의 등에 파스를 붙여주며 말했다.
“아주 열녀 나셨네. 이렇게까지 하고 싶냐?”
이선화가 변명했다.
“그런 거 아니야. 이번 영화에 욕심이 나서 그런 거라니까?”
“예. 예. 그러시겠지.”
“그리고 정우 씨가 날 이렇게까지 심하게 굴릴 줄은 몰랐어. 그냥 손이나 좀 잡으면서 자세만 잡아줄 줄 알았는데.”
“어느 정도였는데?”
이선화가 파스를 붙이느라 반쯤 벗은 상태로 돌아앉았다.
“정우 씨가 전에 우리 드라마에 액션을 조언하면서 시범 보여준 동작 있지? 동영상으로 뜬 그거.”
“어. 알지. 네가 하도 보여줘서 아주 외웠지.”
이선화가 신나서 자랑했다.
“나 어제 그거 해봤다? 와이어 없이.”
“어? 그게 아무나 되는 거였어?”
“제대로 한 건 아니야. 정우 씨가 내 발을 밀어줘서 내 점프력보다 더 높이 뛰었어. 그래도 공중에서 회전하는 건 내가 내 힘으로 했는데, 중간에 힘이 모자라서 거꾸로 떨어지는 바람에 정우 씨가 받아줬어. 근데 너 그거 알아?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빙글 도는 느낌. 모르지? 그거 되게 신기하다?”
“아주 신나셨네?”
“롤러코스터는 상대도 안 되더라.”
“그래서 또 하고 싶어?”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그거 한 번 하려고 그 전에 한 시간이나 굴렀어. 약 먹었는데도 안 아픈 데가 없어. 좀 살살 했으면 좋겠어.”
김경희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선화의 이야기 중에서 하나가 거슬렸다.
“약? 무슨 약?”
“정우 씨가 준 약인데, 운동 심하게 한 후에 마시면 회복이 빨라진대. 그 약 안 먹었으면 아파서 죽었을 거야.”
“약 이름이 뭐야?”
“모르는데? 물약인데 약병에 이름이 없어서.”
김경희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년이 미쳤구나? 정체도 알 수 없는 약을 넙죽넙죽 받아먹어?”
“정우 씨가 이상한 약을 줄 리 없잖아.”
“남이 주는 약은 절대로 받아먹지 마!”
“잔소리쟁이. 알았어. 그래도 그 약은 괜찮아. 수정이도 그 약 마시니까 연습 많이 해도 목이 안 쉬더래. 효과는 검증된 약이야.”
“그 약이 그 약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진짜 그런 효과가 있다고?”
김경희는 이선화가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숙취가 왔을 때 아는 의사를 소개해주었다. 그녀는 의약품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일한다.
김경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목이 안 쉬는 약? 그렇게 효과 센 약은 보통 부작용도 센데. 약병 어디 있어? 바닥에 남은 거라도 가져가서 분석 좀 해보자.”
“정우 씨가 도로 가져갔는데?”
“그걸 왜 가져가?”
“내 차에 쓰레기 남기기 싫어서? 매너까지 있다니까.”
김경희는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서정우 형사. 좀 수상한데….”
“에이. 몸에 좋은 약이겠지.”
“네 말 들어보면 그게 타우린 천 밀리그램이나 홍삼 엑기스는 아니야. 그리고 그냥 파는 약이면 상표가 왜 없겠어? 이상해.”
“그럼 거기다 간장약도 섞었나?”
“너한테 붕붕 드링크라도 만들어줬다는 거야? 그건 야근용인데? 되게 수상해.”
* * *
일요일 저녁 라디오 방송국에 남수정이 나타났다.
“후우. 사장님. 살짝 긴장돼요.”
오늘은 사장 오동철이 직접 그녀를 데려왔다.
“무한 긍정 수정은 긴장 같은 거 안 한다던데?”
“우리 아저씨가 이제 무서우면 무섭다고 해도 된대요. 그래서 긴장 한 번 해봤어요.”
“하긴. 그 막 나가는 포캣츠 애들도 첫 방송에서는 긴장하더라.”
“에이. 제가 그 정도로 막 나가지는 않죠.”
“벌써 괜찮아졌냐? 역시 무궁수.”
오동철이 가수를 은퇴한 지 몇 년 지났지만, 방송국에는 그를 아는 사람이 많았다. 방송국 직원이 지나가다가 반갑게 인사했다.
“동철 씨. 오늘 포캣츠나 레몬플라워가 나오나 봐요?”
“하하하. 여기 우리 수정이, 남수정이 오늘 데뷔합니다.”
“신인? 이야아. ES 엔터 요즘 잘 나가네요.”
모든 사람이 그에게 호의적인 건 아니다. 방송국 직원과 가수 한 명이 뒤쪽에서 그 모습을 보며 욕했다.
“다 망해버린 ES 엔터가 기사회생했다고 아주 신났네. 신났어.”
“얼마 못 가서 또 말아먹겠지.”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하던 여자애 하나 데려와서 회사 외형만 키우려나 본데, 저러다 또 망해야 정신을 차리지.”
“아니지. 이미 한 번 망했는데도 저러는 거 보면, 또 망해도 정신 못 차릴걸?”
“하긴. 당연히 그러겠지.”
“어디 내가 후배들 시켜서 저 여자애 군기나 좀 잡아볼까?”
그들의 뒤에서 이선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우리 가수님은 군기 잡는 거 좋아하시나 보다. 군기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군대는 왜 안 가셨대?”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이선화가 바로 뒤에서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이선화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