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25
76화 퍼지는 명성 (3) >
‘흠.’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한 사람은 바닥에 새우처럼 움츠리고서 잠들어 있는 귀살권마 장문량이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가부좌를 틀고서 운기를 하고 있는 송좌백이었다.
천령혈을 맞대고서 내공을 전이한지 벌써 반 시진 가량이 지났다.
사마영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 더럽게 침을 뱉어가며 하던 방주 취임식이 끝나면 개방 방도들이 이곳으로 올 것 같아서 그녀에게 조성원더러 개방 방도들을 보내놓으라고 부탁했다.
-조성원 걔는 좀 씻어야 겠다.
그래. 거지들 입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그 사이 나는 본의 아니게 이렇게 송우현과 함께 호법을 서고 있었다.
장문량은 자신의 내공의 거의 대부분을 송좌백에게 넘겼다.
벽을 넘은 초인이 가진 내공 수위는 적어도 수백 년에 이를 것이다.
그야말로 기연이다.
그러나 이런 엄청난 내공을 감당하기 위해 송좌백의 몸은 변화를 맞이했다.
첫 변화는 체내의 노폐물을 배출이었다.
피부를 뚫고서 검은 액체 같은 것이 흘러나왔다.
두 번째 변화는 임독양맥을 타통했다.
저 엄청난 기운으로 인해 막혀 있던 모든 임맥과 독맥이 통하게 되었다.
‘이 녀석도 운이 타고 났군.’
생각해보니 스승님인 해악천을 만난 것부터 은근히 운수가 좋다.
하긴 그러니까 회귀 전에 그런 명성을 날렸겠지.
-아직 멀었어?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진 않다.
녀석의 몸에서 겉돌던 진기가 점점 단전에 안착되어가고 있다.
다만 극 과정에서 거의 절반 가량의 기운을 잃었다.
-아깝네.
아까워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 기운들은 몸에 맞지 않아서 배출되는 것 뿐이다.
내공이 다 똑같아 보여도 사람마다 각기 그 기운이 자신에게 맞게 형성된다.
한데 타인의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당연히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기운들은 배출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 절반도 굉장히 큰 거네?
당연하지.
어쩌면 저 녀석의 체질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피의 순환이 빠른 특수한 체질.
스승님이 평생에 걸쳐서 찾으려고 했던 체질이다.
이 체질로 인해 송좌백은 운기가 보통 사람들과는 궤를 달리할 만큼 빠르다.
그래서 거의 절반이나 되는 저 엄청난 기운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걸지도 모른다.
-아직 멀었으면 한 번 더 할래?
그럴까나.
그렇지 않아도 반 시진 동안 그냥 가만히 있던 것만은 아니다.
천기(天璣)의 능력으로 소담검의 기억을 되짚어 장문량이 펼쳤던 만가파령권의 초식들을 수차례 반복해서 보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초식을 펼친 후에 이를 천기로 반복했다.
‘내가 생각해도 사기적이야.’
천기는 단시간에 무공을 숙달시켜 준다.
환영 속의 시간과 실제 시간의 흐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따른 정신적 부담감은 컸지만 벽을 넘은 후로 수십 회를 반복해도 거뜬했다.
한 번 더 천기로 수련을 하려 할 때였다.
“후우.”
운기를 하던 송좌백이 눈을 떴다.
녀석의 눈에서 밝고 뚜렷한 정광이 흘러나왔다.
“푸….푸하하하하핫!”
송좌백이 어찌나 좋았는지 광소를 터뜨렸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것도 모자라 내공만 친다면 거의 벽을 앞둔 상황이다.
당과 하나에 혈교의 존자 급의 고수가 된 것이었다.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호법을 서고 있던 동생 송우현에게 말했다.
“야. 너 전력으로 나한테 박치기 해봐라.”
“바….박치기?”
아주 자신감이 넘친다.
절정의 경지에 올랐어도 우현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했던 좌백이다.
그간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모양이다.
“전력으로?”
“그래. 전력으로!”
“알았다.”
송우현의 피부가 갈색 빛으로 변하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전력으로 다하라니까 진혈금체까지 펼치고 있다.
거기서 비기인 적혈금신까지 펼치려고 하기에 송좌백이 다급히 그것을 만류했다.
“아니. 그것까진 너무 갔잖아.”
“아….알았다.”
적혈금신까지 펼치지 않은 상태로 송좌백에게 송우현이 박치기를 날렸다.
맹렬히 달리는 황소처럼 날아오는 박치기에 송좌백이 마보를 하듯이 두 다리를 벌려 자세로 잡고서 복부에 힘을 줬다.
-퍽!
“흡!”
날아오다시피 한 송우현의 박치기에 송좌백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워낙 위력이 강하다보니 두 보 가량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송좌백의 복부에서 강한 반탄력이 일어나며 박치기를 했던 송우현의 몸이 도리어 뒤로 튕겨나갔다.
-팍!
튕겨나간 우현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말했다.
“혀….형 몸이 단단해졌다.”
평소의 녀석이라면 기절을 했어야 했지만,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면서 역량이 워낙 강해지다보니, 진혈금체를 펼치지 않아도 이 위력을 견딜 수 있게 되었다.
“하하하하핫. 당연하지. 이제 이 형님이 너보다 훨씬 강하니까 그렇지.”
그동안 기를 못 펴고 살더니 아주 신이 났다.
그러다 녀석이 나를 쳐다보았다.
“나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는지 한 번만 겨뤄봐 주라.”
자신감이 가득 차다 못해 전의가 최고조로 올랐다.
나와 겨뤄달라고 부탁까지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아주 기고만장해졌는데.
뭐 이해는 간다.
저렇게 강해졌으니 시험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지.
녀석이 나를 바라보며 기수식을 취했다.
이에 말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해줄까?”
“봐주지 말고 해봐. 그래야 내가 얼마큼 강해졌는지 알 거 아냐.”
“그래?”
그럼 안 봐주고 해도 되겠네?
그렇지 않아도 나도 네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궁금하기는 했다.
“나보다 고수니까 선수는 양보해주겠지?”
“마음대로.”
그 말에 녀석이 곧바로 내게 신형을 날렸다.
겨뤄봐 달라고 해놓고서 한 번 제대로 해보겠다는 듯이 절초를 펼치고 있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팍!
녀석의 권영이 내 앞을 한가득 메웠다.
과연 초절정의 고수가 펼치는 권초라고 할 만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권초들은 전부 허초였고 그 속에 진초가 보였다.
-그냥 겨뤄 달라가 아니라 한 수 먹이고 싶은 것 같은데.
그렇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나한테 보인다는 거지.
권영들의 틈바구니 속에 녀석의 주먹이 아래에서부터 포탄처럼 내 가슴으로 쇄도해왔다.
이에 나는 녀석의 주먹을 한 손바닥으로 그냥 잡아냈다.
-팍!
‘!?’
“단순하네?”
“어……”
녀석의 얼굴에 당혹감이 피어났다.
이게 아닌데 이런 표정이다.
아무리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나는 벽을 넘어섰는데, 이런 단순한 변초가 내게 통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파르르르르!
공력을 십성까지 끌어올려서 벗어나보려 했지만, 꿈쩍할 리가 없었다.
“젠장.”
안 되겠다 싶었는지 녀석이 내 머리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그 순간,
-팍!
나는 그대로 오른발을 뒤로 뺀 후에 잡고 있던 녀석의 주먹을 당겨 몸을 회전시켜버렸다.
“으헉!”
한 바퀴 돌은 녀석의 몸이 바닥에 패대기가 쳐졌다.
-쾅!
“끄으으으으.”
허파에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눈을 깜빡거리며 송좌백이 내게 말했다.
“이, 이거 만가파령권의 영악절개형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맞아. 권결로 펼친 거야.”
초식의 초의만 이해하면 복잡한 식을 단순한 결(潔)로 펼치는 게 가능하다.
나의 그 말에 송좌백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아니. 고작 한 번 밖에 보지 않은 걸 무슨 수로?”
네가 운기 하는 동안 천기로 익혔지.
그걸 이야기 할 필요는 없기에 그저 여유롭게 미소만 지었다.
송좌백이 황당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괴물 같은 자식.”
역량이 급증했는데도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 질렸나 보다.
그런 녀석에게 나는 피식 하고 웃으며 말했다.
“열심히 익혀. 그래야 우호법 노릇을 할 거 아냐.”
“뭐?”
그 말에 송좌백이 휘둥그레져서 나를 쳐다보았다.
설마 내가 우호법을 거론할 줄은 몰랐나보다.
본교는 물론이거니와 무림을 통틀어도 초절정 고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운 좋게 기연으로 올랐다고 해도 그 정도 경지에 올랐는데, 그저 단주의 직위에 머물게 할 수야 있나.
“싫음 말고.”
“누, 누가 싫다고 했어.”
“그런 것 치고 태도가 영 불순한데.”
그런 나의 말에 녀석이 당황해서 황급히 자세를 갖추더니, 이마를 바닥에 찧어가며 절을 했다.
“우호법 송좌백이 삼가 교주의 명을 받듭니다.”
소담검이 혀를 내둘렀다.
-태세 전환 보소.
냅 둬.
등이 들썩거리는 걸 보니까 아주 좋아 죽는다.
우호법 자리를 가져서 좋은 건지, 아니면 단 둘만 있을 때는 친우처럼 지낼 수 있는 권한을 얻어서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후자가 아닐까?
그럴지도.
그나저나 장문량 저 자는 제정신을 차리면 어떤 기분일까?
한순간에 모든 내공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기부를 했으니 말이다.
* * *
무쌍성 풍영팔류종의 성탑.
팔층에 있는 집무실에 무정풍신 진성백과 비월검객 하성운이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팔층을 맡고 있는 문형창류의 유파장인 서문극이 중원 곳곳에 벌어진 외부 일들을 보고하고 있었다.
그러다 중요한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소운휘, 아니 진 공자의 일입니다.”
풍영팔류종의 유파장들은 남천검객의 제자 소운휘가 진운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무쌍성의 내부를 완전히 장악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의 정체가 혈마라는 것은 진성백과 하성운만 알았다.
진 공자의 일이라는 말에 외조부인 하성운이 관심을 보였다.
“오오. 그래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는가?”
이들이 마지막으로 들었던 소식은 귀주성 여경현 지부에 진성백의 종주패로 자금을 찾아갔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소식이 없었던 차에 반가운 일이었다.
“호남성 북부 안항현의 오현 포구에서 진 공자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포구?”
뜬금없이 포구라는 말에 하성운이 의아해했다.
서문극이 계속 말을 이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진 공자께서 황영 표국이라는 작은 표국의 객원 표사로 참가하여 표물 입찰에 참가했습니다.”
하성운이 인상을 찡그리며 진성백을 쳐다보았다.
도통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들리는 소문만 들으면 분명 혈교를 장악한 것 같은데, 왜 갑자기 남천검객의 제자라는 신분으로 표물 입찰에 참가했는지 알 수 없었다.
턱수염을 쓰다듬던 진성백이 전음을 보냈다.
무쌍성에 상주하고 있었지만 진성백의 통찰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진운휘의 정체들을 알고 있기에 들려오는 소문들만으로 정보를 조합해서 그 목적을 제대로 추측해나가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서문극이 말했다.
“지금부터 드릴 보고에 놀라지 마십시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겐가?”
하성운이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공자께서 낭왕과 비무를 한 것 같습니다.”
“뭣?”
“낭왕과?”
그 말에 두 사람이 동시에 놀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낭왕 혁천만은 팔대고수가 아닌가?”
“맞습니다. 장인 어른.”
“아니. 그 아이가 왜 낭왕과 비무를 했다는 게야?”
그 물음에 서문극이 답했다.
“낭왕 혁천만이 공자께서 참가하는 표물 입찰의 심사를 맡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찌 되었는가? 무사하던가?”
그 말에 서문극이 입술을 실룩거리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경하드립니다.”
“경하? 그게 무슨 소린가?”
“공자께서 낭왕 혁천만과 맞먹는 신위를 보이셨습니다.”
“아니. 그게 정말인가?”
하성운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외손주인 진운휘가 혈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 강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그였다.
그러나 진운휘의 무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부친 진성백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아이라면 충분히 낭왕을 상대할 만한 무위를 지녔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진성백이 자부심이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애비인 제가 보장합니다.”
“허어…..”
그러나 진성백조차 모르는 것이 있었다.
낭왕 혁천만이 그가 알고 있던 것처럼 팔대 고수에서 가장 약세에 속하는 무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과 상관없이 아들이 활약에 흡족해하지 않을 아비가 있겠는가.
무정풍신이라는 별호답지 않게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그런 그들에게 서문극이 말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끝이 아니라니?”
“공자께서 타신 표물선이 정체 모를 괴집단에 습격을 당했다고 합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린가? 정체 모를 집단이라니?”
“아직까지 들려오는 정보로는 그 집단의 정체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그 집단을 이끌고 습격한 자가 사대악인의 일인인 귀살권마 장문량입니다.”
“자, 장문량!”
팔대고수에 이어서 사대악인까지 거론되자 하성운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낭왕이야 표물 입찰 심사를 위해 비무를 한 것이라지만 그 습격한 집단을 이끈 것이 사대악인이라면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적으로 만난 것이 아닌가.
불안해하고 있는데 서문극이 또 다시 입술을 실룩거리고 있었다.
웃음을 참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왜 웃는 게야?”
“놀라지 마십쇼. 진 공자께서 그 사대악인의 일인인 장문량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
그 말에 무정풍신 진성백조차 어찌나 놀랐는지 두 눈이 커졌다.
그가 알기로 아직 아들 진운휘의 역량은 벽을 넘어선 초인들과 겨루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아니 그게 정말인가?”
“정말입니다. 지금 무림 전체에 난리가 났습니다.”
“난리가 나?”
“진 공자께서 전설로만 들려오는 어검비행을 펼치면서 이기어검술로 장문량과 그 괴집단을 쓸어버렸다고 합니다.”
신이 나서 말하는 서문극을 보며 하성운과 진성백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장문량을 물리친 것 이상으로 어검비행과 이기어검술은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이기어검술이라니? 정말 그 아이가 벽을 넘었다고?’
아무래도 거짓이 아닌 듯 했다.
벽을 넘어 초인의 영역에 이르지 않으면 이기어검술은 꿈도 꾸지 못한다.
한데 그것을 실전에 도입했다는 것도 충격적이다.
난전에서 이기어검술만큼 비효율적인 수법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고작 얼마나 흘렀다고.’
진성백이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의 아들이지만 정말 놀라운 무재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절로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노부가 대체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건지 모르겠구만. 그 아이는 대체…..”
하성운은 연신 탄성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그런 그들에게 서문극이 신이 나서 계속 이야기 했다.
“그뿐이 아닙니다. 요 근래 오대 악인이라 불리는 혈마와도 겨뤄서 그를 패퇴시켰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습니다.”
‘!?’
그 말에 진성백과 하성운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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