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evil RAW novel - Chapter 126
127화. 사형수(死刑囚)
그래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아이가 건장한 모습으로 태어나기를 빌었다.
사지 단구가 되도록 자신이 가진 정기를 몽땅 이전했다.
그래서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하지만 야생군자의 음모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기가 백일이 되기도 전에 살수들의 기습이 있었다.
야생군자가 갓난아이를 몽땅 사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애인이 있었다.
바로 그녀를 구해줬다는 사내였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나타났다.
원통이 붙잡혀 가는 날이었다.
야생군자가 갓난아이를 죽이던 날이기도 했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아이가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원통이 역적에 몰려서 이곳에서 갇혔기 때문이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아이의 불알이 셋이란 사실이었다.
추사가 평생 연성했던 무형살기를 고환이 심어준 탓이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천지는 코웃음을 쳤다.
“추사가 하녀로 전락해 비참하게 살았다고 들었다.”
원통이 웃었다.
“허허허! 추사가 비록 잘나지도 못한 여인이다. 몸매도 아름답지도 못했다. 그래도 같은 여자가 아니오? 사랑했으면 최소한 그녀를 지켜줘야 하는 겁니다. 그것이 사내의 도리입니다. 어찌 한낱 하녀에 불과하다고 그녀를 버릴까?”
원통의 독백에 두 여자는 한마디로 뿅 갔다.
그야말로 멋있었고 훌륭했다.
사내라면. 그래 남자라면 적어도 저래야 마땅했다.
여인을 보호하는 도리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늘 그렇게 생각해 오던 그녀들이었다.
사랑의 힘으로 여태껏 버티며 살아온 사내였다.
죽음도 초개같이 버릴 정도의 사랑이 그녀들은 좋았다.
추사는 아름답지도 잘나지도 않은 여인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죽음으로 그녀를 지켜준다고 말했다.
그런 말에 가슴이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흥? 하지만 넌 추사를 강간했다.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서다. 그녀를 이용하려 들었다. 맹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희생 때문이기도 하다. 안 그러냐?”
원통이 허리를 폈다.
앉았을 때는 몰랐다.
허리를 펴자 서 있는 그녀들보다도 머리 하나가 더 컸다.
두 여인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세상에 이렇게 큰사람도 있었던가?
철탑처럼 보였다.
그가 허리를 펴자 사대신장을 닮았다.
시선이 묘하게도 그의 하초를 훑고 지났다.
원통이 말했다.
“추사는 팔척장신의 여인 장사였소.”
“거짓말!”
“추사가 귀문관주였다면 믿으시겠소.”
“믿을 수가 없다.”
“하하! 옛날에… 아니, 그렇게 먼 옛날도 아니지요. 추사는 여인이나 곰보에다가 다리를 절고 있는 쩔뚝이고, 키도 난쟁이처럼 작아져서 내 허리에도 차지 않았지요. 눈칫밥이나 처먹는 일이나 하던 여인이지요. 그런 그녀가 아기를 출산했지요.”
“하면 추사는 여장부라 여길만하겠네.”
“물론이오. 가슴에 쌓인 아픔을 어루만지는 술사였지요. 그런 여인의 몸에 고문을 가했지요. 거미줄 같은 상처를 보고 껍질만 남았다고 좋아하고, 지체 높은 사람은 얼굴에 고름이 들었다고 놀렸고, 간사한 영웅은 뼈만 남았으니 죽어라 했소이다.”
원통이 한동안 숨을 고르더니 말을 잇는다.
“하나 여인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 천력을 지닌 용사였소. 아픈 몸뚱이로 사랑을 남겼소. 그런 여인을 사랑치 않으면 누구를 사랑하오. 여인의 정성을 받들지 않으면 어찌 장부라 하겠소이까?”
그의 말에 두 여인은 그야말로 뿅 갔다.
“종국에는 눈물이 마르고 피가 굳어지고 살은 썩었지요. 그래도 세상을 향한 도전 정신이 사랑하도록 만들었소. 내가 몸이 썩고 내 뼈가 뭉그러지고, 나의 삶이 그녀를 사랑하니 죽음인들 두려워하리까.”
아픔이 묻어나는 입술을 쓱 닦고는 그녀들에게 내밀었다.
“이왕 오셨으니 변변치는 않지만 한 잔씩들 하시지요.”
금천 공주가 사양치 않고 술병을 받아서 한잔 마셨다.
“그녀가 그렇게 못생겼느냐?”
원통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소.”
이번에는 천지가 질문을 던졌다.
“곰보에 절름발이며 박색에 난쟁이처럼 생겼단 말이지?”
“그렇소.”
“그런 여인이 사랑스럽더냐?”
“아니다.”
“그런데 왜 나쁜 짓을 한 것이지?”
“모두 천마교의 앞날을 위해서 그런 것이오.”
“그건 또 무슨 말이냐?”
“그녀는 아이를 원했소. 어떤 독에도 죽지 않고 만독불침의 아이를… 검에도 베이지 않으며 천리안을 가진 아이를 원했었다.”
“세상에, 누가? 추사란 여인이?”
“그렇소이다. 그래서 스스로 독에 중독되었고, 천리마의 다리를 원했기에 다리를 잘랐소. 천안을 얻기 위해 개안을 하였소. 신공과 마공을 합성시켜 완성하려 했지만 실패했소이다. 그래서 괴력을 지녔던 예전의 용사에서 천비로 바뀌었소. 이게 다 내가 잘못한 탓이오.”
두 여인이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거짓말! 그런 여인이 천마교에 있을 수 있단 말이냐.”
“허허허.”
원통이 허탈하게 웃자 이번에는 천지가 질문했다.
“한 가지 묻겠다. 고문을 받으면 괴물이 일어섰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원통은 그런 질문을 할지 몰랐든지 멍청해져 버렸다.
“그…그렇소. 몸은 죽었으나 그것은 살아 꿈틀거렸소.”
원통의 말에 두 여인은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뭐…뭐라고? 아직도 싱싱하단 말이냐.”
원통은 거의 발가벗은 상태였다.
작은 수건으로 앞부분만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천지의 시선이 거기에 머물러 있었다.
“지금도 그런 것이냐? 한 번 보여라! 그러면 너의 무슨 소원도 들어주마! 네가 탈출하겠다면 그렇게 해주겠다.”
천지는 해서는 안 되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보려거든 직접 확인하시오. 난 저항하지 못할 정도로 단근을 당한 상태라오. 여기서 직접 탈출하고 싶지는 않소이다.”
원통이 재차 말했다.
“당신들도 곤란할 테니 어리석은 짓은 그만두시오.”
금천 공주가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얼핏 그의 단단한 하체와 허벅지의 근육이 보였다.
그리고…….
하체를 가렸던 수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입안에 침이 잔뜩 고이고 있었다.
가슴은 뛰놀고 긴장감으로 전신이 짜릿했다.
그녀를 뜨겁게 달궈 놓고 있었던 점은 다름이 아니었다.
탈출도 아직인데 자신들의 뒷일까지 걱정했다.
그렇게 마음을 써주니 그가 진정으로 사내처럼 느껴졌다.
음―음!
불현듯 맑고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정신까지 맑게 해줘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살짝 감긴 눈길로 그녀들은 보았다.
“소…소원이 있거든 말해보아라.”
천지가 그의 무릎에 걸터앉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소원이라. 정말 들어줄 수 있으시오?”
천지가 원통의 숨결을 들여 마시며 머리를 끄덕였다.
“뭐든지 말하라. 내 몽땅 들어줄 용의가 있다.”
원통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여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좋소. 그럼 말하겠소이다.”
다시 한 모금의 술을 마신 다음에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죽게 되거든. 누군지 모르겠소. 내게 절하는 사람이 있거든 저것을 유물로 주시오. 그래서 천마교의 영웅으로 만들어 주시오. 그게 나의 소원이오.”
하나의 작은 두루마리를 탁자에 던져 줬다.
“하하하!”
“너의 말대로 그도 역성혁명을 일으키라는 것이더냐?”
“하하! 혁명은 작은 꿈이오. 개혁은 빛이란 말입니다.”
원통의 대범한 행동에 두 여인은 그를 다시 보고 있었다.
저런 인물이 어쩌다가 초라한 인생을 살았는지 몰랐다.
웃음에 슬픔이 묻어나고 있었다.
“좋아요.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겠어요.”
원통이 대소를 터뜨리며 양손을 천천히 벌렸다.
“하하하! 고맙소. 어서 장심(掌心)을 내 손에 붙이시오.”
천지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올렸다.
원통이 내기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대들의 몸에 쌓인 탁기를 몽땅 씻겨 줄 것이오,”
원통이 금천 공주와 천지의 손바닥에 장심을 붙였다.
“어린아이가 목욕하듯이 마음의 때를 씻길 고대하겠소.”
여인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말았다.
그녀들이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육신을 통한 쾌락이었다.
그런 즐거움을 느끼길 고대한 것인데 손을 붙이라 했다.
“어어! 이것이 아닌데.”
천지의 말이 끝나기 무섭다.
그녀들의 손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었다.
서로의 손바닥이 딱 붙어버리고 말았다.
잠시 뒤였다.
이상한 장면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원통의 몸체가 희미해지고 손에선 광채가 번뜩였다.
그것이 여인의 몸들을 감싸며 휘감아 돌았다.
여인들의 몸이 한자나 치솟아 올랐다.
비명과 신음과 환희에 물든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여인들은 원통이 펼친 이상한 술법에 기절하고 말았다.
밖으로 나설 때는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갱도를 설설 기어서 나왔다.
그리고…….
그녀들은 달포 동안이나 몸살을 앓고 말았다.
* * *
바글바글!
시끌시끌!
시장 한복판 대로였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들끓고 있었다.
어린아이부터 시작해서 노인까지 몰려들었다.
모두 목을 길게 뽑고 구경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천마도 이런 좋은 구경거리를 놓일 리가 만무했다.
뭘까?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사람들처럼 슬쩍 건너다봤다.
돌돌―돌돌!
아주 묘한 소리였다.
이상한 소음과 함께 저만큼 멀리서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던 사람들의 길이 열렸다.
번쩍!
눈부신 광채가 허공에서 번쩍하는 순간이었다.
골목 어귀로부터 정체불명의 물체가 불쑥 드러났다.
우선 엄청나게도 큰 도가 하늘로 치솟았다.
처마 끝이 낮아 보일 정도로 삐쭉 햇살에 번쩍였다.
눈부신 칼이다.
얼마나 컸던지 도에 한 사람이 착 달라붙었다.
칼날 끝에 바퀴를 달았다.
달달 끌면서 오는지 소리가 요란스럽다.
칼날 부분에 조그맣게 보이는 검수가 보였다.
고목에 매미가 붙은 듯이 같이 굴러가고 있었다.
칼은 크고 사람은 턱없이 작았다.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는 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난쟁이와 엄청나게 커다란 파천도였다.
금성과의 대결에서 죽지 않고 살아난 모양이었다.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정말 별난 광경이었다.
“아―고!”
천마가 놀라서 벽에 달라붙어 고개를 돌려 숨었다.
정말 이상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와의 마주침은 끔찍했다.
난쟁이가 천마를 힐끔 쳐다보기 전이었다.
다른 골목길을 우선 먼저 쳐다봤다.
그런데 거기서도 누군가가 벽에 숨고 있었다.
얼른 보기에 낯이 익었다.
잔상법술에 걸려들지 않을 정도로 유별났다.
“잉? 저 사람은 또 누구지?”
천마가 중얼거리고 다시금 내다볼 때였다.
난쟁이가 어느새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운 눈에서 번개처럼 살기가 번뜩였다.
절대악인
— 정원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